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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55화 (155/175)

155화

섬서행(10)

쾅, 콰콰쾅!

등 뒤에서 굉음이 터진다.

시야 한옆의 화면으로 무너지는 동굴을 뚫고 기련신마와 이인 일조의 초극 고수가 일당 넷과 상 노개를 둘러업고 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젠장, 젠장.

욕밖에 안 나온다.

남궁화청이 조금만 더 견뎌 줬으면 마원의 전격에 감전된 놈들까지 다 해치우고 기련신마를 협공할 수 있었는데, 남궁화청이 쓰러진 탓에 무방비인 놈들을 놔두고 튀어야 했다.

상 노개를 구하지 못했고, 놈들 중 하나밖에 해치우지 못했다.

동굴 밖의 넷, 안의 넷 해서 여덟을 더 해치울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접고 일단 기련신마 일당과 거리를 벌리는 것에 집중한다.

조유덕, 남궁화청은 물론, 나도 마원에 올라타 내달린다.

쾅, 콰쾅, 쾅!

쫓아올 엄두도 안 나게 분진 폭발을 연신 일으키며 마원을 타고 날 듯이 도망간다.

다행이랄까?

기련신마는 전격에 당해 비틀거리는 일당들을 수습한다고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 두 노괴는 어디쯤이지?

지도가 뜨면서 우리와 육가장의 둘, 기련신마 일당이 표시된다.

물론, 잡히지 않은 정안각 넷의 위치도 뜬다.

= 정안각 넷은 이쪽으로 모아.

당장 합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정안각의 넷은 꽤 뛰어난 초극 고수 이상의 효용이 없기에 불러들이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둔 곳에 따로 모이게 했다.

마원을 멈추게 하고 산속에 몸을 숨긴다.

= 남궁화청의 상세는 어때?

- 치료 자체는 100초 이내에 끝납니다.

= 조유덕은?

- 골절 부위가 많은 터라 1500….

= 마원의 나노 머신 추가 투입해서 최대한 빨리 일으켜.

- 예, 리퍼.

= 그리고 기련신마의 무공 데이터 띄워!

조유덕은 물론, 남궁화청까지 천문위에 오른 수확 대상자가 둘이나 기련신마와 맞붙었다. 그러니 무공 데이터는 충분할 터였다.

천철흑강수. 기련신마의 성명절기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상대는 남궁화청. 남궁화청이 꽤나 몰린다. 하지만 순식간에 나가떨어질 정도는 아니다.

= 동굴에서는 왜 그리 쉽게 당한 거야?

내 말에 바로 동굴 안에서의 장면이 재생된다.

기련신마와 남궁화청이 격돌하고 합공을 쓰는 이인 일조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남궁화청이 그들을 밀어내는 순간 극히 작은 틈이 드러났고 기련신마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남궁화청이 급히 검격을 돌렸지만, 기련신마는 전신에 두른 호신강기를 믿고 맨몸으로 검강을 받아내며 남궁화청을 제대로 후려친다.

그렇게 남궁화청은 뻗었지만 검강을 호신강기로 받아낸 탓에 기련신마도 타격을 받았다. 뭐, 그 덕에 내가 도망갈 틈이 생긴 거다.

그렇게 동굴 안에서의 일을 되짚고 있자니.

“크윽!”

남궁화청이 신음성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흐읍, 하. 크게 무리 없네.”

남궁화청이 내 말에 바로 자신의 상태를 살펴본 뒤 답했다. 나노 머신의 치료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상 노개는 결국 구하지 못한 건가?”

남궁화청이 물었다. 마원의 등 위에 조유덕 하나만 있고 상 노개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예. 하지만 육가장의 두 노괴가 기련신마와 합류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한 번 더 들이치자는 건가?”

내 말에 남궁화청이 물었다.

“상 노개는 구해야지요.”

내 대답에 남궁화청의 표정이 슬쩍 어두워졌다.

“나는 내가 그렇게 당할 줄 몰랐네.”

이 양반, 기련신마에게 순식간에 당한 탓에 위축되어 있군.

“예. 하지만 그냥 쓰러지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련신마는 남궁화청이 휘두른 검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아무리 호신강기로 몸을 지켰다 해도 내상을 입었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기련신마가 내상을 입었다 해도 그다지 큰 내상은 아닐 걸세.”

나노 머신 소유자라면 초 단위의 시간에 완치될 내상이지만 기련신마는 아직 순수 무림인이다.

“미약한 내상이라도 치유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만전(萬全)과는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천문위의 싸움에서 그 차이는 크다.

“큼.”

내 말에 남궁화청의 눈에 슬그머니 자신감이 돌아온다. 내상 입어 만전이 아닌 기련신마라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창 걸개는 어쩌고?”

남궁화청이 마원의 등 위에 걸쳐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조유덕을 보며 물었다.

“이대로 이 녀석에게 맡기면 됩니다.”

마원을 두드리며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인다.

= 마원은 이 위치로 옮겨.

육가장의 두 노괴가 마원에게 접근하려면 기련신마가 있는 곳을 지나도록 위치를 정한다.

- 예, 리퍼.

그렇게 준비를 마친 뒤 다시 기련신마 일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을 움직인다.

빠른 이동을 위해 내가 남궁화청의 등에 업혀 피풍의를 펼치는 것은 당연지사.

내달리는 와중에 지도를 보니 육가장의 두 노괴가 기련신마와 합류하기까지 대략 1,013초 남았다.

기련신마 일당들은 여전히 산중의 무너진 동굴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0초.

“반 각 안에 상 노개를 구출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알겠네.”

내달리는 와중에 적들을 상대할 상의를 하니 시간은 금방 간다.

개구단을 꺼내 두 개를 더 털어 넣는다. 입안에 계속 물고 있던 하나와 합쳐 다시 세 개.

우웅!

5초를 남겨 두고 천도공을 일으킨다. 그리고 연계되는 개량 유심조. 감각으로 놈들을 살피며 기련신마를 베어내는 궤적을 마음에 새기려는 순간.

기련신마가 달려드는 우리를 눈치 채고 움직인다. 상 노개를 잡아들고 방패처럼 내밀며 일행 앞으로 나선다.

젠장!

이대로는 우리 공격이 상 노개에게 쏟아질 지경.

남궁화청의 등판을 차고 좌측으로 몸을 날린다. 남궁화청은 우측.

방패가 된 상 노개가 남궁화청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유심조의 궤적이 기련신마를 향해 그어진다.

쾅!

굉음과 함께 내 몸이 바닥을 구른다. 아니 구르기 무섭게 방수가 움직여 내 몸을 굳건히 세운다.

개구단의 약효와 천도공의 연계로 바닥난 공력을 단숨에 채우고 기련신마의 상태를 확인한다.

기련신마는 상 노개를 한 손으로 든 상태에서 빈손을 연신 꼼지락대며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었다.

개량 유심조를 손으로 쳐냈다고?

씨발, 천문위, 너무 하잖아!

기련신마가 나를 노려보며 발을 움직인다.

나 혼자 저 작자를 상대해야 한다고?

남궁화청은 뭐하고?

콰콰쾅, 콰쾅!

기련신마의 수하 열과 힘껏 어우러지는 중이다. 조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다.

“후우!”

호흡을 조절하며 기련신마에 집중한다.

기련신마도 유심조의 일격 덕분에 나를 쉽게 보지 못하는 듯 섣불리 덤비지 않는다.

개량 유심조는 천문위라도 일격에 해치울 수 있는 기예다. 물론, 쓰는 사람이 천문위라면 말이다.

젠장.

내가 천문위와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다.

우웅!

천도공으로 공력을 증폭한 뒤 기련신마를 향해 발을 구른다.

쾅!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들고.

콰쾅!

코앞에서 분진 폭발을 이용해 기련신마를 뛰어넘는다.

콰콰쾅!

그리고 연이어 분진 폭발을 일으킨다.

천문위가 작정하면 분진 폭발 따위 떨쳐내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지금 기련신마는 분진 폭발을 뚫고 덤빌 수 없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기련신마가 기겁성을 내지르며 분진 폭발을 피해 뒤로 물러난다. 한 손에 방패 겸 인질인 중상자 상 노개가 들려 있는 탓이다.

믿는다. 마*카*투 델타!

상 노개의 안위는 그렇게 나노 머신에게 맡겨 두고, 나는 남궁화청을 향해 날아간다.

콰자작, 파작! 파자자자작!

허공을 날며 남궁화청을 공격하기에 여념 없는 작자들에게 전격을 뿌린다.

허공에서 내리쬐는 전격에 열 명의 무인들이 각자 반응했다.

강기로 막아내는 자가 있는가 하면 훌쩍 피하는 자가 있고, 바로 직격 당해 쓰러지는 자가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비수가 날아갔다. 전격과 거의 동시에 방수가 비수를 던진 것이다.

감전되어 쓰러진 자 둘의 목덜미로 비수가 파고들었다.

남궁화청의 후방으로 내려서며 다시 한 번 전격을 뿌리자, 남궁화청의 뒤를 노리던 둘이 뒤로 물러선다.

남은 자들은 남궁화청에게 맡기고 그 둘을 향해 달려든다.

쾅, 콰콰쾅!

당연히 분진 폭발로 둘 사이를 갈라놓으며 말이다.

오올!

내 칼이 빛을 토하며 한 놈을 내려찍는다.

콰앙!

놈이 내 손의 칼을 막는 순간, 섬광에 물든 네 자루의 칼날이 방수의 인도를 따라 놈을 토막 낸다.

그리고 남은 한 놈을 향해 몸을 돌린다. 아니 바로 바닥을 구른다.

콰카카카칵!

시커먼 빛이 소용돌이치며 내가 섰던 자리를 말 그대로 갈아 버린다.

시커먼 빛이 사그라지고, 대신 나타나는 것은 기련신마다. 기련신마가 남궁화청을 제쳐 두고 나를 덮친 것이다.

그런데, 빈손이다.

한 손으로 쥐고 있던 상 노개는?

굳이 고개를 돌릴 필요 없다. 시야 한쪽에 놓인 화면에 상 노개를 찾을 수 있었다. 십여 장쯤 떨어진 바닥에 버려진 듯 널브러진 상태.

“어린놈이 참 대단한 독심이구나, 방해 된다 판단하기 무섭게 동도를 죽이다니 말이다.”

분진 폭발의 충격에 상 노개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웅!

기련신마가 주절거릴 때 단전의 스피커를 잠시 껐다가 말 마치기 무섭게 다시 켰다.

- 쳐요.

남궁화청에게 짧은 전음을 보냄과 동시에 양손을 휘두른다.

콰쾅, 콰콰쾅!

분진 폭발이 기련신마의 코앞에서 일어난다.

“같은 수법이 두 번 통할 것 같으냐!”

노성과 함께 기련신마가 분진 폭발을 뚫는다. 그리고 그런 기련신마의 앞에 섬전의 검강을 휘감은 남궁화청이 들이닥쳤다.

분진 폭발은 기련신마 코앞뿐만 아니라 남궁화청과 초극 고수들 사이에서도 일어났으니….

남궁화청이 일곱 초극 고수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기련신마를 덮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둘이 격돌할 때 나는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개량 유심조를 일으켰다.

콰콰쾅! 콰쾅!

물론 그전에 분진 폭발을 일으켜 초극 일곱의 발을 한 번 묶는다.

그렇게 얻은 시간으로 마음속에 유심조의 궤적을 새긴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현실로 꺼내 휘두른다.

콰쾅!

씨바, 또 막혔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기련신마를 멀찍이 밀어 버렸으니깐.

개구단을 씹어 먹자니 일곱 놈이 나에게 덮쳐든다. 나와 남궁화청이 기련신마를 협공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네놈들이랑 드잡이질 할 생각 없다.

콰콰콰쾅!

피풍의를 활짝 펴고 내 발밑에서 분진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의 기세를 타고 덮쳐드는 그들의 머리를 훌쩍 넘는다.

그리고 그런 내 발밑으로 남궁화청이 상 노개를 주워 업고 내달리고 있다.

그런 남궁화청의 등 위로, 상 노개의 등 위로 내가 내려앉고 한 쌍의 방수가 내 몸과 상 노개의 몸을 남궁화청의 등에 잘 고정한다.

쾅, 콰콰쾅!

분진 폭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그 추진력은 양력이 되어 세 사람의 몸무게를 지우니 남궁화청이 바람이 되어 질주한다.

“상 노개 상태는 어떤가?”

내달리는 와중에 남궁화청이 묻는다.

“문제없습니다.”

호흡 정지에 심장도 멈췄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 이제 돌려!

- 예, 리퍼.

두근두근. 흐으, 하.

내 아래에 깔린 상 노개의 몸에서 심장이 다시 살아나고 미약한 호흡이 돌아온다.

= 뇌 손상은?

- 나노 머신을 활용해 뇌에 직접 산소를 공급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농꾼이 마*카*투 델타를 원격 조종해서 상 노개의 심장과 호흡을 정지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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