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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66화 (166/175)

166화

오리지널(04)

두 명의 천문위가 나를 따라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이에 나는 치솟는 전신을 앞으로 눕히며 바로 활강한다.

콰쾅, 콰콰쾅!

아니 분진 폭발을 일으키며 앞으로 쏘아진다. 그렇게 허공으로 치솟은 두 천문위가 땅에 내려서기도 전에 한껏 거리를 벌린다.

“사부님과 사제는?”

- 우진장의 추격을 피해 대피 중입니다.

피풍의를 활짝 펼치고 함께 내달리고 있는 사부와 사제가 보였다. 생체 드론으로 이쪽 상황을 살폈는지 서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사부님과 사제에게 지금 개량형 유심조를 전할 수 있어?”

- 천문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유심조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천문위의 전투 감각도 같이 운용되어야 합니다.

“같이 전하면 되는 거 아냐?”

- 두 데이터 모두 고용량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합니다.

“통신 벌레들을 활용하면 되잖아?”

- 음파 통신을 해당 데이터에 적용할 경우, 주위를 살피는 생체 드론과의 연결이 끊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뒤를 쫓고 있는 상대가 천문위인 까닭에 도망에 전념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소리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공주 부도로 오는 도중 전할 걸….

휭, 휘잉!

그렇게 후회를 하는 순간 빛나는 구슬이 내 좌우를 지나쳤다.

젠장, 환강이다! 강기를 집약한 파괴의 결정!

콰롸롸뢋!

나를 앞서간 환강이 그 집약된 힘을 풀어내니 강기의 폭풍이 코앞에서 휘몰아친다.

위로 뛰어오르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힘으로 받아쳤다가는 뒤따라오는 천문위에게 붙들릴 게 뻔하니.

“태극혜!”

- HG-06의 데이터 적용합니다.

무당에서 수확한 천문위, 무혹 도장의 데이터를 적용한다.

휘리리리릭!

칼이 원을 그리고 발이 원을 그린다. 칼이 그리는 원이 강기를 거두고, 발이 그리는 원이 몸을 움직여 칼의 궤적을 넓혔다.

그렇게 땅과 허공에 그려지는 원들에 의해 강기의 폭풍이 순식간에 삼켜진다.

아니 칼이 그리는 원이 멈추고 원을 그리던 발이 바닥을 박차는 순간, 그 모든 힘이 칼의 궤적을 타고 땅을 후렸다.

쿠콰콰콰쾅!

힘의 폭발은 추력이 되어 피풍의를 펼친 나를 한층 더 빨리 나아가게 하고, 뒤쫓는 천문위의 앞에 벽을 만든다.

나는 더 빨리 내달리고 천문위는 잠시라도 발을 멈추니, 나와 두 천문위의 거리는 자연스레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단숨에 강을 넘어 북쪽으로 내달리는데, 갑자기 눈앞에 하나의 화면이 뜬다.

전신이 피투성이인 장년인이 잘려 나간 허벅다리를 부둥켜안고 지혈을 하는 모습이다.

“저거 뭐 하는 지랄이야?”

유심조에 다리가 날아간 놈이 분명했다. 하지만 잘린 다리야 단면 맞춰서 갖다 대면 100초 안에 붙는 거 아닌가?

- 나노 머신 소유자가 아닌 듯합니다.

“오리지널이 보낸 놈인데 나노 머신 소유자가 아니라고? 사기 치는 거 아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우진장도 오리지널과 상관없는 척 청도방을 후려치지 않았나.

- 수확 대상자거나 나노 머신 소유자였으면 잘려 나간 다리에 남아 있는 나노 머신의 전파가 수신되어야 정상입니다.

저놈 나에게 제일 먼저 덤빈 놈이다. 다들 둘씩 짝을 지었는데, 홀로 혼자. 그런데 나노 머신 소유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 투입된 놈들은 자연산 천문위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소리. 아니 나노 머신을 가지고 있다 해도 통신용의 극소량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는 것은 치고 빠지기가 통한다는 말인데….”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나노 머신 보유자가 아니라면 상대하기 훨씬 수월한 것이다.

“사부님과 사제, 두 사람을 구일산(九日山) 쪽으로 유도해.”

- 예, 리퍼.

두 사람은 계속 서쪽으로 내달리게 하고.

콰콰콰콰쾅!

나는 피풍의 안에서 분진 폭발을 일으켜 허공으로 치솟았다.

새로 만든 피풍의는 말이 피풍의지 방수와 똑같은 인공 근육의 덩어리.

천문위 정도 되면 기막 생성을 방해해 분진 폭발을 막을 수 있으니, 아예 피풍의 안에 분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거기에 폭발의 압력을 추력으로 바꿀 수 있는 노즐도 있으니, 아예 엔진이 달린 거나 다름없다.

어쨌든 그렇게 연신 분진 폭발을 일으켜 허공 높이 치솟는다. 아무리 천문위라 해도 하늘 높이 떠오른 나를 공격할 수단은 몇 없다.

휘익, 휙!

나를 향해 십수 개의 묵직한 덩어리들이 날아온다.

- 금속 분말 보충합니다.

마원이 자신의 방수로 내던진 것들이다. 금속 분말을 가득 담은 주머니들. 내게 달린 방수들이 움직여 그것들을 받아낸다.

분진 폭발을 위한 금속 분말을 보충하기 무섭게 허공에서 몸을 뒤로 눕혔다가 몸을 비튼다. 그리고 피풍의를 활짝 펴 남쪽으로 활강한다.

내달리던 내가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고 거기에 방향을 바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내 뒤를 쫓던 천문위들이 너도나도 땅 위의 돌을 들어 대응한다.

천문위의 공력이 잔뜩 담긴 돌들이 나를 향해 날아오지만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아니 그냥 유사 기맥에 공력을 잔뜩 때려 박으면 그만이다.

휘리릭, 휙!

농꾼이 피풍의를 조정하니 내 몸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여 회피 비행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피하지 못한 돌이 있기는 하다.

오올!

쾅!

하지만 방수는 폼으로 달린 것이 아니다. 내가 유사 기맥에 불어넣은 공력으로 방수가 쥔 칼에 도기를 일으키고 전압을 걸어 호거술을 적용해 섬광격을 휘둘러 쳐낸다.

내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치자 네 명의 천문위들이 내 뒤를 쫓아 내달리지만, 중력의 도움을 받아 활강하는 내 속도는 그들의 경공 못지않다.

콰쾅, 콰콰쾅!

거기에 분진 폭발이 만들어내는 추력이 더해지니 당연히 그들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활강하는 내 목표는 당연히 다리 잘린 천문위다.

어쨌든 오리지널이 부리는 천문위 아닌가. 기회가 있을 때 줄여 놓는 것이 좋다.

우웅!

천도공과 동시에 유심조를 일으키며 놈을 베는 궤적을 마음에 새긴다.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라 날아오는 나를 피해 달리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 놈은 각오를 다지듯 이를 악물고 한 다리로 몸을 세웠다.

그리고 전신을 강기로 휘감으며 덮쳐드는 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콰쾅!

굉음과 함께 강기를 휘감은 놈의 몸이 뒤로 튕겨 났다.

나는 바닥을 구르며 개방과 형산의 영단을 씹어 삼킨다.

격돌의 충격? 내 전신에 덕지덕지 붙은 방수들이 알아서 해결해 준다.

우웅!

천도공의 자극을 받은 영단의 약력이 단전을 채우다 못해 전신 기맥으로 흘러넘친다.

그리고 전신 곳곳에 박힌 유사 기맥이 그 흘러넘치는 기운들을 빨아들인다.

전신을 휘감은 인공 근육들이 허공을 향해 침들을 뻗어 올리고, 그 침 끝으로 유사 기맥이 빨아올린 기운이 내달리며 도기를 형성하니.

파자자작!

전압이 걸리고.

오올!

전신을 울리는 스피커의 진동에 내 전신이 어둠을 밝히는 빛을 뿜는다.

콰콰콰쾅!

분진 폭발의 추력마저 더한 발놀림에 칼을 휘두른다. 아니 내가 휘두르는 것은 칼뿐만이 아니다. 손발 할 것 없이 전신이 무기. 거기에 방수까지 동원된다.

내 몸을 둘러싼 것은 호신강기가 강화된 정도가 아니다. 어지간한 강기를 뛰어넘는 섬광격의 힘.

카콰콰콰쾅!

한쪽 다리를 잃어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천문위의 몸에 강기를 뛰어넘는 힘의 폭풍이 쏟아지니, 놈이 전신으로 피를 쏟으며 허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 배터리 충전을 시작합니다.

뭐, 2초 남짓 되는 시간에 배터리를 다 비우는 게 문제기는 한데….

- 150.

농꾼이 천문위의 접근을 알리기 무섭게 바로 비수를 하나 뽑아 던져 놈의 머리에 꽂아 준다.

뭐든 확실한 게 좋다.

배터리가 바닥난 상태에서는 천문위 넷은커녕 하나도 힘겨우니 피풍의를 펼치며 내달린다.

- 117. 114…

거리가 줄어든다? 놈들도 죽을힘을 다해 내달린다는 소리. 그러니 나도 전력을 다한다.

콰쾅, 콰콰쾅!

피풍의 안에서 분진 폭발을 일으킨다. 뒤로 불길을 토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서쪽을 향해 달린다. 사부와 사제를 추적하고 있는 우진장이 목표다.

둘의 뒤를 쫓아 서로 내달리고 있던 우진장이 갑자기 발을 멈춘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전신을 강기로 물들인다.

생체 드론을 통했는지 동료의 연락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자신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두 사람 안전거리 확보하면 바로 연락해서 데이터 넘겨.”

사부와 사제를 노리던 우진장이 발을 멈췄으니, 이 기회에 둘의 무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 끌어올려야 했다.

- 예, 리퍼.

“배터리 충전량은?”

- 18%입니다.

이대로라면 우진장과 맞부딪칠 때까지 배터리가 꽉 차지 않을 터.

“급속 충전한다.”

내 말에 눈앞으로 화살표가 뜬다. 충전 지점까지 농꾼이 유도하는 거다.

그 표시를 따라 내달리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

142, 133, 124, 115, 110…

내 뒤를 쫓는 천문위들과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든다.

콰쾅, 콰콰쾅!

분진 폭발과 함께 내 몸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떨어지는 굵은 뇌전.

콰쾅! 콰자자자작!

- 배터리 충전 완료되었습니다.

콰르르릉!

동시에 하늘을 울리는 굉음이 멀어져 간다. 스텔스 모드로 몸을 숨긴 마원이 충전을 끝내기 무섭게 물러나는 것이다.

“우진장과의 시간 거리 표시.”

17, 16, 15…

내 명에 바로 눈앞으로 카운트가 뜬다. 뒤쫓는 천문위와의 거리 차는 4, 5초. 그 시간에 우진장을 끝장내야 한다.

개구단과 화원단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6, 5, 4…

우웅!

천도공과 유심조를 펼친다. 놈의 허리를 베어내는 궤적을 마음에 새기고, 그 궤적을 현실에 그리려는 순간.

놈의 전신 강기가 한 점으로 쏠리며 나를 향해 날아든다.

환강이다!

순간적으로 눈앞으로 문자열이 달리며 몸을 지배하는 감각. 며칠 전에 느꼈던 감각들이다.

그 감각을 따라 칼이 궤적을 그려내니 날아드는 환강이 그 궤적을 그대로 통과한다.

동시에 발이 움직이며 내 몸이 회전하니, 환강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며 힘의 폭풍이 되어 흩어진다.

콰콰콰콰콰쾅!

충격파를 등에 업고 유진장을 덮친다.

오올!

당연히 전신을 섬광으로 물들인 채로 말이다.

콰쾅, 콰카카쾅!

힘과 힘이 격돌한다. 그리고 뒤로 튕겨 나는 것은 유진장!

- 배터리 충전을 시작합니다.

농꾼의 보고. 내 몸을 둘러싼 섬광은 당연히 사라진 상태다.

유진장의 전신 곳곳이 피에 물들어 있지만 죽을 상처는 아니다.

역시 사지 멀쩡한 천문위라 방어가 굳건하다랄까? 시간이 좀 더 있다면 모를까 2초 남짓 되는 시간에 멀쩡한 천문위를 죽이기는 힘들다.

콰콰콰쾅!

분진 폭발을 일으키며 바로 그 자리를 이탈한다. 넷이나 되는 천문위가 들이닥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단 놈들과의 거리를 벌린다. 이제 다시 배터리를 충전하고 놈들의 틈을 노려볼….

- 리퍼, 금정산에서 다수의 전파 신호를 감지…. 공방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뭐?”

농꾼의 보고에 어이가 없다. 금정산 공방은 그냥 거름 구덩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곳을 공격한다고?

- 오리지널과 BZ-03, 05, 08, 10. 공방의 제어권 탈취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젠장, 해킹당하고 있다는 소리잖아!

“그게 말이 돼?”

오리지널이 어떻게 공방을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리퍼의 자격을 잃은 오리지널이다. 공방과 접촉하면 바로 회수 코드가 발동되고 체내의 나노 머신이 기능 정지되는 것이 정상이다.

“설마, 오리지널에게 회수 코드가 먹히지 않는 거야?”

- 예, 리퍼. 오리지널의 나노 머신이 회수 코드에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울 엄마지만 너무하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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