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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 - 무공수확자-167화 (167/175)

167화

오리지널(05)

“다른 개체들은? 공방을 해킹하고 있다면 호신강기를 해제했을 것 아냐? 그것들이라도 기능 정지시켜!”

-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개체들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오리지널이 자신에게 회수 코드가 통하지 않게 손을 썼듯 다른 넷의 나노 머신도 뭔가 손을 본 게 분명하다.

빌어먹을 오리지널! 프로그램 전문가라더니 그 실력으로 수확이나 하지, 왜 날 엿 먹이냐고!

“하아!”

욕 해 봐야 바뀌는 건 없다.

“후!”

심호흡으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누르고 대책을 생각한다.

“해킹 개체들의 정확한 위치는?”

- 공방 인근의 동굴에 모여 있습니다.

지도에 그들의 위치가 표시된다. 내가 금정산에서 수련한답시고 파 놓은 동굴에 들어앉은 모양이다.

“금정산으로 간다. 얼마나 버틸 수 있겠어?”

- 이 상태라면 6,300초. 그 이상은 힘듭니다.

금정산 공방까지 100km. 당연히 직선거리다. 가는데 못해도 30분은 걸린다.

“내가 갈 때까지 버텨!”

오리지널에 수확 대상자가 넷. 나노 머신의 넘버와 오리지널의 행적을 보면 죄다 천문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놈들이 해킹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킹을 위해 호신강기를 해제한 상태. 기습으로 한 명 해치워 내 존재를 각인시키고 주변을 맴돈다면 해킹보다는 나부터 잡으려 들것이다.

금정산으로 방향을 트니 내 뒤를 쫓는 천문위들과 거리가 100 이하로 줄어든다.

콰쾅, 콰콰쾅!

분진 폭발을 이용해 추력을 더해 일순간 속도를 올려 다시 거리를 120 이상 늘린다.

이것들을 달고 금정산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이것들이 해킹범들을 지키고 나를 쫓아낼 것이 뻔하니 말이다.

그 말은 어떻게든 천문위 다섯을 정리해야 한다는 소리. 혼자서는 절대 무리다.

“사부와 사제의 강화는?”

- 공방의 모든 기능이 해킹 방어에 투입되고 있는 터라 공방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은 불가합니다.

데이터를 넘겨 두 사람을 강화하려면 내가 호신강기를 해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진장을 비롯한 천문위 다섯은 나를 쫓고 있는 상황. 일단 두 사람의 안전거리는 확보된 셈이니….

“사부와 사제에게 연락해서 호신강기 해제하라고 해.”

- 예, 리퍼.

몇 초 후, 농꾼의 보고가 이어진다.

- 준비되었습니다.

바닥을 박차는 움직임은 방수와 내 몸을 감싼 인공 근육에게 맡기고, 호흡을 조절해 호신강기를 해제한다.

나노 머신 간의 데이터 송신은 긴 시간이 필요 없다.

- 데이터 전송 완료되었습니다.

몇 초 만에 바로 공력을 활성화한다.

“사부와 사제에게 배달할 수 있지?”

작은 주머니에 개구단과 화원단을 세 개씩 밀어 넣는다.

- 예, 리퍼.

영약이 없으면 유심조로 기습 한번 하고 뻗어야 했다. 당장 죽여야 하는 천문위가 하나도 아니고 다섯이나 있는데,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영약을 넣은 주머니 둘을 만들어 둘러맨 칼자루에 하나씩 묶었다.

휘익! 휙!

방수가 움직이니 두 자루의 칼이 연속으로 허공을 날았다.

높이 치솟다가 떨어지는 두 자루 칼을 하늘을 날던 수리가 낚아채고 높이높이 날아오른다.

천문위의 손이 닿지 않을 고도까지 올라간 수리가 사부와 사제를 향해 날아간다.

그 사이에 사부와 사제에게 통신을 넣어 일단의 계획을 전했다.

- 알겠다.

- 바로 움직이지요.

사부와 사제가 영약과 칼을 받고 계획대로 준비할 동안 천문위 다섯을 끌고 다닌다.

120m, 4초 거리를 유지하면서 5분 정도 내달렸을까.

- 완료되었습니다.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과 동시에 눈앞으로 화살표가 떠오른다.

농꾼이 인도하는 대로, 화살표가 이끄는 대로 내달린다. 거의 90도로 꺾어지는 급격한 방향 전환.

- 110, 90, 80, 70…

뒤쫓는 자들과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공력이 잔뜩 실린 돌멩이들이 날아든다.

나도 땅 위를 달리고 있으니 돌멩이들에 대한 대응은 쉽다.

휘익, 휙!

방수를 이용해 똑같이 돌을 던져 준다.

탕, 파학!

방수가 던진 돌들이 날아드는 돌들과 부딪쳐 박살난다. 천문위의 공력이 깃든 돌들이라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지만, 궤도를 비틀기에는 충분했다.

- 40, 30, 20…

거리가 확 줄어드는 순간, 다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콰쾅, 콰콰쾅!

폭발의 추력을 더해 순식간에 가속한다. 1초 거리 안으로까지 다가온 놈들과의 거리가 다시 3초로 늘어난다.

그렇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놈들을 유인한다.

- 리퍼.

목적지에 도착하기 무섭게 농꾼의 신호가 떨어진다. 나는 개구단과 화원단을 씹어 삼키며 바로 천도공을 일으킨다.

우웅!

격발된 약력에 전신으로 힘이 넘쳐흐른다. 몸을 돌리며 두 발로 땅을 딛는다.

콰자자작!

두 발과 방수가 땅을 긁으며 수 장을 미끄러진다.

동시에 전신 곳곳에서 뻗어 나오는 침들에서 도기가 치솟고.

파자자작!

그 도기에 바로 전압이 걸린다.

콰콰콰쾅!

몸이 급히 멈추기 무섭게 분진 폭발의 힘이 추력이 되어 이때껏 내달리던 방향과 반대로 나를 쏘아낸다.

도망가던 내가 갑작스레 몸을 돌려 돌진하자, 다섯 천문위들은 서둘러 몸을 강기로 휘감으며 각자의 절기를 펼쳤다.

오올!

이에 내 몸도 빛으로 뒤덮인다.

카카카카카쾅!

힘과 힘의 격돌.

천문위의 전투 감각으로 쏟아지는 공격을 맞받는다. 전신을 섬광으로 감싼 나는 전신을 강기로 감싼 천문위의 공격에 밀리지 않는다.

거기에 공격을 펼치는 힘은 내 근력에 인공 근육의 보조까지 받는다. 천문위 다섯이 상대라도 나에게는 ‘방수’라는 또 다른 손이 있다. 전신이 빛나는 한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섯 천문위의 신경이 온전히 내게 쏠리는 순간.

그들이 막 지나친 땅이 조용히 뒤집히며 두 개의 인영이 튀어 나온다.

그리고 그려지는 살벌한 궤적 둘.

파핫!

나를 공격하는 데 여념 없던 천문위 하나의 팔이 잘려 나가고.

팟!

또 다른 천문위의 다리가 잘려 나간다.

콰쾅, 콰콰쾅!

그리고 바로 일어나는 분진 폭발.

등 뒤에서 갑작스레 터진 분진 폭발에 멀쩡한 천문위 셋이 잠시 멈칫할 때.

콰콰콰쾅!

나도 분진 폭발을 일으켜 전력을 다해 뒤로 몸을 물린다. 이 모든 것이 2초 안에 일어난 일.

당연히 내 몸에서 섬광은 사라진 상태다.

뒤로 물러나는 내 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두 명의 천문위가 나를 향해 덮쳐드니.

휘익, 휙!

등 뒤의 방수가 내 몸을 허공으로 높이 내던진다.

콰콰콰쾅!

거기에 더해진 분진 폭발의 추력이 내 몸을 허공 높이 치솟게 한다.

“급속 충전!”

콰자자자작!

스텔스 모드로 몸을 숨기고 인근을 활공하고 있던 마원이 쏘아낸 뇌전이 그대로 전신을 강타하며 배터리를 꽉 채운다.

다시 영단을 쌍으로 털어 넣고 삼킨다.

우웅!

천도공에 약력이 폭발한다. 기맥으로 기운이 맥동치고, 전신으로 도기가 흐르니.

파자자작!

전압에 걸려 유사 강기로 변하고.

오올!

전신으로 빛이 흘러넘친다.

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내 전신이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몸 멀쩡한 셋이 나를 막아섰다.

“환강을!”

그중 하나가 다친 둘에게 외쳤다.

콰콰카캉!

나와 천문위 셋이 격돌한다.

내 몸을 둘러싼 것은 어지간한 강기를 뛰어넘는 섬광격의 힘.

그걸 뚫기 위해 다친 둘이 전신의 강기를 모아 환강을 만들어 나에게 쏘아낸다.

천문위의 모든 힘이 집중된 파괴의 결정.

허나, 그 파괴의 결정들은 내게 닿기 전에 허무하게 흩어졌다.

환강의 주인 둘이 사이좋게 목이 달아났으니 당연한 일.

유심조로 암습을 성공한 사부와 사제는 바로 몸을 뺐다.

콰콰콰쾅!

분진 폭발을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콰쾅, 콰콰쾅!

나 역시 피풍의로 연신 추력을 뿜으며 허공으로 내뺀다.

“어딜!”

천문위 하나가 따라붙으며 칼을 휘두르지만, 배터리 잔량 제로라 해도 천도공이 유지되는 한 몇 초는 버틸 수 있다.

오올!

캉, 카캉! 콰쾅!

호거술로 강화된 유사 강기를 내뿜는 소도를 쥔 방수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여 천문위의 공격을 받아내는 순간, 다시 피풍의가 추력을 뿜었다.

순식간에 천문위를 떨쳐내고 몸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힐끔 아래를 보니 땅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천문위는 없다.

셋 다 사부와 사제를 뒤쫓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암습으로 동료 둘이 죽어 나자빠졌으니, 손이 닿지 않는 허공으로 날아오른 나보다 저 둘을 먼저 처리하려는 것이다.

사부와 사제는 피풍의를 펼쳐 전력을 다해 내달리고 있었다.

둘 다 천문위보다 한결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것이 천도공으로 약력을 터트린 듯했다.

“쫓아!”

내 명에 피풍의가 움직이며 사부와 사제의 뒤를 쫓는 세 천문위를 향해 활강한다.

- 급속 충전하시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아직 배터리가 비어 있다.

“해!”

내 명에 농꾼이 피풍의를 움직여 잠시 활강 방향을 바꿨다.

콰르르릉!

그리고 떨어지는 벽력. 배터리가 순식간에 차오르자, 내 쪽으로 뭔가가 날아든다.

방수가 받아들고 피풍의 안으로 사라지는 그것들은 금속 분말을 채운 주머니들.

다시 피풍의가 움직이고 활강의 방향이 세 천문위로 바뀐다.

콰콰콰쾅!

피풍의 안에서 분진 폭발이 일어나고 그게 추력이 되니 천문위를 향해 날아가는 내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 8, 7…

농꾼이 나와 놈들 간의 시간 거리를 알려 준다. 두 영단을 입에 머금고 4초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천도공과 유심조를 연동한다.

- 2…

콰콰쾅!

피풍의 속에서 다시 한 번 분진 폭발이 일어나며 발생한 추력이 1초의 거리를 순삭한다.

그리고 발동되는 유심조.

파라랏!

살벌한 궤적이 허공을 가른다. 유심조의 도격에 걸려드는 것은 없었다. 뭐, 나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천문위 셋을 흩어놓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깐.

바로 땅에 내려서기 무섭게 영약을 씹어 삼킨다.

우웅!

천도공의 진동에 영단의 약력이 격발되며 전신 기맥으로 기운이 요동친다.

전신에서 도기가 치솟고, 그 도기가 유사 강기가 되고, 섬광이 되어 전신을 흐른다.

콰콰콰쾅!

그리고 목표로 한 천문위, 유진장을 향해 돌진한다.

카카카카카쾅!

휘몰아치는 공격.

유진장이 피를 뿌리며 튕겨 난다. 한 번 당해서 적잖은 상처를 입고 있던 그인지라, 이번에는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하압!”

“탓!”

분노의 기합성과 함께 천문위 둘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나는 이미 피풍의가 뿜어 내는 추력에 의지해 허공으로 도망간 뒤다.

내달리는 와중에 등 뒤에서 덮쳐드는 유심조를 피하고자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굴린 천문위들이다. 당연히 셋 사이의 거리는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 거리는 내게 유진장을 끝장내고 몸을 뺄 충분한 시간을 만든 것이다.

남은 천문위는 둘.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허공에서 급속 충전을 한 뒤 다시 한 번 돌격하고, 그 틈을 타 사부와 사제가 유심조로 두 천문위의 사지를 하나씩 끊고 빠진다.

그 뒤에 내가 다시 전신을 섬광으로 물들이고 한 명을 때려잡을 때, 사부와 사제가 한 명을 협공해 잡았다.

내가 넘긴 화원단으로 기력을 회복한 사부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천문위를 상대하던 방법은 우리에게 알려 준 유심조가 아니더구나?”

약력을 이용해 전신을 섬광격으로 둘러싸는 방법에 관해 묻는 것이다.

“천문위를 상대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입니다.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인지라….”

“파머 노형의 종자를 통해서 넘겨 보거라.”

사부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예.”

사부가 호신강기를 억제하기 무섭게 바로 데이터를 넘겼다.

“흠.”

사부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을 이었다.

“이것도 충분히 훌륭한 방법이다만, 하나로 모아 휘두르면 유심조보다 더한 수법이 될듯한데?”

“예?”

“천문위가 환강을 만들 듯 말이다.”

허,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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