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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157화 (157/425)

레스큐 시스템 157화

짐 머레이는 수혁의 소식을 듣고 모든 일을 미룬 채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간 추진하고 있던 일들의 결실이 맺어지려던 중요한 때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애초에 그 모든 일은 수혁을 위한 선물 중 하나였으니까.

수혁이 저 꼴을 당했는데 그딴 선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짐 머레이는 최은송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여긴 어떻게 아시고……?”

최은송이 그런 짐 머레이를 향해 물었다.

사실 짐 머레이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보쯤은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것이 현재 짐 머레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수혁에 대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수혁이 부상을 입은 지 3일이 흐른 뒤에 온 것도, 그의 입장에서는 많이 늦은 것이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군.”

짐 머레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최은송을 바라봤다.

그가 전해 들은 수혁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절망할 정도로 말이다.

특히 최은송은 아직 결혼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거의 수혁의 아내와 다름없는 사이였다.

지금 그녀가 얼마나 힘이 들고 두려울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수혁 씨는 괜찮을 거예요.”

최은송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야지.”

짐 머레이 역시 그러길 바란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한국말이 가능하던 경호원이 짐 머레이의 말을 듣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부터 수혁의 치료는 우리 쪽에서 전부 책임지겠네.”

짐 머레이가 최은송에게 말했다.

최고의 의사들과 최고의 의료기기.

그리고 그것들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까지 모두.

짐 머레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수혁의 치료를 돕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미국으로 이송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특히나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치료비는 모두 짐 머레이가 책임지기로 했으니, 수혁은 한국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짐 머레이는 할 수만 있다면 수혁을 당장 미국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지금 수혁의 상태가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이미 병원과 의료진들을 모두 구해놓은 상태이니 준비가 되는 대로 이송하면 될 걸세.”

그 말에 최은송의 눈이 커졌다.

최은송 역시 유영자와 대화하며, 수혁을 더 좋은 병원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짐 머레이는 두 모녀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이미 손을 써둔 것이었다.

최은송은 짐 머레이를 가만히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수혁과 짐 머레이의 관계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생명의 은인.

수혁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그를 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을 터였다.

최은송은 수혁이 베푼 선한 일이, 이런 식으로 보상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때, 한쪽에서 당황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자연히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갑자기 환자를 이송시키다니요? 그것도 저런 중환자를!”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은 수혁의 주치의였다.

그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위쪽에서 이미 그렇게 결정난 일이니까.”

“보호자! 보호자 동의는 받은 겁니까?”

“환자에게는 법적인 보호자가 없다는 거 자네도 알잖나.”

“아니, 그럼 환자 본인의 동의는 받아야 할 거 아닙니까?”

“이미 동의했네.”

다른 의사의 말에, 수혁의 주치의는 입을 다물었다.

환자의 주치의도 모르는 사이 이미 절차를 다 밟았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불과 몇 분 되지 않는 사이에 말이다.

환자를 빼앗긴 것 같은 기분에 화도 나고, 어이도 없어 헛웃음만 짓던 의사는 홱- 하고 몸을 돌려 자리를 뜨고 말았다.

“저 사람이 수혁을 맡고 있던 의사였나 보군.”

짐 머레이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대충 분위기를 보고 눈치를 챘다.

“네, 맞아요.”

“쯧, 저 의사에겐 미안한 짓을 했군.”

의사는 수혁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주치의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환자의 이송을 결정했으니, 그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충분히 짐작되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수혁을 이곳에 둘 순 없지.”

짐 머레이의 말에 최은송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미안한 감정과는 별개로, 조금 더 좋고, 조금 더 뛰어난 의사에게 수혁의 치료를 맡기고 싶었으니까.

“아무튼 준비가 되는대로 수혁의 이송을 시작할 걸세.”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최은송이 감사 인사를 하자, 짐 머레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라네.”

* * *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을 느낀 수혁은 감았던 눈을 서서히 떴다.

진통제로 인해 한동안 의식이 없었던지라, 상황을 파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이요?”

“네, 지금 바로 준비해 주세요.”

“아니, 이렇게 갑자기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저희가 어떻게…….”

“위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까, 우선적으로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왠지 짜증과 당황이 섞여 있는 대화를 들은 수혁은 의아해했다.

‘준비?’

대체 무슨 준비를 하라는 소리일까?

아직 약효가 남아 있는지, 수혁의 정신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고 멍한 상태였다,

제대로 된 생각조차 할 수가 없는 상태였기에, 그저 간간이 들리는 대화를 듣고만 있는 수밖에 없었다.

‘환자, 이송, 서울?’

키워드를 듣고 한참 동안이나 생각한 뒤에야, 수혁은 누군가 병원을 옮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을 알아낸 수혁은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별일 아니었다.

‘나랑 관계없는 일이고.’

수혁은 지금은 자신의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쓸 여유 따윈 가질 틈이 없었다.

하지만 수혁이 저 대화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수혁 씨.”

의사의 목소리였다.

수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의사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방금 대화를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수혁 씨는 이제 곧 다른 병원으로 트랜스퍼 될 예정입니다.”

‘트랜스퍼? 이송된다고?’

수혁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육체는 아직도 그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역시 모르고 계셨군요.”

의사는 그럴 줄 알았다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본인 동의는 개뿔.”

누군가를 향해 욕설을 내뱉은 의사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수혁을 쳐다봤다.

“뭐, 서류 절차상으로는 이미 끝난 이야기니까. 아무튼 오늘 내로 서울의 대학 병원으로 이송될 겁니다. 모쪼록 쾌차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끝으로 수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려 떠나 버렸다.

물론 수혁은 대답할 순 없는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갑자기 이송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수혁은 혼란스러웠다.

‘은송 씨인가?’

자신이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만한 사람은 최은송밖에 없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너무도 미안했고, 도저히 그녀를 볼 낯이 없었다.

‘젠장.’

이제는 헤어져야 할 사람이었다.

그런 최은송에게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은, 수혁에게 고스란히 마음의 빚이 되었다.

‘그냥 죽었어야 했다. 회귀 같은 걸 하지 말고, 그냥 그때 죽었어야 했어.’

만약 그랬다면 최은송이라는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녀를 힘들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죽지 않고 살아난 것 자체가 후회되었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그날로 돌아가 그냥 죽고 싶었다.

‘레벨이고 스킬이고 퀘스트고 다 필요 없으니까…….’

자기 비관을 하던 수혁이 움찔했다.

‘……퀘스트?’

그러고 보니 정신을 잃기 전,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글자를 본 것 같기도 했다.

곧바로 의식이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수혁이 속으로 ‘퀘스트’를 속삭였다.

그러자 눈앞에 글자들이 좌르륵- 하며 펼쳐졌다.

지금 수혁의 시력은 정상이 아니었음에도, 글자만큼은 평소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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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성공!

*당신은 퀘스트를 완벽히 수행했습니다.

*퀘스트 초과 수행!

*당신은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필요 경험치 충족으로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업! 신체 능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23이 되었습니다.

*화상을 입을 확률이 소폭 감소합니다.

*스킬 : ‘회복I’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초과 수행으로 인해 보상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스킬 ‘회복I’이 ‘회복Ⅱ’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

*보상을 지급합니다.

*‘위험 감지Ⅱ’가 ‘위험 감지Ⅲ’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생명 감지Ⅱ’가 ‘생명 감지Ⅲ’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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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올라가는 글자들에 수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계속해서 수혁을 괴롭히던 고통마저 잠시 잊을 정도였다.

‘퀘스트 초과 수행?’

이건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이번 퀘스트 내용은 ‘모든 요구조자를 구조하라!’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요구조자를 구조하라!’였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를 구했으니, 초과 수행이라는 말이 붙을 만했다.

그리고 업적 달성.

이것 역시도 방금 생각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업적.

대체 그런 평가는 누가 내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스킬…….’

수혁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됐다.

‘회복Ⅱ’.

이름만 봐도 무슨 스킬인지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수혁이 그 어떤 것보다도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었다.

다른 스킬들이 한 단계 성장한 것도 좋은 일이긴 했지만, 몸을 회복시킬 수 있는 스킬을 얻은 것보다 기쁘진 않았다.

수혁은 설렘과 긴장이 가득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회복Ⅱ.’

동시에 말로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운이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괴사된 피부에 새살이 돋아나지도 않았고, 손상을 입은 폐나 기도가 나은 것도 아니었다.

‘회복Ⅱ’은 게임처럼 순식간에 몸을 낫게 해주는 그런 스킬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수혁은 실망하지 않았다.

‘안 아프다.’

통증이 사라졌다.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와 비교해 보면 천국과 지옥 정도의 차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수혁은 알 수가 있었다.

‘나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조금 흐른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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