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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160화 (160/425)

레스큐 시스템 160화

“이거 좀 이상한데……?”

“뭐가 말입니까?”

수혁의 차트를 보고 있던 임현수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것을 본 전문의가 물었다.

“김수혁 환자 말이야.”

“아, 그 VIP요?”

수혁은 이 병원 내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였다.

혼자서 수십 명을 구하고 죽을 위기에 처한 소방관.

그것이 이전에도 몇 번이나 이슈가 됐던 수혁이었으니, 당연히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서도 수혁을 취재하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절대 안정이 필요한 수혁을 취재할 순 없어 그냥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것 좀 한번 확인해 봐.”

임현수가 손에 들고 있던 차트를 건네주었다.

“……어?”

수혁의 차트를 본 전문의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치? 좀 이상하지?”

“그러네요. 염증 수치도 줄고, 괴사 범위도 줄어들었어요.”

“염증이야 항생제 처방을 한 덕분에 그렇다 치고, 괴사된 피부 조직이 재생되고 있다는 건 너무 이상해.”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전무한 곳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다른 과는 어때?”

“그렇지 않아도 차트 몇 개가 오긴 했는데,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전문의는 온갖 서류들이 쓰레기처럼 쌓여 있는 책상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몇 가지 서류철을 발견하고는 챙겨서 펼쳐 보았다.

“음……. 확실히 이상한데요?”

다른 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폐와 기도 쪽은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시력도 복구됐지?”

“네, 이제 사물도 거의 정확하게 분간하고 있고, 동공 반응도 정상에 가깝습니다.

“이거 참, 이상하네.”

환자가 회복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알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임현수는 전문의가 챙겨준 다른 차트를 모조리 확인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회복되고 있다.’

수혁의 망가진 육체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회복돼 가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절제하는 방법 외에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폐의 기능이 좋아지고, 괴사된 피부가 재생되고 있었다.

임현수의 지식과 경험상, 이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가자.”

“어딜 말입니까?”

“김수혁 환자한테.”

임현수가 차트를 들고 가운을 챙겨 입으며 말하자, 전문의가 시계를 한번 확인하고는 말했다.

“지금은 회진 시간이 아닌데요?”

“의사가 회진 시간에만 환자를 보나?”

임현수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하자, 전문의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

차트로 봤을 땐 확실히 회복세에 접어든 환자였다.

하지만 임현수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수혁이 회복하고 있다면…….

‘이거야말로 기적이지.’

임현수가 서둘러 의국을 나서 수혁의 병실로 향했다.

왠지 모를 기대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 * *

“전부 무사하다.”

박상태는 그답지 않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혁에게 말을 했다.

“진짜 위험했단다. 단 몇 분만 늦었어도 살릴 방법이 없었을 거라고, 천운이 따랐다면서.”

김강식 역시 유난히 호들갑을 떨었다.

‘그거 다행이네요.’

이미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통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수혁은 다행이라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뉴스에서도 난리다. 푸켓의 영웅이 또다시 사람을 구했다면서. 어떤 인터뷰에서는 초등학생이 너 같은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다던데?”

‘그건 좀…….’

매일 다치고, 죽을 위기를 넘기는 자신 같은 소방관이 뭐가 좋다고.

“너를 위해 모금 운동도 펼친다던데, 그건 제수씨가 막았다. 어차피 짐인지 빔인지 하는 그 돈 많은 양반이 모든 치료비를 대주겠다고 했으니까. 괜히 모금 받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잘했네요.’

그런 모금을 해서 뒤끝이 좋았던 걸 본 적이 드물었다.

최은송이 현명하게 대처를 잘한 것 같았다.

‘근데 나한텐 그런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괜히 신경쓰지 않도록 배려해 준 듯했다.

“그러니까 이제 너만 나으면 된다.”

서로 앞다투어 수혁에게 자랑하듯 말하던 대원들이, 박상태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상태 형…….”

김강식이 그런 박상태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주었다.

“뭐, 인마. 할 말 있으면 입으로 해. 팔꿈치로 하지 말고.”

“아니, 그게 아니라.”

김강식이 당황하자, 박상태는 픽- 하고 웃었다.

“이놈은 회복할 수 있다.”

박상태는 그날 자신이 본 광경을 잊지 못했다.

자신이 잘못 본 거라고, 아니면 너무 뜨거운 열기에 정신이 잠깐 어떻게 됐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날 본 것은 사실이었다.

‘뭔 방어막 같은 게 불을 막았지.’

수혁이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도, 박상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줄 리가 없었으니까.

그만큼 그날 본 수혁의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그런 능력이 있는 놈이니 다 낫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근거 없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바라고 있는 희망 사항이기도 했다.

‘걱정 마요, 다 나을 테니까.’

지금도 처음 정신 차렸을 때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였다.

육안으로는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지만, 수혁은 자신이 낫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체감했다.

‘일단 숨도 잘 쉬어져.’

열기에 폐의 일부가 익어버렸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자연치유가 될 가능성도 없는 상태.

그것을 본 모든 의사가 절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자서 자가 호흡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수혁은 힘겹지만 혼자서 호흡할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이 되었다.

아직까진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틸 순 없었지만, 혼자서 호흡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불에 타서 파마한 것처럼 되어 싹 밀어버렸던 머리카락이,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었다.

오죽하면 최은송이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야한 생각을 하냐면서 농담할 정도였다.

시력도 좋아졌고, 진물이 흐르던 피부도 조금씩 새살이 돋아나는 중이었다.

아직은 의사들도 수혁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조만간 경악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짐 머시기 양반은 왜 안 찾아온답니까?”

박정우가 짐 머레이에 대해 물었다.

그는 수혁의 병원을 옮기고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한 뒤, 무엇이 바쁜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수혁은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서라도 짐 머레이를 보고 싶었지만, 최은송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고 했다.

‘많이 바쁜가?’

그래도 한 번은 찾아올 게 분명했으니, 그때를 기약했다.

똑똑-

노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리며, 임현수가 들어왔다.

“응? 지금은 면회 시간이 아닙니다만.”

임현수는 구조 3팀의 대원들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수혁은 절대 안정 상태였다.

보호자인 최은송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선 면회 자체를 허가해 주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도 있었고, 충분히 쉬어야 할 수혁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임현수는 대체 저들이 여길 어떻게 들어왔는지 놀라웠다.

“아, 저희는 이놈 동료인데…….”

“제수씨, 아니, 은송 씨가 괜찮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면회 시간이 아니라는 말에 이재한과 박정우가 당황하며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손 소독도 제대로 했고, 혹시 몰라서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들의 변명에 임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치의로선 절대 허가해 줄 수 없는 면회였지만, 최은송이 직접 데리고 온 사람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최은송은 이 병원에서 그 누구보다도 강한 권력을 지닌 상태였다.

한규진 이사장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납득한 임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오래 계시면 안 됩니다. 김수혁 환자는 지금 보기보다 심각한 상태이니.”

사실 한눈에도 심각해 보이긴 했다.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박상태는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수혁에게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그럼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임현수가 대원들 사이를 지나 수혁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

임현수의 질문에 수혁이 눈을 한 번 길게 깜빡였다.

괜찮다는 뜻이었다.

“통증은 버티실 만합니까?”

이제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는 의식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진통제와 안정제를 쓰지 않으면, 쇼크가 올지도 모를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수혁은 진통제를 거부했다.

충분히 버틸 만한데 괜히 약을 더 쓸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것을 들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수혁을 보고 무슨 자기가 관우인 줄 아느냐며 놀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제를 달라고 조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혁은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진통제를 맞지 않았다.

그 후로 수혁에게는 관우라는 별명이 잠깐 붙기도 했었다.

수혁은 다시 한 번 눈을 깜빡였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통증이 거의 가셨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임현수로선, 수혁의 인내심이 인간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감탄한 임현수는 본격적으로 수혁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화상이 가장 심한 어깨와 등 부분을 차근차근 살펴본 임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음…….’

확실했다.

며칠 전 확인했을 때보다 나아졌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으면, 육안으로는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지만…….

‘놀랍군.’

수혁의 신체가 범상치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근육은 웬만한 운동 선수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발달되어 있었고, 골격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단단했다.

모르긴 몰라도, 체력과 근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났을 것이다.

‘그런 신체 능력 덕분인가?’

임현수는 그렇게 생각했다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다한들, 괴사한 조직을 회복시킬 순 없었다.

괴사란 말 그대로 생체 세포와 조직이 죽었다는 뜻이니까.

죽은 세포가 회복되고 있다는 건, 죽은 생명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임현수는 지금 그 불가능한 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저…… 선생님.”

궁금함을 참지 못한 박정우가 조심스럽게 임현수를 불렀다.

임현수는 뒤를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습니까?”

박정우는 선배들의 눈총을 받으며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하면서도, 끝까지 질문을 마쳤다.

“김수혁 환자의 상태를 물으시는 건가요?”

“어, 네.”

임현수는 자신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수혁의 눈을 한번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저도, 제가 이상한데……. 아주 좋습니다.”

임현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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