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큐 시스템 246화
현장에 도착한 시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기 바빠 보였다.
“어? 시애 아니야? 버블걸스?”
그러던 중, 구경하던 누군가가 카메라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가, 시애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김예슬도 있어!”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촬영하나 본데?”
“이런 곳에서?”
여기는 화재 현장이었다.
저 불이 촬영을 위해 일부러 낸 것이 아니라면, 촬영하기에는 부적절한 장소였던 것이다.
“아, 무슨 소방관 체험 같은 건가 보다.”
잠시 당황했던 사람들은, 출연자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는, 그제야 어떤 종류의 촬영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타인의 삶인지 뭔지 하는 건가?”
“그게 뭔데?”
“직업 체험 같은 거 하는 예능.”
“그거 별로 재미없지 않나?”
출연자들은 자신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대원들에게 죄송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괜히 이런 주목도 때문에 일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신경쓰실 것 없습니다. 저희는 괜찮으니까.”
박상태가 시애와 김예슬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저 조금 더 소란스러워졌을 뿐, 어차피 차단선 안쪽으로는 접근도 하지 못했으니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으세요?”
“이런 관심이야 어느 현장을 가도 받는데요, 뭘.”
소방관들이 출동하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게 마련이었다.
그것이 호기심이든, 걱정이든.
그러니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은 꽤나 익숙한 일이었다.
시애는 다행이라는 듯 작게 웃어 보였다.
“다른 분들은 벌써 들어가셨나요?”
구급대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기에, 수혁과 구조대가 투입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몇 분 전에 들어갔습니다.”
“아…….”
시애가 조금 아쉽다는 듯 탄식했다.
방화복과 장비를 매고 화재 현장에 들어가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나 걸릴까요?”
김예슬이 궁금하다는 듯 박상태에게 물었다.
구조대가 투입된 지 아직 5분 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시간.
슬슬 준비를 마친 화재 진압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한 박상태는 잠시 계산을 해보았다.
구조대원이 다섯 명.
요구조자는 열다섯 명.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지하상가.
얼마나 걸릴지 도저히 가늠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투입된 구조대원들 중에는 수혁이 있었다.
“20분, 늦어도 20분이면 나올 겁니다.”
박상태는 수혁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분이요?”
하지만 김예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고작 그 정도면 된다고요?”
그녀가 생각하기엔 20분이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네, 아마도. 가능할 겁니다.”
박상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예슬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대체 이 사람들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제도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선에서였다.
뛰어나긴 했어도, 훈련받은 사람들이라면 할 수 있는 수준.
그래서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김예슬의 표정을 본 박상태는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도 수혁이란 놈의 능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그저 ‘수혁이라면 가능하겠지’ 정도일 뿐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네요.”
김예슬은 고개를 저었고, 박상태는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가 20분이라고 상정하긴 했지만, 그것이 정확한 건 아니었다.
안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안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20분을 넘겨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얼마나 걸리는 지 한번 보죠.”
박상태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대화가 오가자, 솔직히 그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구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갑자기 시애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박상태와 김예슬이 시애를 쳐다봤다.
그러자 시애가 손을 들어 지하상가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 저거. 수혁 오빠 아니에요?”
둘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수혁이 들어간 지 아직 10분도 되지 않았다.
“저기 보시라니까요?”
농담처럼 보이진 않았다.
박상태가 시애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봤다.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올라오는 일단의 사람들을 말이다.
“……김수혁?”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확실히 수혁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구조 3팀의 대원들과 보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사람들의 숫자를 세 본 박상태의 얼굴에 황당함이 서렸다.
“미친놈.”
20분?
20분 같은 소리 하네!
박상태는 자신이 수혁을 엄청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수혁의 능력은 박상태의 생각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저러니 괴물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지.”
수혁이 싫어하긴 하지만, 괴물이란 단어 외에는 그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아, 김코난 같은 것도 있긴 하지.’
박상태는 피식- 하고 웃으며 무전기에 손을 가져다댔다.
“구급대. 지금 당장 달려와.”
구조가 끝났으니, 구급대에 인계할 시간이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수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김예슬에게 물었다.
서로 복귀한 이후, 김예슬이 계속해서 수혁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거예요?”
박상태가 예상했던 20분도 엄청 짧다고 생각했다.
요구조자의 숫자가 열 명이 넘어간 상황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구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말은 곧 1분에 한 명 이상을 발견했다는 뜻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하상가에서, 요구조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어떻게 그런 신속한 구조가 가능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김예슬은 다른 대원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하나.
‘수혁 씨 덕분이라고 했지.’
그 말을 들은 김예슬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은 물어보고 말았다.
“뭐가요?”
수혁은 그녀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눈치챘지만, 시치미를 뗐다.
“뭐긴 뭐예요. 지하상가에서 한 일이요.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그냥 평소대로 한 겁니다만…….”
“평소대로요? 박 팀장님은 20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하셨는데, 그 절반도 안 걸렸거든요?”
“운이 좋았습니다. 요구조자들이 모여 있었거든요.”
수혁은 계속해서 둘러댔다.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비밀을 모두 까발릴 순 없는 일 아닌가?
‘믿지도 않겠지만.’
하지만 김예슬은 여전히 호기심과 궁금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혁을 쳐다봤다.
그것을 본 수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예슬 씨가 궁금해하는 그런 비밀 같은 건 없습니다. 그저 평소에 했던 훈련대로 했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김예슬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수혁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수혁 오빠!”
김예슬이 그런 수혁을 잡으려던 순간, 시애의 음성이 들려왔다.
수혁과 김예슬의 시선이 돌아갔다.
요구조자들의 병원 이송을 끝마친 시애가 복귀하다, 수혁을 보고 부른 것이었다.
“다녀왔어?”
“네. 모두 큰 문제는 없다고 하네요.”
수혁이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에 걸린 시간이 짧긴 했지만, 그래도 그사이 연기를 마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시애는 수혁과 김예슬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그러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오빠, 설마……?”
그러자 수혁이 시애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아야!”
“설마는 뭐가 설마야?”
“아니, 분위기가 그렇잖아요.”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시애의 모습에 수혁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냥 얘기 좀 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럼 다행이고요.”
시애는 장난이었는지 혀를 내밀며 웃었다.
“그럼 이만 들어가시죠.”
수혁이 김예슬을 보며 말하자, 김예슬은 조금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건지 꼭 알아내고 싶었는데, 결국은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으니까.’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는 수혁은, 시애와 수다를 떨며 사무실로 향했다.
“아, 수혁아.”
사무실에 들어가자 김강식이 수혁을 불렀다.
“팀장님이 부르신다. 아마 휴게실에 계실 거야.”
“저를요?”
“그래.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으시던데?”
지금 박상태가 수혁을 부를 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내일 일 때문인가?’
휴게소로 간 수혁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에는 이기석 PD가 박상태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부르셨어요?”
“들어와.”
수혁이 이기석 PD에게 인사를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수혁에게 다가가 마이크를 껐다.
“어제 말씀드린 일 있지 않습니까?”
이기석 PD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대충 계획은 정리가 됐습니다.”
“그럼 내일 촬영할 수 있는 건가요?”
수혁이 묻자 이기석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일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혁과 박상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말씀하신 대로 진행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이기석 PD가 걱정하는 것은 하나였다.
“만약 내일 출동이 너무 잦으면 계획대로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대본을 만들어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네요.”
아무리 수혁이라 한들, 내일 일을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시간적 여유가 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음……. 만약 시간이 안 되면, 퇴근 후 밤에라도 찍는 건 어때요?”
그때 수혁이 의견을 냈다.
“밤에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기석 PD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틀간 소방관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런데 퇴근 후에 추가 촬영을 한다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게 불 보듯 뻔했다.
“상태 형, 괜찮죠?”
수혁의 말에 박상태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모레는 비번이니까. 조금 무리해도 괜찮다.”
이 일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방계의 비리였고, 잘못이었다.
자신들이 조금 힘들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도 안 됐고.
‘게다가 계획한 게 우리니까.’
이기석 PD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지긴 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시죠. 뭐, 여유가 있다면 낮에 촬영해도 되고요.”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면 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애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해 두겠습니다.”
이기석 PD가 웃으며 종이컵을 집어 들었다.
드디어 내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