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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54화 (254/425)

레스큐 시스템 254화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악력, 윗몸 일으키기, 멀리뛰기, 윗몸 앞으로 굽히기.

배근력 테스트 이후로 이어진 종목들에서도 수혁은 계속해서 1위를 유지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손민준이 뒤따랐다.

압도적인 기록의 1등과 2등.

다른 지원자들 역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수혁과 손민준은 그들과 차원이 달랐다.

‘진짜 대단하네.’

수혁은 손민준의 기록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야 레벨 업을 통해 신체 능력이 상승했다지만, 손민준은 아니었다.

오직 노력만으로 저만한 신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

‘진짜 괴물이 따로 없군.’

손민준은 분명 율리안보다도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 최강 소방관 경기에 출전했다면, 율리안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을 게 분명했다.

수혁은 혀를 내둘렀다.

반면 손민준 역시 수혁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 누구와 경쟁해도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수혁이 대단하다지만, 그래도 피지컬만큼은 자신이 우세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수혁은 그야말로 미친 듯한 피지컬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으니, 더욱 대단해 보였다.

‘역시…….’

그럼에도 손민준은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수혁의 모습에 기뻐했다.

스타를 보는 팬의 마음이었다.

“이제 하나 남았네요.”

수혁이 몸을 풀며 손민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몰래 수혁을 엿보고 있던 손민준이 흠칫 놀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러게 말입니다. 벌써 끝이라니 아쉽네요.”

손민준의 말을 들은 주변의 지원자들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쉽다니.

다섯 개의 종목을 하며 체력을 소모해 당장에라도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아쉽다는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래달리기만 남았죠?”

마지막 종목, 오래달리기.

정확한 종목명은 왕복 오래달리기였다.

정해진 시간 내에 20m의 거리를 몇 번이나 왕복하는지 측정하는 종목이었다.

체력 검정에서 만점 기준은 78회.

역시나 지원자들은 무난하게 80회 이상을 해내고 있었다.

“그럼 먼저 다녀오겠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손민준이 테스트 장으로 나갔다.

“준비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잠시 몸을 풀던 손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습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테스트가 시작됐다.

손민준은 쏜살같이 달렸다.

지금까지 테스트를 진행했던 지원자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빠른 속도였다.

“오.”

수혁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원자 한 명이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77, 78, 79…….

순식간에 80개를 돌파했다.

그러고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손민준은 남은 체력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듯,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다리를 움직였다.

삑-!

시간 종료 휘슬이 울리고, 손민준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허억, 허억!”

숨이 턱까지 차오른 손민준이 거칠게 공기를 뱉었다.

“91개!”

“와아아!”

손민준의 기록이 나오자, 그의 동료들이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수혁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민준을 쳐다봤다.

‘91개라니.’

손민준이야말로 사람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이 저만한 기록을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저게 가능한 기록이구나.’

수혁은 속으로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마지막 종목은 손민준에게 양보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수혁이라면 91개가 아니라 100개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록을 내는 건 오버였다.

어차피 체력 테스트 1등은 확정적이었으니, 마지막 테스트 정도는 손민준에게 1등을 내어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현장에선 어떨지 궁금하네.’

수혁이 다른 사람의 현장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손민준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시작하세요.”

굳이 1등을 노리려는 마음을 버린 수혁은 속도를 조절하며 20m의 거리를 달렸다.

“86개!”

결국 수혁은 손민준의 뒤를 이어 2등을 기록했다.

“하하, 이번은 제가 이겼군요!”

테스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수혁을 향해 손민준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러게요. 91개는 도저히 못 따라가겠습니다.”

수혁 역시 웃으며 겸손을 떨었다.

“저도 90개를 넘긴 건 오늘이 처음인데, 수혁 씨한테 자극을 받은 덕분인가 봅니다.”

손민준이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 교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순수하게 자신의 기록을 자랑스러워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느낀 수혁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괜찮은 사람이 분명했다.

“그래도 결국은 제가 졌네요.”

손민준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가 이긴 것은 왕복 오래달리기 하나뿐.

나머지 다섯 종목은 모두 수혁의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수혁 씨가 채용되겠군요.”

압도적 1위.

2등인 손민준과 비교해도 훨씬 뛰어난 기록이었으니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은 수혁이 뽑힐 터였다.

“이거 괜히 죄송하네요.”

민망해진 수혁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하긴요. 다 수혁 씨가 노력해서 된 건데.”

정정당당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기에 채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수혁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손민준은 순수하게 수혁을 축하해 주었다.

“그나저나 아쉽네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채용했으면 같이 일할 수 있었는데.”

“그러게요.”

구조 3팀의 대원들도 뛰어났다.

박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김강식, 이재한, 강효상 역시 베테랑이었다.

박정우는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했으니 어쩔 수 없었고.

그런데 손민준은 그들과 비교해도 뛰어났다.

그런 손민준과 함께 손을 맞추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죠, 다시 채용 공고가 나길 바라는 수밖에. 아, 그렇다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던 손민준이 퍼뜩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특수 구조대에 자리가 난다는 건 결원이 발생했다는 것이고, 그 말은 곧 기존의 대원이 더는 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게 은퇴로 인한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엔…….

손민준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입을 때렸다.

“그런 오해 안 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손민준의 순박한 모습에 수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이제 끝났나 보네요.”

둘이 대화를 하는 사이 마지막 열여섯 번째 지원자가 테스트를 끝냈다.

수혁은 대화를 멈추고 진행자를 쳐다봤다.

“오늘 테스트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결과는 일주일 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입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침내 체력 테스트가 마무리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원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경쟁자들이긴 했지만 동료들이기도 했기에,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수혁 역시 다른 지원자들과 인사하고는 마지막으로 손민준에게 다가갔다.

“언젠가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은 악수하고는 자신들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로 돌아갔다.

“수고했어요.”

가장 먼저 최은송이 수혁을 반겼다.

“좀 살살하지 그랬냐. 아주 그냥 미쳐 날뛰더만?”

박상태가 괜히 수혁에게 핀잔을 주었고.

“마지막은 일부러 져 준 거지? 그렇지?”

박정우는 수혁이 손민준에게 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물었다.

“져 주긴 뭘 져 줘. 이게 애들 싸움이냐?”

김강식이 박정우를 향해 한소리를 하고는 물을 건네주었다.

“아무튼 수고 많았다.”

그런 김강식의 표정이 조금 묘해 보였다.

이제 정말로 수혁이 신일서를 떠나 특수 구조대로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수혁이 같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섭섭해졌다.

하지만 이내 그것을 떨쳐 내려는 듯, 머리를 흔든 김강식이 웃으며 최은송을 쳐다봤다.

“오늘 저녁은 외식? 아니면 제수씨가 만들어주나?”

김강식의 말에 대원들이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외식도 좋았지만, 최은송의 음식은 그보다 훨씬 좋았던 것이다.

그것을 본 최은송이 미소를 지었다.

“저희 집으로 가요. 오늘 솜씨 발휘 한번 해볼 테니까.”

“와아아!”

박정우가 환호성을 질렀다.

테스트하던 수혁이 좋은 기록을 세웠을 때보다 훨씬 큰 음성이었다.

평범하지만 바쁜 일상이 흘렀다.

그렇게 일주일.

마침내 채용 결과 발표 날이 되었다.

구조 3팀 대원들은 모두가 수혁의 책상 앞에 모였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긴장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없었다.

이미 아는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확인할게요.”

수혁이 마우스를 움직여 ‘채용 결과 발표’라는 이름의 게시글을 클릭했다.

“합격했네.”

“합격했네요.”

“그러네.”

모니터에 떠오른 김수혁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축하도 안 해줘요?”

너무도 담담한 그들의 태도에 수혁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축하는 뭔 축하. 우리 버리고 떠나는 배신자 놈한테 해줄 축하는 없다.”

박정우가 노려봤다.

“배, 배신자라니?”

“나를 버리고 가시는 놈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아악!”

수혁을 향해 노래를 부르던 박정우는, 결국 박상태에게 머리를 얻어맞고는 주저앉고 말았다.

“하여간 애새끼도 아니고. 철 좀 들어라, 철 좀.”

혀를 차며 박정우를 내려다본 박상태가 수혁의 머리를 헝클었다.

“옜다, 축하.”

그 모습에 수혁이 피식했다.

저들이라고 수혁이 특수 구조대에 들어간 것이 왜 기쁘지 않을까?

다만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그 기쁨을 내색하지 못할 뿐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거기 가선 사고치지 마라.”

“안 쳐요.”

“명령 개무시하고 혼자 단독행동 하다간 큰일 날걸? 특구는 우리랑 다르다고.”

이재한이 옆에서 박상태의 말을 거들었다.

“아, 사고 안 친다고요!”

솔직히 장담은 할 수 없었다.

요즘 들어선 최대한 자제를 하고, 팀워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또다시 무리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것은 대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 말하지 않았다.

수혁이 무리를 하면 할수록, 요구조자를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동안 수고 많았다.”

“특구 가서 우리 잊어버리면 안 된다.”

“하루에 한 번 연락해, 인마.”

대원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이별을 앞둔 이들의 모습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수혁은 미소 지었다.

“저 가려면 아직 몇 달 남았거든요? 왜 다들 벌써부터 오바들이야?”

수혁이 특수 구조대에 편입되는 것은 10월.

아직 세 달이나 남아 있었다.

수혁의 말에 대원들이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많이 남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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