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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큐 시스템-268화 (268/425)

레스큐 시스템 268화

‘하나밖에 없다?’

수혁은 순간 당황했다.

혹시나 다른 곳에 있는지 살펴봤지만, 밴 안에는 폭탄처럼 보이는 것이라곤 이 배낭 하나밖에 없었다.

‘야단났다!’

수혁은 자신의 기억이 제대로 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혹시 폭발이 두 번이 아닌 한 번만 터졌는데, 잘못 알고 있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폭탄은 두 군데에서 터졌다.

마음이 다급해진 수혁이 알다바위를 깨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수혁의 주먹에 얻어맞아 정신을 잃은 알다바위를 깨워, 다른 하나의 행방을 알아내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손들어! NYPD다! 움직이지 마!”

때맞춰 도착한 뉴욕 경찰들이 수혁을 향해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수혁이 멈칫했다.

이곳은 미국.

경찰의 지시에 불응한다면 곧장 총에 맞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은 테러 경고로 인해 온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으니…….

그런 상황에 밴으로 마라톤 대회장까지 가는 길거리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손가락 하나 잘못 까딱여도 총이 발포될 수 있었다.

수혁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손을 들었다.

“천천히 밖으로 나와! 두 손 들어서 이쪽에 보이고!”

수혁은 마음이 다급했지만, 경찰의 지시대로 손을 든 상태로 뒷걸음질 쳐 밴 밖으로 몸을 꺼냈다.

수혁은 톰과 같은 소방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경찰들은 그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도 했고, 수혁이 정말 소방관이든, 아니든 일단은 체포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수혁이 자신들처럼 수색하고 있는 소방관이라면, 조사를 거친 후 풀어주면 될 일이었다.

약간의 사과와 함께.

수혁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경찰들이 덮쳤다.

물론 버티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다.

‘각성’ 스킬을 쓴 수혁은 혼자서 차를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의 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괜히 상황이 더 복잡해지길 바라지 않았던 수혁은 반항하지 않았다.

몸에서 힘을 뺀 수혁은 순순히 경찰의 의도에 따라 아스팔트 바닥에 처박혔다.

“잠시만요, 저는…….”

수혁이 자기변호를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경찰들은 그런 수혁의 입을 막았다.

“이봐, 여기!”

그리고 밴에서 기절한 알다바위를 꺼내고 안쪽을 수색하던 경찰 한 명이 경악성을 터트렸다.

“폭탄이야!”

‘저런 멍청한 놈!’

경찰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외쳤고, 그것을 들은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폭탄? 방금 폭탄이라고 그런 건가?”

“나도 그렇게 들었어!”

“피해, 폭탄이다!”

순식간에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9월 11일.

그렇지 않아도 테러라는 단어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사람들에게 여기 폭탄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으니, 뒤의 상황은 안 봐도 뻔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밴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했고, 경찰들은 당황했다.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된 것이다.

수혁은 수갑이 채워진 채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폭탄을 하나 더 찾아야 해.’

그러려면 지금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그렇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힘으로 빠져나왔다간 총알 세례를 받을 게 분명했으니, 마음만 계속 다급해졌다.

“수혁 씨!”

그때, 수혁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뒤늦게 도착한 톰이 숨을 헐떡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혁의 얼굴이 밝아졌다.

“거기 멈춰!”

하지만 경찰들은 그런 톰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길을 막아섰다.

그러자 톰은 자신의 옷을 가리키며, 신분을 증명했다.

“ENGINE 316의 구조대장인 톰 브래디요.”

“톰 브래디?”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뉴욕 경찰과 소방관은 어느 정도 안면이 있었다.

덕분에 경찰 중 몇 명이 톰을 알아봤다.

이번 사태를 대비해 소방관들까지 동원되어 수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라, 경찰은 톰의 신분을 확인하자 길을 비켜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톰이 밴 근처에 접근하게 해준 것은 아니었다.

범인의 체포와 관련된 일은 어디까지나 경찰의 소관이었기 때문이었다.

톰은 어쩔 수 없이 경찰들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너희가 붙잡고 있는 것은 테러범이 아니라, 오히려 테러범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국의 소방관이라고.

하지만 톰의 말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말의 진위는 경찰서에서 가리고, 일단은 체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그리 좋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자, 수혁은 톰을 향해 소리쳤다.

“톰! 하나 더 남았습니다! 여기 있는 게 끝이 아니에요!”

톰은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폭탄은 두 개입니다! 그런데 여기엔 하나밖에 없어요! 분명 다른 곳에 하나 더 있을 겁니다! 어서 그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수혁은 다급하게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톰에게 전달했다.

톰이라면 짐 머레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수혁의 말을 들은 톰은 그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짐 머레이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짐 머레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를 받았고, 톰은 이쪽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주변을 수색하던 연방 요원들과 경찰, 소방관들이 속속 도착했다.

혼란이 가득한 주변을 통제하고, 폭발물 처리팀을 호출했다.

그들은 이미 상황이 종료되기라도 한 것처럼 들뜬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너무 이른 축하였다.

“수혁 씨! 짐에게 이야기해 두었습니다. 그쪽에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금방 풀려날 수 있을 겁…….”

톰은 수혁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말을 꺼냈지만, 그 말을 끝까지 이어갈 수 없었다.

땅이 흔들렸다.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

화염과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이곳에서 불과 한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콰아아아앙-!

폭탄이 터졌다.

***

우마르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배낭을 쳐다봤다.

형제 알다바위에게 건네받은 폭탄이었다.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대회가 시작하기 전, 폭탄을 설치한 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폭 장치를 이용해 터트리려고 했지만, 부득이하게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테러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보안과 경계가 철저해진 것이다.

만약 본래 계획대로 실행한다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폭탄은 발각되고, 자신들 역시 체포될 게 뻔했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했다.

자살 폭탄 테러로.

알다바위가 차를 이용해 마라톤 대회장으로 뛰어들고, 폭탄을 터트린다.

그렇게 되면 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될 테고,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다.

그러면 그때 우마르는 그들 사이로 들어가 폭탄을 터트린다.

이것이 수정된 계획이었다.

단 두 번의 폭발이지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 대가로 자신들 역시 알라의 품으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우마르는 조금 긴장되긴 했어도, 두렵진 않았다.

이것은 지하드(성전)다.

자신들을 박해하는 이교도들을 단죄하는 과정이며, 이 와중에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순교다.

알라의 곁에서 영원토록 머물 수 있으니,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

한쪽 골목에 숨은 채 때를 기다리고 있던 우마르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알다바위가 먼저 난입하기로 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었다.

지금쯤이면 폭탄이 터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어야 했는데 말이다.

조금씩 초조해진 우마르는 골목을 빠져나와 주변의 상황을 확인했다.

“응?”

그러다 조금 떨어진 곳이 소란스러운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도 왠지 그곳에서부터 멀어지려는 것 같았다.

궁금해진 우마르가 빠르게 걷던 한 사람을 붙잡아 물어보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는 우마르를 한번 훑어보더니, 급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폭탄이 발견됐답니다. 다행히 테러범을 붙잡아서 터지진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테, 테러범이요?”

우마르가 눈을 부릅떴다.

“잡긴 했다지만, 혹시 모르니 저쪽으론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길을 재촉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저곳과 더 멀어지고 싶은 모양이었다.

‘젠장!’

아무래도 자신의 형제인 알다바위가 붙잡힌 모양이었다.

우마르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민하다, 몸을 돌렸다.

형제가 붙잡힌 것은 안타까웠지만, 자신은 사명을 완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경계가 너무도 삼엄했다.

수많은 경찰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을 붙잡고는 검문했다.

우마르는 저들을 피해 대회장까지 다가갈 자신이 없었다.

다시 조금 전 숨어 있었던 골목으로 들어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마라톤 대회에서 폭탄을 터트린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예정과는 다르지만, 이곳에서라도 폭탄을 터트려야겠다.

자신의 형제를 붙잡은 경찰들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야겠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우마르가 비장한 표정으로 골목을 벗어났다.

그러곤 천천히 길을 걸었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을 찾기 위함이었다.

“어이, 거기!”

그때 누군가 우마르를 불러 세웠다.

주변을 수색하며 알다바위가 체포된 현장으로 향하던 경찰이었다.

그는 배낭을 맨 중동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곤, 직감적으로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우마르는 걸음을 멈춘 뒤, 뒤를 돌아봤다.

“그 배낭에 뭐가 들은 거지?”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

“별것 아닙니다만?”

우마르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의심을 풀지 않았다.

“한번 확인해 봐도 되겠나?”

경찰이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대며 물었다.

거부는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우마르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람이 많았다.

우마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시다면 보여 드려야죠.”

천천히 배낭을 내려 바닥에 두었다.

그러곤 지퍼를 열었다.

“…그게 뭐지?”

배낭 안에서 이상한 쇳덩어리가 보이자 경찰은 고개를 갸웃하다 눈을 부릅떴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보시다시피 폭탄이지.”

우마르는 싸늘한 음성으로 경찰에게 대답해 주었다.

경찰이 재빨리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우마르의 행동이 빨랐다.

어느새 손에 쥔 기폭 장치의 단추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

번쩌억-!

배낭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화염과 강력한 폭발이 우마르의 몸을 뒤덮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우마르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렸고, 폭발은 경악한 경찰과 주변의 사람들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화염이 사람들의 옷과 살을 태웠다.

거대한 폭발음에 고막이 터져 나가고, 열기를 이겨내지 못한 눈동자가 타들어갔다.

폭발은 사람들이 도망칠 새도 없이 주변을 휩쓸었다.

무려 반경 50m.

그 안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그와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것의 몇십 배나 되는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9월 11일.

그 끔찍한 악몽의 날에, 또다시 지옥이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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