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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정복해야 내가 산다-152화 (152/201)

[ 152 ] [151화] 몰타섬을 탈환하라! (2)

“전 함대 일자 진형을 짜라!”

보밀카르는 일렬로 늘어서서 몰려 오는 로마의 함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카르타고 함대 기함의 선원은 제독의 명령을 듣고 즉시 히스파니아에서 들여온 신호탄을 하늘로 향한 후 심지에 불을 붙였다.

- 피유우우우웅! 파앙!

구름 한 점 없는 지중해의 푸른 하늘을 자주색 불꽃이 수놓자 2열로 늘어서 있던 카르타고의 전함 1백 척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순식간에 일렬로 늘어섰다.

바뀐 카르타고 함대의 진형은 언 듯 보기에는 로마 함대의 진형과 닮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카르타고 함대는 중앙에 5단노선 80척을 배치하고 양쪽 끝에는 신형 전함 멜카르트를 각각 10척씩 배치해 적의 함대와 차이점을 두었다.

하스드루발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노만 저어서 이렇게 금방 진형을 바꾸다니... 카르타고의 항해술은 역시 대댄하구나. 1차 포에니전쟁 때는 카르타고의 제독들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선원들을 데리고 해전이란 해전은 다 말아먹은 걸까?’

마침내 비슷한 형태로 늘어선 양군의 함대의 거리가 200m 이내로 줄어 들었을 때, 보밀카르는 다시 한번 함대에 명령을 내렸다.

“오단노선! 트레뷰셋 발사!”

그의 명령에 맞춰 이번에는 노란색 불꽃이 하늘에서 폭발했다.

그순간 카르타고 해군의 5단노선에 설치된 소형 트레뷰셋 80대가 거의 동시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발사대를 공중으로 치켜세웠다.

- 덜커덩!

곧 큰 수박만 한 돌덩이 수십 개가 로마의 전함을 향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함 갑판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마 해군의 병사 중 대부분이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운석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광경을 보며 몸서리쳤다.

“적함의 투석기가 벌써 돌을 쏜다!”

“이 먼 거리에서? 말도 안 돼!”

그러나 로마의 전직 집정관 바로는 당황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탑 뒤로 숨어라!”

로마 해군은 과거 하밀카르와 공정한 하스드루발이 지휘하는 함대와 해전을 벌여 쓰라린 패배를 당한 후 카르타고의 신형 투석기에 대응할 방법을 고심해왔다.

그 결과로서 나온 대책이 카르타고 해군과 해전을 벌일 때는 고대 지중해 세계의 투석기 오나거 대신 궁수와 투창병이 올라갈 수 있는 튼튼한 전투용 탑을 전함에 설치한 전함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전직 집정관의 명령을 들은 기수가 다시 커다란 깃발을 힘차게 펄럭였다.

그러자 당황하던 로마 해군 병사들은 기함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보고 전함 갑판에 우뚝 서 있는 작은 성채처럼 생긴 탑 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거의 모든 로마 해군 병사들이 탑 뒤에 몸을 숨겼을 때, 카르타고 함대가 쏘아 올린 돌덩이들이 적 전함의 갑판과 전투용 탑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터엉! 콰직!

미쳐 전투용 탑 뒤로 몸을 피하지 못한 로마 해군 병사 수십 명이 공중에서 떨어진 커다란 돌에 맞아 죽거나 다쳤지만, 로마 함대가 입은 손실은 전반적으로 바로가 예상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스드루발은 그 모습을 보고 보밀카르에게 말했다.

“빌어먹을! 적함이 돌덩이에 맞고도 멀쩡하네요!”

“전함에 설치하는 투석기로는 갑판 위의 적군을 해치우는 게 고작이지. 아무래도 크기가 작아서 공성용 투석기보다는 위력이 약해.”

“소이탄을 쏘지 않는 이상 투석기로 적함을 파괴하기 어렵다는 말씀이군요.”

“그래. 그런데 그것도 적 함대가 저렇게 산개해 있고 적이 전함 갑판에 진화용 모래주머니를 준비해 놓았을 때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야. 결국은 백병전을 벌일 수밖에 없을 거 같다.”

하스드루발은 매형의 말을 듣고 마음을 졸였다.

그동안 그의 부단한 노력으로 카르타고 해군의 병사들은 좋은 무장을 갖추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덕에 로마 해군 병사들과 비슷한 수준의 근접전 능력을 갖추었다.

그러나 여전히 백병전을 오래 끌 경우에는 카르타고 해군이 전투에서 질 확률이 높았다.

폭이 좁은 카르타고의 5단노선은 기동성이 뛰어난 대신 폭이 넓은 로마의 전함보다 더 적은 병사를 태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원 역사처럼 로마 전함이 붙자마자 나포되는 수준은 아니겠지만, 역시 걱정되네. 시라쿠사의 함대가 얼마나 빨리 전장에 도착하는지가 이번 해전의 승패를 가르게 되겠군.’

로마 함대는 카르타고의 전함들이 쏘아대는 돌덩이를 견뎌내며 꾸준히 전진했다.

마침내 양 함대 사이의 거리가 약 100m 정도로 줄었을 때, 바로는 전 함대에 돌격명령을 내렸다.

“전 함대! 쐐기진형!”

전직 집정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로마 함대 진형의 중앙에 있던 전함들이 선박 간의 간격을 줄인 후 속도를 올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양익의 전함들은 속도를 줄였다.

곧 로마 함대는 끝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으로 뭉쳐 전속력으로 적진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보밀카르는 한 덩이로 뭉쳐 파도처럼 몰려오는 로마 함대를 보고 함대의 진형을 바꾸었다.

“적함이 몰려온다! 전 함대! 초승달 진형!”

제독의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지고 다시 한번 신호탄이 발사되자 카르타고 해군의 전함들은 일사불란하게 학익진을 펼쳤다.

중앙에 배치된 5단노선 80척이 뒤로 물러나며 쇄도해오는 적 함대의 위력을 감소시키고 양익에 배치된 멜카르트 20척은 앞으로 나서 화염방사기로 적 함대의 측면을 공격한다는작전이었다.

그러나 전직 집정관 바로는 아르키메데스의 불꽃을 뿜어대는 신형 전함에 대한 대책도 세워둔 상태였다.

로마 함대의 양익에 배치된 전함에 타고 있는 궁수들이 측면으로 접근해오는 멜카르트를 보고 소리쳤다.

“카르타고의 화염선이 접근한다! 펌프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적군을 집중적으로 쏴라!”

미리 높은 전투용 탑 위에 올라가 있던 로마 해군의 궁수들은 멜카르트가 화염을 뿜기 전에 화염방사기 사수에게 활을 쏘아댔다.

- 피유우우웅!

화염방사기 사수 곁에 있던 카르타고 해군의 방패지기가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기 전에 급히 커다란 직사각형 방패를 들어 올렸다.

- 타다다다다다닥!

화살이 나무 방패에 꽂히면서 소름 끼치는 타격음이 갑판 위에 울려 퍼졌다.

잘 훈련된 방패지기 덕에 화염방사기 사수 중 화살을 맞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로써 카르타고 해군의 비장의 무기가 완전히 봉인되고 말았다.

아르키메데스가 만든 화염방사기의 사정거리는 약 10m.

이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적선에 바짝 붙여 조준사격을 해야한다.

하지만 화염방사기 사수들은 로마의 궁수들이 50m 밖에서부터 화살을 쏘아대며 화염방사기 사수를 견제해대는 통에 펌프의 손잡이를 잡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하스드루발은 진형의 양익에서 펼쳐지는 전황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의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로마도 놀고만 있지는 않았다는 말이군. 앞으로 화염방사기를 제대로 써먹으려면 먼저 적진을 교란한 다음 적함을 한곳에 몰아야겠구나.’

결국 바로의 생각대로 로마의 전함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카르타고의 전함의 곁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사슬 갑옷을 입고 검과 방패를 든 로마 해군의 병사들은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적함의 갑판 위로 뛰어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카르타고의 해적 떼를 한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

하스드루발도 진형의 정중앙에 있던 카르타고 해군의 기함으로 건너온 적군을 상대하기 위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야만 했다.

기함에 침입한 로마 해군의 병사 중 한 명이 그리스식 흉갑을 입은 보밀카르가 제독임을 알아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기 카르타고군의 제독이 있다!”

그러자 서른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로마 해군 병사들이 눈에 핏대를 세우고 보밀카르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놈만 죽이면 이번 전투는 우리의 승리다!”

하스드루발은 자신의 큰매형을 해치기 위해 달려오는 적군의 앞을 가로막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제독이 위험하다! 모두 보밀카르 제독을 지켜라!”

그의 명령을 들은 신성대 병사 스무 명이 제독의 곁으로 모여들어 멜카르트신의 상징인 나무 몽둥이가 그려진 둥근 방패로 벽을 쌓았다.

그 모습을 본 로마 해군들도 손에 든 투창을 던지며 보밀카르를 지키는 신성대 병사들에게 맹렬히 덤벼들었다.

곧 출렁이는 물결에 좌우로 흔들리는 전함 위에서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하스드루발은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도 바르카 가문의 사자의 혈통다운 용맹을 과시하며 분전했다.

“죽어라!”

로마 해군 병사 두 명이 고함을 지르며 정면에서 하스드루발의 목과 옆구리를 노리며 직선으로 검을 내질렀다.

그는 자신의 왼쪽 옆구리를 찔러오는 검을 몸을 살짝 틀어 피하면서 목을 노리는 검을 방패로 막았다.

그런 다음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병사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으악!”

하스드루발의 옆구리를 노리던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지다 자기도 모르게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놓고 아군 병사가 들고 있던 방패의 옆면을 붙잡았다.

그러자 정면에서 하스드루발에게 덤벼든 병사는 넘어지지 않으려는 아군 때문에 그만 왼손에든 방패를 놓치고 말았다.

“뭐 하는 짓이... 크헉!”

당황한 로마 해군 병사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아군에게 따질 틈도 없이 하스드루발이 내지른 검에 심장을 찔려 전사했다.

그다음 하스드루발은 갑판에 넘어지면서 투구가 벗겨진 적병의 관자놀이에 오른발로 싸커킥을 날렸다.

“캬아악!”

장군의 활약을 본 카르타고 해군 병사들은 사기가 올라 분투하여 기함에 침입한 적군을 모두 격퇴했다.

다른 카르타고 해군 전함에서도 카르타고 해군의 병사들은 중무장한 로마 군단병에게 주눅들지 않고 분투하여 자신이 탄 전함을 지켜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로마의 전직 집정관 바로가 카르타고 해군 병사들의 분전을 보면서 놀라며 중얼거렸다.

“지난 전쟁에서는 카르타고 해군은 근접전이 벌어지면 순식간에 전멸했다고 들었는데... 카르타고 해적놈들의 전술이 많이 발전했구나.”

이제 몰타섬 북서쪽 해안에서 벌어진 해전은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난전이 되었다.

고요하던 바다 위에 검과 방패가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와 분노로 가득한 함성이 울려 퍼졌고 푸른 하늘에는 놀라서 육지로 도망간 갈매기 대신 화살과 투창이 날아다녔다.

그렇게 약 한시간 동안 치열한 전투가 계속 되고 있을 때, 로마 해군 기함의 전투용 탑 위에 있던 궁수가 바로에게 소리쳤다.

“바로 전직 집정관님! 우리 함대의 후방에 시라쿠사 해군의 함대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드디어 지원군이 왔구나! 시라쿠사 함대에 신호를 보내라! 전선을 우회해서 카르타고 함대의 후방을 공격하게 하라고 말이다!”

전직 집정관의 명령을 들은 기수가 깃발을 흔들어 시라쿠사 함대에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시라쿠사 해군의 5단노선 50척은 로마 함대의 신호를 무시하고 일직선으로 돌진해왔다.

바로는 그런 시라쿠사 함대를 보며 경악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왜 동맹국의 함대가 우리에게 돌진하는 거냐!”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시라쿠사의 5단 노선 한 척이 로마 해군 기함의 옆구리를 충각으로 들이받았다.

- 콰아아아앙!

천둥벼락 같은 굉음이 터져나오면서 바로가 탄 기함은 두동강이 난 후 어두운 바다속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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