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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4화 (24/298)

24편

<-- 플루토 -->

다음날. 밝은 아침햇살을 느끼며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비록 몸은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키르비르에 대한 생각 때문에 한숨도 제대로 못잔 나였다.

“그 소악마 자식이 이걸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데...”

장난끼가 많고 얄궂은 키르비르가 나를 놀리거나 부려먹을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복수하려다 보란 듯이 시원하게 실패해버린 나는 그녀에게 맛좋은 먹잇감이 분명했다.

“......”

고민은 얼마가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주저없이 창고를 향해 걸어간다. 속보이고 염치없는 짓임을 알았지만... 그나마 나에게 오는 괴로움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억지로라도 키르비르의 환심을 사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비록 무지막지하게 강한 그녀였지만... 나이가 어린 것은 어쩔 수 없는지 단것에는 한없이 무력한 그녀였다.

“아마... 케잌이 남았을꺼야..”

과거 한 정신나간 귀족 나부랭이들이 베히모스에 온적이 있었다. 그들의 비공정을 약탈하니 나온 것은 수두룩한 기호식품들. 겉멋만 잔뜩 든 귀족들인 만큼 그들의 비공정에서 나온 물건들은 특이했다. 이번 키르비르에게 최음제를 먹이기 위해 사용했던 설탕원액도 그들의 비공정에서 꺼내온 것이었다. 내 기억이 틀리지않는다면 그들의 식료창고에서 베히모스 정복 기념식을 열려고 준비해왔는지 모를 케잌 하나를 가져왔었다.

“여기있군.”

창고 한쪽에서 가장 서늘한 곳에 종이로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발견한 나는 살짝 포장을 뜯어 안에 있는 케잌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운반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줬는지 표면의 장식들이 상당히 망가져있었다. 보기 흉할정도로 망가진 장식들을 바라보던 나는 주저없이 그런 장식들을 떼어내며 한쪽에 마련된 조그마한 빵칼로 케익 표면에 있는 생크림을 문질러 케익을 평평하게 만든다.

“흐음... 뭐.. 괜찮겠지?”

아무런 무늬도 장식도 없는 그저 밋밋한 케익. 하지만 단맛에 더 관심이 많은 키르비르에게 장식이 없단 사실은 그다지 큰 애로사항은 아닐것이다. 장식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일단 깨끗해보이는 케익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나는 포장을 다시 닫고케익을 한팔에 낀채로 창고에서 걸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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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을 옆에 낀채로 나는 서서히 지평선에서 빛나는 그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하는 아침햇살을 느끼며 키르비르가 있는 마탑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이런짓을 하기 상당히 피곤하고 귀찮았지만... 이제 곧 나에게 쏟아질 키르비르의 장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만 있다면 손해보는 일은 아닐것이다. 스스로 두어번 머리를 끄덕여 내 스스로 수긍한 나는 마침내 마탑의 정상에 다달은다.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서자 내 눈앞에는 키르비르의 방안으로 향하는 커다란 방문과 함께 거대한 방문옆에 자리잡고 있는 조그만 고치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낯선 물건에 호기심을 느끼며 그 고치에 가까이가는 순간. 나는 어렵지않게 그 새하얀 고치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플루토?”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자그마한 물건을 새하얀 천으로 돌돌 감아둔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 천은 내가 플루토라는 검은 고양이에게 건낸 내 대검을 감싸고 있었던 새하얀 천이었다.

“으...으응?”

내가 녀석을 부르자 천뭉치가 꼼지락 거리더니 천 사이로 살짝 공간이 벌어지며 얼굴만 삐쭉 내민 플루토가 나를 바라본다.

“잘 잤냐?”

다행히도 이 추운 마탑의 꼭대기에서 천쪼가리에 의지해 잠을 잔 플루토였지만 안색은 그다으지 나쁘지 않았다. 녀석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천쪼가리가 싸늘한 밤바람에 의해 녀석의 체온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준 덕분일껄까.

“응. 덕분에.”

아마도 플루토또한 내가 건내준 천에 대한 고마움은 있는지 스스럼 없이 나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는 마치 기지개를 피는 듯 녀석의 몸을 돌돌 감싸고있는 천이 바르르 떨린다.

“무슨 일이야?”

기지개를 다 핀듯 플루토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자그마한 하품을 하며 나에게 이 탑까지 올라온 용무를 묻는다. 그런 녀석의 질문에 나는 보란듯이 내가 들고있는 케익상자를 녀석에게 보여주며 대답한다.

“뭐... 키르비르 녀석에게 사과할게 있어서말이지.”

“아.. 자.. 잠깐!! 키르비르님이 들어가지 말라고... 우앗!”

그런 나를 바라보던 플루토는 뭔가 퍼뜩 생각난듯 나를 제지하려한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고있는 천에 뒤엉켜버린 플루토는 나를 막지 못하고 바닥을 떼구르르 구르다 내 발등에 부딪혀 간신히 움직임을 멈춘다. 그런 녀석을 어이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나는 녀석으로부터 관심을 끊고 키르비르의 방문을 막고 있는 커다란 문을 양손으로 밀어연다.

끼이익..

예상보다 기름칠을 잘해둔 것일까. 그다지 큰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방문은 부드럽게 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공개되는 키르비르의 방안.

화악!!

“크읏?!”

하지만 방안을 둘러보기도 전. 나는 예상외로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진한 향수향에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캬아아아앗!!”

그리고 내 발 옆에서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플루토의 비명. 인간보다 배는 뛰어난 후각을 가진 고양이인 플루토는 진한 향수향에 견디지 못하고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 향수향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코를 막아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몸을 감싸고있는 천에 양팔이 뒤엉켜있던 덕분에 코를 막을 수 없었던 플루토는 향수향의 집요한 공격속에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거참..”

그런 녀석의 한심한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쪼그려앉아 플루토 대신 녀석의 코를 내 손으로 막아준다. 그러자 입으로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플루토. 녀석은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증명하는 듯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코..코막워..”

“요즘 너에게 감사의 말을 매우 자주듣는 것같다.”

코맹맹한 목소리로 나에게 또다시 감사의 말을 전하는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녀석의 코를 막은채 다른 한손으로 녀석의 몸에 뒤엉킨 새하얀 천을 어렵지않게 풀어낸다. 그러자 플루토는 황급히 자신의 손으로 자기 코를 막으며 활짝 문이 열린 키르비르의 방안을 바라본다.

“그나저나 키르비르 녀석은 평소에도 이렇게 진하게 향수를 방안에 뿌리고 다니냐?”

내 물음에 플루토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녀석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코를 막은채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키르비르의 방안을 바라볼뿐이었다.

“후우... 그러면 들어가 볼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진한 향수향에 차츰 적응되어나가자 나는 방안에 들어가보기로 한다. 플루토또한 방안에 키르비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막지않고 되려 내 곁에서 나를 따라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갈뿐이었다.

“휘유...”

그녀의 방안에 들어선 나는 작게 휫파람을 분다. 그녀의 방은 예상외로 상당히 수수했다. 화려한 장식은 존재하지 않았고 심지어 소녀들의 필수 아이템인 인형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방 한쪽에는 커다란 책장들이 여러게 줄지어 세워져있었으며 그 안에는 이 유적지에서 찾아낸 듯한 고서들이 배꼭이 꽂혀져있었다.

“녀석 다운 방이군.”

솔직히 키르비르 녀석에게 여성스러움이나 소녀스러움은 기대하지 않았다. 뭐... 고문도구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

“...응?”

조용히 방안을 둘러보던 나는 이 방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물건들을 찾아낸다. 그것은 발코니쪽에 마련된 조그만 탁자와 그 위에 올려진 티세트. 수수한 방 내부의 풍경과 다르게 수려한 꽃무늬가 가득한 티세트였다.

“방 풍경으로 보면 녀석의 찻잔은 아무 무늬가 없을 줄알았는데...”

나는 티세트 중 하나인 주전자를 살짝 들어본다. 표면에 빨간색과 푸른색 꽃이 가득히 그려진 주전자. 수수한 방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주전자였다.

“그.. 그건 내 취향이야. 괜히 키르비르님을 오해하지 말아줘.”

그때 플루토가 날렵하게 탁자위로 올라오며 뾰로뚱한 목소리로 자신이 티세트의 주인임을 밝힌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주전자를 향해있던 시선을 탁자위에 올라서서 나를 바라보는 플루토를 향해 옮긴다.

“너가... 차를 마신다고?”

“으응... 일단은.”

녀석의 대답에 나는 내가 들고있던 주전자를 녀석에게 넘긴다. 그러자 플루토는 평범한 고양이 답지 않게 두발로 일어서 내가 건낸 주전자를 익숙하게 받아든다. 그리고 찻잔 하나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와 주전자안에 미리 들어있는 찻물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찻잔에 채워나간다.

“이거 참...”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작은 탄성을 내뱉는다. 이렇게 스스로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쬐꼬만 고양이를 보니 왠지 녀석이 엄청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키르비르는 없는 듯 싶으니... 조금 기다려볼까.”

나는 내가 가져온 케익 상자를 탁자위에 올려두며 의자를 꺼내 걸터앉는다.

“나도 한잔만.”

그리고 지루함을 느낀 나는 차세트에 준비되어진 찻잔 하나를 꺼내들고 뻔번하게 차 한잔을 요구한다.

“...칫.”

그런 내 행동에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플루토는 작게 혀를 차며 자신의 찻잔을 내려두고 주전자를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아마도 그동안 나에게 신세진게 있어서인지 녀석은 큰 불평없이 조심스럽게 내가 들고있는 찻잔에 찻물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키르비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고있어?”

천천히 찻잔을 가득채워가는 찻물을 바라보며 플루토에게 키르비르의 행방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플루토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정작 있어야할 주인이 없다는 사실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녀석이 따라준 차를 조심스럽게 한모금 홀짝거려본다.

“...음? 맛있는데?”

놀랍게도 녀석이 만든 차는 예상외로 맛있었다. 너무 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맛을 유지하고 있는 녹차였다.

“그렇지?”

내 칭찬에 기분좋은듯 플루토는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마도 자신이 만든 차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일까. 녀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만든 차의 맛을 다시한번 음미하기 위해 찻잔을 후후 불며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간다.

“....”

그런 녀석을 바라보던 나는 자그마한 장난끼가 발동한다. 자연스럽게 탁자로 다가선 나는 턱에 팔을 괴며 플루토와 가까이 접근한다. 뜨거운 차에 정신이 팔린 플루토는 내 행동을 인식하지 못했고 녀석은 자신의 찻잔을 조심스럽게 기울여나가고 있었다.

따악!

그 순간. 나는 예고없이 플루토의 찻잔을 손가락으로 튕긴다. 그 순간 녀석의 찻잔은 녀석이 원하는바와 다르게 필요 이상으로 기울어지며 그안에 들어있는 찻물이 녀석의 전신을 덮쳐온다.

“캬앗!!!”

온몸을 축축히 적시는 따듯한 찻물에 깜짝 놀란 플루토는 온몸의 반동을 이용해 팔짝 뛰어오른다. 갑작스레 뒤로 팔짝 뛰어오르던 플루토는 위치계산을 잘못해 제대로 착지하지 못하고 탁자 가장자리에 착지해버린다. 낙하의 충격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던 플루토는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가장자리에서 미끌어져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리고... 재수없게도 그 밑에는 바로 의자가 있었다.

콰당탕!!

“푸.. 푸하하하하핫!!”

의자까지 넘어뜨리며 요란하게 떨어져버린 플루토의 모습에 나는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크으..!!”

그러자 다시 한번 날렵하게 몸을 던져 탁자위로 올라선 플루토는 축축히 젖은 몸으로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리며 나를 노려본다.

“푸하하핫! 미.. 미안.. 크흐흐흣..”

녀석에게 사과를 해야하지만 너무나도 화려하고 요란한 녀석의 반응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던 나는 웃음을 제대로 참지 못한다.

빠아악!!

“크아악!!”

그 순간 내 이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이 내 웃음을 멈추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운씩거리는 이마를 감싸며 내 이마를 강타한 물건을 바라본다. 그것은 다름아닌 꽃무늬의 찻잔. 분명 방금전까지 플루토가 쥐고있던 찻잔이었다.

“크으... 이 자식..”

“내가 물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그런...!!”

“물을 싫어하는 자식이 왜 차를 마시냐!!”

나는 다짜고짜 내가 쥐고 있는 찻잔에 담긴 녹차를 그녀에게 뿌려버린다. 그런 내 공격에 깜짝 놀란 플루토는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려보지만 따듯한 찻물은 다시한번 그녀의 몸을 덮쳐버린다.

“캬아아앗!! 너.. 너!!”

온몸을 축축히 적시는 녹차의 기분나쁜 촉감에 플루토는 비명을 내지르며 다짜고짜 자신의 손에 집히는 물건들을 나에게 집어던진다.

“크읏...!!”

나는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리며 아슬아슬하게 플루토가 집어던진 집기들을 피한다. 그리고는 탁자위에 놓여진 주전자를 손에 움켜쥔다.

“젠장! 각오하라고!!”

“크으.. 너야말로!!”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는 주전자에 든 찻물을 플루토에게 뿌린다. 하지만 플루토또한 지지않고 이리저리 몸을 날려가며 자신의 손에 쥘수 있는 물건들을 나에게 무자비하게 집어던져간다.

========== 작품 후기 ==========

도리야끼 / 아하하하.. 저도 던탐 시절이 그립네요. 이제 뭐.. 망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만요

Solar Eclipse / 언더풋.. 입구만 초토화시키것이 도데체 몇번이었을까나.. 근데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엉..

Lizad / 저도 이계전장뜨면서 던파를 접어버렸어요. 으허허헛;;

변사체 / 으잉? 던파에 그런 스토리가 추가되었나요? 그 사실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후우... 피곤하네요. 요즘 술 자리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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