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5화 (25/298)

25편

<-- 키르비르 / 플루토 -->

우당탕!

요란한 굉음과 함께 방 한쪽을 장식하고 있던 커다란 책장이 쓰러져버린다. 하지만 이미 나와 플루토에게는 쓰러진 책장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단지 저 빌어먹을 꼬마 고양이를 뜨거운 녹차로 축축히 적시는 것. 플루토는 나를 때리려는 것. 이 단순한 욕구만이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었다.

“캬아아아!! 죽어라!!”

“이거나 먹어라!!”

그렇게 우리들의 쓸떼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때. 어느 순간 우리 둘의 움직임이 동시에 정지된다.

“저기... 플루토?”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운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플루토는 내 물음을 이해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키르비르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우리들은 허겁지겁 주변을 둘러본다.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키르비르의 방. 거대한 책장은 쓰러져있었고 바닥에는 찻물이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온갖 집기들은 바닥에 널부러져 방안을 더럽히는데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그녀가 도착할때까지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20초. 그 시간내에 이 방을 청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나와 플루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동시에 몸을 날린다. 바로 쓰러진 책장 아래로. 우선은 몸부터 피하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때문이었다.

“캬아앗! 좁아! 좁아앗!!”

쓰러진 책장과 쏟아진 책들로 인해 만들어진 틈은 내 한 몸 들어가기도 비좁았다. 그곳에 플루토까지 끼어들었으니 비좁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젠장... 조용히 해!”

나는 틈새를 파고들다 내 가슴근처에 끼어서 꼬물거리며 바둥거리는 플루토의 행동에 다급히 녀석의 입을 가로막는다. 이제 나가서 다른 숨을 곳을 찾을 시간도 없었다. 단지 조용히 괴로움을 참고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캬아앗!! 내가 왜 너같은 놈이랑...”

“쉿!!”

플루토는 연신 쉬지않고 소리를 질러 불만을 표한다. 하지만 키르비르의 기척이 방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 불평 불만의 소리가 사그러들어 버린다.

타악.

가벼운 착지음. 아마도 마법지팡이를 타고 날아온 키르비르가 방안에 내려온 소리일 것이다. 그와 동시에 폭풍전야인 것처럼 나와 플루토는 숨조차 죽인채 키르비르의 반응을 기다린다.

“....?”

하지만 예상외로 요란스러운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 방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을 목격하면 물불안가리고 화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기에 나와 플루토는 여전히 숨을 죽인채 방안에서 느껴지는 키르비르의 기척에 온 감각을 집중시킨다.

털썩.

그때 키르비르가 침대에 몸을 뉘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막 해가 뜬 아침. 침대에 누워 잘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낮잠이라도 자려는 걸까.

“....”

나는 내 품에 끼어있는 플루토에게 가벼운 손짓을 한다. 나가서 키르비르를 확인해보라고. 비교적 몸집이 작고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플루토가 마음만 먹는다면 키르비르조차도 플루토의 기척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러자 플루토또한 내 의견에 동의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내 품에서 빠져나와 책장 틈 밖을 향해 걸어간다.

“....”

살짝 고개를 빼서 주변을 둘러보던 플루토. 녀석은 다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돌아와 나에게 자신의 앞발로 간단한 수신호를 보낸다. 아마도 괜찮다는 걸까. 나는 소음이 일어나지않게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바닥을 기어 책장 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주변을 둘러본다.

“자는... 건가?”

다행히 키르비르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동태를 확인한 나는 플루토의 귓가에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러자 그런 내 속삭임에 소름이 돋는 듯 플루토는 가볍게 몸을 떨지만 다행히도 비명은 지르지 않고 딱딱히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부스럭.

그때 침대 위에서 가벼운 소음이 들려온다. 그런 소음에 화들짝 놀란 플루토는 재빠르게 책장의 틈사이로 기어들어가지만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나는 다시 숨지않고 조용히 숨을 죽인채 키르비르가 누워있는 침대를 주시한다.

“....”

미세하지만 언뜻 보이는 이불자락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키르비르는 자고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으읏..”

그리고 극도로 민감해진 내 귀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자그마한 신음 소리. 이방에 있는 것은 나와 플루토. 그리고 키르비르. 지금 이 상황에서 신음소리를 흘릴 수 있는 사람은 키르비르밖에 없었다.

“뭐해?! 타메르! 숨어!!”

이미 책장 깊숙이 숨은 플루토는 나에게 손짓을 하며 몸을 숨기라고한다. 나는 그저 손을 들어 가만히 있으라는 제스쳐를 취한뒤 내 감각에 신경을 집중시킨다.

“하으.. 으응...”

미세하지만 뜨거운 한숨이 섞여있는 신음 소리. 분명 내가 잘못들은 소리가 아니었다.

“해독되지 않았던건가...”

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결론은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어젯 밤 키르비르가 보인 행동은 그저 허세였을 뿐인걸까? 하지만 그때 내 목숨을 위협했던 키르비르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처럼 보였었다.

“타메르!!”

그때 침대를 노려보고 있던 내 머리위로 가벼운 무게감이 느껴진다.

“뭐... 뭐야?!”

무게감의 정체는 다름아닌 플루토. 내 머리위에 올라탄 녀석은 앞발로 내 이마를 두드리며 말한다.

“숨어야지!! 여기있다가 들키면...!”

“아읏...”

“...?!”

내 머리위에 올라탄 플루토의 귀가 가볍게 쫑긋거린다. 아마도 그녀또한 키르비르의 이상을 간파한 것 같았다.

“이게... 무슨..”

플루토또한 나와 다름없이 조심스럽게 책장 틈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키르비르의 상태를 확인해본다.

“키르비르...님?”

“으으응..”

그 순간 침대위의 가벼운 들썩임과 함께 다시한번 콧소리가 섞인 신음소리가 선명히 들려온다. 부정할 수 없이 확연히 들려오는 그러한 신음 소리에 플루토는 여러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키르비르의 침대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결심을 굳힌 듯 예고없이 몸을 날려 책장 틈 사이를 빠져나간다.

“자.. 잠깐 플루토!!”

그런 녀석의 돌발행동에 기겁한 나는 손을 내뻗어 플루토의 뒷덜미를 붙잡으려 했지만 날렵한 플루토는 내 손길을 어렵지않게 피해내며 책장 틈 사이를 빠져나간다. 동시에 녀석을 잡으려 팔을 내뻗었던 나는 몸의 귱형을 잃고 나도 모르게 넘어지듯이 책장 틈 사이에서 빠져나와 버렸다.

“으.. 으아아아앗!!”

그리고 방안 가득히 요란스럽게 울려퍼지는 키르비르의 비명소리. 그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키르비르가 있었던 침대를 바라본다.

“뭐.. 뭐야앗!!”

몸을 일으키자 침대에 누워있는 키르비르의 모습이 확연히 보였다. 침대에 비스듬이 누워있는 그녀. 그런 그녀의 무릎에는 새하얀 팬티가 걸쳐져있었고 황급히 양 팔로 치맛자락을 내려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고 있었지만 사타구니를 타고 내려온 투명한 애액이 미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뒤늦게 자신의 몸 상태를 깨달은 키르비르는 황급히 이불자락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가린다.

========== 작품 후기 ==========

삧나라 / 아~ 그러면 다행이네요. 맘편히 읽으셔도 됩니다~!

Lizad / 좋은 고양이죠. 네. 플루토는 좋습니다 조하요.

Solar Eclipce / ㅋㅋㅋㅋ 둘 사이가 계속 됬으면 좋겠군요.

변사체 / 언더풋... 맞을껄요?

성미카엘 / 일단 설정상 서로 적대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저 그런저런사이?

후우.. 적절한 짜르기.

다음화는 야하겠네. 에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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