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33화 (33/298)

33편

<-- 플루토 -->

“키르비르라면...”

비록 네이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지만 내 머릿속 한 구석에 남아있는 의문이 있었다. 어떻게 네이가 그렇게 신출귀몰 할 수 있었는가. 베히모스 상공에 비공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네이가 조용히 유적에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은 포탈밖에 없었다. 마법에 능통한 키르비르는 내 질문에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러면 저 망할탑을 올라가야한다는 거잖아.”

나는 고개를 들어 유적지 정중앙에 세워진 거대한 탑을 바라본다. 뒷목이 아플정도로 하늘 높게 솟아있는 거대한 첨탑. 보기만해도 절망감이 느껴질 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는 유적지의 명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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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지루함과 피곤함에 눈을 비비며 나는 기계처럼 단순히 계단을 밟고 올라선다는 행위를 반복한다. 다행히도 광혈의 저주 때문에 지치지 않는 강인한 신체를 가진 나는 별 어려움없이 이 높은 계단을 쉬지않고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지루하고 피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왔다...”

키르비르의 방안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방문이 있는 방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을 밟고 올라서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잠시 숨도 고를 겸 방안을 찬찬히 돌아보던 내 눈에 아주 익숙한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어이 문지기 아가씨.”

툭툭..

나는 방문 옆에 놓여진 익숙한 천 덩어리를 발끝으로 톡톡 건들여본다. 그러자 예상대로 천 덩이라 가볍게 꿈틀거리더니 새하얀 천덩어리 사이에서 검은 고양이 얼굴이 삐쭉 튀어나온다.

“뭐야아...”

플루토는 상당히 피곤에 지친 얼굴로 자그맣게 하품을 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도데체 그거. 언제까지 가지고 있을꺼냐?”

“몰라 몰라. 줬다 뺏는게 어디있어...”

녀석은 피곤한듯 고래를 설레설레 저으며 내 물음에 대충 대답한다. 그리고는 다시 달콤한 잠에 빠져들기 위해 천덩어리 사이로 자신의 머리를 파묻어간다. 그런 플루토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키르비르의 방으로 들어가는 방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그럼 난 들어간다.”

“자.. 잠깐!”

내가 들어간다는 말을 하자마자 그제서야 자신의 본분을 되찾았는지 화들짝 놀란 플루토는 황급히 내 앞을 가로막기 위해 허겁지겁 몸을 던진다.

“캬앙!!”

하지만 불행히도 너무 허겁지겁 달려들었기 때문일까. 녀석의 다리가 천덩어리에 걸려 미쳐빠져나오지 못했고 몸의 균형을 바로잡지 못했던 플루토는 바닥에 시원하게 엎어져버린다.

“이런... 조심해야지.”

그런 플루토의 몸개그에 피식 미소지은 나는 내 앞에 엎어져있는 플루토를 슬쩍 뛰어넘어버리며 키르비르의 방문을 천천히 좌우로 열어간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그녀의 방안에서 풍겨져나올 극악한 향수향을 막기위해 내 코를 감싸쥔다.

“음? 냄세가... 안나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그녀의 방안에서 전처럼 끔찍한 향수향이 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는다. 그런 내 행동에 황급히 자신의 코를 앞발로 막고있던 플루토또한 가볍게 코를 킁킁거리며 막고있던 발을 내려둔다.

“그렇게 경고없이 열었다가는... 전처럼 향수냄새가 풍겨져나오면 어떻게하려고 한거야?!”

그리고 나를 향해 악을 쓴다.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플루토를 바라보며 나는 그녀를 향해 묻는다.

“향수 냄새 때문에 나를 막으려했던거야?”

“당연하지!! 너가 내 입장에서 당해보라고!! 그건 향수가 아니야! 내 코를 후벼파는 칼날이라고...”

“키르비르의 지시가 아니라?”

“...어?”

예기치 못한 내 질문에 플루토의 얼굴이 순간 멍해진다. 나는 녀석이 내 앞을 막는 이유가 당연히 키르비르가 나의 접근을 허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녀석이 내 앞을 막은 이유는 바로 풍겨나올 향수향에 대비하기 위해서. 즉 녀석은 키르비르의 방안에 들어가려는 날 막을려고 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아.. 그.. 뭐.. 일단 키르비르님이 없으니까.”

플루토의 말을 들은 나는 그녀의 방안을 대충 살펴본다. 녀석의 말대로 방안에 키르비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키르비르님은 연구소에 억제제를 개량하러 가셨어.”

친절하게도 플루토는 물어보지 않은 키르비르의 부재 이유까지 나에게 설명해준다.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천천히 그녀의 방안에 들어서며 내가 청소했던 그녀의 방안을 한번 돌아본다.

“오늘 아침... 언제 나가셨는지 몰라도 키르비르님이 무지 화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

“.....”

플루토는 날렵하게 자신의 티세트가 마련된 탁자위에 올라타며 나에게 묻는다. 그런 녀석의 질문에 가슴 한쪽이 따끔해지는 것을 느낀다.

“전부 타메르 때문이네.”

“그.. 그걸 어떻게?!”

나는 한마디도 안했지만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보던 플루토는 예리하게 눈동자를 반짝인다.

“얼굴에 다 써있어. 불안감이 가득한 얼굴. 무슨 일을 저지른게 분명해.”

“뭐... 그런 일이 좀 있었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한다. 다행히도 플루토는 자세한 사실을 캐내려하지 않고 그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플루토가 올라탄 탁자 앞에 마련된 의자를 꺼내 걸터앉는다.

“그나저나 차 한잔 부탁해도 될까?”

탁자앞에 걸터앉은 나는 뻔뻔하게 플루토에게 차 한잔을 요구한다. 내 목적은 키르비르를 만나는 것. 한 번 올라오기 피곤하고 지루한 이 탑을 같은 이유로 두 번이나 올라오기는 싫었다.

“뿌리진 않을거지?

그러자 플루토는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운채 나를 노려보며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피식 웃은 나는 그저 아무말없이 차 세트에 준비된 찻잔 하나를 꺼내 그녀의 앞에 내민다.

“걱정마. 키르비르가 오면 돌아갈테니까. 그때까지 조용히 있을꺼야.”

“흥. 뿌리기만 해봐. 이번엔 진짜 가만 안둘꺼야.”

가볍게 콧방귀를 뀐 플루토는 조심스럽게 찻 주전자를 기울여나간다.

“이번에도... 녹차인가?”

“아니. 홍차.”

그녀의 말대로 찻주전자에서 흘러내린 찻물을 루비처럼 아름다운 붉은 빛을 머금고 있었다. 플루토는 아낌없이 홍차를 내 찻잔 가득히 채워준다. 나는 조심스럽게 찻잔을 내 입가로 가져가 따듯한 홍차에서 피어올라오는 향을 맡아본다.

“흐음..”

나쁘지 않았다. 둥근 찻잔 가득히 부드럽고 달콤한 홍차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에 대해 문외한 나라고 해도 이 홍차가 상당히 고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이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내 감사에 플루토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며 차세트를 정리해나간다. 그런 녀석을 흘끗 바라본 나는 찻잔을 기울여 뜨겁지 않고 적당히 따듯한 홍차를 한모금 마셔본다.

“음..?”

입안 가득히 약간의 달달함을 품은 깊은 홍차의 맛이 그윽히 퍼져나간다. 평소에 차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 깜짝 놀라게할 정도의 맛이었다.

“실력 좋은데..?”

내 칭찬에도 플루토의 귀가 날카롭게 쫑긋거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플루토는 마치 내 칭찬을 못들은 듯 아무런 반응없이 자신의 찻잔을 가지고 내가 앉은 반대편 탁자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웅크려 앉은채 조용히 차를 마시는 나를 바라본다.

“....”

“....”

나는 아무말없이 조용히 홍차를 홀짝일 뿐이었다. 마치 나를 꿰뚫어보려는 듯이 지긋이 나를 바라보는 플루토의 시선도 부담스러웠을 뿐만아니라 대화할 만한 주제도 없었던 나는 그저 무덤덤하게 찻잔만을 기울인다.

“너는... 안마셔?”

하지만 이 무거운 침묵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깔끔하게 정리된 차 세트를 흘끗 바라보며 플루토에게 묻는다.

“별로... 생각이 없어.”

“그래?”

더 이상의 대화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짧막한 대답. 무안한 침묵이 나와 플루토 사이를 감싸안는다. 고양이라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조용히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그다지 날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키르비르를 화나게 했다는 사실 때문일까. 키르비르의 충실한 종인 플루토는 키르비르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 내가 달가워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한... 해.”

“...음?”

찻잔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침묵 속. 자그마한 플루토의 웅얼거림이 원치않게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내색하지 않으며 녀석의 미세한 입의 움직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이런 놈이.. 정말..”

아주 조용한 목소리였다. 신경을 집중시켜도 간신히 띄엄띄엄 들릴정도의 자그마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 나를 향한 말이었고 그다지 긍정적인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타악.

나는 일부로 탁자위에 거세게 찻잔을 내려둔다. 그러자 플루토는 몸이 움찔거리며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 한 잔 더 마실꺼야?”

플루토는 조심스럽게 찻주전자를 손에 쥐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을 표한다.

“아니 됐어. 어느 정도 목을 축였으니 이제 충분해.”

드르륵.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의자를 뒤로 밀며 미련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마도 플루토는 지금 내가 이 방에 있는 것이 불만처럼 보였다. 하긴. 안그래도 자신의 주인의 방인데다가 남자가 들어와 있으니.. 불만이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그럼.. 난 이만.”

나는 몸을 돌려 키르비르의 방안을 빠져나가기 위한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내 행동에 깜짝놀란 플루토는 당황하며 황급히 나를 불러세운다.

“자.. 잠깐! 키르비르님은?!”

“뭐... 나중에 만나보면 되겠지. 운이 좋으면... 그녀가 나를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리 급한일은 아니었다. 이렇게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키르비르를 기다려 캐낼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 나는 걸음을 옮겨나가며 당황하는 플루토에게 냉담하게 한마디를 던진다.

“그리고 너는 내가 여기있는게 불만인 것같더라.. 나는 남에게 폐를 끼치며 자리에 알박혀있을 정도의 철면피는 아니거든.”

이제 플루토도 만족할 것이다. 그렇게 눈엣가시같은 내가 방을 떠날테니까.

“자.. 잠깐. 무슨 소리야?!”

하지만 플루토는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날렵하게 뛰어내려 내 앞을 가로막는다. 그런 녀석을 내려다보며 나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뭐... 아까 홍차를 마시며 네 중얼거림을 다 들었거든. 나에게 불만이 많은가봐?”

“.....”

역시나 정곡을 찌른 걸까. 내 한마디에 플루토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다.

“그럼 이만.”

나는 그런 플루토를 가뿐하게 뛰어넘으며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아간다.

“자... 잠깐!! 그건 오해야!!”

천천히 닫혀가는 방문 틈 사이에서 플루토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두어번 가로저으며 녀석의 말을 무시한채 아래로 내려갈 뿐이었다.

“오해라구!!”

파악!!

“헛?!”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리에 느껴지는 자그마한 무게감. 나는 갑작스레 내 머리를 짓누를 무게감에 깜짝 놀란 나는 기울어져가는 몸의 자세를 황급히 바로잡는다.

“이게 무슨 짓이야?! 위험하잖아!!”

그 무게감의 정체는 다름아닌 플루토. 녀석은 내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내려가려하자 황급히 방에서 뛰쳐나와 내 머리에 매달린 것이었다. 녀석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질뻔했던 나는 살짝 화를 내며 내 머리위에 올라탄 녀석의 뒷덜미를 붙잡아 내 눈을 마주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니까 내 말좀 들어. 오해라고 했잖아!”

내 손에 뒷덜미를 붙잡힌채 내 눈을 바라보는 플루토는 자신의 행동을 잊은 듯 되려 자기가 바락 화를 낸다.

“오해라고? 그럼 내가 들은 말은 뭐지? 내 귀가 잘못된 거라도 한거야?!”

“그... 그건..”

플루토는 내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불안하게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초조해한다. 대충 그런 녀석의 반응 하나만으로 녀석이 이 위기를 벗어날 거짓말을 준비중이라는 것을 간파했지만 나는 그저 아무말없이 조용히 녀석의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 사실... 그건 키르비르님에게 한 말이었...어..”

“.....”

너무 뻔한 거짓말.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와 애써 내 시선을 피하려는 행동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다.

“너... 거짓말은 하면 안되겠다.”

“그런.. 무.. 무슨 뜻이야?!”

“얼굴에 다 쓰인다. 너가 한 말처럼.”

“....”

내 말에 플루토는 움찔 놀라며 이를 앙 문채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녀석이 저렇게 눈을 부라려봤자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뭐 됐어. 애써 수습하려하지 않아도 돼.”

나는 뒷덜미를 잡고있던 플루토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둔다. 그리고 조용히 등을 돌린 나는 무뚝뚝하게 아래층을 향해 걸음을 옮겨나간다. 그러자 이제 플루토또한 내 발걸음을 잡을 수 없는지 그저 가만히 계단 위에 서서 내려가는 나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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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바대로 키르비르를 만나지 못했던 나는 자연스레 로터스의 방 아래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중앙 도서관을 향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대 문명이 기록한 도서관인 만큼 잘하면 수인족에 대한 도서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었다.

덜컥.. 덜컥..

나는 도서관 한쪽에 마련된 낡은 사다리를 끌고와 백과사전이 잔뜩 쌓여있는 책장앞으로 걸어온다. 오랜 세월동안 쓰지않아 뽀얀 먼지가 가득쌓인 사다리를 밟고 올라선 나는 가나다 순서대로 정렬되어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본다.

“이건가..”

-백과사전 종족, 몬스터편-

수인족에 대한 정보가 담겨진 듯한 백과사전을 발견한 나는 표지를 가득히 덮고있는 먼지를 후 불어내며 책을 대충 훑어보려한다.

콰지직!

하지만 내 체중을 이기지 못한 사다리가 무너져내려버린다.

“크으.. 젠장할... 이래서 낡은 건 질색이야.”

바닥에 호쾌하게 내 던져진 나는 욱씬거리는 허리를 매만지며 내가 꺼낸 책을 펼쳐본다. 다행히 이 책을 지은 저자가 상당히 부지런했던 걸까. 책의 목차가 내가 원하는 정보를 잘 찾을 수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수인족

대충 목차를 훑어보던 나는 내가 찾는 단어를 발견한다. 바닥에 주저앉아 책장에 몸을 기댄 나는 목차에 써진 페이지를 찾아 신속히 책장을 넘겨나간다.

파라락..

-수인족(묘족)

“이게... 뭐야?”

수인족은 다양한 종족들이 존재했다. 그중 네이와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되었던 묘족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찾아낸 나는 어이없는 탄성을 뱉어낸다. 백과사전에는 묘족에 대한 설명과 흑백으로 된 삽화가 삽입되어있었다. 하지만 삽화에 들어간 묘족이라는 종족은 내가 알고있는 네이와 전혀다른 모습으로 그려져있었다.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린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온몸에 복슬복슬한 털이 잔뜩 나있고 눈은 야성으로 붉게 충혈되어 삽화만을 본다면 그냥 괴물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괴상한 모습이었다.

“뭐... 옛날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

백과사전에 담겨있는 정보를 살짝 의심하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책장에 기록되어있는 묘족에 대한 설명을 읽어나간다.

-인간과 흡사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양이 꼬리와 함께 머리위에 달린 고양이 귀가 종족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이며 몸놀림 또한 평범한 인간보다 잽싸고 유연하다. 호전적인 성격이 특징이다.

“....”

뭐야. 한마디로 인간보다 날렵하다는 것 하나뿐? 그건 이미 네이를 상대해본 내가 더 잘알고 있는 사실이다. 시답지 않는 정보를 담고있는 백과사전에 나는 뒷덜미를 긁적거리며 혹시나 싶어 이어지는 글을 읽어나간다.

특이사항 :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만큼 자신이 패배한 상대에 대한 존경과 경외감을 가진다.

“존경심? 경외감?”

아무리 백과사전이라 하지만 이건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아마도 실존하는 수인족이 아니라 사람들의 상상과 허구가 지어낸 말인 것 같았다.

-이봐 타메르.

“뭐야? 로터스?”

예상외로 불확실한 백과사전의 정보에 실망하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침입자다.

“침입자라니? 비공정은.. 설마?!”

-그때 그 수인족이다. 젠장... 살아 있었던 건가.

“.....”

예상외로 빠른 등장이다. 어제 그렇게 당했다면... 한 몇일간은 조용할 줄 알았는데..

-젠장.. 놓쳤어. 이 녀석. 텐타클의 추적을 알고 있다. 도망치고 있어.

“어느 방향이야?!”

역시나. 네이도 멍청하지는 않았다. 내가 텐타클과 같은 편인걸 안 이상. 텐타클에 의해 자신의 위치가 포착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녀석은 재빠르게 자신에게 달라붙어 오는 텐타클을 제거해나가며 자신의 위치를 숨겨나간다.

-북부지역에서.. 서쪽지역으로 이동중이야.

“서쪽지역이라...”

서쪽지역. 거기는 숲이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이었다. 과거 이 유적지를 세운 고대인들이 아마도 공원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을까. 거기는 유적 건조물보다 나무가 많았던 곳이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지역은 울창한 숲이 되어있었다.

“녀석이 유리하겠군...”

가볍게 혀를 차며 나는 내가 읽던 백과사전을 대충 바닥에 집어던지며 로터스가 말한 네이가 갔다는 서쪽지역을 향해 걸음을 옮겨나간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ce / ㅇ아아... 요즘 바쁘죠... 저도 바쁜 틈에 짬짬이 쓰는데 재미지다니 저는 매우 흡족합니다?!

Lizad / 그러면 매일 한편씩 연참이 가능하겠죠!!

변사체 / 뭐.. 그렇죠. 항상 즐거우면 소설이 아니죠.

후우... 내 일은 제가 담당하는 큰 의붼트가 하는 날이네요. 으으윽... 잘해야하는데... 상당히가 아니라 심하게 중요한 자리라서..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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