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편
<-- 리엔 -->
울창한 숲속. 잔뜩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좁살만한 햇살이 스며들어와 어두운 숲을 간신히 밝혀주고 있었다. 그런 햇살은 바닥에 널부러진 텐타클의 시체들을 밝혀주고 있었다.
“....”
아마도 이 서쪽 지역을 경계하던 텐타클들이었다. 녀석들은 네이를 막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거나 기절한채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오랜만이네.”
어두운 그늘 속. 도망치지 않고 텐타클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목격한 그 자리에 조용히 서있는 낯익은 그림자를 발견한 나는 가벼운 인사를 건낸다. 그러자 그림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새어들어오는 햇살 아래로 자신의 모습을 밝혀나온다.
“그다지...”
네이는 내 인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불만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하아...”
그리고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네이의 깊은 한숨. 그런 그녀의 한숨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네이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
나는 조심스럽게 대검의 손잡이를 말아쥐며 그녀를 경계한다. 하지만 땅바닥을 향해 머리를 내리고 있는 그녀의 봉을 보아 그녀가 나와 싸우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았다.
“정말...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겁없니 내 앞까지 다가선 네이는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보다 키가 큰 나를 올려다본다.
“보통 서로 피를 볼정도로 그렇게 싸웠으면... 최소한의 경계는 해야하는 것 아니야?”
“그 말은 내가 할말인데?”
그녀가 바닥을 향해 힘없이 늘어뜨린 봉과 전과 다르게 힘없이 축 처진 귀와 꼬리는 나에 대한 적대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진건 사실이니까. 다시 한번 해본다해도... 이길 수 있을 것같지도 않고.”
그녀는 그 말을 힘없이 어께를 축 늘어뜨린다.
“....”
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꾸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들어줄 뿐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성이 마비된 상태에서 오직 본능에만 모든 것을 맡기는 광폭화상태. 이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이렇게까지 어둡고 음습한 곳까지 온 이유는 뭐지?”
나는 살며시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그녀가 다시한번 모습을 들어낸 이유. 그것은 그다지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그.. 그게 말이야...”
내 물음에 네이는 평소에 그녀의 이미지답지 않게 내 시선을 피해서 얼굴을 돌리며 말을 떠듬거리기 시작한다.
“그... 일단.. 당신이 나보다 쎄니까..”
“쎄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하지못하고 답답하게 떠듬거리는 그녀의 태도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에게 되묻자 네이는 화들짝 놀라며 살짝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얼마가지않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한심해보였는지를 깨달았는지 입술을 꽉 깨물며 웅얼거린다.
“그..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당신 곁에 붙어 있으려고..”
“....응?”
요즘 귀를 안파서 그런가. 헛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한 나는 어이없다는 탄성과 함께 그녀에게 되묻는다. 그러자 입술을 꽉 깨물던 네이는 갑작스럽게 내 멱살을 붙잡으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당신 곁에 붙어있겠다고!!!”
네이는 자기 스스로조차도 부끄러움을 감당 못하는지 콱 움켜쥔 내 멱살을 앞뒤로 마구 흔들며 소리를 지른다.
“우.. 우왓?!”
갑작스런 그녀의 기습에 화들짝 놀란 나는 허둥지둥 팔을 휘둘러보지만 네이는 꽉 움켜쥔 내 멱살을 놔주지 않는다.
“당신 곁에 있을테니까!! 하루 5시간만!! 그 외에는 절대 안돼!!”
“자.. 잠깐!! 우선 이것부터 노.. 놓고!!”
파악!
그제서야 내 말을 들은듯 네이는 움켜쥐고 있던 내 멱살을 놔준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표정을 감추려는 지 황급히 나무 그늘아래로 자신의 몸을 숨기며 말한다.
“단지 너가 강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야..!! 아무 이유없다고!! 단지.. 진짜 단지 그것뿐이야!!”
“아아...”
나는 심각하게 좌우로 흔들려 어지러운 머릿속을 진정시키며 어렴풋이 들리는 네이의 목소리에 대충대충 대답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내 눈앞에는 이미 네이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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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심? 경외감이라.. 하.. 나 참..”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 네이를 놓쳐버린 나는 그녀가 한 말을 상기하며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뀐다. 나를 찾아와서 내 곁에 5시간동안 있겠다고? 마치 이 베히모스 유적지가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된다는 말이었다.
“말도 안되지...”
그녀의 말을 단순한 헛소리로 치부한 나는 아무런 수확없이 내가 머무는 숙소로 돌아온다. 어느세 산맥 사이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해무리.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괜시리 키르비르의 탑에 오르고 네이를 쫓아 숲안까지 뒤져서 여러모로 귀찮고 피곤했지만 나는 그대로 방안에 들어가지 않고 허기진 배를 먼저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향한다.
“...응?”
내가 식당에 도착하자 맛좋은 냄새가 식당을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향을 맡은 나는 이 향을 만든 주인공이 리엔일꺼라고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향보다 내 관심을 더 끄는 것은 식당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식기소리. 한명이 아니었다.
“아. 타메르씨! 오셨어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찢어져버린 자신의 신관복을 깔끔하게 수선하여 만든 앞치마를 앞에 두르고 이제 막 만든듯 따듯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있는 리엔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거야? 일도 없잖아?”
그리고 이어서 식탁 앞에 앉아 자신의 몫의 음식을 포크로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가는 키르비르가 뭔가 불만이 가득한 뾰로뚱한 목소리로 나를 반겨준다. 나를 향해서만 비뚤어진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나는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큰 반응없이 그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걸터앉는다.
“뭐..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싶었던 정보가 있어서.”
“너 같은 돌머리가?”
내 말에 키르비르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런 푸대접은 익숙했던 나는 별 감흥없이 식탁 한쪽에 마련된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온다. 그러자 아무런 반응없는 나를 조용히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맛깔나게 요리된 자그마한 고깃조각을 입에 넣으며 묻는다.
“그래서 원하는 정보는 찾았어?”
“그다지... 믿을 수 없는 사실밖에 없더군.”
“흥. 그럴 줄 알았어.”
내 대답에 꼴 좋다는 듯이 키르비르는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나를 업신여기며 마구잡이로 비하해나가는 키르비르의 행동에 리엔은 나와 키르비르를 번갈아보며 눈치를 살핀다. 불안해하는 리엔을 흘끗 바라본 나는 키르비르 몰래 손으로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흐음... 그나저나 우리 돌머리 양반께서 갑작스레 알고 싶어하는 정보가 뭘까나~”
키르비르는 탁자에 턱을 괸채 싱글싱글 웃으며 나에게 묻는다.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여유로움. 그런 그녀를 흘겨보던 나는 리엔이 내 앞에 차려준 음식을 포크로 콕 찍어 입안으로 가져가며 말한다.
“수인족. 그들중 묘족에 대한 정보.”
“수인족? 그 녀석들은 왜? 뭐.. 이종간이라도 하고 싶은거야? 성적 취향이 바뀌었어? 고양이 머리띠나 꼬리모양의 악세사리라도 원하는거야?”
“....”
내 대답에 키르비르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이상한 단어를 마구잡이로 뱉어낸다. 그러자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린 리엔도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되려 관심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음식을 입안으로 가져간다.
“수인족이라... 녀석들은 이 세계에서 멸족된지 오래일텐데? 어자피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종족인데 그 정보는 왜 필요해?”
내가 아무런 반응없이 먹는데만 열중하자 흥이 빠진듯 키르비르는 뾰로뚱한 얼굴로 자신이 알고 있는 수인족의 정보를 나에게 말해준다. 그녀가 저렇게 제멋대로고 까탈스럽기는 하지만 그녀가 가진 지식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사실은 거짓일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멸족됬다라..”
그녀의 말 대로라면 이 세상에서 수인족이라는 존재는 멸족했다. 즉 그 후손조차 남지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만난 네이라는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흘끗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마치 재미난 퀴즈를 낸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이 세상에서 멸족되었다고?”
“응. 그렇지. 이 세상엔 멸족했어.”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나는 다시한번 그녀가 한 말을 되세겨본다. 수인족은 이 세상에서 멸족했다. 하지만 수인족 네이는 이 베히모스 유적지에 모습을 들어냈다. 베히모스 유적지는 로터스와 같은 이 세상의 생물이 아닌 다른 생물이 최초로 나타난 곳이었다.
“설마... 너가 살았던 세상에는..?”
“오... 돌머리 주제에 멋진 질문이었어요. 10점 드릴께요.”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린 키르비르는 웃느라 살짝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을이어간다.
“지금 너가 짐작하는게 맞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수인족이 존재해. 우리들은 그들을 네베르족이라고 부르지. 너가 갑작스레 수인족에 대한 정보를 찾는 걸보니까... 길 잃은 네베르족이 이 곳에 소환된 것 같네. 로터스와 비슷하게 말이야.”
“네베르족이라..”
네이의 종족을 깨달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키르비르가 하는 말은 믿을 만했다. 까탈스럽고 다루기 힘든 그녀였지만 그래도 기특하게 내가 묻는 질문에는 성실하게 자세한 정보를 전해주는 그녀였다. 뭐... 비록 이리저리 베베꼬아서 알려주는 사실이었지만.
“웃차... 잘먹었어 리엔!”
나보다 먼저 식사를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개운하게 기지개를 핀다. 그녀는 자신이 비운 빈 식기들을 리엔이 가지고 운반하기 편하게 가지런히 정리해준 뒤 식탁 한켠에 기대어놨던 자신의 마법지팡이를 움켜쥔다.
“그나저나. 오늘 밤은 한가하냐?”
“....”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입안에 넣은 음식을 오물거리며 지나가는 말투로 그녀에게 묻는다. 그러자 돌아가려다말고 걸음을 우뚝 멈춘 키르비르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시끄러! 이제 한가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꺼야. 다시 한번만 그 말을 입에 담기만해봐.”
“아아... 죄송합니다. 만약 한가하시다고 한다면 미리 꽃단장을 해두려했지.”
녀석의 살기가 가득 어린 말을 가볍게 받아넘겨주며 나는 여유롭게 식사를 계속해나간다. 그런 나를 마치 꿰 뚫어버릴 듯이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리엔의 눈치를 살짝 살피고 휑하니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나가버린다.
“저... 타메르씨...”
키르비르가 나가자마자 내 곁에 서 있던 리엔은 불안한 듯한 얼굴로 조용히 나를 부른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어꼐를 으쓱거려 별것 아니라는 듯 그녀가 차려준 음식을 느긋하게 입안으로 가져올 뿐이었다.
“키르비르님과... 싸우셨어요?”
“아니. 나와 녀석은 이러는게 일상이야. 왠지 모르겠지만... 녀석은 나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솔직히 이유는 어느정도 짐작이 갔다. 나름대로 최고로 지혜로우며 최고로 똑똑한 자신이 고작 거대 문어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이곳에 발이 묶여있다니... 그런 분노를 풀어낼 대상이 필요한 것이었다. 불행히도 그런 그녀의 분노는 로터스의 하인이며 이곳에서 가장 만만한 나에게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녀석이랑 친해보이냐?”
나는 다시한번 음식을 포크로 콕 찔러 입안으로 가져가며 리엔에게 묻는다. 아마도 그녀는 나와 키르비르가 싸운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못하는 눈치였다. 역시나 그녀는 내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너. 어젯밤 그 소리 들었지?”
“아.. 에? 에?! 무.. 무슨 소리요?! 저.. 저는.. 아무 소리도..”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허둥지둥 내 물음에 부정을 표하는 리엔. 하지만 허둥대는 모습 하나만으로 그녀가 어젯밤 키르비르가 지른 교성을 들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게 하기 충분했다.
“숨길 필요없어. 어젯밤은 그냥... 유희였을뿐이니까.”
“유.. 유희요?”
리엔은 이해하지 못한듯 나에게 되묻는다. 순진하게 내 말을 하나하나 믿고있는 리엔을 바라보던 나는 입가에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살짝 뒤틀린 진실을 이야기한다.
“너도 알다싶이 이 베히모스는 폐쇄된 공간이지. 너가 오기전까지 이곳에 인간이라고 불릴 존재는 나와 키르비르밖에 없어. 그러면 뻔한거 아니야?”
“뭐.. 뭐가 뻔한건데요?”
어느세 리엔의 얼굴은 부끄러움에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지만 눈동자만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신성한 교단에서 지냈던 덕분일까. 아마도 이런 문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욕구불만. 서로간의 합의 하에 욕구불만을 해소시켜주는거지.”
“그.. 그게 무슨...!! 그런게 어디있어요!!”
물론 새빨간 거짓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리엔은 깜짝 놀라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키.. 키르비르님은.. 아직 어리다구요!! 그.. 그런 키르비르님이 요.. 욕구.. 불만?!”
“너도 알다싶이 키르비르는 똑똑하잖아. 나이에 비해 알고 있는게 많다고. 그러니까...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호기심과 흥미가 많았나보지.”
애써 키르비르를 변호하는 리엔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는 여유롭게 차려진 음식들을 마무리해간다. 아무리 그녀가 키르비르를 변호하려해도 오히려 그녀 스스로가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젯밤. 밤늦게 울려퍼진 환희에 젖은 키르비르의 교성소리를..
“그.. 그런...”
얼굴을 붉힌채 나를 보며 바들바들 몸을 떠는 리엔. 아마도 그녀에겐 컬쳐쇼크였던 걸까. 그저 장난기 서린 농담에 과분하게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흥미가 생긴 나는 의자에 기댄채 그녀에게 팔을 내뻗는다.
“꺄앗!!”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당혹감에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리엔은 갑작스레 자신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자신의 쪽으로 끌고오는 내 손길에 가벼운 비명을 지른다.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팔에 끌어안겨 있는 리엔을 올려다보며 씨익 미소짓는다.
“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서로간의 합의 하에... 그 동안 뭉쳐있던 욕구를 시원하게 풀어내는거지.”
스윽..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싼 팔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아담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엉덩이를 매만진다.
“히익..!!”
그러자 리엔은 짧막한 헛바람 소리와 함께 몸을 딱딱히 긴장시킨채 바들바들 떤다. 그런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던 나는 조금 대담하게 손을 움직여본다. 식기를 쥐고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여 흘러내리는 그녀의 생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그녀의 어께를 살짝 눌러 그녀를 내 무릎위에 조심스럽게 앉힌다.
“어때. 너도 관심있나?”
“아.. 으으..”
내 무릎위에 앉아 얼떨결에 눈높이가 맞춰져 서로 마주보게된 리엔은 온몸을 움츠린채 불안함이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웃겼던 나는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참지못한다.
“크큭.. 푸하하핫!!”
“뭐.. 뭐에요?!”
갑작스레 내가 웃음을 터트리자 당황한 리엔은 내 웃음소리에 지지않으려는 듯 바락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웃음이 멈춰지지 않은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준다.
“크크큭... 설마... 믿었던 거야? 크크큿..”
“그.. 그럼..”
“모두 농담. 새빨간 거짓말이지.”
“하지만 그럼 어젯밤 그 소리는.. 대체..”
“아아.. 그거 말이야?”
리엔의 질문에 나는 무안하게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민한다. 리엔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줘도 되는 것일까. 키르비르를 중독시킨 최음제의 힘은 강했다. 타인과의 성관계를 제외하면 그 어떤약으로도 해독되지 않는 중독성. 하지만 리엔의 신성력은 입장이 조금 달랐다. 어쩌면... 리엔의 신성력이라면 그 최음제를 해독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타메르씨... 어젯 밤 일을 설명해주세요!!”
내가 농담한 사실에 살짝 화가 난듯 그녀는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워 나롤 노려보며 대답을 독촉한다.
“나... 나도 잘 몰라. 그 날 밤일은 키르비르가 욕구불만으로 날 찾아온 것이니까.”
“....아닌 것 같은데요?”
내 대답에 리엔은 못미덥다는 눈으로 나를 쨰려본다. 그런 그녀의 눈빛에 나는 그저 볼을 긁적이며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하아.. 알겠어요. 그럼 대충 그런걸로 알아 들을께요.”
왠지모르게 다행히도 리엔은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아주 가볍게 그 사실을 넘겨버린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뭔가 의아함을 느꼈지만 일단 상당히 피곤해질 뻔한 일을 넘겼다는 일에 나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타메르씨.”
그러나 역시나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여전히 내 무릎에 앉은채로 나를 바라보는 리엔. 나는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그런 그녀를 마주바라본다.
“그.. 그 욕구 불만을 해소시키는 거요.. 서로 간의 합의하에 말이죠..”
“아... 그건 농담이야.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키르비르 그 망할 년이 얼마나 프라이드가 높은데.”
“그.. 그게 아니고...”
리엔은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며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얼굴을 붉힌다. 왠지모르게 이상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리엔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린다.
“저.. 저에게 해주실 수는 없나요?”
“....”
큰 용기를 낸 듯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질문을 내뱉는 리엔. 나는 그런 그녀의 질문에 살짝 당혹감이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히지만 리엔은 초조한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불안하게 나를 흘겨볼 뿐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게... 그게요...”
초조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리엔은 이번엔 자신의 손가락을 매만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그.. 그때 일 이후로... 왠지 좀..”
“몸이 이상하다는거냐?”
설마 최음제에 후유증이 있다는 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리엔의 몸상태를 훑어본다. 부끄러운 말을 해서인지 살짝 상기된 뺨과 함께 미세하게 고조되어있는 숨소리.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 이상의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고... 그냥.. 뭐 그래요...”
리엔은 조용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아무말없이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볼뿐이다. 내가 똥하고 된장도 분간못할 눈치없는 얼간이는 아니었다.
“.....”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그녀의 외모를 찬찬히 훑어본다. 청순함의 대명사인 흑발의 긴 생머리카락에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해서 선해보인다는 인상이 강한 얼굴. 거기다 지금은 미세하게 붉어진 그녀의 양 볼은 아직 어색했지만 미세하게 색기가 느껴지기 충분했다.
뿐만아니라 그녀의 몸매또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평소에 신관복이나 통이 넓은 치마따위를 입고다녀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봉긋이 솟아오른 부드러운 가슴과 허벅지에서 둔부를 걸처 허리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은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몸매를 가졌는지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솔직히 리엔이 사람들을 홀릴 정도로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세히 꼼꼼히 살펴본다면 그녀또한 상당히 아름다운 축에 속하는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어떻게 하실꺼에요?”
리엔은 내가 대답없이 자신의 몸을 훑어만 보고 있자 몸을 움츠리며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뭐...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온다는데... 그것을 걷어 차버릴 사람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그녀에 처지를 생각한 난 그녀에게 한번더 기회를 준다.
“다시한번 생각하고... 만약 진짜 할 마음이 있다면 오늘 밤 내방으로 찾아와.”
나는 그말만을 남긴채 내 무릎위에 앉아있는 리엔을 일으켜세워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를 품에 안는다는 것은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자피 리엔은 이제 곧 베히모스를 떠나야할 사람이다. 그녀에게 정이 들었다가는 나중에 괴로운 사람은 이 베히모스에 홀로 남게되는 나 하나뿐일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나는 리엔과 많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리엔은 양 볼을 새빨갛게 붉힌 채 나를 바라보며 아쉬움이 담긴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는 그런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채 내 숙소를 걸음을 옮겨나간다.
========== 작품 후기 ==========
Lizad / 하지만 잠은 계속오네요. 으허허허헝!
Solar Eclipse / 넵! 보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변사체 / 여자죠! 남자는 없습니다. 할렘물이거랑요.
으윽... 월래 H씬은 애를 신나게 태우다가 월요일날 올려야하는데... 리엔 씬은 하필이면 요번 금요일날 올리게 되겠네..
여러모로 리엔은 뭔가 잘 안되는 캐릭터네요.
하여튼. 요번엔 리엔도 잘 끌고가 봅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