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37화 (37/298)

37편

<-- 네이, 플루토 -->

“하암..”

가벼운 하품을 한 나는 내 방벽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후우.. 지루하군.”

자고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흔들리며 이불밖으로 삐져나오는 그녀의 꼬리를 하나하나 다시 침대속으로 집어넣어주는 것도 지치고... 쫑긋거리던 녀석의 귀또한 이제는 식상해진다.

“얼마나 남았지?”

다시한번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제 2시간 가량밖에 안남았다.

“대충 식사나 준비해볼까...”

이제 곧 점심시간이다. 키르비르는 리엔이 차려준 밥을 먹으러 내려올 것이다. 모두가 보는 자리에 네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네이의 존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뭐 여기까지 왔는데. 한끼는 먹이고 보내야겠지.”

나는 아직도 웅크린채 새근거리며 깊은 잠에 빠져있는 네이를 흘끗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리엔이 있기에 식당은 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간단하게 식사를 처리할 수 있는 육포를 가질러가기 위해 식료창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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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겅질겅..

“맛 없군...”

나는 내 품 한가득 말린 고기를 들고 숙소를 향해 걸음을 옮겨가고 있었다. 다행히 식료창고를 갔다오는 동안 리엔과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내 몫과 네이몫으로 품안에 한가득 들어있는 말린 고기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진짜 맛없군...”

솔직히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특별한 조미료나 양념없이 그저 오래보관하기 위해 대충 말린 육포들. 심지어 그들 중 몇몇개는 제대로 말려지지 않아 상한 것도 섞여있었다.

“크으.. 젠장..”

퀴퀴한 냄새를 흩뿌리는 썩은 육포를 발견한 나는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그 육포를 던져 버려버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텐타클들이 썩은 육포를 채가버린다. 먹는 음식도 가리지않는 녀석들의 특이한 식성에 감탄하며 나는 남은 육포들 사이에서 썩은게 몇몇개 더 있나를 확인해본다.

끼이익..

육포들을 거의다 확인해나갈 무렵. 나는 내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품안에 한가득 들고있던 육포들을 방 한쪽에 마련된 낡은 탁자위에 올려두며 고기 냄새가 베어있는 내 옷을 탈탈 털어낸다.

“네... 응?”

아직도 잠에 취해있는 네이를 불러 깨우려는 순간. 나는 텅 비어있는 침대의 모습에 어이없는 작은 탄성을 흘린다.

“뭐야... 돌아간건가?”

내가 식료창고에 갔다온 사이에 잠에 꺠서 돌아간걸까. 침대 위에는 네이가 누워있었다는 흔적과 엉망이 된 이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가 누워있던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는다. 예고없이 돌아간 녀석 때문에 내가 애써 가져온 고기들이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뭐... 안주로라도 사용해야지.”

나는 탁자위에 쌓여있는 말린 고기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미련을 버리고 내 침대에 몸을 뉘인다. 그 순간.

“캬아아아앙!!”

내 등으로 무언가 낯선 물건이 물컹거리는 느낌과 함께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뭐... 뭐야!!”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엉망이 된 이불을 걷어내 비명을 내지른 생물의 정체를 확인해본다.

“너.. 뭐야..”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새하얀 천덩어리. 그리고 그런 천덩어리 틈새에서 괴로워하는 플루토의 얼굴이 보였다.

“캬으.. 아파라..”

“뭐냐... 왜 너가 여기있는 거냐?”

나는 자신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신음을 흘리는 플루토를 바라보며 녀석이 왜 여기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 그러자 플루토는 되려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왜 내가 여기있냐니... 그건... 내가...”

하지만 뒤늦게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을까. 녀석은 천천히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해본다.

“...에?”

멍청한 탄성을 지르며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매만지거나 새까만 털이 뽀송뽀송 나있는 자신의 손을 확인해보는 플루토. 그런 녀석의 어이없는 행동에 나는 그녀에게 다시한번 묻는다.

“그건 니가 어쨌다고?”

“그.. 그건.. 자.. 잠깐 잠깐!!”

플루토는 당황했다. 녀석은 허겁지겁 자신의 몸을 매만지다 말고 자신의 얼굴을 문질러본다. 그런 플루토의 안색이 천천히 창백해져나간다.

“....”

나는 그런 녀석을 자세히 관찰한다. 술에 취한듯 살짝 홍조가 떠올라있는 얼굴.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기분 좋게 좌우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는 녀석의 고양이 꼬리.

“너... 설마 너가 네이냐?”

“....!!”

내 말이 정곡을 찌른 걸까. 녀석이 말을 안해도 날카롭게 곤드선 녀석의 털들이 그녀 대신 그 사실을 밝혀주고 있었다.

“아... 아니야!!”

자신의 앞발을 흔들면서까지 격하게 부정을 표하는 플루토. 하지만 녀석의 행동에는 뭔가 어색함이 가득했다.

“흐으음...”

나는 자신이 네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플루토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녀석과 같이 지내면서 내가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있었다.

“어디보자.”

나는 천덩어리 속에서 천천히 창백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피는 플루토를 집어든다. 녀석은 당황해서 그런건지 내가 하는 행동에 저항하지 않고 긴장감이 잔뜩 서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외친다.

“뭐... 뭐하려는 거야!!”

“가만있어봐.”

플루토의 뒷덜미를 잡아들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녀석의 꼬리를 붙잡는다. 그리고 녀석의 배부분을 확인해보기 시작한다.

“어디보자.. 네녀석이 남자냐? 여자냐?”

그 순간..

“캬아아아아아!!”

촤악!!

고막을 강타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세줄기의 날카로운 섬광이 내 얼굴을 훑고지나간다.

“크아아악!!”

나는 얼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얼굴을 플루토를 놔주며 내 얼굴을 움켜쥔다. 그러자 플루토는 날렵하게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잡아 사뿐히 침대 위에 착지한다.

“변태야!!!”

“젠장! 동물의 암수를 구분하려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짓이냐?!”

“당하는 쪽을 생각해보라고!!”

“크으...”

녀석에게 당해 욱씬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플루토를 노려본다. 그러자 녀석은 나를 노려보다 이내 자신의 몸을 감싸고있던 천덩어리를 물고 자신이 들어온 창가로 도망치기 위해 날렵하게 몸을 던졌지만...

“이 녀석! 어딜 도망가려고!!”

아직 자초지종을 제대로 못들은 나는 황급히 손을 내뻗어 플루토가 물고 돔아치려는 천덩어리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그리고 그 천덩어리를 힘껏 잡아당기자 천을 물고있던 플루토는 자연스레 자신이 물고있던 천에 따라 다시 내 방으로 끌어들여져온다.

“캬아아앗! 좀 놔줘! 이 거머리같은 변태야!!”

다시 한번 내 손에 뒷덜미가 붙잡힌 플루토는 아동바동거리며 내 손으로부터 벗어나려하지만 고양이의 신체구조상 자신의 뒷덜미를 붙잡은 내 손까지 녀석이 발톱이 닿을 수가 없었다.

“너가 네이지?”

만약 플루토가 네이라면 그 모든 사실이 해명이 된다. 갑작스레 네이가 사라진 이유. 그것은 다시 작은 고양이로 변해 환기구나 유적의 틈새로 숨어든 것이었다. 뿐만아니라 이 유적지에서 거의 3년간 지내온 플루토는 이 유적 구조. 텐타클의 배치또한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야!!”

역시나 플루토는 자신이 네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하지만 난 이미 녀석이 네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끝까지 부정하는 플루토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묻는다.

“그럼... 여기에 누워있었던 귀.여.운. 수인족 소녀는 어디갔지?”

“귀... 귀여워?”

애써 귀엽다는 단어를 강조하며 묻자 순간적으로 플루토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역시나 녀석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플루토의 솔직한 반응에 피식 웃은 나는 말을 이어나간다.

“뭐... 나름대로. 내가 보기엔 귀엽더군. 하여튼 그 소녀는 어디갔지?”

“모... 몰라.”

그러자 플루토는 귀엽다는 말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며 나로부터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히 웅얼거릴 뿐이었다.

“흐음... 모른다? 그럴 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증명할 방법이 없을까. 심증이 있어도 물증이 없는이상 플루토가 어설프더라고 해도 계속 잡아뗀다면 나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네이와 플루토와의 공통점이라.. 뭐가 있더라.

“아..!”

잠시동안 고민하던 나는 마땅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플루토가 네이라는 증거는 없었지만 녀석의 입에서 자기 스스로가 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 나오게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뭐.. 뭐야...”

내가 탄성을 흘리자 플루토는 경계심이 잔뜩 서린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런 녀석의 눈을 마주보며 씨익 미소짓는다.

“흐음... 못봤다 이거지? 이걸 어쩌나... 네이는 나에게 소중한 녀석인데... 갑자기 사라져버리다니 아쉬운데?”

“소... 소중해? 어떤 의미로?”

플루토는 내가 한 중얼거림을 듣고 보기 좋게 떡밥을 물어버린다.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데 어설픈 플루토는 얼굴 가득히 소중하다는 단어에 호기심을 잔뜩 띄운채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흐음... 뭐랄까.. 여러 일도 있었고.. 왠지모르게 순진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거든. 거기다가 의외로 상당히 외모도 이뻤고.”

우선은 플루토가 듣기 좋아할만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플루토는 입을 꾹 다문채 내가 해주는 칭찬을 조용히 듣기만할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뒷덜미를 붙잡은 손끝으로 미세하지만 점점 박동이 빨라지는 녀석의 심장고동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베히모스에서 본 여성들중 제일 귀여웠지. 그 순진한 모습은 정말...”

“아하하.. 마.. 말도 안돼.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분명 네이를 칭찬하는 말이었지만 플루토는 되려 자신이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어색한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내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그거. 특히 밤일을 정말 잘했어. 순진한 외모와 다르게 얼마나 달라붙는지... 정말 어젯밤에는 고생했다니깐.”

“....어?”

내 말을 기분좋게 듣고있던 플루토의 얼굴이 딱딱히 경직된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아마도 내가 한 마지막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플루토가 내린 결론은 하나.

“내가 언제!! 이 변태야!!!”

빠악!!

녀석은 내 손에 뒷덜미가 붙잡힌 상태로도 유연하게 허리를 돌려 내 얼굴에 깔끔한 돌려차기를 선사해준다.

“아야야..”

나는 네이에게 얻어맞은 볼을 쓰다듬으며 피식 미소를 짓는다. 작은 체구에 걸맞지않게 녀석의 발차기는 상당한 위력을 품고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흐음... ‘내가?’라니. 어떻게 네이가 너가 될 수 있을까. 플루토?”

내가 원하던 말을 플루토의 입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으흣...!!”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플루토는 허겁지겁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뭐야. 결국 네이가 너였어?”

“아.. 아니라니깐!!”

마지막가지 악착같이 부정을 하는 플루토. 나는 그런 녀석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준다음 녀석을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는다.

“알았어 알았어. 플루토. 아니... 이제 네이라고 불러야하나?”

“으우...”

모든 사실이 밝혀지자 플루토는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뾰로뚱한 얼굴로 분한 듯이 내 눈을 노려볼뿐이었다.

“그나저나.. 그럼 하나 궁금한게 생기는데? 어째서 3년동안 숨겨왔던 너의 본모습을 이제야 보여준거지?”

“그건...”

결국 플루토또한 자신이 네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데 지쳤는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초지종을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키르비르님이 더욱 강화된 억제제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필요하다고 했어. 하지만 그게 하필이면 텐타클의 수액이라서 텐타클의 알집에서밖에 구할 수가 없었거든. 일단 키르비르님과 로터스는 동급이니까. 키르비르님도 괜히 로터스와 충돌하기 싫었는지 나에게 부탁한거야.”

“그래서 수액을 체취하기 위해 고양이 몸으로는 불편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수액을 채취해갔다는 거냐?”

“으응..”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는 플루토를 자신의 무안함을 감추는 녀석을 바라본다. 여러의미로 흥미로운 녀석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외형을 바꿀 수 있다니. 역시 낡아빠진 백과사전을 믿을 것이 못되었다.

“그나저나... 지금이 몇시간이나 지난거야?”

잠시 딴청을 부리던 플루토는 지금의 시간을 묻는다. 그런 녀석의 물음에 대충 시간을 계산해본 나는 그녀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대충.. 3시간 30분정도 지났을껄?”

“그럼 1시간 30분정도는 시간이 있다는 거네?”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감이었을까. 플루토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사뿐하게 도약해 내 무릎위로 뛰어든다.

“뭐.. 뭐야?!”

“좀만 잘테니까... 시간되면 깨워줘.”

그리고 다짜고짜 무릎사이로 기어들어와 몸을 웅크리고 내 허벅지에 머리를 벤체 눈을 감아버린다.

“이봐. 넌 나를 관찰하기 위해서 여기있는거라고...”

“몰라 몰라... 그런거 귀찮아.”

“정말... 제멋대로구만..”

나는 잠자기 편한 자세를 찾아 내 허벅지에 머리를 문지르며 간질이는 플루토를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왠지 녀석이 싫지는 않았다. 조용히 그런 플루토를 내려다보던 나는 나도모르게 녀석의 부드러운 털이 가득한 등을 쓰다듬어준다.

“으으응..”

그러자 플루토는 기분이 좋은지 작은 울음소리를 흘리며 내 무릎사이 깊숙이 파고들며 머리를 기댄채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Kaid / 아. 텍본은 두번다시 배포안하기로 했습니다. 안그래도 과거 로하 텍본이 떠돌아서 기분이 상당히 나쁘거든요.

abcbbq / 아뇨. 1부만 300편일꺼에요. 2부는 제작 예정이고... 3부는 지금 제작하다 중단되었죠. 으허허헛;;

유이버 / 아이고. 오늘도 감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izad / 헐ㅋ. 믿지마세요. 미래는 바뀌니까요. 바로 여러분들의 손에 의해서!! (?!)

변사체 / 으허헛. 감사합니다.

아이고... 요즘 독감에 제대로걸려서 온몸이 망신창이네요.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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