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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45화 (45/298)

45편

<-- Main story. 신성기사단 -->

“키르비르!!”

나는 황급히 뱃머리로 달려가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키르비르를 받아내기 위해 몸을 날린다.

콰앙!!

다행히 타이밍이 늦지 않았는지 나는 간신히 키르비르를 받아내 품에 안은채로 두어번 바닥을 구르다 난간에 부딪힌 뒤에야 멈춰설 수 있었다.

“짜증나는군요. 고작 당신들 때문에 자랑스러운 신성기사단이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다니.”

비공정으로부터 이어진 밧줄을 움켜쥐고 허공에 매달린채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혀를 차는 란슈. 그는 여유롭게 자신의 거대한 십자가를 다시 등에 짊어지며 로터스의 촉수에 꿰여 반으로 갈라지는 비공정을 내려다본다.

“이거 뭐. 애써 손에 피를 묻힐 필요는 없겠군요.”

“....”

콰득.. 콰드득..

그의 말이 맞았다. 여기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로터스의 촉수에 한가운데가 관통당한 비공정은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반으로 쪼개져나가고 있었다. 이대로가다가는 반쪽이 난 비공정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할 것은 뻔한일이었다.

“죽기 전에 기도할 시간은 주겠습니다. 물론... 효과는 없을테지만요.”

란슈는 우리들을 돌아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자신이 매달려있는 밧줄을 두어번 당긴다. 그러자 그가 매달려있는 밧줄이 당겨지며 그는 자신이 뛰어내린 비공정으로 다시 끌어올려지기 시작한다.

“리엔...”

란슈가 돌아가는 비공정의 갑판위로 리엔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우리를 노려보며 살기를 흩뿌리는 크루세이더들 사이에서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간다.”

비공정으로 돌아온 란슈의 한마디와 함께 비공정은 부유석이 공명하는 소리를 흘리며 천천히 자신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타메르.. 들리나?

거리가 많이 떨어져서일까. 머릿속으로 전과 다르게 희미하게 띄엄띄엄 로터스의 사념이 흘러들어온다. 이미 부숴진 비공정은 베히모스 유적지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로터스는 어떻게든 촉수를 끌어당겨 비공정을 끌어오려하지만 이미 산산히 박살나있는 비공정은 촉수에 의해 끌려오기전 허공에서 바스라질 것이 뻔했다.

-너가 허무하게 죽을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너는 반드시 돌아오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둬라. 제한 시간은 겨우 3일밖에 없다.

콰드드득..

로터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비공정은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져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한팔로는 기절한 키르비르를 끌어안고 다른 한팔로는 난간이 우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움켜쥔다.

“젠장...”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이대로 추락한다면 나와 키르비르는 부서진 비공정의 뱃머리 부분과 함께 베히모스 산 외곽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상당히 높은 고도에서의 추락. 물론 나 같은 경우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거나 박살나도 머리가 깨지지 않는 한 광혈의 저주로 인해 신체 대부분을 재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

내 품안에 죽은 듯이 축 늘어져있는 키르비르. 그녀는 다를 것이다. 의식을 차리지 못한 그녀는 약하디 약한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파닥파닥!!

그때 내 허리부근을 두드리는 가벼운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런 움직임에 깜짝 놀란 나는 허리부근을 내려다본다. 거기에는 이제 막 정신을 차렸는지 커다란 스텝에 말도 못하게 입까지 꽁꽁 묶여진 플루토가 간신히 팔하나를 빼내 내 허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쫘악!!

그런 녀석을 내려보던 나는 한손으로 단숨에 녀석의 몸을 감싸고있는 밧줄을 단숨에 뜯어낸다. 그러자 숨통이 트인듯 플루토는 길게 한숨을 몰아쉬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뭐.. 뭐야? 여기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녀석이 꺠어나자 보이는 것은 박살나기 일보직전인 비공정이 천천히 지상으로 추락하기 위해 기울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녀석은 휘둥그레진 눈동자로 사방을 돌아보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치로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거기서 녀석의 자그마한 눈동자가 경악으로 휘둥그레진다.

“키.. 키르비르님?!”

내 품안에 안겨있는 키르비르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플루토. 녀석은 키르비르가 의식을 잃은채 내 품에 있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설명을 요구한다.

“설명하자면 길어. 우선은...”

콰드득!!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 선체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비공정이 로터스의 촉수를 중심으로 두조각으로 갈라지며 각자 빠른 속도로 산산히 부서지며 대지를 향해 추락해나가기 시작한다.

“캬아아앗!!”

난간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나와 다르게 지금 상황을 파악못한 플루토는 갑작스러운 추락에 몸이 허공에 붕 떠버린다. 허공에서 자신의 양 다리를 바둥거리며 놀란 비명을 지르는 플루토. 나는 황급히 키르비르를 끌어안은 팔로 내 옆에 놓여져있던 스텝을 움켜쥐고 네이를 향해 스텝을 내민다.

“잡아!!”

타악!

내가 내민 스텝을 발견하자 플루토는 재빠르게 자신의 발톱까지 꺼내며 양 다리로 스템을 끌어안듯이 달라붙어버린다. 그런 녀석의 잽싼행동에 피식 웃은 나는 스텝을 끌어당겨 플루토를 내쪽으로 끌어온다.

“타.. 타메르 이게 무슨일이야!!”

내가 스텝을 끌어오자 녀석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다짜고짜 키르비르와 내 품 사이로 달려와 내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사방을 둘러본다. 빠른속도로 추락하는 비공정에서 보이는 것은 천천히 가까워지는 지평선. 비공정의 잔해가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플루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추락하는거다. 플루토. 최소한 네 몸 하나는 지킬 수 있겠지?”

네이와 싸웠을때 그녀의 몸을 감싼 실드를 기억해낸 나는 녀석의 안전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플루토는 힙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하.. 하지만.. 모두를 지킬 수는 없어...”

“괜찮아. 추락의 충격으로 떨어지지 않게 내 몸을 꽉 붙잡고 너의 몸을 보호하는데 집중해.”

“그.. 그러면 너와 키르비르님은?!”

녀석의 물음에 나는 걱정말라는 듯이 싱긋이 미소짓는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키르비르는 내 품 깊숙이 끌어안으며 그녀를 보호하듯 한팔을 그녀의 몸에 둘러준다. 다행히 몸집이 작은 키르비르는 내 품에 맞춰진 것처럼 꼭 들어맞았다.

“최소한.. 키르비르는 어떻게든 살려주마.”

솔직히 키르비르는 나를 도와주려다 이 꼴이 된 것이다. 비록 평소의 그녀는 얄밉고 짜증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나를 위해 도와줬고. 지금 이 위기의 상황에서 그녀의 목숨을 보호해주는 것이 그녀의 배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일 것이다.

“자... 온다!! 꽉잡아!!”

난간의 틈새로 보이는 지평선의 위치로 추락하는 고도를 대충 짐작한 나는 충격의 순간이 다가오자 난간에서 손을 뗴고 키르비르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는다. 그리고 최대한 충격을 상쇄시키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며 이제 곧 다가올 어마어마한 통증에 대한 대비를 한다.

“으.. 으아아앗!!”

내 품안에서 들려오는 플루토의 자그마한 비명소리. 녀석또한 공포를 떨쳐내려는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내 옷자락을 힘껏 움켜쥐고있었다. 얼마나 힘껏 움켜쥐었으면 녀석의 발톱이 옷을 뚫고 내 살갖을 꿰뚫을 정도였지만 이제 곧 내 몸을 휩쓸 충격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가지않아..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이 내 몸을 휩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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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으로 물든 기분나쁜 공간. 언젠간 봐왔던 것같은 익숙한 방안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

허리에 날카로운 검에 의해 찢겨진듯 긴 검상을 입은 채 바닥에 쓰러진 여성. 그리고 그런 그녀 옆에는 가슴에 거대한 대검이 꽂혀있는 남자가 누워있었다. 그런 두 남녀를 중심으로 진득한 붉은 피웅덩이가 잔잔하게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

내 기억이 틀리지 않으면 분명 그들은 나를 낳고 키워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런 소중한 분들을 저렇게 만든 사람은..

“오... 오빠..”

다름아닌 나였다. 피로 점칠된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내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피에 절어있었고 내 눈은 내 몸에 묻은 피보다 진한 혈광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오.. 오빠? 이게.. 어떻게 된일이야?”

요란한 소음에 잠에서 깬 것일까.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나와 비슷한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가 덜덜 떨며 나에게 다가온다.

“....”

그녀의 등장에 내 얼굴이 녹이 슨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려나간다. 그녀는 내 하나뿐인 여동생. 티아라..

“오..빠?”

나와 달리 아름다운 갈색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과 시선이 마주치자..

두근..

심장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미 내 의지에서 벗어난 내 몸은 무겁게 걸음을 옮기며 티아라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한다.

-도망쳐...

지금 내 몸이 티아라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려고 하는 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들에게 했던 짓. 그 일을 티아라에게 저지르려고 내 몸은 그녀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오.. 오빠. 괜찮아?”

평소에 마음씨가 착했던 그녀. 그녀는 자신의 위험보다 이상한 징후를 보이는 내 모습을 걱정하며 오히려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도망쳐...

나는 단지 이 3단어를 그녀에게 뱉어내기 위해 입을 힘겹게 벌렸지만..

“크아아아아아!!”

내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나도 이해못할 괴성뿐이었다.

“꺄읏!!”

덮썩.

내 몸은 내 의지에서 벗어나 오른손으로 티아라의 여린 목을 부여잡고 괴력으로 그녀의 몸을 들어올린다. 티아라는 그런 내 손목을 움켜쥐며 괴로운 듯 콜록거리며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 안돼..

콰드득..

필사적으로 내 몸을 제어하려는 내 바람과 다르게 내 왼팔에는 내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굳어서 만들어진 날카로운 검이 붉은 혈광을 사방에 흩뿌리고 있었다.

“우으읏..!”

그런 검을 발견한 티아라의 눈이 공포로 물들어져간다. 그리고 내 눈을 바라보며 내가 정신을 차리기만을 소원했지만...

푸욱..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 왼팔에 맺힌 피로 만들어진 검이 충분이 단단히 굳어지자 나는 일말의 주저없이 그 검을 내 손에 붙잡힌 티아라의 여린가슴에 박아넣어버린다. 날카로운 혈검은 연약한 그녀의 가슴을 헤집고 그녀의 작은 등뒤로 피로 물들어 더욱 새빨개진 머리를 내민다.

“아...”

숨통이 막혀있는 덕분에 비명은 없었다.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못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눈망울에서 투명한 눈물이 피로 얼룩진 그녀의 볼을 닦으며 흘러내린다.

두근.. 두근..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통해서 상처입은 그녀의 심장이 필사적으로 나약하게 박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두...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다. 얼마가지않아 고요한 침묵과 함께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져버린다.

투둑..

그녀의 턱에 방울지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내 손에서 풀려난 그녀의 몸또한 실이 풀린 인형처럼 피가 잔뜩 고여있는 바닥에 무너져내린다. 가슴에 혈검이 박힌채 쓰러져있는 티아라. 그런 그녀를 내려보는 내 머릿속은 한없이 고요했다.

“.....”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생각이라는 행동자체를 할 수 없었다. 나는 기계처럼 고개를 삐걱거리며 지금 내가 저지른 일을 살펴본다.

“크.. 크크.. 크크큿..”

털썩..

나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그제서야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현실은 돌일킬 수 없을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버렸다. 나는 내 눈앞에 아무런 말 없이 침묵을 지키며 쓰러져있는 3개의 고깃덩어리를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말없이 피눈물을 흘릴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아르마티스 / 다이하드 마스터는 좋죠

abcbbq / 있지만.. 후반에 나오도록하죠. 아마도..

유이버 / 왜요 월요일 좋잖아요?

광휘빛천사 / 주인공은 적에게 털려야 제맛

sereson / 이제 네이가 떠오르는 거죠

실버링나이트 / 기습에는 얄짤없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지내느라 업로드가 좀 늦었네요.

늦었지만 독자분들도 오늘 하루도 좋은하루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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