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편
<-- Main story. 신성기사단 -->
“이.. 변태자식아!!!”
“....!!”
이어져서 날카로운 살기가 나를 향해 매섭게 쏘아진다. 순간적으로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는 품안의 키르비르를 꽉 끌어안고 옆으로 몸을 던진다.
촤악!!
그리고 내가 서있던 자리에 섬뜩한 검흔이 새겨진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는 샛노란 빛을 머금은 기이한 도를 들고 있는 푸른 단발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티에르! 괜찮아?!”
갑작스레 등장한 푸른 단발머리카락의 여성은 황급히 내가 구해준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몸상태를 확인해본다.
“이.. 변태자식이!! 대낮부터 여자를 희롱해?! 아주 씨를 말려버리겠어!!”
그리고 티에르에게 전후사정을 묻지도않고 다짜고짜 나를 향해 자신의 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푸른 머리카락의 여성.
“크읏.. 당할줄알고?!”
나 또한 기본적인 방어를 위해 키르비르를 왼팔로 감싸안으며 오른손으로 내 대검을 움켜쥔다. 하지만 그 순간..
욱씬!!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결국 그러한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살짝 느려진 나는 대검을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한다. 그런 내 눈앞에 날카로운 날을 빛내며 나를 향해 쇄도해오는 여성의 샛노란 도가 다가온다.
“제..젠장!”
카앙!!
그런 여성의 검날이 내 머리를 쪼개려는 순간. 청명한 쇳소리가 숲속을 뒤흔든다.
“....”
“크읏..! 넌 뭐야?!”
푸른 머리카락의 여성은 예고없이 자신의 도를 막아낸 하나의 강철봉을 발견하고 당황하며 뒤로 물러선다.
“나는 네이. 괜찮아 타메르?”
“아아... 덕분에.”
“부상자는 뒤로가있어.”
푸른 단발머리로부터 나를 보호하듯 내 앞에 선 네이는 자신의 봉을 바닥으로 늘어뜨리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여성에게 보호받는다는 사실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지만 뒤로 물러서라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를 향한 걱정이 느껴졌던 나는 군말없이 키르비르를 품에 안고 뒤로 두어걸음 물러선다.
“너는 또 뭐야?”
“말했잖아. 나는 네이.”
네이의 물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던 푸른단발머리카락의 여성은 자신의 도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입을 연다.
“나는 시란이다.”
그리고 그 둘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입을 다물고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상황. 둘중에 한명이 움직이는 순간 상대는 그틈을 노리고 치고 들어올 것이다.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잡아당겨진 긴장감 속에서..
“두구두구두구..”
“티에르!!”
“미안...”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기대된다는 눈으로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티에르. 시란이라는 여성은 철없는 그녀의 행동에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자 티에르는 몸을 움츠리며 겁에질린 눈으로 시란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네이에게 눈을 떼지않고 노려보던 시란은 작게 혀를 찬다. 그리고 다시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자신의 도를 단단히 고쳐잡는 순간..
두두두두...
“티.에.르읏!!!”
“나.. 나 아니야!!”
티에르의 말대로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땅이 울리는 진동과 함께 다수의 발걸음 소리. 설마..
“신성기사단인가?”
아마도 그들은 추락한 잔해에서 우리들의 시체를 확인하려오는 것이 분명했다. 짧게 신음을 삼킨 나는 네이와 부숴져내린 비공정의 잔해를 돌아본다. 지금 이곳에 머무는 것은 위험했다.
“젠장! 네이! 돌아와!!”
나는 다급하게 키르비르를 끌어안고 최대한 빨리 비공정에서 멀어지기 위해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이또한 그런 나를 확인하더니 일말의 주저없이 시란으로부터 등을 돌린다.
“어딜 도망가려고!!”
시란이 그 틈을 놔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등을 돌린 네이에게 다가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네이의 허리를 향해 자신의 도를 휘두른다.
“네이!!”
나는 그런 상황에 기겁하며 네이를 부른다. 이미 네이는 나를 향해 몸을 반쯤 돌린 상황. 그런 어정쩡한 자세에서 시란의 날카로운 공격을 피할 수 있으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퍼엉!
순간 그녀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새하얀 연기와 함께 시란의 도는 허무하게 허공에 피어오른 연기를 갈라버린다. 그리고 그런 연기 사이로 폴짝 뛰어나오는 하나의 검고 작은 고양이.
키이잉!
네이가 플루토의 모습으로 변하자 주인을 잃은 강철봉은 허공에서 탁한 회색빛을 뿌리며 크기가 줄어든다. 그리고 크기가 줄어든 빛덩어리는 플루토의 꼬리에 매달리게 되고 이내 자그마한 방울로 그 모습이 변해버린다.
“그렇게 다급하게 부르지마. 누구처럼 멍청하지는 않으니까.”
플루토는 내 부름에 느긋하게 대답하며 단숨에 내 어께높이까지 도약하여 내 어께를 움켜쥐고 자리를 잡는다. 나는 목표를 놓쳐 당황하는 시란과 놀란 듯이 붉어진 얼굴로 꺅꺅거리는 티에르를 한번 돌아봐준뒤 거친 숲풀을 헤쳐나가며 최대한 신속히 비공정의 잔해로부터 거리를 벌려나간다.
---------------
“우와.. 우와 우와! 고.. 고양이!”
새빨개진 얼굴로 어쩔줄몰라하는 티에르. 그녀는 한 마리의 앙증맞은 고양이가 날렵하게 타메르의 어께로 날렵하게 뛰어올라 친근하게 그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따악!
그런 그녀의 곁에서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인상을 팍 찡그린 시란은 오도방정을 떠는 티에르의 머리에 가벼운 꿀밤을 먹여준다.
“아우으...”
그러자 머리를 감싸쥐고 울상을 짓는 티에르. 하지만 시란은 그런 티에르에게 별 관심을 주지않고 타메르 일행이 사라진 숲풀을 노려보며 중얼거린다.
“뭐야 저녀석들..”
하지만 시란의 불평도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가지않아 타메르가 도망친 반대편 숲풀이 부스럭거리면서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져왔다.
“큭.. 저 망할 근육덩어리들..”
그런 상대의 정체를 아는건지 작게 혀를 찬 시란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러자 그녀의 신체가 마치 안개처럼 흘러가는 바람에 산산히 흩어져 그 흔적조차 남지 않아버린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있던 샛노란 검신의 도는 주인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땅에 꽂혀버린다.
“어..? 시.. 시란?! 나.. 난 어떻게..”
“여기 사람이 있다!!!”
당황하는 티에르. 하지만 그 순간 숲풀이 좌우로 갈라지며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다수의 근육덩어리들이 숲풀사이로 걸어나온다. 모두들 순백의 빛으로 반짝이는 중갑옷을 입은 크루세이더들. 그런 그들의 등장에 티에르는 저도 모르게 바닥에 발라당 넘어져 기절한 척을 해버린다.
“이봐. 정신이 드나?”
그러자 한 크루세이더가 부드럽게 티에르의 끌어안으며 그녀의 볼을 살며시 두드린다. 그러자 티에르는 파들파들 떨리는 눈으로 어색하게 눈을 뜨며 작은 탄성을 흘린다.
“아..”
눈앞에 보이는 것은 태산처럼 어마어마한 몸집을 가진 기사. 얼마나 잘먹고 잘사는지 그의 얼굴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렸고 나름 호감가는 미소라고 지어진 기묘한 미소가 뭇 여성들에게 심한 거부감을 주기 충분했다.
“으.. 으아아아! 내 검 내검!!”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낀 티에르는 양팔을 바둥거리며 허겁지겁 크루세이더의 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바닥에 꽂혀있는 샛노란 도를 향해 기어간 티에르는 샛노란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벌벌 떨며 자신을 안아들었던 크루세이더를 향해 겨눈다.
“아.. 아하하.. 놀라셨으면 죄송합니다.”
그런 그녀의 과민반응에 익숙한듯 그 크루세이더는 어색하게 머리를 글적이며 진정하라는 듯이 양팔을 들어 그녀를 진정시킨다. 그러자 두어번 크게 심호흡한 티에르는 조심스럽게 그를 향하던 검을 회수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아가씨가 걱정되어서..”
일반적으로 크루세이더들은 교단에 대한 신실한 믿음으로 무장되어있었다. 아무리 험악해보이는 남자라고 해도 교단의 크루세이더들인 그들이 평범한 사람을 해꼬지할 경우는 거의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있던 티에르는 그의 말을 믿는 다는 의미로 샛노란 검을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비어있는 검집에 수납해 넣는다.
“그나저나.. 혹시 다른 사람들은 못봤나?”
크루세이더들의 리더로 보이는 한 젊은 남자가 티에르에게 걸어와 질문을 던진다.
“사.. 사람들이라뇨?”
그의 물음에 티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다. 그러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훑어본후 티에르에게 재차 질문을 던진다.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와 백발의 꼬마 마녀인데..”
“...아~!”
남자의 설명을 들은 티에르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대답하려는 순간..
지이잉..
그녀의 겁집에 들어있던 도가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런 진동을 들은 티에르는 딱딱히 굳은 얼굴로 자신의 앞에 서서 기대감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크루세이더에게 대답한다.
“모.. 모르겠어요.”
“그런가..”
크루세이더는 티에르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리버리하지만 사심없이 순수한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거짓말을 할것같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그럼 전 이만..”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티에르는 쭈뼛거리며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조심스럽게 비공정 주변을 수색해나가는 크루세이더 무리들로부터 뒷걸음질 친다. 그런 티에르를 의심하지 않았던 크루세이더들은 별 문제없이 그녀를 보내줘버린다.
그리고 어느정도 숲풀을 헤치며 걸어나가 크루세이더들이 보이지 않게되자 티에르는 자신의 검집에 들어있는 도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입을 연다.
“시란.. 어째서 말하지 말라고 했던거야?”
찰캉..
티에르의 물음에 검집에들어있던 도가 살며시 빠져나온다. 그리고 검으로부터 흘러나온 옅은 안개는 희미하게 시란의 모습을 구성하며 티에르의 곁에 등장한다.
“그 녀석들은 내가 잡을꺼야. 꽤나 흥미있는 녀석을 만난 것 같거든.”
“치... 그 남자?”
“아니. 그 남자를 따라다는 꼬마 고양이.”
“아...”
시란의 말에 티에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한다. 인간의 모습과 고양이의 모습으로 자신의 외형을 변신할 수 있었던 네이. 티에르는 특히 네이가 가지고 있었던 앙증맞은 고양이 귀와 꼬리에 관심이 많았었다.
“시란도 그런 귀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
“그딴 생각 안해!!”
“아우.. 소리지르지마..”
티에르의 말에 시란은 얼굴을 붉히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티에르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볼멘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그 녀석. 한 실력하던데..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거든.”
시란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자신의 검의 손잡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하여금.. 마음대로 하세요.”
시란의 구박에 삐진듯 티에르는 입을 삐쭉내밀고 별 관심없다는 투로 대답하고 자신의 힘으로 검을 꽉 눌러 억지로 검집에 집어넣는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나타났던 시란의 영체또한 허무하게 허공에서 산산히 흩어지며 사라져버린다.
“그나저나... 어디서 많이 느껴본 손길인데...”
시란이 사라지자 티에르는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린다. 그녀는 타메르의 손이 닿았던 자신의 가슴을 조용히 매만진다.
“기억이 안나... 분명 내게 소중한 기억이었던 것 같은데... 뭐 어때. 다시 한번 만나보면 되겠지.”
낙천적인 성격때문일까. 머릿속에 남아있는 불투명한 과거기억을 억지로 되새기려고 하기보다 그저 다시한번 만나보겠다고 결심을 굳힌 티에르는 숲풀을 헤치며 타메르 일행이 떠나간 방향을 쫓아 걸음을 옮겨나가기 시작한다.
----------------
크루세이더 무리들을 피해 깊은 숲속으로 몸을 피한 나와 플루토는 숲풀이 우거져 밖에서 발견하기 힘든 천연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간신히 쉴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동굴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없어. 아직 이 근처에는..”
밖을 정찰하고 돌아온 플루토는 앞발로 자신의 머리 위에 묻은 나뭇잎을 가볍게 털어내며 나에게 상황을 전달한다.
“그나마 다행이군. 우리가 도망칠 때 걸리지는 않은 것 같아.”
만약 그때 어렴풋이나마 우리가 도망치는 뒷모습을 발견했다면 득달같이 쫓아왔겠지.
“그나저나.. 그 어리버리한 녀석..”
방금전 나무에 묶여있었던 티에르라는 여성. 나와 비슷하게 진하디 진한 붉은 적발의 머리카락. 만약 내 동생이 살아있다면 지금쯤 그녀의 나이처럼 자라 있을 것이다.
“...말도 안돼지..”
잠시동안 티에르라는 여성이 내 동생이인 티아라라고 기대를 했지만... 무리였다. 내 기억속의 티아라는 내가 만든 혈검에 의해 왼쪽 가슴이 관통당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확실히 느겨졌다. 그녀의 심장이 여린 박동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멈춰버렸다는 것을.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잡념을 떨쳐버린다. 그 사실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죽었다고 생각한 내 여동생 티아라의 생사가 아닌 내 품에 안겨있는 키르비르의 생사였다.
나는 조용히 내 품안에 죽은 듯이 잠들어있는 키르비르를 내려본다. 아직 큰 이상없이 가벼운 숨소리와 함꼐 고요히 잠들어있는 키르비르.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큰 타격은 아닌 것 같았다.
“타메르... 괜찮은거야?”
동굴안으로 걸어들어온 플루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 플루토의 물음에 나는 잔뜩 흩으러져 흘러내리는 키르비르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올려주며 대답한다.
“큰 이상은 없어. 잠시동안 쉬게 해주면.. 일어날꺼야.”
의식을 차리지 못한다는게 불안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그녀가 빨리 깨어나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는 것밖에...
“키르비르님 말고... 너 말이야 타메르.”
“...뭐?”
예상외의 플루토의 한마디에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플루토를 바라본다. 그녀의 시선은 내 오른팔에 머물러있었다.
투둑..
방금전 격한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팔 내부에 박혀있던 나뭇조각이 튀어나오면서 출혈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팔을 타고 흘러내린 붉은 핏방울은 손긑에서 방울지어 차가운 돌바닥에 붉은 꽃을 수놓아가고 있었다.
“크읏.. 이거 짜증나는군.”
나는 살갗을 뚫고 튀어나온 몇 개의 나무조각을 억지로 뽑아내 동굴바닥에 던져버린다. 하지만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아직도 여러 개의 조각들이 팔 내부 깊숙이 박혀있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새로생긴 상처또한 제대로 아물지 않고 있었다.
“잠깐..”
그때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던 플루토가 사뿐하게 내 오른팔로 뛰어오른다.
“뭐야?”
내가 미처 플루토를 제지하기도 전. 내 오른팔에 사뿐하게 올라탄 플루토는 조심스럽게 내 팔에 새로 새겨진 상처를 혀로 핥아간다.
“욱..”
까칠까칠한 플루토의 따듯한 혀가 내 상처에 닿자 잠시동안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통증보다 부드러운 플루토의 혀의 촉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 정도면...”
아무말없이 조용히 내 팔의 상처를 핥던 플루토는 출혈이 멈추자 조심스럽게 내 상처를 핥던 행동을 멈춘다. 그리고 출혈이 멎은 것을 두눈으로 확인한 플루토는 다시한번 날렵하게 뛰어올라 차가운 돌바닥에 가볍게 착지한다.
“비리지 않냐?”
나는 녀석의 타액이 살짝 묻은 내 오른팔을 흘끗 돌아보며 녀석에게 묻는다. 보통 피맛은 그렇게 기분좋은 맛은 아니었다.
“별로... 견딜만했어.”
내 물음에 플루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마스터인 키르비르를 구해준 보답이었을까..
“일단... 고맙다.”
나는 조용히 플루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자 플루토또한 큰 거부감없이 오히려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고 내 손길을 만끽한다. 그런 플루토의 꼬리가 기분좋은듯 부드럽게 좌우로 흔들린다.
“자. 그러면 키르비르가 깨어날때까지.. 조금만 쉬자.”
비록 광혈의 저주에 걸려 강인한 체력과 힘을 가졌다고는 했지만 그것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방금전 비공정 추락에 의해 엄청난 타격을 입은 상태. 겉으로는 아무란 외상없이 말끔해 보였지만 내부는 엉망이 된지 오래였다. 광혈의 저주라도 힘을 보충하기 위한 휴식이 필요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나는 차가운 돌벽에 몸을 기댄다. 차갑고 딱딱하며 울퉁불퉁했지만 피로에 지친 내 몸에게 이만큼 부드럽고 편안한 등받이가 따로 없었다. 내가 벽에 몸을 기대자 플루토또한 조용히 내 다리에 머리를 베고 몸을 웅크린다.
“조금만.. 쉬는거야.”
나는 머릿속에 몰려오는 피로감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러자 어마어마한 피로가 내 머릿속을 마비시켜나간다.
부스럭..
그때 희릿해지는 내 귓가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리고 인기척이 느껴진다. 나는 허겁지겁 의식을 다시 되찾으려하지만 흐려져가는 의식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조금씩 감겨가는 눈동자를 통해 동굴 입구를 막고있는 숲풀이 천천히 좌우로 벌어지는 것이 보인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주말에는 즐거운 추가연재와 함께~!
abcbbq / 헛?! 토게쪽은 아는게 없는데.. 혹시 닉이 어떻게 되시죠?!
광휘빛천사 / 헠헠헠.. 그런일은... 헠헠..
Lizad / 앜ㅋㅋㅋ 스마트폰을 가지지 않는 남자의 무뇌함.. 나는 지하철역까지 갈때까지 로딩이 되는줄 알았죠.
유이버 / 코멘트를 읽지 않고 버틸 수가 없다!!
실버링나이트 / 히로인은 총 7명! 그중에 백치미와 까칠함을 자랑하는 티에르와 시란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