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편
<-- Main story. 신성기사단 -->
“으랏챠!!”
나는 한손으로 난간을 힘껏 잡아당겨 내 몸을 비공정 내부에 올라탄다. 내 팔에 매달린채 잘도 자고있는 망할 키르비르. 고소공포증이 있는지 내 품안에 매달려 오들오들떨고있는 리엔 덕분에 끈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행동은 절대로 쉽지않았다.
“후아..”
비공정위에 올라타자 이제 발에 딛일것이 생긴 리엔은 긴장이 풀린듯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무너져내리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상당히 고생한 리엔은 그래도 용서해줄 수 있었지만..
“으음.. 도착한 거야?”
이제야 태평하게 눈을 비비며 깨어나는 키르비르. 그녀는 가볍게 기지개를 핀 뒤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난간에 기대 한숨을 쉬고있는 리엔의 모습을 확인한다.
“키르비르. 하나만 묻자.”
나는 그런 키르비르를 불러세운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마치 귀찮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팔짱을 낀다. 왠지 상당히 맘에 안드는 모습이었지만... 그런 그녀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고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는다.
“오늘 있었던 일... 너가 저지른 거냐?”
“.....”
내 물음에 키르비르의 대답은 침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는 키르비르. 나또한 지지않고 그녀의 눈을 마주 노려보며 해답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조용히 침묵을 지키던 키르비르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대답한다.
“도데체.. 너의 정체가 뭐냐?”
그런 그녀의 대답에 나는 작게 침을 삼키며 그녀에게 묻는다. 시간을 되돌리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평범한 능력이 아니었다. 베히모스의 과거 기록을 살펴봐도 시간을 역행한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발상이기에 고대인들조차도 그 마법에 관한 연구는 시행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앞에 서있는 키르비르라는 작은 소녀는 그런 일을 해낸 것이다.
“사상 최강의 천재 마법 소녀.”
키르비르는 입술에 침도 바르지않고 아주 뻔뻔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그런 그녀의 솔직하고 담백한 대답에 나는 뭐라 반박하지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여금. 난 피곤해서 먼저 들어간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않으려는 듯 횅하니 등을 돌려 내가 미처 잡을 틈도 주지않고 성큼성큼 선실이 있는 문을 열고 비공정 내부로 걸어들어가버린다.
“뭐야... 젠장..”
키르비르를 놓친 나는 자리에 멍하니 서서 작게 욕을 중얼거린다. 키르비르. 그녀가 비이상적으로 강하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세상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라니...
“타메르!!”
내가 고민하고 있는 순간. 나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가 내 귀에 흘러들어온다. 그 외침의 진원지는 비공정을 조종하기 위한 조종실로부터였다. 투박한 나무문이 열리며 거기서 뛰어나오는 네이.
“너가 이 비공정을 탈취해서 끌고온거냐?”
“키르비르님의 지시였거든. 타메르가 떠난뒤에 얼마가지않아 키르비르님은 깨어나셨어.”
“거참. 기가막힌 타이밍이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만약 키르비르와 같이 리엔을 구하러왔다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여금.. 모두 잘 돌아왔으니 괜찮은 거잖아?”
네이는 기쁨을 숨길 수 없었는지 스스럼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리엔을 번갈아 돌아본다.
“아. 리엔이..”
나와 리엔을 번갈아돌아보던 네이는 리엔에게 시선을 멈춘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리엔을 바라본다. 얼마나 피곤했었는지 리엔은 스스럼없이 더러운 갑판에 주저앉은채 난간에 몸을 기댄채로 고개까지 꾸벅거리며 잠에 취해있었다. 그런 리엔의 모습에 나와 네이는 나도모르게 실소를 머금어버린다.
“일단 내가 안에 데려다 둘꼐.”
내가 움직이기도전. 네이는 재빠르게 리엔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세운다. 리엔은 잠에 취해 작은 목소리로 뭐라 꽁알거리면서도 자신을 부축해주는 네이를 쫓아 착실하게 걸음을 옮겨나간다. 그런 그녀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또한 그들을 따라서 선내로 들어가려고했다.
-캬아아아악!!
그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하는 고음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예상못한 비명소리에 기겁한 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진 내 오른팔을 내려다본다.
지이이잉..
내 오른손에 붙잡혀있는 시란은 격렬한 진동을 일으키고있었다.
“이런...”
얼떨결에 가져온 것이다. 시란을.. 나는 황급하게 난간으로 달려가 밑을 내려다본다. 이미 새하얀 구름이 끼어져 흐릿하게 보이는 도시. 상당히 높은 고도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날 멋대로 가져오면 어떻게!!
내 오른팔에 쥐어진 시란은 격렬하게 진동하며 발악을 한다.
“젠장.. 나도 경황이 없었다고..”
-야이 망할.. 어떻게할꺼야!!
시란은 그녀의 성격을 대변하듯 쉬지않고 욕성을 중얼거리며 손이 저릴 듯이 격렬히 진동한다.
“젠장할! 그래! 돌아가고 싶냐?”
-당연하지 이 망할 근육돼지야!!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시란을 들어올려 그녀를 노려본다.
-왜? 내가 돌아가겠다는데 문제 있어?! 원래 내 주인은 티에르지 네 놈이 아니거든?! 이건 절도야 절도!!
“그래. 그럼 돌려보내주지.”
나는 주저없이 시란을 쥐고 있는 오른팔을 난간밖으로 내뻗는다. 그러자 높은 고도의 차갑고 섬뜩한 바람이 시란을 휘감아간다.
“그럼. 잘 돌아가라고.”
-야.. 야!! 자.. 잠깐.. 이거 꽤 높잖.. 으아아아아!!
나는 그녀의 말을 더 이상듣지않고 주저없이 시란을 붙잡고있는 손을 놓아버린다. 그러자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는 요도 시란은 구름을 해치고 이내 내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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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라아안!!”
깊은 숲속. 더러운 가죽조가리로 가릴곳만 가린 미개한 고블린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들 사이. 이 축제의 중심지에서 티에르는 울먹이며 시란의 이름을 부른다.
“흐아아아앙!!”
시란의 주인인 티에르는 시란의 위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시란의 모습을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시란을 되찾기 위해 시란이 떨어진 숲을 찾아간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블린들에게 붙잡힌 티에르. 그녀는 이제 곧 고블린들의 양식으로 그 삶을 마감해야할 순간이 다가온다.
촤악!!
하지만 히로인이 죽을 수는 없는법. 간만에 구핸 질좋은 사냥감에 환호성을 지르며 축제를 벌이던 고블린무리 한쪽에서 섬뜩한 절삭음이 울려퍼진다.
“젠장! 티에르! 도데체 이 꼴이 될ㅤㄸㅒㅤ까지 뭐한거야!!”
어렵지않게 고블린을 베어넘기며 등장한 것은 다름아닌 시란. 티에르의 부름에 허겁지겁 주변을 들쑤시고 다녔는지 그녀는 머리카락에 나뭇잎을 덕지덕지붙인채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눈앞을 가로막는 고블린들을 험악하게 베어나간다.
“흐에에엥.. 시라안!!”
“아오! 좀 꺼져라!”
뻐억!!
간만에 얻은 사냥감을 노칠수없다는 절박함에 고블린들은 필사적으로 시란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이미 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시란으로써 그렇게 달려드는 고블린의 존재는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칼까지 사용할 필요없이 단순한 발길질 만으로도 충분히 고블린들을 제압하며 가운데에 묶인 티에르에게 다가선 시란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묻는다.
“고블린에게 붙잡혀 구워지기 일보직전이 될 때까지 정말 뭐한거야?! 너도 고블린 몇 마리는 상대할 수 있잖아?!”
“하... 하지만 그게..”
“그리고 왠만하면 혈이가 구해줄텐데... 이꼴이 될 때까지 혈이는 뭐한거야?!”
시란의 구박에 티에르는 서러운지 참지못해 눈물을 그렁그렁거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혈이가 대답이 없어어..”
“...뭐?”
티에르의 대답에 시란은 어이없다는 듯이 작게 탄성을 지르며 그녀를 노려보며 묻는다.
“혈이가 대답이 없다고? 너가 죽으면 그 놈도 죽는거잖아?! 이 자식이 결국 정신줄을 놓았나?”
시란의 말이 끝나는 순간. 티에르의 몸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녀가 길게 기르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 그런 머리카락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의지를 가지며 중력을 거스른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촤악!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은 갑작스럽게 날카롭게 날을 세워 티에르를 꽁꽁묶고있던 밧줄을 베어낸다.
-제엔장...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남성의 거친 목소리.
“혀.. 혈아! 일어난거야?”
-이런 씨...
혈이라고불리는 정체불명의 거친 목소리가 욕을 하려는 순간. 시란의 눈매가 날카롭게 세워진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말꼬리를 흐리며 흐지부지하게 입을 닫아버린다.
“도데체 뭐야? 너. 티에르를 보호해줘야하잖아?!”
-나도 모른다. 젠장... 의식을 잃었었어.
스으으..
간신히 포박에서 풀려난 티에르의 머리카락이 천천히 제멋대로 움직여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상황이 낯설지는 않은듯 티에르는 두려워하기는 커녕 마치 헤어진 친구를 만난듯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자기멋대로 꼬물거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그 남자.. 붉은 머리의 남자를 만난후. 의식을 잃었었다.
“아.. 타메르?”
-그게 그 녀석의 이름인가...
시란은 의식을 잃었다는 혈의 말을 믿지못하는 지 불만있는 눈으로 티에르의 머리카락을 노려보지만 이내 그녀에겐 진실을 규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시란은 제멋대로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가지고있는 티에르를 두려움에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고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내가 몹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전생의 업보라고 생각해라.”
촤악!!
이때까지 검을 험학하게 휘두르며 고블린을 도륙했던 모습과 다르게 작게 심호흡한 시란은 아주 부드럽게 큰 원을 그리는 듯이 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멍하니 서있는 고블린들을 훑고지나간다.
“너희들의 노래를 한번 들어나보자. 죽기전에 부르는 마지막의 노래니까.. 힘차게 부르도록.”
그리고는 자신의 검을 옆에 박아넣으며 자리에 주저앉아 멀뚱멀뚱 서있는 고블린들을 내려다본다. 그러자 고블린들은 이해못할 시란의 행동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이곳에서 벗어날 준비를한다.
스륵..
“키익?”
하지만 고블린들이 손끝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순간. 아주 날카롭게 베어져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붙어있던 신체가 무너져내린다.
“키에에엣!!”
사선으로 잘려 미끌어져나가는 자신의 어께를 발견하고 목청이 터져라비명을 지르는 고블린. 하지만 그것은 고작 시작일뿐이었다. 어떤 고블린은 허벅지가 날카롭게 잘려나갔고 심지어 상체마저 사선으로 베어져나간 고블린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불행한것은 그것으로 고블린들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모하게 휘둘러진 시란의 검은 그들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갈 급소는 피하며 과다출혈을 일으킬 부위만을 베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블린들은 자신의 몸이 천천히 식어나감을 느끼며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목청이 터져라 고래고래 비명을 지를뿐이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더럽게 마음에 안드네.”
괴성을 지르며 죽음의 공포속에서 아비규환이 된 고블린 무리들을 앞에 두고 시란은 무덤덤하게 고블린의 피가 묻은 자신의 검을 대충 닦아내며 하늘을 올려도보고 작게 욕설을 중얼거린다.
========== 작품 후기 ==========
시란은 일단 쾌검술의 달인으로..
과거 무력했던 티에르는 혈이라는 새로운 파트너 참가로 좀더 파워업.
자. 그러면 다음화는 이제 능욕인가요.. 간만에 그런걸 쓰려니 잘 써지려나.. ㅤㅉㅡㅂ..
매화일미 / 단결력... 엌ㅋㅋㅋ 단결따윈 존재하지 않는 내 소설.. orz.. 그저 먼닭의 향연이었지..
Solar Eclipse / 세계관은 복잡하지않아요~ 여기 판타지 대륙이 있으면 그 위에 다른 차원에 마계가 있고 그 위에 마계를 쳐부수려는 아리엘의 거대 전함이 있는 거에요. 그게 끝이죠. 아하하핫..
패깊 / 으음.. 던탐때 아리엘의 전투순양함의 이름에 대해 독자들의 추천을 부탁드렸을때 나온 이름이라서요.. 아마 진노의 날이라는 뜻이려나? 컨셉과 맞아서 아주 애용중이죠.
Lizad / 인공이는 무쟈게 쎄죠. 풀장비 만랩 캐릭터라도 다굴엔 장사없습니다.
실버링 나이트 / 엌ㅋㅋ 우주급으로 커진 스케일은 지금은 잠시 잊어도 돼요. 그저 저 차원넘어에 아리엘이 이를 바득바득갈고있다는 것만 아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