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편
<-- 에페리아 -->
차원 이면에 존재하는 또다른 세계. 부서진 차원의 파편이며 다른 차원에 들러붙어 기생하여 자신의 명을 유지하는 마계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차원이 존재한다. 온통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 하늘 위에는 별이나 달, 태양 따위의 천체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대지는 생기를 잃은채 삭막하게 매말라있었다. 그런 황폐화된 대지 위에서 유일하게 문명을 이륙한 거대한 도시가 우뚝 세워져있었다.
도시의 이름은 메트로폴리스. 존재자체가 거부당해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차원의 파편속에서 어떻게든 삶을 연명하려는 마계인들의 의지가 모여 세워진 마계 최초의 도시이며 가장 거대한 거주지역이였다.
“에.. 에페리아님!!”
그런 메트로폴리스 정 중앙에 있는 조율의 탑.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틈새의 공허로부터 메트로폴리스와 그 아래의 마을들을 지키며 모든 행정작업 및 조율을 담당하는 거대한 탑 안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도데체 어딜 가셨던 것입니까!! 디에스 이레가 바로 차원계 인근까지 접근했단 말입니다!!!”
그녀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듯한 늑대귀의 고집이 강해보이는 소년이 에페리아를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그런 소년의 외침에 그다지 관심이없다는 듯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귀를 휘빈다.
“뭐.. 아무런 불상사는 없었잖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인 지금 이 상황에서 자리를 비운다는게 말이 됩니까!!!”
여유로운 에페리아의 태도와 긴장감없는 그녀의 말투에 기가막힌듯 소년의 언성이 점점 더 높아진다. 하지만 흥분하는 소년과 다르게 에페리아는 한쪽에 마련된 옷걸이에 자신의 커다란 마녀모자를 벗어 걸어두며 그녀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요란한 장식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걱정마. 나도 생각이 다 있으니까.”
“그런 알 수 없는 에페리아님의 생각이...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걱정말라는 단순한 한마디. 하지만 그녀의 그런 단순한 한마디에 늑대귀의 소년은 큰 안심을 얻은듯 작게 한숨을 내쉬지만 이내 날카로운 눈으로 에페리아를 톡 쏘아보며 자신의 불평을 내보이는 것을 잊지않는다.
“난 실수 하지 않아. 나름 이유가 있고 여유가 있어서 잠깐 자리를 비운거야. 몇 년동안 나를 도와주면서 그런 사실조차 잘 모르는거야?”
“그.. 그건 그렇지만...”
“나만 믿어. 모든 것이 잘될꺼야..”
자신감 넘치는 에페리아의 말에 늑대 소년은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이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런 늑대 소년의 뜻을 알아차린 에페리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그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나간다.
“상대는 우리 마계뿐만 아니라 차원계 하나를 통째로 증발시킬 만한 화력을 가진 전함을 운용하는 아리엘. 하지만 강한 화력을 가진만큼 컨트롤하기가 어렵지. 그 덕에 우리가 지금 기생중인 대륙에 피해없이 우리 마계만을 타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하지만... 아리엘의 기술력이라면 기생하는 다른 차원에 경미한 피해를 입히면서 우리 마계만 초토화를 시킬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소년의 말에 에페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만약 나였다면 당장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아리엘이 워낙 융통성없고 고지식한 녀석이라서 말이야.”
그녀 스스로도 웃긴지 에페리아는 가볍게 킥킥거리다 말을 이어나간다.
“그녀만의 규칙으로서 자신의 손에 의해 다른 차원계에 손상을 주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그덕에 우리들이 이렇게 잘 살아오고 있는거잖아?”
한참이나 킥킥거리던 에페리아는 크게 심호흡하며 자신의 탁자위에 놓여진 마계를 상징하는 뒤틀려버린 바위가 조각된 모형을 들어올린다.
“그런 의미에서 아리엘의 전함인 디에스 이레는 주 공격함이 아니야. 우리 마계를 상대로 그녀의 역할은 화력보조였지. 우리를 공격했던 주 공격함은 디에그 데그.”
“디에그 데그... 에페리아님이 격추한 그 구축전함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래. 구축전함 디에그 데그는 전투순양함인 디에스 이레에 비해 그 크기가 작고 빨라. 그 덕에 우리 마계에 가까이 근접히 다가와 주요 시설에 정밀 차원포격을 가할 수 있었지. 그리고 마계의 중심 메트로폴리스의 고정좌표를 디에스 이레에 전송해 막강한 화력지원으로 우리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었지.”
마계를 상징하는 뒤틀린 바위 모형을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조심스럽게 탁자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그런 디에그 데그를 내가 떨어뜨렸어. 이렇게 된 이상 아리엘은 자신의 눈과 귀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 장님이 돌을 던진 이상 목표를 맞추기는 커녕 애꿎은 사람들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것은 아리엘또한 잘 알고있겠지.”
“그렇다면... 저희는 안전한 것입니까?”
“일단은. 메트로폴리스 중앙 차원포격대가 우리 마계를 조사하려는 아리엘의 탐색드론만 잘 요격한다면... 위험할 것은 없겠지. 아마 녀석도 직접 포격으로 우리 마계를 뭉게버리려는 생각은 접었을꺼야. 그리고 이때까지 전혀 다른 색다른 방법으로 우릴 공격하겠지.”
“전혀 다른 색다른 방법...”
에페리아의 말에 늑대 소년은 작게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된 눈으로 에페리아를 바라본다. 그런 소년의 모습이 웃긴듯 쿡하고 웃은 에페리아는 기지개를 피며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여튼... 너희들은 나만 꽉 믿어. 모든 것은 내가 처리하고 해결해 줄테니까 말이야!”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자신만을 믿으라는 에페리아의 말에 늑대소년은 뭔가 불안한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지만 이내 그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됬든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 마계에서 아리엘에게 정면에서 대항할 만한 존재는 에페리아 하나였고 실제로 그녀는 디에스 이레와 같이 행동하는 구축전함 디에그 데그를 격추시켜버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쿠웅..
그때 방안을 울리는 묵직한 진동에 늑대소년의 화들짝 놀란다. 그는 황급히 방문 옆으로 비켜서 겁에 질린 얼굴로 머리를 조아린다.
“에페리아. 돌아왔는가.”
그녀의 집무실의 방문을 아무런 노크없이 열려지기 시작한다. 그런 무례한 손님의 행동에 에페리아는 기분나빠하기는 커녕 얼굴 한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을 맞이한다.
“오라방~!”
에페리아가 오빠라고 부르는 남성. 그는 커다란 몸집을 가진 늙어 빛이 바랜 적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었다. 간간히 탈색되어 흰머리를 보이는 그의 빛이 바랜 머리카락은 그가 상당히 노쇠했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그와 다르게 흉터투성이이지만 우람한 그의 몸은 그가 아직 현역이라는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몸의 대부분을 머리색과 맞춘 듯한 붉은 강철갑옷으로 뒤덮은 남자. 실내로 들어와서 투구를 벗고 있었지만 그의 갑옷색을 보면 그의 투구또한 섬찟한 붉은 빛으로 도배되어 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런 육중한 강철갑옷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등에는 그의 키와 엇비슷한 거대한 대검이 비스듬이 걸려있었고 개조된 갑옷에는 그의 손이 닿는 모든 부위에 크고 작은 검들 수 십개가 빼곡이 수납되어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그의 오른팔에는 육중한 갑옷대신 새하얀 붕대만을 둘둘 감싸놨다.
“보고 싶었쬬!”
그의 앞에서는 체면을 세우지않고 양팔을 쫙 펼친채 쪼로로 붉은 갑옷의 남자에게 달려가는 에페리아. 하지만 붉은 갑옷의 남자는 아무말없이 붕대로 둘둘 감싼 오른팔을 들어 에페리아의 머리를 잡아 그녀가 달려오는 것을 막아버린다.
“넌 애가 아니다. 애교같은 것은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 삐져버린다?”
남자의 말에 양볼을 크게 부풀리며 날카롭게 그를 쏘아보는 에페리아. 하지만 남자는 얼
굴색 하나 안바꾸고 무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본다.
인정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은 차가운 얼굴. 왼쪽 눈을 지나며 얼굴을 크게 가로지르며 그어진 커다란 흉터는 그의 외모가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그런 상처를 얻은 과정에 왼쪽 눈을 잃었는지 그는 커다란 안대로 자신의 왼쪽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런 안대는 그의 외모를 더욱 흉악하게 보이게 하기 충분했다.
“대륙에 내려갔다고 들었다.”
그는 에페리아의 애교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는듯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의 용무에 대해 입을 연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뾰로뚱하게 그를 노려보지만 그의 성격을 아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로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셤 입을 연다.
“응.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너가 대륙에 용무가 있다면 단 하나겠지.”
단호한 남자의 말에 에페리아의 몸이 움찔 떨린다. 아마도 그를 두려워하는 듯 에페리아는 살짝 그의 눈치를 살피지만 이내 살며시 눈웃음을 지으며 어떻게든 웃음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려한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는 눈으로 에페리아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키르비르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
“뭐.. 그.. 그냥.. 내 제자니까.. 만나 보러 갔다 왔어.”
식은땀을 흘리며 애꿎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딴청을 부리는 에페리아의 모습에 남자의 눈빛에서 천천히 분노의 빛이 서리기 시작한다.
“너가 그녀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사.. 사제 간의 정이란게 있잖아? 스승으로써... 제자에 대한 사랑이랄까?”
에페리아는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려가면서 자신을 변명한다. 하지만 남자는 하나 남은 눈으로 그런 에페리아의 애교에는 눈길조차 주지않고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잘 알아둬라 에페리아. 키르비르는 내 딸이다. 너가 부탁한 모든 것에 대해 허락은 해줬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너가 그녀에게 손대는 것은 허락한 적이 없다.”
“아.. 알아! 내가 오라방과의 약속을.. 어길 리가 없잖아?”
어색한 미소를 짓는 에페리아의 모습에 남자의 눈은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본다.
“그녀를 놔둬라. 그녀만큼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도록.”
“......”
명령조의 마지막 말에 에페리아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하지만 남자는 그걸로 자신의 용건이 끝난듯 차갑게 등을 돌려 그녀의 방안을 나서려한다. 그때. 에페리아의 입이 열린다.
“그녀가 개척한 운명이 당신의 심장에 칼을 박아넣은다해도?”
“.....”
대답은 없었다. 그는 마치 마지막 에페리아의 말을 못들은 듯 묵묵히 발걸음을 옮길뿐이었다. 그의 태도에 에페리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천천히 닫혀가는 문을 바라보며 오기로 가득찬 목소리로 외친다.
“나는 그걸 두고만 볼 수 없어. 난 당신을 지키고 이 세계를 지킬꺼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에.. 에페리아님..”
남자가 떠나자 늑대소년은 흥분한듯 크게 숨을 들이키는 에페리아를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소년의 시선에 가볍게 콧방귀를 뀐 에페리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푹신한 자신의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두고 보라고... 진짜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 세계와 당신을 지킬테니까.”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는 에페리아의 눈은 어느때보다도 살벌한 독기와 오기로 섬찟하게 빛난다. 그런 에페리아를 바라보던 늑대소년은 공포와 두려움에 삐쭉 털이 솟아오른 자신의 귀를 손으로 눌러 가리며 조용히 그녀의 방안을 빠져나가버린다.
========== 작품 후기 ==========
Lizad / 엌ㅋㅋㅋ 전문가 이신겁니까!! 저는 그런 경험이 한번도 없어서 ;ㅅ; 으흐흐흑..
YUKIKAZE / 서.. 설마요... M은 그다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서..
실버링나이트 / 엌ㅋㅋ 그것도 재미질듯한데 M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어요 ;ㅅ;
으아아아아아 피곤하다! 으어어어어 피곤해! 빠가스를 먹고도 잠이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