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69화 (69/298)

69편

<-- 함장 이리엘 -->

“우와아.. 벌써 시작한거에요?!”

이제 슬슬 징그럽다고 느껴지는 남자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진짜... 임무 시작전부터 이렇게 인사불성으로 마시는 악습은 고쳐지지 않는 군요.”

그것도 한명이 아닌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던 나는 호기심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해본다. 이제 막 문을 통해 함장실로 들어오는 4명의 여성들. 이런 징그러운 남자들 사이에 끼어산다는 여자들치고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와아~! 빌 오빠! 그건 요번에 새로나온 신상 맥주아니에요?!”

함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여자로써 이런 난장판이 된 상황에 별 거부감없는지 눈을 빛내며 남자들 틈사이에 끼어든 금발의 단발머리카락의 여성. 그녀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못해 오히려 즐기는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띄운채로 남자들과 별 어려움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런 악습은 빨리 철폐해야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런 즐거움도 있어야 되지 않겠어?”

난장판이 된 함장실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켈레브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그를 향해 한마디 내뱉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성은 그의 비서를 담당하고 있는지 한손에는 뭔가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은 서류뭉치를 들고있었다. 그런 여성의 구박에 익숙한지 켈레브라는 그저 껄껄 웃으며 별것 아니라는 투로 어꼐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비교적 깨끗한 곳으로 자리를 피해 팔짱을 끼고 벽에 몸을 기대는 검은 흑발머리카락의 여성. 그녀는 난장판이 된 함장실을 한번 크게 훑어보다 이내 보기조차 싫었는지 자신의 머리에 쓰고있는 모자를 푹 눌러써버린다.

“웃차..”

마지막으로 다른 여성들과 다르게 부지런하게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는 여성. 호리호리해보이는 몸으로 낑낑거리며 그녀는 물자가 들어있는 상자를 방한쪽에 조심스럽게 옮겨놓은뒤 숨찬 한숨을 내뱉으며 그 상자를 열고 뭔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상자안을 뒤적일때마다 간헐적으로 쇳소리가 나는 것이 군용 물자가 들어있는 상자같았다.

“켈레브라씨.”

그런 여성들을 둘러보던 나는 잠시 던져놨던 서류를 들고 켈레브라를 부른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는 여성과 말장난을 하느라 바쁜지 내 목소리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까했지만..

“....”

내 앞에 펼쳐진 해처나갈 엄두가 안나는 요란한 술판 때문에 그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조종간 앞에서 우물쭈물거릴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서류를 탁자위에 던져놓는다. 지금 들어온 4명의 여성들. 그들에 관한 신상정보가 이 서류에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멋대로 함선에 걸어들어오는 당당한 태도와 그녀들이 입고있는 몸에 짝 달라붙도록 수선한 검은 군복이 그녀들 또한 켈레브라의 부대의 일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이상. 무슨 문제가 터져도 켈레브라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켈레브라님! 모든 물자를 수송완료했습니다!”

여자들이 추가되서인지 더욱더 소란스러워지는 소음에 귀가 멍멍해질때쯤 되자 어린 병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외로 격식을 차린 목소리에 호기심이 당긴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의자 뒤를 확인해본다.

“....”

이미 몇몇의 군인들은 술에 제대로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바닥을 굴러다니거나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런 난장판들 한가운데에서 못마땅하다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비서를 옆에끼고 고급스러운 유리잔에 들어있는 술을 가볍게 홀짝이고 있는 켈레브라. 그는 지루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서 거수경례를 취하고 있는 어린병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우리 부대에서 지나친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어. 니 동료 몇 불러다가 인사불성된 녀석끌어다 창고안에 처박아.”

“아.. 알겠습니다!”

켈레브라의 지시에 병사는 우렁찬 대답과 함께 신속하게 발을 놀려 자신의 동료를 부르러달려간다.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유리잔에 들어있는 술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넣는다.

“자자 일어나!! 들어가라!”

그리고는 자리에 일어나 아직도 술독에 빠져있는 병사들을 향해 고함을 내지른다. 이리엘과 다르게 그가 내뱉은 우렁찬 고함은 요란한 소음을 뚫고 확실하게 군인들의 귓속에 파고들어간다.

“에이...”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그의 지시에 몇몇 병사들이 불만을 토로하지만 빈둥대거나 모른척 하는 병사들은 없었다. 켈레브라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쓰러진 병사들을 이끌고 창고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막내로 보이는 몇몇 병사들이 허겁지겁 바닥에 널부러진 쓰레기나 오물들을 치워나가기 시작한다.

“......”

비록 술주정부리던 군인들 때문에 그의 부대가 못마땅하기는 했지만 놀랍게도 그 뒤처리는 완벽했다. 빠릿빠릿한 막내의 힘일까.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깔끔하게 내 함장실을 정리해줘버린다. 비록 여기저기 크고작은 얼룩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비교적 깔끔해진 함장실의 모습에 내심 작은 감탄을 터트린다.

“자. 들었지 함장? 물자가 다 실어졌다는군. 그럼 기다릴 필요가 있나?”

“하지만... 아직 출항허가가 안떨어졌습..”

“아~ 난 기다리는게 제일싫어. 출발해. 명령이다.”

“....”

마치 내 상관인듯한 어조로 명령을 내리는 켈레브라. 그의 얼굴에 살짝 붉은 빛이 감도는것이 살짝 취한것이 분명했다. 그런 그의 말을 어겨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잠시 주저하다 이내 조종간앞에 걸터앉아 스크린을 바라본다.

아직 출항허가가 내려지지 않았을때 나가는 것은 불법이다. 잘못하면 다른 비공정과 충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다른 비공정에 비해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내 배는 그만큼 큰 주의가 요구되었다.

“출발하세요. 아래쪽엔 연락해놨으니까요.”

우물쭈물하고 있던 내 귓가에 작은 속삭입이 들려온다. 그런 속삭임에 살짝 놀라 옆을 돌아 봤을 때. 내 옆에는 켈레브라의 곁에 서있던 그의 비서가 싱긋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문대로 귀여운 함장님이시네요.”

그녀는 마치 나를 어린아이 대하듯 살짝 내 볼을 꼬집은 뒤 등을 돌려 켈레브라의 곁으로 돌아간다.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그녀의 말대로 천천히 비공정의 시동을 걸어간다.

우우웅..

다른 비공정과 다르게 부유석이 아닌 반중력 복합 엔진을 사용하는 내 비공정은 마치 고요한 노랫소리처럼 부드러운 엔진음과 함께 큰 요동없이 허공에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비공정의 능력에 승선한 사람들은 깜짝 놀란 눈치를 보이지만 그런 놀라움은 오래가지 못하고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해야할 일에 몰두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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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최중심부에 있는 베히모스까지 가는데 필요한 시간은 대략 5시간 가량. 이 시대의 비공정에 맞게 내 비공정의 속력을 조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5시간이라는 시간조차 속칭 쾌속정이라는 속력에만 염두해 만든 소형비공정을 기준으로 측정한 시간이었다.

비공정의 크기는 초 거대급. 속력은 쾌속정에 버금할 만한 고속비행이 가능한 내 배는 비공식적으로 대륙 최고의 비공정으로 불리운다. 물론 공식적인 1위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왕국에 소속되어야 했다. 괜히 족쇄를 채우기 싫었던 나는 그저 자유로운 신분으로 남아있고 덕분에 공식적인 1위 자리는 최초로 베히모스를 개척한 남부쪽 왕국에 소속된 플라잉 포트리스라는 초 거대급 비공정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5시간이라는 짧지않는 여행시간. 밀폐된 함선안에서 할 일을 찾을 수 없었던 켈레브라는 괜히 신경쓰이게 선실로 들어가지 않고 함장실 안에서 빈둥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를 따라서 4명의 여성 군인들또한 같은 함장실안에 남아있었다. 여성 군인들또한 지루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하나둘씩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결과적으로 그들과 조금이나마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히히힛. 켈레브라니임~ 한잔 쭈욱~!”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앳되보이는 금발의 단발머리의 여성. 그녀의 이름은 올리비아. 붙임성과 적응력이 좋아서 왠만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켈레브라가 개인적으로 총애하는 군인이었다. 직책은 약해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돌격병. 그 증거로 그녀는 언제나 경량화된 접이식 돌격소총을 허리에 둘러매고 있었다.

“그나저나 신기하네. 이런 쇳덩어리가 하늘을 날 수 있다니.”

그리고 켈레브라의 비서노릇을 하는 갈색 단발머리카락의 여성은 서류를 가슴에 끌어안은채 차가운 쇠로된 내 비공정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로잔나로 켈레브라의 비서이며 온갖 서류작업을 담당하는 역할이었다. 종종 켈레브라와 충돌이 잦지만 그녀와 켈레브라는 오히려 그런 충돌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전투시 그녀의 역할은 주 돌격병으로 올리비아와 함께 최전선에 나가는 역할이라고 한다. 하지만 올리비아와는 다르게 간단한 자동식 권총 두정만 허벅지에 매어두고 있을 뿐이었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혼자서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종종 나를 꿰뚫어 볼려는 듯이 노려보는 여성. 말은 나눠보지 못했지만 로잔나를 통해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누시카. 켈레브라의 부대에 남아있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괴물같은 실력을 가진 저격수라고 한다. 명성은 자자하지만 난폭한 부대의 특성상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혜택은 전혀 못받는 켈레브라의 부대. 속칭 블랙 이글스라는 전문 저격부대에만 들어가도 준 귀족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지만 이누시카는 그런 혜택을 거부하면서까지 켈레브라의 부대에 남아있었다.

“저.. 저기... 이런 대단한 비공정에는... 그만큼 대단한 무기가 있겠죠?”

그리고 마지막 막내인 에스메랄다. 4명의 여군들중 가장 자그마한 몸집을 가진 그녀는 작은 몸집만큼 소심한건지 나에게 말을 건내는 것을 주저하다 간신히 용기를 내어 나에게 말을 걸어왔었다. 그녀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내 비공정에 실린 무기들. 과거 추락의 여파로 그 무기들중 대부분이 파손되어버렸지만 나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녀의 역할은 화력지원병. 그녀가 들고다니는 커다란 상자속에는 온갖 폭팔성 화기들과 유탄발사기가 들어있다고 한다.

“어이 선장~!”

그때 얼큰하게 취한 켈레브라가 옆에 올리비아를 낀채 나를 부른다. 술취한 사람의 상대는 질색이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그의 부름에 응답한다.

“뭐 먹을 것좀 없어?! 안주거리말이야~!”

그는 낄낄거리며 부드러운 올리비아의 볼을 꼬집으며 나에게 묻는다. 음식이 있긴하지만 고작 안주용으로 녀석에게 건내주는 것은 절대 사양이었다.

“없습니다. 식사 및 음식물은 전부 탑승자가 알아서 처리하기로 계약서에 있지 않습니까?”

“흐음.. 그래? 확인해봐.”

내 물음에 켈레브라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옆에 서있는 로잔나를 향해 눈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대충 서류를 훑어보는 척을 하던 로잔나는 몇초 뒤 대답한다.

“네. 있습니다.”

“후으.. 그래도 그렇지 서비스가 엉망이구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켈레브라는 안주거리로 뭔가를 챙기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서려한다.

쿠궁..

그때 난기류를 만났던 걸까. 크기가 커다란 디에그 데그는 난기류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갑작스런 기류의 변화는 선실 전체에 약간의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우... 우왓!!”

그러자 술에 얼큰하게 취해있던 켈레브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다 예고없는 갑작스러운 진동에 기겁하며 다리가 꼬여버린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볼썽사납게 옆으로 요란하게 쓰러지는 켈레브라.

“괜찮습...”

일단 이 배의 함장의 위치에서 원치는 않았지만 의무적인 목소리로 켈레브라의 상태에 대해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말을 끊고 울려퍼지는 요란한 소음.

“꺄아아앗! 켈레브라님! 괜찮으세요?!”

바로 그의 곁에 있던 올리비아가 괜히 과장된 몸짓으로 마치 켈레브라가 누군가에 저격을 당해 치명상을 당했다는 듯이 요란을 떨며 소리를 지른다. 단순히 미끄러져 쓰러진 것. 치명상은 커녕 자그마한 생채기가 날까말까한 아주 자그마한 사고였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높은 고음은 그런 상황을 마치 심각한 상황인양 착각을 하기 충분히 만들고 있었다.

“아아.. 괜찮아.”

천천히 올리비아의 부축을 받고 일어서는 켈레브라. 그런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단순한 취기로 달아오른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쪽팔린걸까...

“괜찮습니까?”

베히모스 산의 위치와 지금 함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적절한 경로를 설정한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켈레브라에게 다가간다.

“도데체... 조종을 어떻게 하는거야!!”

빠악!!

그를 향해 다가가던 나는 갑작스레 얼굴에 느껴지는 충격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엉덩방아르 찧어버린다.

“아..”

욱씬..

그리고 얼마가지않아 입안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침이 아닌 무언가 비릿한 액체가 입안을 채워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투둑..

살짝 벌어진 입술사이로 흘러내려 내 팔목을 적시는 선명한 붉은 핏방울.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입안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같았다. 나는 입안에 고여있는 핏물을 삼키고 손목으로 입 근처의 혈흔을 지워내며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내 물음에 켈레브라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당치 않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며 대답한다.

“무슨 의미?”

그의 입꼬리가 비웃음으로 흉하게 뒤틀려버린다. 그를 자극했던 걸까. 나는 너무나도 뒤늦게 그가 잔뜩 취해있다는 사실을인지한다. 지금 이상황에서 그를 자극하는 발언은 위험했다.

“무슨 의미긴 무슨 의미야!! 바로 네 놈의 엿같은 조종실력에 대한 보답이다!!”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켈레브라의 모습에 나는 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하려했지만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뻐억!!

“카흑..!!”

그의 발끝이 날카롭게 내 복부 깊숙한 곳에 파고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한순간 숨통이 막힌 나는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하.. 하극..”

투둑.. 투두둑.

어떻게 든 숨을 들이키기 위해 벌어진 입을 통해서 삼키지 못한 핏물이 흘러나와 새하얀 함장실 바닥을 붉게 물들여나가기 시작한다.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이게 무슨꼴이야!!”

퍼억!!

하지만 그의 화가 풀리지 않았던 걸까. 주저앉아 무방비인 나를 향해 무자비한 발길질이 날아온다. 온몸을 두드리는 격한 충격속에서 나는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최대한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맞아야하지? 그가 꼴사납게 넘어진건 켈레브라 자신의 부주의 떄문이 아닌가? 어딜가서도 이런 취급은 당해보지 않았었다. 대륙 최고의 비공정인 디에그 데그를 몰고있는 나는 구석진 촌락에 가서도 귀빈대접을 받아왔었다.

켈레브라는 지치지도 않는지 화를 전부 풀어내려는 듯 점점더 거세게 내 몸을 두드려왔다. 그런 거센 구타속에서 생명의 위기를 느낀 나는 그나마 친해진 켈레브라의 부관들을 돌아본다. 하지만 이런 나를 외면하는 부관들. 절망감속에서 나는 점점 온몸의 감각이 둔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만해. 켈레브라.”

그때. 켈레브라의 구타를 막는 고요하고 낯선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함장실 구석에서 벽에 몸을 기댄채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이누시카였다. 그녀가 이 방안에 들어서고 최초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대로가다 죽으면 곤란해.”

느리지 않은 발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온 이누시카는 주저없이 자신보다 키가큰 켈레브라의 가슴을 밀어 나와 거리를 벌리게해준다. 씩씩거리면서도 이누시카가 자신을 말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고 나에게 등을 돌리는 켈레브라.

콰악.

“하윽..!”

그리고 다짜고짜 내 뒷덜미를 붙잡아 억지로 내 몸을 일으킨다. 그러자 온몸에 엄습해오는 격한 통증에 나는 자그맣게 신음을 흘린다.

“주제넘는 참견은 하지말고 조용히 조종이나 해.”

그런 나를 마치 짐짝 취급하듯이 조종석을 향해 밀쳐버리는 이누시카. 비틀거리던 나는 조종석 의자에 몸을 기댄채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

격한 통증과 분함에 파들파들 떨리는 입술을 악물고 켈레브라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나에게 별관심이 없는지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빈잔을 올리비아를 향해 흔들어보일뿐이었다.

짜악!

그 순간 갑자기 내 볼을 두드리는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켈레브라를 바라보던 내 시선이 옆으로 돌려진다. 나는 얻어맞은 내 볼을 감싸며 내 볼을 후려친 인물을 바라본다. 그녀는 다름아닌 이누시카. 그녀는 자그마한 동정심조차도 서려있지 않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보며 말한다.

“아직 덜맞은것 같군.”

“....”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나는 통증에 의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의자에 걸터앉는다. 이리저리 까지고 상처입은 내 팔을 바라보던 나는 입안에 잔뜩 고여있는 핏물을 삼키며 다시금 조종간을 붙잡는다.

이제야 절실히 이해가 되었다. 어쨰서 다른 비공정들이 국가에서 제공해주는 천문학적인 의뢰금을 보고도 켈레브라의 부대를 승선시키지 않는 이유를...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는 너무 늦어버렸다. 뒤에서 아마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 듯한 켈레브라의 거친 욕소리를 외면하며 나는 애써 디에그 데그를 움직이는데 집중해나갈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abcbbq / 일단.. 원작만 1년 반정도 썼고.. 이어질 후속작을 군대간 2년동안 썼고.. 잘만하면 진짜 10년 찍겠는데요? 오리지날이 근 2년 잡고. 마계편이 2~3년 잡고, 후속편이 현재 진행중이 있으니.. 오마나 진짜 10년이겠네.

리쿠이즈 / 원작이 완결났다면 텍본 회수하려 아둥바둥거렸곘죠 ;ㅅ;. 원작은 이제 좀 미친듯이 재미있어지려할때쯤 끊..겼을려나? 으허허헛;;

Lizad / 원래는 더 불쌍.

Solar Eclipse / 하지만 세계관 수정 크리. 그냥 미녀 부관들로 수정. 으헉;;

실버링나이트 / 엌ㅋㅋㅋ 정력보정할 필요는.. 그래봤자 히로인이 7명인데요 뭐..

일단 학대당하는 이리엘. 이리엘 컨셉은 세상물정 모르지만 무진장 똑똑한 소녀지만 치명적으로 작은 가슴에 의하여 소년취급을 많이 받음.

...결론은 로리. 무지 똑똑하지만 눈치없는 로리.

응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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