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편
<-- Main Story. 공습 -->
다른 병사들의 무리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단독적으로 행동하는 켈레브라. 홀로 낯선 베히모스에서 위험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는 여유롭게 하품을 하며 손에 쥐어진 투박한 검은 통신기를 만지작거린다.
삐빅.
“뭐지?”
그의 손에 들고있던 통신기가 가벼운 기계음을 내터트린다. 그는 흥미없는 얼굴로 통신기를 들어 간단한 조작으로 그 신호의 원인을 확인해본다.
“뭐에요? 켈레브라님?”
그런 그를 향해 쪼로로 달려오는 올리비아. 비공정때와는 다르게 살짝 피가 묻은 얼굴로 어께에는 묵직한 돌격소총을 맨채로 그에게 달려온다. 통신기를 확인한 켈레브라는 그녀를 향해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해준다.
“으음.. 3소대가 전멸당했다는군.”
“에에? 3소대가요?!”
“한명에게 당했다고 하더군. 이거 참.. 이래서 신입 소대는 짜증난다니까. 괜히 명성에 흠집만가게 만들잖아.”
켈레브라는 별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듯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때 그런 켈레브라가 방심하고 있다고 판단한 한 텐타클이 기습적으로 유적의 틈새에서 그를 향해 달려든다.
“우.. 우왓!”
당황한 올리비아는 황급히 어께에 매고 있던 자신의 돌격소총을 꺼내들려한다. 하지만 이미 텐타클의 촉수는 켈레브라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후였다.
콰앙!
하지만 요란한 폭음과 함께 텐타클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온 거대한 총탄에 피떡이 되어 유적벽면에 처박힌다.
“땡큐.”
마치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드리는 켈레브라. 그는 텐타클이 자신을 습격해려했다는 사실에 별 관심이 없는지 여전히 지루한 얼굴로 통신기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런 켈레브라의 모습에 후방에서 그를 구해준 이누시카는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철컹.
그녀는 능숙하게 자신의 키만한 거대한 중저격총를 조작하여 빈 탄창을 배출시킨다. 그리고 다시금 새로운 탄창을 장전하며 들고다니기도 힘들 것 같은 중저격총을 등에 짊어진다.
“일단... 3소대를 박살낸 주인공을 처리해야겠지?”
삐빅.
그는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고 빠르게 통신기를 조작한다.
“누굴.. 보내실건가요?”
“아아... 제 1소대.”
“1소대요?”
켈레브라의 부대는 총 4개의 그룹으로 이뤄져있다. 5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휘역활과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는 켈레브라 팀. 그리고 남은 3팀은 각각의 실력에 따라 1~3소대로 구성된다. 처음 시작은 3소대에서. 그리고 실력과 경험을 쌓으면 점점 2소대, 1소대로 올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즉 켈레브라의 부대에서 켈레브라 팀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보유한 것이 바로 1소대라고 할 수 있다.
“너무... 과한조치 아닐까요?”
곁에있던 올리비아가 켈레브라의 결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켈레브라는 그런 올리비아에게 자신의 결정에 대한 설명을 아주 자상하게 해준다.
“만약 정체불명의 방해꾼의 실력이 뛰어난다고 해봐. 2소대가 가서 피치못하게 전멸됬어. 그리고 1소대를 보내서 녀석을 제압한다면 먼저가서 전멸한 2소대만 바보되고 우리는 인원부족으로 작전 수행에 큰 차질을 빚게 되겠지? 그러니까 깔끔하게 1소대를 보내는 거야. 찌질이들 보내서 상대 랩업시켜줄 필요는 없잖아?”
“그럼... 우리들이 직접나서는..”
“귀찮아~~”
그말을 끝으로 또다른 이의가 나오기전 신속히 통신기를 조작해 1소대와 연결을 취한다.
“1소대. 3소대가 비공정 근처에서 전멸했다고 한다. 가서 그 지역을 주의깊게 탐색해. 그리고...”
켈레브라는 마지막 말을 하지않고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고 턱을 긁으며 고민하다 이내 마지못해 입을 열어간다.
“뭐... 보이는 것. 모든 생물을 말살해.”
“와아.. 좀 잔인한 명령이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올리비아는 그저 장난인 줄알고 헤헤거리며 웃어나갈뿐이었다. 하지만 통신기를 만지작거리는 켈레브라의 얼굴을 그 어느때보다도 진지했다.
“3소대가 아무리 약해도 이런 단순한 괴물들에게 쉽게 당할 상대는 아닌데... 설마 정체불명의 적이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적일 수도 있어?”
“예상치 못한 적이요?”
“예를 들면... 저 강철 비공정의 함장이라든지.”
켈레브라의 말에 올리비아는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 아이요? 설마요! 싸움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 같았는데...”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지.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지침을 세운다. 좀... 맛을 못본게 아쉽지만... 고작 그런 미련 때문에 일을 그르칠수는 없지.”
켈레브라는 1소대와의 통신을 마치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이곳은 적지. 지금 켈레브라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농땡이나 다른 불필요한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
“.....”
타메르가 사라지자 홀로남은 은빛 비공정 앞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갈색 단발머리의 소년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세심하게 자신의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는.. 베히모스 중앙탑. 적은 보이지 않고... 이 사체들은..”
소년은 바닥에 쓰러져 사람의 형체가 간신히 남아있는 시체에게 다가가 그들의 옷차림을 확인해본다. 검은 가죽옷. 켈레브라의 부대를 증명하는 마크.
“켈레브라의 부대...”
소년은 사체의 신원을 확인한뒤 다시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거대한 폭발로 산산조각나거나 곤죽이 되어버린 시체들. 거기다 높은 고온 때문에 타거나 반쯤 녹아내린 사체가 주변에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병사들이 사용하던 무기들은 이곳저곳에 떨어져있었다.
“.....”
하지만 소년은 그런 무기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그 자리 그대로 다소곳이 자리잡고 앉는다.
“...냄새.”
그것도 잠시. 소년은 방안을 가득 채워나가는 비릿한 피비린내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여기서 기다려야 해. 그 남자가 그렇게 말했으니...”
소년은 피비린내를 피해 비공정안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타메르의 말을 이행하기위해 옷 자락으로 자신의 코를 막는 것으로 지독한 피비린내를 견뎌가기 시작한다.
-함장님. 정체불명 인물들. 접근중.
“명수는?”
-7명입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인공적인 목소리에 소년은 당황하지않고 침착하게 대꾸한다. 그리고 목소리가 알려주는 정보. 소년은 그 정보에 살짝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에... 인간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어.”
바닥에 쓰러진 인간 시체는 전부 켈레브라의 부대원들. 그 외 다른 인간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소년은 확신헀다. 지금 이 방으로 접근 중인 인간들은 다름아닌 켈레브라의 부대라는 것을.
“....”
소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도망칠 곳은 많았고 숨을 곳 또한 적지않았다. 하지만 소년의 머릿속에는 한마디가 계속 맴돌은다.
‘여기서 기다릴 수 있겠어?’
“....”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핏물을 뒤집어쓴 남자. 그 남자는 정체불명의 폭발로부터 소년을 지켜내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고 그 결과 그의 등에는 큼지막한 상처가 새겨져버렸다. 그 남자가 떠나기전 자신에게 한 말을 외면할 수 없었던 소년은 작게 마른침을 삼킨다.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함장님.
“목숨에 빚을 진 사람이야. 그의 부탁을 안들어 줄 수는 없어.”
결국 소년은 자리를 피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서서 붉은 남자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현재 전함의 병기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탑의 붕괴로 전함의 치명적 손상이 우려됩니다.
“....”
목소리의 말에 소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자기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의 주변에 널려진 수많은 병사들의 사체들. 과연 켈레브라의 부대가 들어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처참하게 살해된 전우들 한가운대에서 버젓이 살아있는 소년의 모습. 누가봐도 이 만행을 그가 저질렀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오해로 인한 싸움... 피할 수 없어.”
소년은 조용히 웅얼거린다. 그리고는 결심을 굳힌듯 소년의 눈이 빛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어.”
소년은 바닥에 널부러진 고인들의 무기를 하나하나 확인해본다. 대부분 폭발과 고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무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들중 우연히 제대로 작동되는 몇 개의 병기를 찾아 모아가기 시작한다.
--------------------------------------------
방을 전부 둘러보는데 그다지 오랜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무기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소년은 한눈에 쓸 수 있는 무기인지 아닌지를 단숨에 판단하여 자신이 쓸만한 무기만을 모아서 다시 비공정앞으로 가져온다.
“....”
다시 자리에 다소곳이 앉은 소년은 자신이 모아온 무기들을 다시한번 집어서 매만져보며 하나하나 확인해간다.
“대인용 중저격총. 강하지만 무거워. 자동식 피스톨. 가볍고 탄창도 많지만... 화력이 떨어져.”
그는 마치 전문가처럼 쌓여진 무기를 하나하나 세세하게 분리해나간다. 너무 무겁거나 필요이상으로 화력이 강한 무기는 주저없이 버리고 약하거나 효율이 좋지않는 병기들을 한쪽으로 밀어놓으며 자신의 앞에 쌓여진 무기더미를 빠르게 정리해나간다.
“....”
그리고 소년의 앞에 남은 것은 검은 색으로 무광택 처리된 리볼버 한정이랑 소음기를 달 수있는 볼트액션식 구식 저격총. 그리고 거센 폭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수류탄 몇 개가 전부였다.
“이거면 충분해.”
하지만 소년은 만족한듯 피로 범벅이 된 저격총의 가죽끈을 움켜쥐고 어께에 짊어맨다. 그리고 리볼버를 집어들자 그제서야 리볼버를 보관할 권총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잠시... 빌리겠습니다.”
그는 바로 근처에 쓰러진 병사의 허리춤에 매어진 홀스터를 확인하고 조용한 사과와 함께 남자의 홀스터를 벗겨낸다. 그리고 허리띠의 길이를 조절해 남자에 비해 얇은 자신의 허리에 맞춰 조정하고 검은 리볼버를 홀스터에 끼워넣는다. 비록 홀스터 크기가 리볼버보다 커서 약간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리볼버를 편히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소년은 만족할 뿐이었다.
찰칵. 찰칵.
남은 수류탄을 벨트에 걸어 고정시킨뒤. 약간의 저격총탄과 리볼버 탄환을 허리띠에 마련된 탄약집에 가지런히 채워넣는다.
찰칵.
소년은 무기를 처음만진다는 사랍같지 않게 능숙하게 저격소총의 스코프를 조정한다. 소년의 신체에 걸맞지 않게 약간 긴 개머리판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스코프의 배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불편함을 만회한 소년은 탄창의 수를 확인한다.
“이걸로 준비완료.”
-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타이밍 좋게 이쪽으로 향하던 켈레브라 부대가 들이닥친다.
콰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다시금 무너지는 유적의 벽면. 그 폭발음에 소년은 주저없이 무너진 유적들 잔해 뒤로 몸을 내던진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재미있다는 말은 작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칭찬이죠. 감사합니다.
abcbbq / 에... 일단 제가 세운 설정상 이미 백색 마녀 키르비르나 검은 마녀 에페리아는 혼자서 충분히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절제를 하는거죠. 가진 힘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으허허헛.. 그래도 빡 돌면 어떻게 될지 모름.
Lizad / 말 그대로. 여성은.. 하.. 핥!!
실버링나이트 / 이제 쓰겠죠. 총기류는 이리엘의 전유물. 빵야 빵야 빠빵야!
판타지 소설에는 잘 볼 수 없는 총격전씬. 오리지날에서 쓸때 꽤나 빡셨는데.. 평가가 나쁘지 않아서 혹시 내가 이런 재능이?! 있다는 착각까지 했었죠.
뭐.. 총격전이라고 해봤자 서로서로 빵야빵야 콰앙~ 이정도죠.
으허허허헝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