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편
<-- 공습 -->
“흐흐흠~”
수확은 괜찮았다. 예상대로 부상이 심한 그녀들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고 내가 그녀들을 막아서자 더 이상 저항할 전의조차 상실했는지 별 무리없이 녀석들을 생포할 수 있었다. 뭐... 마지막 이누시카란 년이 울고불고 달려들어 좀 의외이긴 했지만.
그그극..
나는 내 눈앞을 가로막는 석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을 지켜본다. 아마 그 호문쿨루스의 기억이 맞다면 이곳이 이 유적의 주인이자 점령하고 있는 거대괴물이 있는 중앙홀이다.
질질질..
내 손에 뒷덜미가 붙잡힌 4명의 여성을 마치 짐짝처럼 질질 끌며 괴물의 방안으로 걸어들어간다. 그 괴물이 이 녀석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또한 호문쿨루스의 기억을 보고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징그러운 새끼괴물을 낳기위한 모태. 그러니까 신체 일부는 없어도 괜찮은 것이다.
-타메르인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음성이 아닌 머리로 울려퍼지는 로터스의 사념이 들려온다. 낯선 의사소통수단에 살짝 놀라며 나는 중앙홀 한가운데에 마련된 거대한 기둥을 바라본다. 기둥 한가운데에는 소름끼칠정도로 징그러운 세로로 갈라진 7개의 눈동자가 샛노랗게 번뜩인다.
-요번 수입은 고작 4명이군.
스르륵..
중앙탑에 새겨진 균열로부터 징그러운 붉은 촉수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간접적인 기억을 봤을때는 별것 아닌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보니 징그럽기 짝이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로터스의 촉수에 혐오감을 느끼며 나는 내가 질질 끌고온 4명의 여성들을 짐짝처럼 앞에 던져둔다.
-이상하군..
튀어나온 촉수들은 내가 던져둔 여성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확인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로터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사념을 보내온다.
-물건의 상태가 좋지않군.
아마도 4명의 여성들의 상태를 말하는 거겠지. 나는 그에 합당한 답변을 미리 대답한다.
“아아~ 상대하기가 좀 버거워서말이야.”
능청스럽게 미리 준비된 대답을 한 나는 자신만만하게 로터스의 눈을 직시한다.
-거짓말 하지마라. 이건 억지로 뜯어낸 자국이군. 너의 대검으로 벤 자국이 아니다.
“아... 그게 말이지?”
하지만 예상외로 로터스는 예리했다. 그는 징그러운 7개의 눈동자를 가늘게뜨고 나를 의심하느 듯한 눈초리로 노려본다.
-이 정도 상처면... 심각하군. 모태로 쓰기는 커녕 그 전에 쇼크로 죽을 치명상이다.
약간 분노에 찬 목소리. 뭔가 잘못돌아간다는 느낌에 나는 이를 악문다. 자칫하다가는 저 괴물과 싸울 일이 벌어질 수도...
-드디어 반항인가? 그 정도로 일해왔으면 기본적인 방법은 알터. 뭔가 달라진 듯하군.
4명의 여성들을 탐색하던 촉수들은 목표를 나로바꾸고 하나하나 진득한 살기를 머금어간다.
-쓸모없고 컨트롤이 불가능한 녀석은 필요없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이 호문쿨루스의 기억이 맞으면 나와 이 괴물간의 관계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지배자와 피지배자관계라지만 어느정도 자유가 보장된 상태. 이렇게 강경한 모습으로 나올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이제는 피할 방법이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위협하는 녀석을 제거해야만했다. 나는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우고 로터스를 노려보며 대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쥔다.
-본색을 들어내는군.
한심하다는 로터스의 사념이 머릿속에 파고듬과 동시에..
촤아아악!
미리 준비된 수십개의 촉수가 마치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쇄도해온다. 나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버텨내려해보지만 사방을 점한채 쇄도해오는 수많은 촉수들. 하나라도 허용한다면 치명상으로 직결될만한 공격이었다.
“로터스. 그만.”
이제 끝이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울려퍼지는 가늘고 고요한 목소리.
콰과과광!!
그리고 허공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져 나를 향해 쇄도해오는 촉수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
-뭐지? 키르비르? 서로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나를 향한 공격이 실패하자 수많은 촉수들은 표적을 허공위에서 가느다란 스텝에 걸터앉아있는 키르비르를 향해 수정한다. 수십개의 촉수를 눈앞에 두고도 별 위협을 못느꼈는지 키르비르는 그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도를 낮춰 바닥에 착지한다.
“알아 알아. 하지만 이건 좀 중요한 문제거든.”
그녀는 로터스를 상대로 적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허공에 손을 훌훌 털며 걸터앉아있던 스텝에서 내려선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로터스또한 자신의 촉수를 천천히 거둬들인다.
“이해해 줘서 땡큐~”
로터스가 자신의 촉수를 거두고 적대행위를 멈추자 키르비르는 가볍게 그에게 윙크하며 솔직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키르비르.
“거기 너.”
그런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는 로터스를 대할때보다도 더 차갑고 냉담한 목소리였다.
“....”
겉보기에는 아직 10대 초반. 저금 너그럽게 쳐줘도 중반으로 보이는 키르비르의 외모에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저 앳된 아이의 장난정도로 취급하며 콧웃음 쳤을것이다. 하지만 어려보이는 외모와 걸맞지 않게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함을 간직한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다면 그 조급한 생각을 수정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 호문쿨로스가 가진 기억을 훑어본다해도 그녀의 지혜와 힘에 대해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몸에서 나가지?”
그저 흘끗 훑어본 것만으로 내 정체를 꿰뚫는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문다.
-뭔 헛소리냐? 키르비르. 뭘 잘못먹은거냐?
키르비르의 말에 로터스가 어이없다는 듯한 투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로터스의 질문을 무시한채로 조용히 나에게 걸어온다.
“그 몸은 너의 것이 아닐텐데?”
“...하핫?”
더 이상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오만하게 팔짱을 낀채로 나보다 키가 작은 키르비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미안하지만... 이 몸의 주인은 원래 나였거든? 내 것을 내가 되찾았을 뿐이야.”
나는 씨익 웃으며 키르비르를 내려다본다. 그녀가 내 정체를 한눈에 파악한 것이랑 다시 깨어난 내 의식을 잠재우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이 몸의 주인은 애시당초 나. 이런 나를 다시 몰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가 주인노릇하기엔 과분한 몸이야. 녀석에게 다시 돌려주는게 네 신상에 이로울껄?”
키르비르는 자신만만한 내 태도에 가당치 않다는 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나에게 경고한다. 그런 그녀의 경고에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불량스러운 자세로 그녀에게 묻는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은 나야. 그런 나를 몰아내겠다고?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
“뭐..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두고 보면알겠지?”
그녀의 말이 끝마쳐짐과 동시에 키르비르는 나를 향해 자신의 가녀린 팔을 들어올린다.
“크읏?!”
그 순간 마치 투명하고 두꺼운 밧줄로 내 목을 휘감고 들어올리는 듯이 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력과 함께 내 몸이 천천히 허공으로 들어올려진다.
“너의 의식을 기절시킨다면... 그 안에 잠들어있는 다른 의식이 깨어나곘지. 안그래?”
“크.. 크큿..”
나는 숨통이 조여오는 목을 감싸쥐고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키르비르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런 내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가볍게 혀를 찬 키르비르는 마치 파리를 쫓는 듯한 느낌으로 팔을 가볍게 휘젓는다. 그러자 그녀가 팔을 휘저은 방향으로 내 목을 옥죄이던 힘이 내 몸을 집어 던져버린다.
콰앙!
“크윽!!”
최소한의 낙법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처박힌 나는 짧게 신음을 흘린다. 하지만 아직도 내 목을 옥죄이고 있는 압력. 살짝 신음을 흘린 나를 무덤덤하게 노려보던 키르비르는 다시금 손을 휘젓는다. 그러자 벽에 처박혔던 내 몸은 다시 잡아 이끌려 내가 있던 자리로 되돌아와버린다.
“기대하라고. 너에게 손속을 두진 않을꺼니까. 어자피 괴물인 놈에게 손속을 둘필요는 없잖아?”
“크.. 크큿.. 그래?”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그녀를 향한 비웃음을 흘린다. 그러자 내 말에 자극된 듯 키르비르의 눈꼬리가 매섭게 세워진다.
“크큿. 손속을 두지 않는다면.. 이런 장난질 말고 팔이나 다리하나씩 뜯어내지 그러냐? 그 쪽이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나는 용서나 자비를 원하기보다 오히려 그녀를 도발한다. 그런 내 한마디에 키르비르의 미간에 자그마한 주름이 지어진다.
“네가 원한다면야.”
그리고 다른 한 팔을 들어올린다. 그러자 목을 죄여오는 압력과 비슷하게 내 손목을 휘감는 또다른 기운. 그런 미지의 힘은 내 완력으로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천천히 내 팔을 잡아 당겨가기 시작핝다.
우득.. 우드득..
“크.. 크크큿..”
어마어마한 힘으로 팔이 잡아당겨지며 관절과 연골이 늘어나며 뭔가 빠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어께와 팔뚝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그에 합당한 짜릿한 고통이 느껴지지만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못하고 키르비르를 내려본다.
“너는... 하지 못할껄? 크크큿..”
“흥. 도데체 뭘 믿고 그런 객기를 부리는거지?”
내 말에 키르비르는 보란듯이 자신의 손을 움켜쥔다.
콰드드득!!
“크아아앗!!!”
그러자 미지의 힘에 휘감겨진 내 손목이 짓뭉개질 정도로 엄청난 압력에 의해 짓뭉개진다. 어마어마한 고통속에서도 나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리고 크게 한번 숨을 들이킨 후 키르비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 녀석이 이 곳에 지내왔던 기억은 나와 같이 공유되었지. 아직 인생경험이 7년밖에 안된 놈과는 달라. 나는 조금 눈치가 빠르거든.”
끔찍한 고통속에서 나는 킥킥거리며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또한 뭔가를 짐작했는지 살짝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이 녀석의 뭐가 그렇게 좋은..”
콰아앙!!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전. 키르비르는 자신의 손을 있는 힘껏 바닥을 향해 휘저은다. 그러자 나는 내 말을 끝 마치기도 전에 바닥에 처박혀버린다.
-음? 흥미있었는데... 왜그러는건가 키르비르.
“허.. 헛소리야!”
땅에 처박힌채 귓가로 들려오는 키르비르와 로터스의 대화. 그런 대화를 들으며 나는 비릿한 조소를 머금는다. 예상대로다. 그녀는 나를 해꼬지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러는 척을 하는 것뿐.
콰드득..
그 순간 내 몸이 잡아들려져 다시 억지로 일으켜진다. 얼굴 한가득 돌부스러기랑 머지투성이가 된 나는 내 앞에 서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당황한 듯 살짝 거칠어진 호흡. 비록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내 날카로운 눈에는 속마음을 들킨 꼬마의 치기어린 투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크크큿.. 어디 속마음이 찔리기라도 했나? 표정을 보니 찔려도 심하게 깊이 찔린 듯 싶군.”
“시끄러! 어디서 되지않는 소설을 쓰려고하는거야?!”
“소설? 크크큿.. 내 착각이란 뜻인가? 흐음.. 하지만 너의 반응을 보니 아주 허구인 이야기는 아닌... 큭!”
키르비르는 말 싸움으로 나를 이길 수 없자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을 가볍게 말아쥔다. 그러자 내 목을 휘감던 기운이 강하게 조여오며 내 말문을 막아버린다.
-어떻게 할껀가. 이대로는 의식을 잃기는 커녕. 너가 농락당할 것 같군.
냉정한 로터스의 말에 키르비르는 무참히 인상을 찡그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악..
그녀는 아무말없이 움켜쥐고 있던 손을 풀어버린다.
“후유..”
그러자 내 목을 옥죄이던 힘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내 몸은 다시 자유를 되찾는다. 내 두발로 다시 바닥을 딛고 설 수 있었던 나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며 옥죄였던 목을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는다.
“그럼... 조금 더 자극적인 방법을 쓰면되지.”
그말과 함께 키르비르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그녀가 나를 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신한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접근을 허용한다.
“자. 그러면 다음 방법은 뭐지?”
내 코앞까지 다가선 키르비르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올리지만.
“이익..!”
발돋음까지 하며 있는 힘껏 내뻗은 그녀의 손은 내 고작 코 근처에서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무릎 굽혀..”
손이 닿지않자 결국 이를 바득바득 갈며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키르비르. 나는 그런 그녀의 당돌한 말에 작게 실소를 흘리면서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무릎을 살짝 굽혀준다.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나를 몰아내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왠만해서는 절대로 떨어져나가지 않는 다는 자신감에 행한 행동이었다. 내가 무릎을 굽히자 간신히 내 이마에 키르비르의 손이 닿는다.
“스피릿 컨넥트.”
그리고 조그만 키르비르의 목소리와 함께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며 신체에서 느껴지던 오감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어서 눈앞이 흐려지며 내 의식조차도 허무하게 무너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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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나는 눈을 부릎뜬다. 그녀에게 당해버린 것인가? 다시 이 몸안에 내 기억과 의식이 봉인된 것인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다시 눈을 뜬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피를 머금은 듯 짙은 붉은 빛을 품은 구름이 떠다니는 붉은 하늘이었다.
“여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본다. 그러자 몸을 일으킨 내 몸을 따라 짙은 핏물이 엉겨붙어온다.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내가 서있는 공간을 크게 둘러본다.
마치 피안개가 낀듯한 붉은 하늘. 거기다 대지조차도 붉은 핏물이 가득차 발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피빛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얼마나 진한 핏빛을 품었으면 하늘과 지상이 만나는 지평선조차도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핏빛이 가능한 세상.
“뭐야... 여기는..”
나는 한번도 와본적없는 낯선 세상에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주변을 훑어본다. 분명 내 기억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광경이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왠지 익숙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내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껴져왔다.
우지직..
그때 핏빛이 가득찬 세상 한쪽이 가느다란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콰드득!!
거미줄처럼 펴저나간 균열은 어느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그안에 보이는 것은 푸른 소용돌이가 가득한 세상. 그 세상으로부터 한 소녀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휘유~”
그 소녀의 정체는 다름아닌 키르비르. 그녀의 등장에 나는 가볍게 휫파람을 분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는 나체의 모습에 나를 비릿한 미소를 걸친다.
“....”
그런 내 휫파람 소리를 들었던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키르비르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치부를 가릴 생각없이 핏물이 가득 찬 대지에 사뿐히 내려선다.
“뭐야. 나랑 같이 오봇한 대화를 위해 이곳으로 나를 보른건가? 내가보기에... 흐음. 말보다 몸을 통한 대화를 원하는 것 같은데.”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키르비르는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답답한 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리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연다.
“착각하지마. 여기는 너의 의식속 세계야. 예상대로 지독하게 붉네. 눈이 다 아플지경이야.”
그녀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당돌한 자세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녀의 말대로 오직 핏빛만 가득한 세상. 보는 내가 어지러워 질도로 핏물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흐음... 여기가 내 의식속이라... 거참. 세상을 피로 물들일 정도로 내가 썩었다는 건가?”
조소를 머금은 채 나는 핏물이 가득한 대지에 살짝 손을 담가본다. 이제 막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터져나온 것처럼 대지를 가득채운 핏물에는 손을 데일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 애써 고생하면서 내 의식속 세계로 들어온 이유는 뭐지? 뭐... 내 정신이 이렇게 썩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나는 마치 물장난 치듯이 핏물을 찰랑거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설마설마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내가 얼마나 망할 놈인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뭐... 솔직히 천국같은건 바라지 않았다. 광혈의 저주를 받은 이후로부터 내 삶은 빌어처먹을 내 운명에 대해 반항하는 듯 잔인하고 포악하게만 살아왔으니까. 이렇게 핏빛이 가득한 세상. 어찌보면 나와 잘 어울리는 세상같았다.
“너를 개과천선시키려는 건 아니야. 난 그렇게 착한 녀석은 아니거든.”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리는 핏물을 바라보는 내 시야로 작지만 새하얀 발이 들어온다. 나와 가까이 접근한 그 자그마한 발은 내 손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리는 핏물에 의해 조금씩 붉은 빛에 더렵혀져가고 있었다. 그 발을 발견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여기는 영혼의 세계. 아무리 심한 짓을 죽지않아.”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여지것 타메르의 기억속에서도 본적없는 싸늘하고 차가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뭐?”
퍼억!!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 엄청난 힘이 실린 그녀의 자그마한 주먹이 내 이마에 명중한다. 하지만 그녀의 주먹에 실린 어마어마한 힘은 나를 밀어내기보다 그대로 내 머리를 부수고 관통해버린다.
“영혼을 소멸시키는 것은 신의 영역. 그러니까 이 공간에서는 너에게 어떤 심한 짓을 저질러도 너의 영혼은 소멸되지 않을꺼야.”
“크아아아악!!”
머리가 부숴진다는게 어떤 고통일까.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이라면 그 고통을 충분히 느끼기도전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머리가 부숴진다는 고통을 생생히 느끼고있었다. 산산조각난 두개골. 사방으로 흩어진 파편에서부터도 끔찍한 통증이 나에게 전혀재온다. 끔찍한 고통속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군다.
========== 작품 후기 ==========
리주 / 흐허허헛. 하찮은 글쟁이의 소설일 뿐입니돠!
abcbbq / 으잌ㅋㅋ 켈레브라.. 아 윌 비백! 그나저나 특별판이라면.. 흐음.. 끌리는데요? 본편에서는 나올수 없는 시츄에이션으로 한번 맹글어 볼까나요?
BOOWAK / 앜ㅋㅋ 난데없이 흥하는 이누시카... 뭐.. 그럼 서비스를 넣어야죠. 그렇죠?
실버링나이트 / 으잌ㅋㅋㅋ 타메르가 타메르를.. 헐ㅋ. 그렇게 표현하니 뭐가 이상하네요;
Lizad / 헐ㅋ;;; 제가 너무 걱정했는듯;
유운처럼 / 흐음.. 그래도 치료는 해야겠죠. 그럼 쓸만하겠죠.
로나프 / 으잌ㅋㅋ 그런일은 읍씁니다. 하지만 더 좋은 일이 있을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