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08화 (108/298)

10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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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지는 모르겠지만 창가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햇빛이 내 얼굴을 성가시게 간지럽힌다.

“으.. 낮인가..?”

졸았던 걸까. 키르비르가 꺠어나지 않았던 나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채 침대맡에 걸터앉은채로 졸아버린것같았다. 눈을 따깝게 괴롭히는 아침햇살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나는 키르비르를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내린다.

“....흐엇?!”

“뭘 그렇게 놀래?”

어느센가... 키르비르는 잠에 깨어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품안에 조용히 안겨있던 키르비르는 자신과 눈이 마주쳐 깜짝 놀라는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다.

“웃차...”

그제서야 내 품안에서 사뿐히 내려온 키르비르는 불편했다는 듯이 뻐근하게 기지개를 핀다. 그리고 가볍게 팔을 허공으로 몇 번 돌려주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흐음...”

그런 그녀의 입에서 뭔가 불길한 콧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이렇게 된이상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잠깐.”

“으.. 으응?”

하지만 키르비르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불러 나가려는 내 행동을 제지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기계적인 어조로 그녀의 부름에 응답한다.

“뭔가 확인해볼게 있는데..”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키르비르. 그녀의 접근에 나는 몸을 딱딱히 긴장시킨다. 뭘가지고 그러는 걸까. 온갖 불안한 상상이 머릿속을 휘저어나간다.

“뭐... 뭐냐?”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 키르비르는 힘껏 발돋움을 한뒤 자신의 팔을 번쩍들어 간신히 닿는 내 얼굴을 매만진다. 마치 찰흙반죽을 매만지듯 이리저리 내 얼굴을 주무르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역시.. 우리 아빠는 아니네?”

“뭐 잘못먹었냐? 내가 너의 아빠일 리가 없잖아.”

내 대답에 키르비르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뭔가 후련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에게 명령한다.

“무릎꿇어.”

“....”

상당히 난감하고 어이없으면서도 황당한 주문.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명령하는 그녀의 지시에 나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내 무릎을 접어 내 눈높이를 낮춘다.

“타메르는... 타메르일 뿐이지?”

“...당연하..”

그녀의 당연한 질문에 대답하려는 순간. 자그마한 입술이 내 입을 덮는다. 진한 키스도 아닌 가벼운 입맞춤 뿐. 부드러운 촉감과 동시에 그녀의 애틋한 온기가 느껴질려는 순간. 아쉽게 그녀의 입술이 떨어진다.

“역시... 타메르는 타메르일 뿐이야.”

그녀의 얼굴에 이해못할 미소가 걸린다. 마치 즐거우면서도 행복해보이는 미소. 나는 그런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매만진다.

“뭘 세삼스레 쇼킹했다는 얼굴로 바라보는거야? 더 진한것도 해봤잖아?”

“뭐... 뭔 소리야?!”

킥킥 웃으며 심각한 말을 장난스레 내뱉어내는 키르비르의 말에 오히려 내가 당황해버린다. 허둥지둥 접었던 무릎을 펴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키르비르를 내려본다. 그리고는 뭔가에 쫓기듯 황급히 등을 돌려 도망치듯 그녀의 방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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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탸메르는... 타메르일 뿐이지?”

도망치듯 나가버린 타메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미세하게 타메르의 온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타메르는... 타메르일뿐이야.”

마치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중얼거림. 한동안 키르비르는 방안에서 같은 말만 조용히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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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이 키르비르의 방에서 걸어나온 나는 아직도 욱씬거리는 오른팔을 주무른다. 광혈의 저주의 힘으로 외상은 거의 완벽히 회복되어있었지만 강력한 마나의 출입으로 인한 통증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나저나... 그 녀석.. 뭐야. 사람 놀라게..”

성가시게 욱씬거리는 통증을 남기는 오른팔을 허공에 훌훌 털며 나는 키르비르의 돌방행동에 대해 생각한다. 녀석 쪽에서 그렇게 나올줄은 몰랐다. 솔직히 상당히 놀랍기는 했지만... 그다지 나쁜 경험도 아니었다.

“착각인 거겠지...”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나를 자신의 아버지로 착각하는 것 같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잠이 덜깬 녀석이 나를 아직도 자신의 아버지로 착각한 거겠지.

타악..

“...음?”

혼자 조용히 중얼거리며 걸어가던 순간 갑작스레 누군가가 내 어께를 툭 치고 지나간다. 너무나도 자연스런 그런 행동에 나또한 무시하며 내 갈길을 걸어가다 한템포 늦게 걸음을 멈춘다.

“이봐!!!”

황급히 등을돌려 내 어께를 치고 지나간 존재를 붇들어 세운다. 나와 비슷한... 아니 약간 큰 체구를 가진 우람한 몸집의 남성. 거기다 그런 몸을 뒤덮고 있는 붉은 갑주가 그의 몸을 더욱 거대하게 보이게하기 충분했다. 과거 젊은 시절 붉은 적발임을 증명하듯 약간의 색바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남자는 내 부름에 천천히 몸을 돌린다.

“뭐냐?”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 자신이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자신을 부른 용무를 묻는다. 그런 그의 당당한 기세에 밀린 나는 몸을 움찔거린다. 뭔가 위압적인 분위기. 내 존재 자체가 압도되는 기세에 나는 천천히 내 대검을 말아쥔다.

“뭐지? 사람을 불렀으면 용건을 말해야지.”

얼마나 격한 전투를 치러왔을까. 그의 얼굴에 사선으로 그어진 긴 흉터는 그의 왼쪽 눈을 훑고 지나가있었다. 그 덕분에 왼쪽 눈을 잃었던 걸까. 그는 두꺼운 안대로 왼쪽 눈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런 흉악한 외모는 그의 기세를 더욱 위압적으로 만들어준다.

“네 녀석은... 누구냐?”

그런 그의 기세에 밀리지않도록 이를 악물고 그의 정체를 묻는다. 그러자 그는 하나남은 오른쪽 눈을 빛내며 천천히 입을 열어간다.

“네 녀석..”

나를 조용히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올려 짧은 수염이 나있는 자신의 턱을 긁는다. 그런 그의 오른팔은 큰 상처를 입었는지 오른팔 전체가 튼튼한 붕대에 단단히 감겨있었다.

“설마... 너의 이름이 타메르인가?”

“....?!”

내 이름을 알고있다?! 어떻게?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는이상 나는 저 남자를 한번

도 만나본 기억이 없었다.

“맞나보군.”

“어..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지?”

“그건 알 필요 없고.”

남자는 내 물음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사뿐히 무시해주며 내가 걸어나온 키르비르의 탑을 올려다본다.

“마나의 폭주가 가라앉았군. 키르비르... 살아있나?”

“....”

남자는 나 뿐만아니라 키르비르의 존재또한 알고 있었다. 가면갈수록 의문투성이의 남자였다. 일단 그의 물음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대답한다. 그러자 그의 입가에 미세하지만 작은 미소가 걸린다.

“다행이군... 늦었는줄 알았는데...”

그는 두어번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린다. 늦었다? 이 남자는 키르비르의 마력폭주를 알고있었을 뿐만아니라 그걸 막을 방법까지 알고있었던 모양이었다.

“당신이... 예전 키르비르의 마력폭주를 막았다는 그 사람?!”

“흐음... 거기까지 들었나? 참나... 네이 녀석..”

남자는 성가시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하나남은 섬뜩한 눈동자를 빛낸다.

“뭐... 일이 피곤하게되지 않아서 다행이군. 이걸 받아라.”

잠시 자신의 품안을 뒤적이던 남자는 한쌍의 팔찌를 툭하고 나에게 내던진다. 나는 황급히 그가 던진 팔찌를 양손으로 받아낸다.

“이건 뭐지?”

“마력억제장치. 일단 지금 키르비르의 마력은 안정되지 않지. 그걸로 1주일동안은 키르비르의 마력을 봉인해 놔야한다.”

짤그락..

나는 내 손에 들린 한쌍의 팔찌를 바라본다. 아무런 문양도 새겨지지 않은 투박한 은색 팔찌. 키르비르의 손목에 들어가지도 않을정도의 커다란 팔찌였다. 이런걸로... 그 무지막지한 키르비르의 마력을 봉한다는 건가...

“주의할 것은... 기한이 지나기전 봉인을 풀지 말라는 거다. 만약 풀게되면... 그 다음은 겉잡을 수 없지.”

“키르비르가 죽는건가?”

내 물음에 남자의 얼굴에 작은 조소가 맺힌다.

“그 정도면... 약과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그걸로 자신의 모든 용무가 끝났다는 듯이 남자는 등을 돌려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간다.

“이봐... 어디가!!”

나는 그를 불렀다. 그러자 남자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느릿느릿 나를 돌아본다.

“뭐냐? 내 다리로 돌아보겠다는데... 뭐 불만이라도 있는거냐?”

철컥.

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내 뜻을 그 남자에게 보여준다. 주저없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대검을 꺼내 남자를 겨누자 남자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미안하지만... 베히모스를 지키는게 내 일이거든. 네 녀석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멋대로 활보하게 놔둘수는 없지.”

“하하...”

남자는 내 행동이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으며 나를 내려다본다.

“너가? 나를 막는다고? 이거 참... 웃기는 군. 너가 나를 상대하려면 30년은 멀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는 여전히 나에게 등을 보인채 걸음을 옮겨나간다.

“이 자식!!”

나를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 발끈한 나는 대검을 움켜쥔채 그에게 달려든다. 광혈의 저주로 강화된 내 힘과 무지막지한 대검의 무게를 실은 일격. 정면에서도 제대로 막기 힘든 이 일격을 등을 내보인채 막아내는 것을 불가능한 것 처럼보였다.

카앙!!

하지만 남자는 별 어려움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로 허리춤에서 꺼낸 얇은 롱소드로 내 대검을 가볍게 막아낸다.

“이.. 무슨...”

내 대검의 충격을 견뎌낸 롱소드의 견고함도 놀랐지만...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한줌의 미동없이 내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남자의 힘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참... 상대안된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 순간..

뻐억!

“컥!!”

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 동시에 내 몸이 뒤로 힘없이 튕겨져나간다. 바닥을 두어번 구르고 간신히 멈춰선 후에야 그 남자가 나를 발로 걷어찼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흥.”

남자는 한심하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여유롭게 자신의 롱소드를 회수해 검집에 갈무리해 넣는다. 나를 우습게 보는 남자의 태도에 이를 꽉 꺠문 나는 뱃속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남자를 향해 대검을 겨눈다.

“계속하겠다는 건가? 뭐... 애써 죽으려 덤비는 녀석을 만류할 생각은 없지.”

남자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등뒤로 손을 가져간다. 그런 그의 행동에 긴장한 나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그의 행동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한다. 천천히 그의 등뒤에서 빠져나온 남자의 손에는 뭉툭한 대검이 쥐어져있었다. 아니. 대검이라기보다 그저 단순한 쇠막대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같은 무기였다.

철컥..

남자는 자신이 움켜쥐고있는 쇠막대기의 손잡이 부분을 조작한다. 그러자 안쪽에 숨겨져있던 날이 좌우로 튀어나오며 쇠막대기는 이제야 간신히 대검의 형태를 가진 무기로 변모한다.

“덤벼라. 선수를 양보하지.”

마른침을 삼킨 나는 남자가 움켜쥐고 있는 무기를 바라본다. 나와 비슷한 양손형 대검. 하지만 날은 조잡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디었고 휴대용으로 만든 것처럼 그 두께또한 내 대검에 비해 하찮을 만큼 얇았다. 저런게 무기로 사용될지는 의문이었지만..

“흐읍..!!”

일단 방심할 수 없다는 생각아래 남자에게 달려든 나는 내 대검을 사선으로 힘껏 내려벤다.

“흥!”

그러자 남자는 막을 필요도없다는 듯이 내 정면에서 내가 휘두른 방향과 정 반대로 자신의 대검을 휘두른다.

콰아아앙!!

허공에서 격돌하는 두 대검. 대검이 충돌하자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가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큿!!!”

그의 검을 단숨에 내려 꽂아버릴 기세로 대검을 사선으로 베어내렸지만... 어이없게도 튕겨나온 쪽은 상대가 아니라 내쪽이었다. 허공으로 튕겨올려진 대검을 양손으로 붙들어 맨 나는 피가 베일정도로 이를 악물며 그대로 대검을 아래로 내려찍는다.

“무식해 무식해...”

그런 내 행동을 바라보며 투덜거린 남자는..

콰앙!

정면으로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대검을 가뿐하게 횡으로 휘둘러 내려꽂혀오는 내 대검의 검면을 후려친다. 그러자 단번에 균형이 흩으러진 나는 몸을 비틀거리고 그런 나를 비웃은 남자는 흔들거리는 내 몸을 가볍게 발로 밀어낸다.

“큿..”

그의 발로 밀려난 나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간신히 몸의 자세를 바로잡는다. 완전히 나를 가지고 놀고있었다. 분함에 이가 바득바득갈려왔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달려들지 못한 나는 대검을 움켜쥔채 그를 노려보며 기회를 노릴뿐이었다.

“뭐.. 이번엔 내쪽에서가지.”

그런 내 태도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그는 천천히 자신의 대검을 움켜쥔 팔을 뒤로 힘껏 당긴다.

“이걸 견뎌내면... 뭐... 내가 진거로하지.”

히죽거리며 도발하는 남자의 태도에 오기가 생긴다. 이빨이 부러질듯이 이를 악문 나는 이번 한번만은 견뎌보겼데난 심보로 내 대검을 강하게 움켜쥔다. 그와 동시에 뒤로 힘껏 당겨졌던 그의 팔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진다.

“대멸참!!”

그와 나 사이에는 꽤나 거리가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어이없게도 재자리에서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나간다. 그런 검이 나에게 닿을 리가 없겠지만..

“헛..?!”

그 순간 마치 환상이라도 보는 걸까. 그의 검이 거대하게 보인다.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위에서 나를 향해 내려찍혀오는 거대한 남자의 검. 본능적으로 느낀다. 이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황급히 대검을 횡으로 들어 나를 향해 내려찍혀오는 남자의 검을 막으려한다. 하지만 이런 내 행동이 얼마나 허왕된 행동인지 내 스스로가 잘알고 있었다.

퍼억!

“큿?!”

거대한 대검이 나를 짓뭉개 우그러뜨리려는 순간. 옆에서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가 내 몸을 붙들고 대검의 사정거리 밖으로 몸을 던진다.

콰아아앙!!

그 순간 대지를 뒤짚어 엎은 거대한 대검의 충격파와 동시에 박살난 유적의 파편이 허공으로 치솟아오른다.

“...네이냐?”

간발의 차이로 대검을 피할 수 있었던 나는 나를 구해준 존재를 바라본다. 그 존재는 다름아닌 네이. 그녀는 격해진 숨을 가다듬으며 나를 보호하듯 내 몸을 짓누른채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쯧..”

그러자 남자는 안타깝다는 듯이 땅에 처박힌 자신의 대검을 힘껏들어올린다. 방금전 대검이 거대해진 것은 단순한 환각처럼 보였지만... 그의 앞에 부채꼴로 박살난 유적과 대지가 그 검이 환상은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네이.”

자신의 대검을 회수해 다시 등뒤로 갈무리해넣은 남자는 친근하게 네이의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그런 남자의 부름에 네이는 살짝 이맛살을 찡그리며 나를 보호하듯 내 앞에 서서 남자를 바라본다.

“오랜.. 만입니다.”

하지만 남자의 부름을 무시할 수 없었는지 네이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의 부름에 응답한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군”

남자는 마치 버릇인듯 자신의 턱을 긁으며 네이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키르비르 때문이지. 하지만... 애써 올필요는 없었던 것 같군.”

남자는 천천히 네이에게 다가선다. 그러자 네이는 살짝 몸을 움찔거리지만 그런 남자를 피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네이에게 다가선 남자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네이의 고양이 귀를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네이는 그런 낯선 남자의 손길에 인상을 찡그리며 기분나쁘다는 표시를 하지만 저항하지는 않는다.

“예뻐졌군.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긴건가?”

“어.. 없습니다. 그런 것은...”

남자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네이는 흘끗 나를 돌아보며 대답한다.

“흐음... 없다라... 뭐 나랑은 상관없지.”

쓰슥.

그말을 끝으로 남자는 네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뒤에 몸을 돌린다. 그리고는 더 이상 용건이 없는지 유적의 중심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봐 기다려!!!”

나는 제 멋대로 행동하는 남자를 막기위해 그를 향해 소리치지만..

“그만둬 타메르!”

그러나 네이는 남자를 쫓아가려는 내 뒷덜미를 낚아채 내 행동을 막아선다.

“크읏.. 이거 놔! 네이!”

나는 내 뒷덜미를 낚아챈 네이의 팔을 떨쳐내고 남자를 붙잡기 위해 달려든다. 나 손이 남자의 어께를 붙잡으려는 순간..

빠악!!

그 순간 내 눈앞이 번쩍인다. 그리고 목 뒤에서 느껴진 강렬한 통증이 찌르르하게 내 몸을 타고 흘러내려가며 몸이 딱딱히 굳어진다.

“크으읏!!”

천천히 기울어지는 내 몸의 중심을 바로잡으려고했다.

빠악!!

하지만 재차 어께쪽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 그러자 더 이상 몸의 균형을 잡지못한 나는 바닥에 볼썽사납게 쓰러져버린다.

콰직!!

“큿...”

그리고 내 얼굴 옆으로 강철봉이 땅에 박혀들어간다.

“움직이지마... 우선 흥분을 가라앉혀!”

그런 내 등뒤로 침착한 네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크읏..! 방해하지말라고 네이!”

나는 나를 방해하는 네이를 밀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했지만..

꽈아악..

네이는 땅에 박혀있던 자신의 봉을 기울여 내 목을 압박한다.

“크으읏..”

목이 압박되어 정상적으로 숨을 쉴수 없게되자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네이에게 제압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타메르. 진정해. 내 말을 들어줘...”

나는 네이의 말에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내 목을 압박하던 힘이 줄어든다.

“우선 심호흡를 하고... 화를 삭혀.”

일단 그녀의 말대로 가볍게 심호흡을 하여 흥분된 머릿속을 진정시킨다.

“더 이상... 저 남자에게 신경쓰지마.”

“어쨰서지?”

절대로 받아드릴 수 없는 네이의 말에 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그 이유에 대해 되묻는다.

“상대가 되지 않으니까. 그는 이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이야.”

“....”

나는 그녀의 대답에 입을 다물고 그녀를 바라본다. 분하기는 했지만 그녀의 말에 지극히 공감하는 중이었다. 그는 강했다. 나와 비교도 되지않을 정도로... 그 사실을 머리보다 몸이 더 잘 알고 있었지만... 왠지 그를 이겨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있었다.

“그래도...”

내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크워어어어어어어!!!

생전 듣지못한 거대한 굉음이 유적지 전체를 뒤흔든다.

“꺄앗!!”

예상치못한 갑작스런 굉음에 네이는 자신의 귀를 붙잡으며 괴로워한다. 나는 네이가 괴로워하는 틈을 타 그녀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지... 이 울음소리는?”

이때까지 베히모스 유적지에서 지내왔지만 이런 굉음은 처음들어봤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

“...로터스?!”

분명 남자는 유적지 중심부를 향해 걸어갔다. 잘하면 로터스의 방에 갈 수도 있다는 소리. 네이의 말대로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라면 로터스를 위협하고도 충분했다.

“젠장...!!”

나는 내 심장언저리를 움켜쥐며 울음소리가 울려퍼진 로터스의 방을 향해 달려간다. 만약 로터스가 죽게되면 내 심장에 심은 텐타클의 알이 부화하게 되어버린다. 그러면 아무리 광혈의 저주의 힘이라고해도 심장이 텐타클에 의해 걸레가된다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유운처럼 / 엌ㅋㅋㅋ... 연참이라... 그랬다간 내 손가락이 나마나지 않을듯요 ;ㅅ;

유이버 /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

실버링나이트 / =ㅂ=?

Lizad / 읭? 근친이라뇨. 에이. 그럴리가 없죠.

달을쫓는아이 / 아... 그렇군요.. 수정하겠습니다~!

끄으으으.. 요즘 척추가 마이 아파.. 문제가 있는것같아. 아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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