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11화 (111/298)

1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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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비르는 자신의 침대 맡에 걸터앉아있는 채로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 마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게 잠시동안 내 마력을 제한하는 도구라고?”

키르비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좀더 신중해진 얼굴로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간다.

“일반적인 물질이 내 모든 마력을 감당해낼 수는 없어. 이건... 다크에테르?”

뭔가가 생각났는지 키르비르는 미간에 주름이 생길정도로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두어번 손목을 돌려 햇살에 비춰지는 팔찌를 살펴보던 키르비르는 나를 노려보며 묻는다.

“이건... 너 같은 멍청이가 만들 수준은 아닌데? 거기다가 이 세계의 물질이 아니야. 이걸.. 대체 누가 건내준거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내가 아는 솔직한 사실을 그녀에게 알려준다.

“그게... 너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여기에 왔었...”

“아빠가?!”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전. 키르비르는 눈을 휘둥그레뜨며 자리를 박차고 벌떡일어난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움찔 놀라며 그녀를 바라본다.

“도... 도데체.. 아빠가 어떻게 여길 찾은거지?!”

그녀의 눈은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키르비르는 무언가에게 감시를 당하는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침대위를 엉금엉금 기어 침대맡에 기대놓았던 자신의 스텝을 품에 안은채로 침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떤다.

“가... 간신히 도망쳤는데... 여기까지...”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센가 절망감과 울음에 뒤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런 그녀가 안쓰럽다고 느꼈던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간다.

“너희 아버지는 돌아갔어. 걱정마. 내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사실이니까.”

“하... 하지만.. 여기 한번 왔다면 또 올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키르비르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마치 부모님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다락방에 숨은 아이처럼 겁에 질려있는 그녀를 내려보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도데체 뭐 때문에 그 남자를 무서워하는건데?”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상기하듯 이맛살을 찡그리며 대답한다.

“도망쳤으니까... 멋대로.”

“멋대로?”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자그마한 머리를 조심스럽게 끄덕인다. 하지만 정작 뭐 때문에 도망쳤는지는 말해주지 않는 그녀였다. 한마디로... 가출이란 건가?

“그.. 그나저나 타메르...”

“...응?”

키르비르는 자신의 스텝을 꽉 끌어안은채로 불안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우리 아빠... 많이 화났어?”

“.....”

평소에 그녀와 다르게 너무나도 어리숙한 질문에 나는 나도모르게 피식 조소를 머금어버린다.

“아니. 특별히 화나 보이지는 않던데?”

내 대답에 키르비르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밝아진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조용히 등을 돌린다. 어자피 여기 계속있어봤자 그녀의 휴식에 방해될 것같았고 저렇게 아버지란 존재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도 힘들어보였다.

“자.. 잠깐!”

그때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내 발을 제지하는 키르비르의 부름이 있었다.

“뭐... 볼일있어?”

나를 부른 키르비르를 돌아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잠시 우물쭈물 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그... 그게... 같이가면 안돼?”

“....?”

갑작스런 키르비르의 요청에 나는 그녀를 황당하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약간 엉망이 되었지만 자신의 방을 버젓히 놔두고 숙소를 이용하겠다는건가?

“오해하지마! 난 그냥... 여기 혼자있다가... 아빠가 몰래 오면...”

“아아.. 무섭다 이거지?”

나는 씨익 웃으며 일부로 짗꿎은 질문을 던져본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라면 당연히 아니라고 바락 소리를 지를 것이 분명했지만...

“...응.”

잠시 주저하던 키르비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두려움을 수긍한다.

“...하아?”

“무.. 무서우니까.. 엄청나게 무서우니까... 그러니까 데려가줘.”

“....”

이제는 거이 애원조로 나에게 부탁하는 키르비르였다. 도데체 얼마나 아버지를 두려워하길래 자신의 자존심을 꺽을 정도일까. 그런 그녀의 태도에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 같이 가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부탁을 수락하자 키르비르는 밝게 웃으며 자신의 스텝을 품에 안은채로 종종 걸음으로 나에게 달려온다.

“그럼~ 1주일만 신세질꼐.”

“마음대로...”

그렇게 나는 그녀를 데리고 천천히 내 숙소가 있는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해 높다란 키르비르의 탑의 계단을 밟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가지않아 나타나게 되어버린다.

“...뭐야?”

얼마나 내려갔을까. 키르비르는 앞서 걸어가는 내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업어줘...”

“...뭐?”

“힘들단 말이야. 업어줘...”

“....”

나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평소에 넘치는 마력으로 스텝을 타고 날아다니던 그녀에게는 이런 길고긴 계단을 내려간다는 것은 상당히 무리인 일같았다. 그녀의 짓꿎은 장난일까라고 생각해봤지만 지친듯 거칠어진 숨결.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이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있었다.

“하아...”

나는 그녀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한숨을 내뱉어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몸을 움찔 떨며 내 눈치를 살핀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를 향해 등을 돌린뒤 자세를 낮춘다.

“업혀.”

애시당초 그녀를 버리고 갈 수 없는 상황. 그녀를 업어줘야한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내가 등을 보이자 키르비르는 가볍게 도약하여 내 등에 달라붙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팔을 내 목에 능숙하게 교차시켜 끌어안는다.

“그럼~ 부탁할게”

귓가로 나를 향해 속삭이는 키르비르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 키르비르의 얼굴을 바라보니 피곤한 표정은 어디간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즐거운듯한 밝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속은건가? 힘들지도 않는데 힘든 척을 한건가?

“뭐... 상관없겠지.”

그녀가 들리지 않을정도로 자그마한 목소리로 작게 투덜거린 나는 그녀를 업은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가기 시작한다. 등쪽에서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그렇게 힘들정도는 아니었다.

“꺄앗!!”

“큿!! 뭐.. 뭐야?!”

하지만 갑작스레 귓가에서 터져나오는 그녀의 비명소리는 상당히 괴로웠다. 고막을 찟을듯한 고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나는 키르비르를 노려본다. 하지만 되려 키르비르는 지지않고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외친다.

“어.. 어디를 만지는거야!!”

“.....”

나는 그녀의 외침에 의아해하며 내 손이 닿은 부위를 돌아봤다. 키르비르를 업은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받힌채 걸어가고 있었다.

“엉덩이에 있네.”

“손... 떼!!”

키르비르는 강압적으로 소리를 지르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커녕 씨익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뭘 새삼스레 그러시나. 내 손길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 졌잖아?”

그러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여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둔부를 쓰다듬어간다.

“히.. 히익! 그.. 그만둬!!”

퍼억!

그러자 키르비르는 소름끼치다는 듯이 가볍게 몸을 떨며 반사적으로 내 머리를 주먹으로 두드린다. 뭐... 예전같았으면 최소한 목이 옆으로 꺽일만큼 강력한 주먹질이었겠지만... 마력이 없는 그녀의 주먹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하하핫!”

나는 되려 기분좋게 웃으며 내 머리 위에서 주먹질을 가하며 꺅꺅거리는 키르비르를 등에 업은채 느긋하게 계단을 밟아 지상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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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르비르를 업은채로 숙소로 돌아왔다. 뭐... 키르비르의 탑에서 내려온 순간 그녀는 내려달라며 바둥거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요청을 싸그리 무시하며 계속해서 그녀의 아담한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숙소까지 무작정 걸어왔다. 그 결과...

“하아.. 하아..”

그녀를 업은 나보다 오히려 내 머리를 치느라 지쳐버린 키르비르가 거친 한숨을 내쉰다. 간신히 제발로 땅을 딛게된 키르비르는 나를 날카롭게 째려보며 자신의 엉덩이를 뒤로 숨긴다.

“변태 자식.”

그녀는 분한 듯이 내 머리를 두드리느라 되려 아픈 자신의 주먹을 매만지며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태도에 왠지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는 나였다.

“후우...”

어느정도 숨이 진정되자 키르비르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나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짐짓 거만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뭐... 아무리 변태짓을 했어도.. 도와준건 도와준거니까. 일단 고맙다고는 할게.”

“훗..”

애써 태연하다는 듯이 거만한척을 하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나는 나도모르게 웃음을 흘려버린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그런 내 웃음을 비웃음으로 인식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외친다.

“왜... 왜 웃는거야!”

“아.. 아니야. 그냥 웃겨서...”

예전과 다르게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던 자연적인 위압감과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이 전부 없어진 그녀는 자존심이 쎈 귀여운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

그녀는 아무말없이 분하다는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나는 웃느라 생긴 눈물을 슬쩍 닦아내며 그녀를 마주바라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아무말없이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일단 방이나 알려줘.”

“아아... 방 말이지?”

숙소안에 빈방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의 키르비르는 언제등장할지 모르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불안해하는 상태. 최소한 곁에 누군가가 있어줘야했다.

“일단 혼자 묶는 건 싫겠지?”

다시한번 그녀에게 그 사실을 확인해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잠시 주저하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럼... 내 방이 좋겠..”

빠악!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전. 키르비르의 날카로운 로우킥이 내 무릎에 작렬한다.

“크윽..!”

아무대나 노리는 주먹과는 달리 이번엔 정확히 무릎관절을 노린 예리한 일격에 내 무릎이 살짝 접힌다.

“크으...”

그녀에게 얻어맞은 무릎을 문지르며 나는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묻는다.

“뭐야... 내가 직접 널 보호해준다는데 그게 불만이야? 아니면... 잡아 먹힐까봐 무서운거냐?”

“자... 잡아 먹어?”

내 질문의 의도가 뭔지 파악하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는 키르비르.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새빨갛게 달아올라가기 시작한다.

“무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빠악! 빠악!

양쪽 무릎에 한번씩. 연달아 두 번 작렬 하는 그녀의 날카로운 로우킥은 내 무릎을 접어버리고 바닥에 꿇게 만들기 충분했다.

“꺄아아앗!”

그리고 얼굴을 붉힌채 아무 이유없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나를 향해 마구잡이로 발길질을 날렸다.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빠악! 빠악!

그녀가 발길질을 날린지 몇분. 점점 발길질의 강도가 약해지고 얼마가지않아 지친듯한 키르비르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발길질이 멈춰버린다. 그제서야 몸을 일으킨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묻는다.

“과민반응 아니냐?”

“시.. 시끄러.”

그녀는 자신의 발길질이 전혀 통하지 않자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은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상상해 버린거야? 밤중에 내가 널 덮치는 것을?”

“.....”

화끈..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입술을 삐쭉 내밀고있는 키르비르는 내 말을 못들은것처럼 외면해버린다. 하지만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만으로 그녀의 심중을 파악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너랑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은 리엔이니까.”

“...뭐?”

내 말에 그녀의 입에서 의미불명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전직이라고해도 일단은 성녀니까. 사람을 치료하거나 보살피는 방면에는 능통할 거고... 아직 그 힘이 철철 넘치는 걸 보니까 너희 아버지란 분이 나타나도 충분히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꺼야.”

“하... 하지만!”

“리엔의 방은 내 옆방이야. 잘 알아둬. 뭐 필요한 것 있으면 해줄 수 있는 재능은 없으니까 부르지말고. 비상사태일때만 연락해.”

나는 멍하니 서있는 키르비르에게 속사포같이 말을 내뱉은 뒤 손을 두어번 흔들며 미련없이 등을 돌린다. 괜히 그녀의 곁에 있으면 그녀를 괴롭히거나 놀려주고 싶다. 아마도 5년간 그녀에게 당한 한이 알게모르게 쌓였던 걸까... 하지만 잘못해서 그녀에게 찍히기라도하면... 일주일 후의 생활을 보장할 수 없었다.

“이이익...”

홀로서있던 키르비르는 내가 자신의 부름에 대꾸하지 않자 분한듯 신음소리를 내다 애꿎은 자갈을 발로 걷어찬뒤 리엔이 있는 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헤헤헤.. 죽겠다 ;ㅅ;

Lizad / 흐읅..

유운처럼 / 추.. 추석은 월요일까지죠... 네. 연휴는 월요일까지입니다. 저에겐말이죠..

달을쫓는아이 / 으흙..

벌써 비축분에 비상이 와버렸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것인가.. 이제 남은건 이틀. 으흐흐흐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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