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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124화 (124/298)

124편

<-- Main stroy 타락 -->

“뭐?! 안돌아왔다고?!”

리엔의 방으로 돌아간 나는 리엔에게 키르비르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주방에도 다른방에도 없었다. 뭔가 불안함을 느낀 나는 숙소 전부를 이잡듯이 뒤져봤지만 키르비르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설마...”

나는 유적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키르비르의 탑을 바라본다. 설마 자신의 탑으로 돌아간 것인가? 하지만 저 높은 탑을 마력이 없는 키르비르가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려오는 것조차도 지쳐서 못내려와 나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의 탑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하지만 지금 키르비르가 갈 곳은 저기밖에 없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으며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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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비르를 찾아 탑의 계단을 쉬지않고 밟고 올라갔다. 얼마나 올랐을까. 아마 절반정도 올라왔다고 생각했을때.

“하아... 하아...”

내 귀로 피로가 가득한 작은 헐떡임이 들려왔다.

“키르비르!!”

그 숨소리의 정체가 키르비르임을 직감한 나는 계단을 밟는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리고 몇 칸정도 더 올라갔을까. 역시나 그곳에서는 계단에 걸터앉은채 격하게 숨을 몰아쉬는 키르비르가 있었다.

“타.. 타메르?! 너가 왜 여길.. 콜록!!”

나를 보고 깜짝 놀란 키르비르는 뭐라 말을 하려하지만 숨이 차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한체 거칠게 기침을 내뱉는다.

“이런..”

그런 그녀에게 다가선 나는 그녀의 몸상태를 확인해본다.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움직임으로 지칠대로 지쳐버린 신체. 덕분에 더 이상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진퇴양난에 빠져서 모든 것을 포기한채 계단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것이다.

“후우...”

내가 가볍게 기침으로 들썩거리는 그녀의 등을 두어번 두드려주자 그녀의 기침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한다. 간신히 한숨을 내쉰 키르비르는 살짝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너가 어째서 여기에 오는거야?!”

날카롭게 눈꼬리를 세우고 표독스럽게 나에게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의 물음에 쓴웃음을 지은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있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일으켜주며 솔직하게말한다.

“너가 걱정되서.”

“....”

하지만 내 한마디가 그녀의 눈빛을 더욱 매섭게 만들었다. 내 도움은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나를 쏘아보던 키르비르는 휑하니 등을 돌려 계단을 오르며 말한다.

“가서 네이랑 뒹굴지 그래? 쓸데없이 오지랖만 피우지말고.”

“....”

역시나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힌것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의 곁으로가 힘겹게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는 그녀의 보폭에 맞춰걸으며 말한다.

“오해야.”

“무슨 오해?! 내 눈이 잘못된것 같지는 않은데?”

“그게... 말하자면 긴데...”

어떻게 말할지 도통 감이 서지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버릴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에 지금 키르비르의 신경이 너무 날카롭게 곤두서있었다. 결국 마땅한 변명을 하지 못했던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묵묵히 그녀와 같이 나란히 계단을 밟아갈뿐이었다.

“....”

“....”

키르비르또한 내가 입을 다물자 자신도 고집이 있는지 입을 꾹 다문채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계단을 밟아간다.

“읏..!”

하지만 어느 순간. 키르비르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나는 어렵지않게 앞으로 고꾸러지려는 키르비르의 몸을 붙잡는다.

“아으읏...!”

그러자 키르비르의 입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짧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야... 너 괜찮은거냐?”

“당연히.. 괜찮.. 윽!!”

키르비르는 찡그린 인상을 피지 못하고 자신의 다리를 움켜쥔다.

“....”

이 높은 탑. 광혈의 저주로 강해진 나조차 힘들게 올라오는 탑을 마력이 없는 키르비르가 올라올 수 있으리가 만무했다. 아마도 지나친 움직임으로 다리에 경련이 오는걸까.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움켜쥔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어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삼킨다.

“실례좀 할게.”

그런 그녀를 보다못한 나는 그녀의 동의 없이 가뿐하게 그녀의 몸을 안아든다.

“누가 멋대로 내 몸에... 아으윽!!”

마지막까지 고집을 피우는 그녀였지만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참지못하고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흘리며 내 품에 안긴채 몸을 웅크린다.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내려보던 나는 그녀를 품에 안은채 그녀의 방을 향해 계단을 밟아 올라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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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참... 그 고집은 인정해줄 수 밖에 없겠다.”

오랜만에 돌아온 키르비르의 방. 그런 방 한가운데를 지키고있는 커다란 그녀의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키르비르를 눕힌다. 여전히 키르비르는 다리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찌르르한 통증에 괴롭게 헐떡이고 있었다.

“좀 아프겠지만 참아봐.”

내 말에 키르비르는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부드러운 다리를 가볍게 주물러나가기 시작한다.

“아아아악!! 아파아파!! 마.. 만지지맛!!”

그러자 역시나 강한 통증에 키르비르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기 시작한다. 내 머리채를 움켜쥡거나 내 손목을 꼬집으며 발광하는 키르비르의 공격을 참아내며 나는 꿋꿋하게 그녀의 다리를 힘껏 주물러나갈뿐이었다.

“아으으읏..”

하지만 그런 그녀의 비명소리는 차츰 잦아들기 시작한다. 과도한 움직임으로 뭉쳤던 근육을 풀어주니 그 통증이 훨씬 빠르게 가라앉아가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다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는 슬쩍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

자신의 팔로 눈을 가리고 누워있는 키르비르. 다행히 다리의 통증이 사라졌는지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나 신음소리는 들려오지않았다. 그제서야 안도한 나는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던 손을 떼어낸다.

“너... 우냐?”

눈을 가리는 그녀의 팔목사이로 작은 물기가 천천히 번져나간다. 그정도로 아팠던걸까. 하지만 내 물음에 흠칫 놀란 키르비르는 황급히 자신의 팔을 좌우로 비벼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버린다.

“누.. 누가 울었다고!”

눈가에 눈물자국이 남았지만 여전히 고집센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키르비르. 그런 그녀를 바라보니 가슴이 안도되어온다. 역시 키르비르는 저렇게 고집세고 당당해야 키르비르다웠다. 그런 그녀에게 눈물이나 슬픔은 어울리지 않았다.

“울지마라.”

나는 그녀가 괜찮아 졌다는 사실에 미소지으며 아직도 살짝 남아있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자국을 손으로 닦아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될줄은 몰랐다.

“.....”

키르비르는 자신의 눈가를 닦아주는 내 손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동자를 굴려 나를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여러감정이 뒤섞여있었다.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슬픔이.

“흐.. 흐끅..”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빠른속도로 물기가 차올라간다.

“키르비르?”

당황한 나는 그녀를 부르지만. 그녀는 되려 가볍게 딸꾹지를 하며 억지로 말을 내뱉어나간다.

“너.. 너같은 놈이게.. 너 따위 놈에게...”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강하게 깨물지만 봇물이 터진듯 밀려오는 감정을 이길 수 없었는지 이미 그녀의 눈가에는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치는 눈물이 방울져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려오고있었다.

“도.. 동정따위는.. 받기.. 흐끅!”

“지.. 진정해 키르비르!”

결국 자신의 말을 끝 맺히지 못한 키르비르는 입술을 꽉 깨문채 눈물만을 뚝뚝흘릴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한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려하지만..

“흐.. 흐아아아앙!!”

키르비르는 되려 내 품에 얼굴을 처박은채 애처럼 울음을 터트려버린다.

“키... 키르비르...”

마치 애처럼 울음을 흘리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울음이 진정될때까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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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울음이 진정될때까지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다. 대성통곡하며 나에게 자신의 슬픔을 전부 풀어낸 키르비르는 침대맡에 조용히 앉아 내가 대충탄 차를 양손에 말아쥐고 가볍게 홀짝이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상의를 벗어서 대충 한쪽에 널어두고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

“으응..”

조용히 찻잔을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조심스럽게 따듯한 찻물을 홀짝이며 대답한다.

“맛없어.”

“네이와 같은 맛을 바라지는 마.”

짧은 키르비르의 감평에 씁쓸히 웃은 나는 두어번 허공에 턴 내 상의를 옷걸이에 걸어 한쪽에 걸어둔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와 작은 의자를 꺼내고 그 위에 걸터앉은채 침대맡에 앉아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저기... 키르비르.”

잠시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주저하던 나는 조용히 그녀를 불러본다. 그러자 찻잔을 내려보던 키르비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네이... 말이야...”

“응. 타메르. 네이를 좋아하는거야?”

“뭐... 뭐?!”

내가 말을 꺼내기도전. 키르비르가 먼저 선수를 취한다. 나와는 다르게 단도진입적으로 자신의 궁금함을 표하는 키르비르의 질문에 나는 살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본다.

“솔직히... 말해도 돼. 타메르의 감정...”

하지만 키르비르는 내 눈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조용히 찻잔을 향해 시선을 떨어뜨리며 마치 말끝을 흐리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내 의사를 밝혀본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단지... 그냥 단지 친한것 뿐이야.”

“....”

여전히 찻잔에 시선을 처박고 있는 키르비르였지만 내 말에 그녀의 기다란 귀가 움찔거린다.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 그래서 좀 친한 것 뿐이야.”

“그...래?”

잠시 찻잔을 매만지던 키르비르는 슬쩍 내 얼굴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찻잔을 향해 시선을 떨군 키르비르는 조용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네이는... 너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 그게 무슨 헛소리..”

“어떻게 생각해? 네이.”

어떻게든 헛웃음으로 흘러넘기려했지만 키르비르는 내 말끝을 자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묻는다. 답변하지않고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직감한 나는 천천히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한다.

“싫어하지는 않아.”

“....”

찻잔을 매만지는 그녀의 손이 우뚝 정지된다.

“그...래?”

그리고는 힘겹게 내 대답에 대답하는 키르비르였다. 나는 그런 키르비르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무표정한 얼굴. 감정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미안했어. 괜히 널 번거롭게해서.”

잠시간의 침묵 후 입을 연 키르비르의 말은 사과였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돌아가자.”

“아니... 괜찮아. 여기가 내 방이니까. 난 여기 있을게.”

그리고는 어느세 다 마신듯이 빈 찻잔을 탁자에 내려두며 몸을 일으킨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나또한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켜나갔다.

“고집부리지 말고 돌아가자 키르비르.”

“싫어. 혼자있게 해줘.”

키르비르는 너무나도 담담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내 회유를 거절한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창가로 다가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키르비르. 왠지모르게 무겁게 가라앉은 그녀의 분위기가 그녀에게 말을 걸기가 버겁게 만들었다.

“식사는 어쩔껀데? 여기에 음식같은게 있으리가 없잖아.”

“3일정도 굶어도... 생명엔 지장은 없어.”

“.....”

그녀를 회유시키는 것은 무리인 것처럼 보였다. 저런 억지와도 비슷한 고집을 부리면서 자신의 방에 있으려는 키르비르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다.

“알았어. 그래도 가끔씩은 찾아올게.”

결국 그녀를 회유하기에 무리라고 생각한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린다. 그녀를 혼자둬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녀를 억지로 끌고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녀도 어느정도 모든 상황을 눈치챈 것같으니... 약간의 시간을 두고 모든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그녀에게도 좋을 것이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원래 로멘스는 관계가 복잡해야 제맛... 이리깨지고 저리깨져야하죠.

Lizad / 억.. 그런가요...

폭력만세 /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죠.

실버링나이트 /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니까요.

BrightBiz / 으잌ㅋㅋㅋ 베베 꼬아야 소설의 재미죠. 그리고 뒤통수를 딱!

요번주 금요일은 울릉도 여행. 다음주 월요일은 야비군훈련.

고로 이틀 연재를 못하므로 목요일까지 연속연재를 하겠습돠.

그리고 목요일날 스토리가 절정에 오를때 싹뚝 끊기겠지.

으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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