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28화 (128/298)

128편

<-- Main stroy 타락 -->

그녀의 예기치못한 부탁을 들은 나는 한동안 멍한 얼굴로 내 옷자락을 붙잡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리고 정적. 키르비르또한 뒤늦게 자신이 엄청난 오해를 살만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한껏 얼굴을 붉힌채 자신을 변명한다.

“오.. 오.. 오해는 하지마!! 그..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게 뭔데?”

당황하는 키르비르의 모습이 재미있었던 나는 짗꿎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얼굴을 팩 돌리며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거부한다. 그런 키르비르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뭐... 혼자자려니까 겁이라도 난거야?”

“아니거든요? 그냥...”

잠시 웅얼거린 키르비르는 자신이 홀로있기에 너무나도 커다란 자신의 방을 둘러보며 대답한다.

“외로워서 그래..”

“....”

하긴 유적지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키르비르의 탑. 나조차 오르기 힘든 이 탑 꼭대기에 있는 방에 홀로있는다면 상당히 외로움을 느낄것이 분명했다.

“알았어. 안그래도 내일 아침에 약도 받아가야하니까... 오늘 같이 하룻밤을 자줄게.”

“같이 자 주는 것은 고마운데... 허튼짓을 하기만해봐... 용서안할테니까.”

그녀의 독기서린 경고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녀에게 음흉한 흑심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의 요청대로 오늘밤은 그녀와 같이 한방에서 잠만잘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나는 어디서 자지?”

방을 한번 돌아본 나는 내가 잘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슬쩍 키르비르가 자는 침대를 향해 시선을 돌려보지만... 키르비르는 택도 없다는 듯이 내 볼을 꽉 밀어 내 시선을 억지로 자신의 침대에서 떼어내버린다.

“쓸데없는 기대하지마!! 침대 위로 올라올 생각은 절대로!!”

“아.. 예예~”

그녀의 신신당부에 나는 대충 대답하며 침대 옆의 공간을 바라본다.

“뭐... 맨바닥에서 자는 수밖에는 없나?”

“하지만 그건...”

내 중얼거림을 들은 키르비르는 그녀 스스로도 그것좀 아니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비록 몸이 튼튼한 나였지만 저렇게 차가운 맨바닥에 자는 것은 그다지 환영하지는 않는다. 생명에 위협은 없겠지만... 아침에 일어나 느끼는 기분나쁜 뻐근함은 절대로 환영할 만한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쩔래? 잘만한 침대는 하나고... 사람은 둘이니...”

“아우... 네이는 이런 고민안해도 됬는데!!”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키르비르는 애꿎은 네이를 들먹거리며 투덜거린다. 그녀또한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보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마땅한 방법이 떠올 리가 만무했다.

“뭐... 그건 차차 생각해보고... 그나저나 뭐 읽고 있던거야?”

일단 이른 저녁이라 잠자리에 관해 급하게 고민할 필요까진 없었다. 나는 슬쩍 키르비르가 산처럼 쌓아놓고 읽고 있던 책에 관심을 가진다.

“아... 그거...”

“너 무슨 고대도서관인가? 그런 것과 연결이 되있어서 책같은 거 필요없다면서?”

키르비르가 읽던 책을 들고 한번 펼쳐본다. 그러자 보기만해도 뇌 한쪽이 욱씬거릴 정도로 복잡한 글씨들이 자그마한 페이지에 뺴곡히 적혀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언어에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들고있던 책을 내려둔다.

“가끔씩 직접 내 눈으로 책을 읽어보는것도 좋을 것같아서. 할 일도 없고말이야.”

그런 내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린 키르비르는 내가 내려둔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가볍게 책페이지를 펼치며 그안에 쓰인 이해못할 글자들을 빠르게 읽어내려간다.

“뭐... 대부분 다 아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을 쓴 사람의 버릇이나 착각 같은게 보여서 재미있거든.”

“아아... 그러세요?”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키르비르의 오만한 말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쌓아둔 책들을 대충 살펴본다. 하지만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읽어보려해도 도저히 모를 이야기들 뿐이다.

“관심있어?”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거만하게 의자에 앉으며 자신이 들고있는 책을 펼친다.

“내가 읽어줄까?”

“됐네요.”

그녀의 필요이상의 배려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내가 펼쳐본 책을 덮어둔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뭔가 아쉬운듯 뚱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지만 이내 나로부터 고개를 팩 돌리고 자신이 펼쳐든 책에 집중한다.

“뭐... 내가 읽을 만한것은 없어?”

“없어. 도서관을 뒤져서 나온 야한 화보집은 너의 방에 집어넣은 것. 그게 끝이더라.”

“그런거 말고!”

내 외침에 키르비르는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그리고 돌아보지도 않고 책더미를 뒤적여 한권의 책을 꺼낸다. 그녀가 건낸 책을 받아 대충 읽어보니 간단한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뭐.. 이런...”

아기자기한 동화가 담겨진 소설내용에 어이없어하며 콧방귀를 뀌며 대충 훑어보고 덮어보려했다.

“음.. 어?”

하지만 대충 훑어본 것만으로도 뭔가 흥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대충 훑어보다 다음이야기가 궁금해졌던 나는 그렇게 한줄 한줄 읽어나가다보니까 책안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어버린다.

“재미있지?”

그런 나를 흘끗 바라본 키르비르는 아무런 대답없이 책에 빠져있는 나를 바라보고 피식 웃으며 다시 자신이 들고있는 책에 관심을 돌린다. 나또한 그런 그녀와 비슷하게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옆에 주저앉은 채로 그녀가 건내준 책을 하나하나 자세히 읽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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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들 죽는거구만.”

처음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흘러가던 동화는 어느 순간부터 일이 하나 틀어지기 시작하고 결국엔 가서 모두가 다 사건 사고로 죽어버리는 찝찝한 결말로 끝나있었다. 나는 괜히 우울해지는 기분에 떨떠름하게 책을 덮어버린다.

“그 책의 작가... 그걸 쓸 때 많이 아팠데.”

“아팠다고?”

“불치병이나 뭐라나... 그런 것을 걸린 것을 알고 쓰다보니까 작가의 감정이 책에 담겼나보지.”

키르비르의 설명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책 표지는 낡아서 이미 책의 제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두 번다시 펼쳐서 내용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가는 죽었어?”

“아니. 오진이었데.”

“하핫..?”

허무한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나를 돌아본 키르비르는 책더미에 쌓인 책중 하나를 꺼내든다.

“그리고 이것은 그 작가가 그 이야기를 다시 쓴 책이야.”

“그건 좀 좋게 끝나냐?”

“어떨까나?”

내 물음에 키르비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마치 나보고 직접 읽고 그 사실을 확인해보라는 듯이. 하지만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이미 해가 떨어졌어. 착한 아이는 잠들 시간이야.”

“난 그다지 착하지 않거든? 거기다 아이는 더더욱 아니야.”

“아 네네.”

퉁명스러운 키르비르의 대답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펼쳐 읽고 있는 책을 덮는다.

“자. 자자.”

“우...”

키르비르는 나를 노려보며 작게 볼을 부풀려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지만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더 이상의 불평없이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얌전하게 내 말을 잘듣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거린 나는 그녀를 데리고 침대가로 다가간다.

“자... 이제 고민의 시간이네.”

그렇다. 침대는 하나이다. 좀 사이즈가 큰 침대라 두명이 충분히 넉넉하게 잘 수 있었지만 키르비르가 그것을 허용해줄 일은 없었다.

“난 침대.”

키르비르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일방적인 통보를 하며 방 한쪽에 마련된 자그마한 옷장으로 걸어간다. 그런 그녀의 말에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던 나는 입맛만 다시며 그녀의 커다란 침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정도 크기면 둘이 같이 자기 충분하지않아?”

“미쳤어?”

내 물음에 키르비르의 대답은 아주 단호하고 간결했다. 그럴 줄 알았지막 막상 이렇게 대답을 들어보니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나는 옷장으로 다가간 키르비르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려...”

“어딜쳐다봐!!”

따악!

하지만 내말이 끝나기도전에 날라온 딱딱한 옷걸이가 내 이마에 명중한다. 그리고 크게 흔들리는 시야속에서 잠옷으로 추정되는 부드러운 재질의 옷을 팔에 건채로 반쯤 상의를 풀은 키르비르의 모습이 보인다.

“기본 매너는 있는줄 알았는데 그것도 없네!!”

“미리 예고를 해주던가 해야지!!”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주저없이 그녀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런 내 뒤통수에 대고 뭐라뭐라 투정을 부리는 키르비르의 불만에 나또한지지않고 소리친다. 그러자 가당치도 않다는 듯한 콧방귀소리와 함께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을동안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방안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런 내 시선이 멈추는 것은 키르비르가 네이를 위해 만들어놓은 약. 아직도 여전히 푸른 빛을 머금고 있는 약을 바라보며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그나저나 저 약... 효과있는것 맞지?”

“응. 내일되면... 붉게 변할꺼야. 그때 사용하면돼.”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내 질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대답해준다. 그런 키르비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는 언뜻 붉은 빛을 내비치는 푸른 물약을 바라본다.

“이거면... 네이의 몸안에 흐르는 내 피가 사라지는 것이 확실하지?”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아. 차츰차츰 사라질꺼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다지 길지는 않을꺼야.”

“뭐... 너가 만들어준 약인데 믿어봐야지.”

어자피 지금의 희망은 키르비르밖에 없었다.

“당연하지. 내가 실수하는것 봤어?”

키르비르또한 내 믿음에 응답하며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럴떄만큼 오만한 그녀가 믿음직스러운 적은 없었다. 물약을 바라보던 나는 그제서야 안심한듯 작게 미소짓는다.

“그나저나 다 갈아입었어?”

“아.. 응. 이제 됬어.”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제서야 그녀를 돌아본다. 척봐도 고급스러운 천으로 되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이 부드러운 윤기를 빛내는 편안해보이는 잠옷을 입은 그녀는 자신이 입고있던 옷을 옷걸이에 잘 게어 조심스럽게 옷장안에 집어넣는다.

“읏챠! 이 침대는 내꺼야!”

그리고는 주저없이 발랑 침대를 향해 뛰어든다. 그리고 꼬물꼬물 이불자락 아래로 파고든 키르비르는 내 자리는 절대 없다는 듯이 침대 한가운데에 떡하고 자리잡는다.

“더러운 타메르는 올라올곳이 없으니까 기대같은 것은 빨랑 접으셔!”

“그래그래... 거기서 마음껏 편하게 주무세요.”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간다. 그런 내 모습에 살짝 긴장된 눈빛을 보이지만 나는 별 관심업삳는 듯이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옆의 맨 바닥에 주저앉아 벽에 몸을 기댄다.

“너... 진짜 그렇게 잘꺼야?”

그러자 침대에 누워있던 키르비르는 빼꼼히 얼굴을 내보이며 나에게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가벼운 콧방귀와 함께 등에 메고있던 대검을 옆쪽에 기대놓으며 대답한다.

“뭐... 약간 불편하지만 자지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마셔.”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무덤덤하게 맨바닥에서 내가 자겠다고 하자 키르비르의 얼굴에 살짝 걱정이 감돈다.

“이불이라도... 하나 줄까?”

“하나밖에 없는거 알거든? 괜찮으니까 걱정말고 주무셔.”

과거엔 그녀의 방에서 나온 빨래같은 것을 처리해온 나였다. 덕분에 언제나 키르비르는 하나의 이불만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괜히 나를 걱정해주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나는 피식 웃으며 침대 옆으로 뺴꼼히 내밀어진 키르비르의 이마를 꾹 눌러 다시 침대속으로 집어넣어준다.

“자... 그럼 잘자.”

“아.. 응..”

뭔가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키르비르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죄칙감을 느낀다는 사실이 그다지 기분나쁘지 않았던 나는 미소를 머금은채 눈을 감는다.

딱딱하고 차가운 돌바닥은 불편했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일뿐이었다. 내 체온에 의해 돌이 따듯하게 달궈지면 그나마 어느정도 쓸만한 잠자리를 될 수 있었다.

“아.. 안되겠어!!”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하는 그때. 침대에 누워있던 키르비르는 갑작스레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친다.

“타메르! 옷 벗어!”

그리고는 나에게 명령을 한다. 그런 예기치않은 키르비르의 명령에 나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묻는다.

“옷을... 벗으라고?”

“더러우니까! 그 먼지에 흙투성이의 옷으로 침대에 들어올려는 것은 아니지?!”

“뭐... 그렇긴 하지만..”

“그러니까 벗어!”

키르비르의 명령에 못이긴 나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상의를 벗어간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아.. 뭐... 일단 벗었어.”

그녀가 원하는대로 상의와 하의를 벗은 나는 간단한 사각트렁크차림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채로 살짝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옮기며 말한다.

“그.. 그러면 들어와. 니 알몸따윈 보기 싫으니까 빨리 이불로 가리고.”

“아 예예...”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에 피식 웃은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로 몸을 덮는다.

“오.. 이거 괜찮은데?”

내 방의 침대와 비교는 되지않을 부드러움과 포근함을 가진 키르비르의 침대. 이렇게 누워보니 얼마나 고급스러운 침대인지 알아채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않았다. 내가 침대의 푹신함에 감탄하고있는 사이 키르비르는 조용히 꼬물거리며 침대와 이불사이로 기어들어간다.

“허.. 허튼 생각하지마... 바닥에서 자는게 불쌍해서... 자게해준 거니까.”

등을 돌린 키르비르는 얼굴도 보지않고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는 듯 나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침대에 편하게 누운 나는 그런 키르비르를 흘끗 돌아본다.

네이처럼 단련되지도 않고 마력까지 잃은 너무나도 가녀린 몸을 가진 키르비르. 만약 내가 지금 흑심을 가지고 그녀를 덮친다면 그녀는 아무런 저항이나 반항없이 나에게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또한 그것을 걱정하는 지 가끔씩 움찔거리며 필사적으로 귀를 쫑긋거려 내 움직임을 파악하려한다.

“내가 널 덮치면 어쩌려고 그러시나...”

괜히 장난끼가 발동한 나는 짗꿎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슬금슬금 손을 뻗어 그녀의 어께를 매만져본다. 그러자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는지 키르비르는 크게 몸을 움찔거리며 몸을 웅크리며 중얼거린다.

“미.. 믿으니까... 타메르는 그러지 않을꺼라고 믿으니까...”

“....”

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그녀의 몸으로부터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오히려 그녀를 이렇게 놀린것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애시당초 녀석을 억지로 덮칠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해준 은혜를 져버릴 정도로 나는 망나니같은 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안미안.”

아직도 겁에 살짝 떨고있는 키르비르를 보다못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작게 사과를 건낸다. 그리고는 별 사심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내 양팔로 팔베게를 한 채 편한자세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잠을 청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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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의 몸안에 흐르는 내 피가 사라지는 것이 확실하지?”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타메르의 목소리. 누구도 의심할 것없는 분명한 그의 목소리였다. 문옆에 기대 그런 목소리를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정확히 들은 네이는 덜덜 떨리는 몸을 감싸안는다.

“곧바로 사라지지는 않아. 차츰차츰 사라질꺼야.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다지 길지는 않을꺼야.”

“뭐... 너가 만들어준 약인데 믿어봐야지.”

곧이어 이어지는 키르비르와 타메르의 대화. 그런 대화를 들은 네이는 결국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타.. 타메르...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쥔다. 지금 들려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대화는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녀의 귀를 후벼파는 듯이 생생히 들려왔다.

“거짓말... 그럴 리가 없어.. 타메르가... 타메르가...”

어느세 네이의 눈에 눈물이 고여나간다. 바들바들 떨던 네이는 천천히 자신의 배를 감싸안는다.

“싫었던거야...? 사실은 싫었던거야? 왜... 왜... 어째서...”

잠시 웅얼거리던 네이는 힘겹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저 흘러들어오는 대화소리 때문에 타메르를 의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네이는 정신을 차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힌다.

“아니야... 뭔가를 잘못 들었을꺼야... 직접.. 직접 물어보자.”

크게 심호흡한 네이는 자신의 인기척을 내며 방문을 열려고했다. 하지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보이는 광경. 그 광경에 네이의 몸이 딱딱히 굳어버린다.

“.....”

그것은 키르비르와 타메르의 모습이었다. 잠옷을 입은 키르비르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채 침대맡에 앉아있었고 그런 키르비르의 등뒤로 타메르는 천천히 옷을 벗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네이의 사고가 우뚝 정지되어버린다.

투욱..

그런 그녀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결국 그녀의 볼을 타고 방울져 바닥에 떨어져버린다. 바닥에 떨어져 잔잔히 말라가는 눈물자국을 뒤로하고 네이는 결국 키르비르의 방문을 열지 못한채 등을 돌려버린다.

========== 작품 후기 ==========

abcbbq / 으히히힛.. 쉽게 보내지는 않을겁니다! 오리지날과 많이 다르잖아요? 데헷.

katzbal / 이제 진짜 망했으요~!

Solaer Eclipse / ㅋ;;

Lizad / 요즘 그게 재미지긴 재미지더라구요

실버링나이트 / ;;;

달을쫓는아이 / 엌ㅋㅋㅋ 어뜨케알았쯰?!

오해와 오해에 걸쳐서 스토리는 패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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