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편
<-- Main story 3. 각성 -->
“늦지 않았어... 아직이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쉴세없이 중얼거리며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탑을 초조하게 바라본다. 탑이 나와 가까워지는 거리보다 지금 머리위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른것같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하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하핫. 멀리는 못가셨군요!”
그 순간. 등 뒤에서 재수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내 눈한가득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짐승의 발이 보인다.
콰앙!!
“크읏!!”
그 발은 내 얼굴을 움켜쥐고 그대로 땅에 처박아버린다. 뒷통수에 느껴지는 짜릿한 통증과 함께 날카롭게 벼뤄진 손톱사이로 녀석의 얼굴이 보인다. 레오.
“간만에 화가 나버려서요. 당신을 순순히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전과 같은 비리비리하거나 재수없는 웃음이 아니었다. 슬쩍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비치며 짐승처럼 웃음을 흘리는 그의 분위기는 상당히 난폭하게 변해져있었다.
“짐승으로 변했군.”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초조함을 가슴에 담은채 내 얼굴을 붙잡은 녀석의 손목을 움켜쥐고 힘을 준다. 그러자 내 얼굴을 누르고있던 그의 팔이 천천히 들려진다.
“변한게 아닙니다. 돌아온거죠.”
내 말을 정정해주며 그는 다른팔로 누워있는 나를 내려찍는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려 그의 공격을 피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오는 짐승같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옆으로 피한 나를 천천히 돌아본다.
“도망가실 생각은 마세요. 저랑 정정당당히 전력으로 싸워보는 겁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뤼베크 족이라 간만에 타오르는 투지라 주체할 수 없군요.”
가볍게 손을 풀며 나를 향하는 레오를 바라보던 나는 흘끗 키르비르의 탑을 돌아본다. 에페리아가 만든 거대한 불덩어리의 열기에 굳건히 서 있는 키르비르의 탑의 표면이 천천히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미 늦었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휘젓지만 그런 불안감을 힘겹게 털어낸 나는 레오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너무 한눈 파시는군요.”
그 찰나의 시간. 레오는 어느세 내 앞에 서서 비릿하게 웃음을 흘리고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기겁한 나는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반사적으로 대검을 휘두른다.
콰앙!
하지만 불안한 자세에서 다급하게 날린 대검을 어렵지않게 한손으로 움켜쥔 레오는 섭섭하다는 듯이 가볍게 혀를 차며 말한다.
“적을 눈앞에 두고도 그렇게 그녀가 신경쓰이시는 겁니까?”
내 대검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던 레오는 시선을 돌려 내가 바라보고 있던 탑을 돌아본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가 움켜쥐고 있는 대검을 빼내기 위해 힘을 써보지만 마치 무거운 바위에 맞물린듯 그가 움켜쥐고 있는 대검을 빼앗아내기 쉽지 않았다.
“계속 저는 무시당하니까... 이거 너무 섭섭합니다!!”
그는 내 대검을 움켜쥔채로 자신의 주먹을 뒤로당겨 나를 향해 휘둘러온다. 그런 녀석의 공격에 이를 악문 나는 물러서지않고 그의 주먹을 향해 정면으로 주먹을 날린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힘이 실린 두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그러자 주먹 두 개가 부딪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충격에 주변의 공기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레오또한 그런 느낌을 느꼈는지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를 지어간다.
“피가 끓는군요!!”
“큿!!”
레오는 외침과 동시에 움켜쥐고 있던 내 대검을 놓아준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양 주먹을 말아쥐고 나를 향해 달려든다. 단순한 난투극으로 달려드는 녀석의 공격에 크기가 크고 휘둘러야하는 대검을 불편하다고 판단한 나 또한 대검을 버리며 맨손으로 그의 공격에 응수해나간다.
뻐억!!
허공에 나와 레오의 팔이 교차되며 양쪽에서 호쾌한 타격음이 울려퍼진다. 서로의 안면에 정확히 주먹을 박아넣은 우리 둘은 쓰러질 수 없다는 듯이 단단히 땅을 딛이며 시야를 가리는 주먹넘어로 상대의 얼굴을 노려본다.
“흐하하하핫!!”
이런 싸움이 재미있다는 듯이 레오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움켜쥔 주먹을 나에게 휘둘러온다. 너무나도 정직하고 솔직한 그의 공격을 팔로 가로막으며 다시금 녀석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넣는다.
뻑!
무방비의 상태에서 재차 허용당한 공격에 그의 몸이 살짝 흔들린다. 하지만 녀석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퍽!
“크헛?!”
그 순간 사각에서 날카롭게 솟아오르는 레오의 무릎이 내 복부를 강타한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통증과 함께 내 시야 가득히 녀석의 주먹이 빠르게 쇄도해오는 것이 포착된다.
뻐억!!
눈앞이 불이 번쩍하는 것과 같은 착시를 느끼며 강한 충격에 견디지 못한 내 몸이 뒤로 밀려난다.
“고작 이정도입니까?”
그는 힘으로 나를 압도한다는 사실에 어꼐를 으쓱거리며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나에게 다가온다. 실제로 내 주먹에 비해 녀석의 주먹이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렇게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상대와 싸워본 적은 처음이었다.
“힘과 맷집엔 자신있어 하셨던거 아닙니까?”
“....”
녀석의 도발에 나는 이를 악문다. 그의 말대로 내가 가진 힘과 체력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과 주먹다짐을 하며 무식하게 힘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멍청한 놈.”
녀석에게 얻어맞아 뒤로 밀린 나는 내가 버려둔 대검의 근처로 몸을 이동시킬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유를 부리며 나에게 무방비로 다가오는 녀석을 향해 나는 몸을 일으키는 반동으로 대검을 크게 사선으로 베어버린다.
콰앙!!
벤다기보다 으깬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내 묵직한 대검은 내 힘을 받아 녀석의 몸을 후려쳐 옆으로 날려보낸다. 그러나 그가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녀석이 튕겨나간 방향을 따라 바닥에는 진한 혈흔이 흩뿌려져 있었다.
“......”
녀석에게 확실한 타격을 줬다는 것을 자부할 수 있었지만 왠지 지금 당장 탑을 향해 달려갈 수가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녀석에게 등을 보이면 안된다는 강한 불안감이 내 발을 붙잡고 있었다.
“크흐흣...”
자신의 몸에서 새어나온 피로 웅덩이진 곳에서 고깃덩어리처럼 쓰러져있던 레오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뭐냐... 넌 대체.”
분명 치명상이다. 거대한 대검의 무게와 내 힘이 실린 필살의 일격이었다. 거기다 손끝으로 생생히 느껴진 묵직한 촉감. 내 대검에 의해 뼈가 으깨지고 근육이 뒤틀릴만한 강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혼돈의 피... 아니. 당신의 세계의 말로 광혈의 저주라고 하겠죠. 그 힘을 당신만이 가진 것은 아닙니다.”
피투성이가 돼서 몸을 일으킨 레오의 몸에는 이미 상처란 존재하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말끔한 레오의 몸에 나는 신음을 삼킨다. 내 예상보다도 어마어마한 회복력이었다.
“저희는 뤼베크족. 혼돈을 지배하는 종족입니다. 광혈의 힘을 빌려쓰는 당신들과는 다르게 광혈의 힘을 지배하는 것이 저희들이지요.”
비릿한 웃음을 짓는 녀석의 태도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대검을 움켜쥔다. 하지만 녀석은 크게 심호흡을 하여 짐승처럼 변한 자신의 팔과 다리를 다시 정상적인 인간의 팔과 다리로 변화시킨다.
“간만에 좋은 상대를 만나 이렇게 불타오르는데... 당신은 저와 싸우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니. 안타깝습니다.”
속으로 녀석을 미친놈이라고 욕한다. 아니 실제로 미친놈 같았다.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막지않고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갑작스레 바뀐 녀석의 태도에 나는 쉽사리 녀석을 무시하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노려본다. 그러자 레오는 내 마음을 읽은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한다.
“이제 당신을 막지 않습니다. 벌써 10분이 지났거든요.”
“뭐?!”
그의 말과 함께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어리는 선명한 붉은 열기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덩어리는 천천히 가속되며 키르비르의 탑을 향해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마법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이 유적지는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아깝네요. 당신같은 좋은 상대와 결판을 짓지못하고 이대로 헤어져야한다니...”
그는 진심이라는 듯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품안을 뒤적여 무언가 조그만 장난감같은 것을 꺼낸다. 그리고 그런 장난감같은 것을 손안에 만지작거리며 씁쓸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간다.
“네이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만약에 죽어서 그녀를 만난다면 이 말좀 전해주시지요. 소꼽친구가 많이 널 그리워한다고.”
그 말을 끝으로 레오는 자신의 손에서 만지작거리던 장난감의 스위치부분을 꾹 누른다. 그러자 환한 빛과 함께 그의 몸이 천천히 분해되어 신기루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다.
“말도안돼...”
하지만 그런 그의 소멸보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내 머리위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어리를 바라본다. 어떻게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그의 말대로 저 화염덩어리와 같이 이 유적지는 소멸하게 되는 것일까. 비이상적인 현실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그 순간.
피잉.
귀를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 그리고 가늘지만 선명하게 하늘 끝에서 한줄기 빛이 붉은 화염 한가운데로 내려 꽂힌다. 그리고..
콰지직!!
뭔가 터진다기보다 억지로 으깨져나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화염의 한가운데에서부터 검은 균열이 사방으로 폭사된다.
“뭐... 뭐야 이건?!”
마치 공간 자체가 유리창이 꺠지듯 산산조각으로 균열이 나버린다. 그것도 잠시뿐. 불안하게 으깨지는 듯한 소음을 흘리던 균열은 갑작스레 빛이 내려꽂힌 곳을 중심으로 어두운 심연속으로 먹혀들어간다.
조각난 공간들이 빨려들어가는 어둠. 그것은 어둡다는 표현조차도 걸맞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허 그 자체. 완벽한 무의 공간이었다. 그 안으로 빨려들어간 공간의 파편은 눈에 보일정도로 빠른 속도로 분해되어 무의 공간속에 녹아내려가버린다.
콰드득!!
그러나 공허의 공간은 우리들에게 오래동안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산산조각난 시공은 빠른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며 자신의 몸을 복구해나간다. 깨어졌을때보다도 더 빠른속도로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여 꺠어져버린 공간을 메워나간다. 곧이어 하늘은 마치 붉은 황며덩어리가 존재했다는 현실자체를 부정하는듯 밝고 청명한 푸른 빛을 흩뿌릴뿐이었다.
“이건...”
그리고 그런 청명한 하늘 속에서 선명히 보이는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보였다. 하나는 에페리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리엘...?”
이리엘이었다. 아니 이리엘과 비슷했다. 자세히바라보면 그녀가 입고있는 검은 망토와도 같은 복장과 칠흙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가 이리엘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하늘에 떠있는 에페리아를 잡아 먹을 듯이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천천히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런 이리엘의 시선에 에페리아는 비릿한 비웃음을 머금는다.
콰앙!!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갑작스레 들리는 폭음에 살짝 놀란다. 어느세 유적지 군데군데에서 붉은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화염덩어리가 소멸되는 순간. 화염덩어리의 일부가 살아남아 주변으로 떨어져내리고 있던것이다. 그런 작은 화염덩어리들은 유적지 군데군데에 떨어져 크고작은 화재를 일으킨다.
콰아앙!!
하지만 그때. 이때까지 들려오던 폭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이 지면을 뒤흔든다. 그런 폭음에 화들짝 놀란 나는 폭음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거기는 다름아닌 키르비르의 탑으 중간부분. 상당히 강한 폭발이었는지 굳건한 키르비르의 탑의 허리부분에서 자욱한 연기와 수많은 파편들이 지상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한다.
“안돼...”
그리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녀의 탑이 무너질듯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런 탑의 모습에 나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작게 신음을 흘린다. 아직 재앙이 끝난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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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검은... 마녀.”
자신의 커다란 마법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별 동요없이 에페리아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소녀를 바라보며 싱긋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 그녀의 미소에 소녀는 아무런 감정변화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인형처럼 그녀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오른쪽 눈동자에는 그녀를 향한 깊은 증오가 내비친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이렇게 성장했는데. 너는 변한게 하나도 없어.”
“....”
에페리아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아리엘을 바라본다. 찬찬히 그녀를 훑어보던 에페리아는 존재자체가 의문인 아리엘의 가슴을 발견하고 가볍게 실소를 머금는다.
“그 인상깊도록 납작한 가슴도 여전하네?”
“전투에 불필요한 지방덩어리를 챙기진않아.”
에페리아의 도발에 별 관심없다는 듯이 흘러넘기는 아리엘이었다. 그런 재미없는 그녀의 반응에 에페리아는 흥이 빠진듯 뚱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간다.
“예상외로 좀 일찍 나왔네. 네 뒤로 보이는 저 탑을 날려버린뒤에 와도 늦지 않는데...”
에페리아는 아쉬운 척을 하며 키득거린다. 애시당초 그녀의 목적은 아리엘을 이곳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키르비르의 죽음은 부수적인 목적일 뿐. 에페리아의 말에 아리엘은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뒤에 세워진 탑을 바라본다. 단순한 이 차원에 있는 건조물은 그녀의 관심을 끌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용히 탑을 바라보던 아리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
탑에 그녀의 눈에 매우 낯익은 물건이 하나 보였다. 탑 중앙에 박혀있는 은백색의 금속체. 이 세계의 금속일 리가 없는 그 이세계의 금속은 아리엘에게 매우 익숙한 물질이었다.
“차원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너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동요를 에페리아가 눈치채지 않게 교묘하게 숨기며 무미건조한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에페리아에게 경고한다. 그런 이질적인 그녀의 목소리에 에페리아의 인상이 살짝 구겨진다.
“너의 그런 태도는 언제나 재수없었어. 마치 자신이 신이된냥 모든 것을 너의 손안에 두고있는 듯한 그 말투가.”
“차원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위험인자인 너를 제거하겠어.”
에페리아의 투덜거림이 아예 들리지않는듯 신경도 쓰지않은 아리엘은 그녀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답답한 아리엘의 태도에 작게 한숨을 내쉰 에페리아는 어디한번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도발적인 미소를 짓는다.
“너에게 그럴 힘이 있다면 말이지.”
에페리아의 미소를 마주하며 아리엘은 조용히 그녀를 노려본다. 곧이어 그녀의 몸은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아리엘은 빠르게 다가오는 지상을 바라보며 당황하지 않고 장갑이 끼워진 오른손을 가볍게 조작한다.
키이잉!
그와 동시에 그녀의 허리와 신발에 부착된 자그마한 기기가 푸른 빛을 빛내자 떨어져내리는 그녀의 몸을 무형의 힘이 부드럽게 받혀준다. 큰 충격없이 사뿐히 지상에 착지한 아리엘은 하늘에 떠있는 에페리아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리엘.”
그녀는 몸을 돌려 중앙탑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은빛 함선을 돌아볼 뿐이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함선이 박혀있는 중앙탑을 향해 달려간다.
“뭐야 저녀석?”
곧바로 자기에게 싸움을 걸어올거라는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중앙탑을 달려가는 아리엘의 행동에 에페리아는 인상을 찡그린다.
“저게 관심사인가?”
그러나 눈치빠른 에페리아는 아리엘이 중앙탑으로 간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한다. 그것은 중앙탑에 박혀있는 이형적인 함선. 타인의 일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에페리아였지만 아리엘이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저런 낯선 물건에 관심을 유발시키기 충분했다.
“뭐야... 보물상자라도 되는건가?”
피식 미소지은 에페리아는 중앙탑에 박혀있는 함선을 향해 다가가려한다. 하지만 그 순간.
“읏?!”
등골을 자극하는 섬뜩한 살기에 에페리아는 몸을 멈춘다. 그러자 그녀의 날카로운 콧끝을 스치며 한발의 총탄이 창공을 꿰뚫는다.
“이 껌딱지가!!!”
총탄의 주인은 다름아닌 아리엘이었다. 그녀는 중앙탑을 향해 달려가면서 함선에 관심을 에페리아를 알아챈것이다. 마치 함선에 신경 끄라는 듯이 그녀에게 경고사격을 아리엘의 행동이 에페리아의 높고 높은 자존심을 자극해버린다. 그녀는 인상을 구기며 손을 뻗어 허공을 힘껏 움켜쥔다.
화륵!
그러자 그녀의 손에 붉은 화염에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그런 화염에 화기를 느끼지 않는듯 고통이 전혀없는 얼굴로 탑을 향해 달려가는 아리엘을 노려본다.
“그냥 죽어버려!!”
콰아앙!!
그리고 있는 힘껏 손에 맺힌 화염덩어리를 달려가는 아리엘을 던져버린다. 빠른속도로 아리엘의 이동경로를 향해 떨어진 화염덩어리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뜨거운 열기를 사방으로 폭사시킨다.
“칫!!”
하지만 아리엘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검은 망토를 휘감고 에페리아가 떨어뜨려 발생한 불구덩이를 별것아니라는 듯이 정면으로 돌파해버린다. 그런 아리엘의 모습에 가볍게 혀를 찬 에페리아는 다시금 양손에 뜨거운 화염덩어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한번 누가이기나보자구!”
오기가 생긴듯 에페리아는 중앙탑을 향해 달려가는 아리엘을 향해 불덩어리를 만들어 집어던진다. 하지만 아리엘은 에페리아를 보지도 않고 그녀가 어디를 공격할지 예상이라도 하는 듯이 요리조리 기민하게 에페리아의 폭격을 피해나간다. 결국 아리엘은 에페리아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별 피해없이 중앙탑에 들어가버린다.
“젠장... 언제나 도망만 다니고... 진짜 좋아할 수 없는 놈이라니까!!”
그런 아리엘을 쫓아 에페리아또한 투덜거리며 중앙탑으로 들어가 그녀를 추적해나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abcbbq / 네이랑 키르비르.. 이제 마지막이네요. 휴우..
유운처럼 / ....반박할 수 읍따!!
Solar Eclipse / 으허허헝.. 눈과 코에서 피를 쏟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흼듬
실버링나이트 / 깽판칠정도로 강해져야죠. 명색에 주인공인데.
레리꿀 / 털린건가? 뭐라 표현할 방법이없네. 하여튼 무승부.
이제 다음화는 다시 네이와 키르비르.
이 망할 장편 메인스토리도 끝나가네요.
휴...
지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