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63화 (163/298)

163편

<-- Main story 4. 배신 -->

“빌어.. 먹을!!”

콰득!

나는 내 뱃가죽을 뚫고 처박힌 괴물의 손톱을 팔꿈치로 내려쳐 억지로 부러뜨린다. 그리고 부러진 손톱을 잡아당겨 뱃속에서 빼내 던져버린다.

“허억.. 허억..”

어마어마한 통증이 내 머릿속을 강타한다. 워낙 커다란 손톱이라 내 옆구리에는 팔이 하나정도는 충분히 들어갈만한 구멍이 생겨버렸지만 광혈의 저주는 그런 상처를 빠른속도로 회복해나가기 시작한다. 점점 고통이 잦아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오... 오라방?”

그때 괴물을 처치한 것을 꺠달았는지 조심스럽게 리니아가 유적의 틈사이에서 모습을 들어낸다. 아무런 상처도 없는 리니아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피투성이가된 몸을 이끌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키르비르는?”

“아무 문제는 없어.”

리니아는 보란듯이 자신이 숨은 좁은 유적의 틈을 가리킨다. 그녀의 말대로 키르비르는 유적벽에 몸을 기댄채 죽은 듯이 잠에 빠져있었다. 그녀가 아무런상처도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잠들어있는 키르비르를 다시 안아든다.

“누구야?”

“그러는 너는 누구지?”

키르비르에 대해 그녀에게 말하기전 나는 우선 리니아의 정체에 대해묻는다. 그런 내 행동에 리니아는 불만인듯 뚱한 얼굴로 나와 키르비르를 돌아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게 한숨을 내쉰 리니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씨익 웃으며 내 질문에 답한다.

“나는 리니아. 타메르 오라버니에게 아주아주아주아주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

“....”

소중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그녀의 설명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찡그린다.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 한 구석에 그녀에 대한 불확실한 희미한 기억은 있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를 할 수는 없었다.

“하여튼 적은 아니라는거지?”

“어휴. 물론이지! 내가 타메르 오라방의 적이라고? 에휴휴~”

내 물음에 리니아는 과장되게 팔을 흔들며 웃음을 터트린다. 어찌된든 그녀는 나에 대한 반감이나 흑심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위급한 상황. 내 편을 들어주겠다는 사람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하여튼. 따라와.”

아직도 로터스와 요란하게 한판중인 에페리아를 흘끗 확인한 나는 키르비르를 품에 안은채 리니아를 데리고 네이가 쓰러진 곳으로 향한다. 얼핏보니 이미 로터스의 수많은 촉수들은 얼음덩어리가 되거나 녹아내린지 오래였다. 확실히 에페리아가 승기를 잡아가는 상황. 그녀가 이쪽으로 관심을 돌릴때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응! 오라방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리니아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쫓아 쫄래쫄래 따라 뛰어오기 시작한다.

-----------------------------------

“시란!!”

집요한 로터스의 공격덕분에 에페리아의 방해를 받지 않은 나와 리니아는 네이를 숨겨둔 곳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그런 네이의 곁에는 흐릿한 시란의 영체가 씁쓸한 얼굴로 나를 돌아본다.

“시간이... 너무 걸렸어.”

“방해를 받았어.”

안타까움이 가득한 시란의 말에 내 심장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허겁지겁 달려온 나는 우선적으로 네이의 상태부터 확인한다.

“죽어가고 있어. 아니. 너가 떠날때부터 이미 죽어가고 있어.”

시란의 말대로 네이의 숨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가늘어져 있었다. 내가 다가가 황급히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자 그녀의 귀만이 나를 반겨주듯 가볍게 쫑긋거린다.

“아냐. 네이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리엔은?!”

“몰라. 아무도 그녀를 부르러간 사람이 없으니까.”

시란의 매정한 한마디에 나는 침음성을 삼킨다. 그녀를 구해줄 유일한 희망인 리엔이 어디있는지조차도 몰랐다. 죽어가는 네이를 앞에두고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력함에 입술을 깨문다.

“그렇다면... 아직 방법이 하나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올린다. 마지막 방법. 그것은 과거 그녀에게 행했던 방법이었다. 바로 광혈의 피를 그녀에게 직접 수혈해주는 것. 그녀와 처음 싸울떄도 이런 방법으로 죽어가는 그녀를 살렸던 나였다. 하지만 리엔의 말로는 이미 그녀의 몸안에는 과도한 양의 광혈의 피가 남아있다고 했다. 지금 그녀에게 다시금 광혈의 피를 수혈해준다면... 최악의 경우 광혈의 저주에 미쳐 날뛸 수도 있었다.

“잠깐잠깐!!”

그떄 나를 쫓아온 리니아가 끼어든다.

“이 언니가 죽어가는데 뭐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녀석을 살리려고...”

“타메르 오라방이 뭘안다고? 잊었어?”

내 앞을 가로막은 리니아는 싱긋이 웃으며 말한다.

“이런 것은 내 전문이잖아.”

“네... 전문?”

내 어벙한 한마디에 리니아는 가볍게 혀를 차며 자신의 마녀모자의 챙끝을 툭 쳐올린다. 그리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한다.

“검은 마녀 리니아! 욕심많은 부자들에게는 역병을! 가난한 거지들에게는 만병통치약을 선물해주는 변덕쟁이 마녀입니다~”

“그래서! 일단 그녀를 살릴 수 있는거야?!”

한가닥 희망을 붙잡는 것처럼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리니아의 양어꼐를 쥐고 흔들며 그녀에게 다시금 방법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내 손에 무력하게 앞뒤로 흔들리던 리니아는 어지러운듯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털며 대답한다.

“완벽하게 살릴 수는 없어. 그냥... 죽지 않게 해주는 것 뿐이야. 이 유적지에 성녀가 있다면서?! 그녀에게 부탁할때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줄께!”

그 말을 끝으로 리니아는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해야하는 듯 쓰러진 네이의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자신이 두르고 있는 커다란 망토속에서 그녀의 몸만한 커다란 가방을 꺼내 네이의 앞에 내려둔다.

“일단 지혈하고... 강심제. 광혈의 저주의 흔적이 남아있으니까... 약간의 자극제면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을꺼야.”

혼자서 중얼거리던 리니아는 가방을 열어 그안에 들어있던 형형색색의 약물을 꺼낸다. 몇십개의 약물을 꺼낸 리니아는 초조해하는 나와 다르게 느긋하게 약물의 색을 비교하여 5개 정도의 약물을 자신의 옆에 꺼내둔다.

“자. 치료를 시작합니다!”

자신이 꺼내둔 5개의 약병을 들고 네이의 앞으로 걸어간 리니아는 우선 노란색과 갈색 빛이 드는 약물을 그녀의 가슴에 붓는다. 그러자 피부에 스며들듯 약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흘러내리던 피가 천천히 멎어간다.

“좋아. 오랫동안 안써서 걱정했는데 약효는 남아있네.”

만족스럽게 중얼거린 리니아는 다시금 또 다른 두 개의 약물을 살짝 벌어진 네이의 입에 흘려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빛이 도는 약병을 들고 다시 가방을 뒤적인다.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끝이 날카로운 주사기였다. 약병의 뚜껑을 연 리니아는 주사기의 날카로운 바늘끝을 약물에 넣어 주사기안에 약물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이걸로 마지막.”

잠시 축 늘어진 네이의 손목을 매만지던 리니아는 날카로운 주사기 끝을 신중하게 그녀의 손목에 찔러넣는다. 그러자 주사기안에 들어있는 붉은 액체가 천천히 네이의 몸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몇 초후.

“하윽!!”

축 늘어져있던 네이의 몸이 마치 번개가 떨어진듯 크게 들썩이며 꾹 닫혀있던 그녀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나온다.

“네이!!”

그런 그녀의 발작에 나는 깜짝 놀라며 네이를 감싸안는다. 그녀는 의식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처음과 비교에서 좀더 크고 균일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한거야.

“뭐.. 뭘 어떻게 한거야?”

“강심제랑 자극제를 넣었어! 잠시간 몸의 활력을 불어넣은 거야. 오래가지는 않지만 죽지않고 버텨낼 수는 있을꺼야.”

그녀가 의식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네이의 몸 상태가 호전된 거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처에서의 출혈을 약물의 힘으로 멎었고 가늘던 숨결도한 정상적으로 변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그녀의 곁에 털썩 주저앉는다.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지?”

힘이 빠진 내말을 따라하는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목소리에 기겁한 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콰득.

유적지 위에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로터스의 촉수를 으깨버리며 잔인한 미소를 짓고있는 에페리아가 있었다.

“에페리아?!”

“모두 여기에 야무지게 모여있네? 한번에 쓸어버리기 딱 좋게 말이야!”

우리를 깔보듯이 내려보는 에페리아의 손에 붉은 불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져 보일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품은 화염덩어리를 바라보며 나는 침음성을 삼킨다.

쉬익!

그때 우리를 위협하는 에페리아를 향해 하얀 궤적을 그리며 회색빛 쇳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쏘아진다. 그런 정체불명의 공격에 에페리아는 황급히 우리를 노리던 화염덩어리를 거두고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쇳덩어리를 막기 위해 팔을 휘둘러 푸른 장벽을 만들어낸다.

콰아앙!!

장벽에 격돌한 쇳덩어리는 주변을 뒤흔들정도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에페리아를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아리엘!!!”

장벽을 거둔 에페리아는 분노와 증오가 가득서린 목소리로 누군가의 이름을 외친다.

타악.

그런 그녀의 외침에 응답하듯 주저앉아있는 우리들을 보호하듯 우리 앞에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소녀가 사뿐히 착지해내려온다. 그녀는 방금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던 무기로 추정되는 쇠로 된 기둥을 어께에 짊어지고 있었다.

“에페리아.”

에페리아와는 다르게 아리엘이라는 소녀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에페리아의 이름을 부른다. 아리엘은 어께에 짊어진 쇠기둥을 옆으로 던져버린다. 그녀의 손에서 벗어난 쇠기둥은 마치 신기루처럼 허공에서 분해되어 녹아내려버린다.

“차원 간섭인자를 제거한다.”

그리고는 확실한 적의가 담긴 목소리로 에페리아를 향한 선전포고를 선언한다. 그런 아리엘의 선전포고에 에페리아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그녀를 노려본다.

“니가? 나를? 아니지 아니야. 제거되는건 바로 너겠지!”

화악!

다시한번 에페리아의 손위에 화염덩어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전력을 다하겠다는 듯이 그녀의 손위에 떠오른 화염은 푸른 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에페리아는 단숨에 아리엘을 증발시키겠다는 듯이 이글거리는 화염덩어리를 아리엘에게 집어던진다.

“격리.”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화염덩어리가 큰 위협이 되지 않는지 여유롭게 허공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런 그녀의 손끝에서 복잡한 도형이 가득한 투명한 창이 생겨나며 그녀의 손 끝의 움직임에 따라 가볍게 반짝거린다.

콰앙!

그러자 아리엘을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쏘아오던 화염덩어리가 푸르스름한 사각 상자에 갇혀버린다. 그런 사각 상자를 조종하듯 아리엘이 다시금 허공에 띄워진 투명한창을 손끝으로 두드리자 사각 상자와 같이 푸른 불덩어리는 허공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다.

“이동.”

콰드득!!

“응?!”

사라진 화염덩어리는 에페리아의 등뒤에 다시 나타난다. 에페리아는 자신이 던졌던 마법이 자신의 등뒤에 다시 등장하자 그 위협적인 기세에 움찔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파괴.”

콰앙!!!

마지막으로 아리엘이 손을 움켜쥐자 화염덩어리를 가두고있던 사각상자가 우그러들며 그안에 담겨진 화염덩어리가 폭발해버린다. 그 폭발은 화염덩어리를 가두고있던 상자를 깨트리며 가까이에 있던 에페리아를 덮쳐온다.

“이건 도데체...”

나와 리니아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아리엘의 능력에 당황하며 멍하니 우리 앞에 서 있는 아리엘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리엘은 그런 우리들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은채로 폭발이 가라앉기 시작한 허공을 노려볼 뿐이었다.

쉬익!!

자욱한 연기를 뚫고 수십개의 날카로운 얼음창이 아리엘을 향해 쏟아져온다. 방금전 화염덩어리를 막은 방법으로는 막아내기 불가능할 정도의 물량에 아리엘의 미간이 살짝움찔거린다.

“왜곡.”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않고 다시금 손끝으로 허공에 떠오른 창을 두드린다. 그러자 아리엘의 눈앞의 공간이 눈에 훤히 보일정도로 비이상적으로 왜곡된다. 단순히 시각적인 왜곡이 아닌지 그녀를 향해 쇄도해오던 얼음창들은 왜곡된 공간으로 들어가자 곧은 창의 모습이 뒤틀리며 쏘아지는 궤도가 크게 뒤틀린다.

콰과광!!

아리엘의 힘에 의해 쏘아지는 궤도가 왜곡된 창들은 표적인 아리엘을 벗어나 유적 벽에 처박혀나간다. 손끝 하나도 다치지 않은 아리엘은 벽에 처박힌 수많은 얼음창을 흘끗 바라보다 아리엘이 있는 곳을 노려본다.

“제법인데?! 순수한 과학기술로도 차원을 왜곡시킬 수 있는거야?!”

화염덩어리가 폭발한 연기가 걷히며 아리엘을 재미있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에페리아의 모습이 들어난다.

“하지만 말이야. 나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거든?! 내 마도학도...”

에페리아의 손이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차원 왜곡정도는 할 수 있다고!!”

콰득!!

에페리아가 크게 손을 휘두른자 그녀가 손을 휘두른 궤적을 따라서 공간이 뒤틀린다. 그런 뒤틀림은 빠른속도로 아리엘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수정.”

콰드득.

짧막한 아리엘의 한마디와 함께 그녀를 향해 뒤틀리던 공간이 우뚝 멈춰서진다. 그리고 처음의 뒤틀리던 모습과 정반대로 뒤틀리며 왜곡된 공간을 정상으로 복원시켜버린다.

“칫.”

에페리아또한 차원을 왜곡할 수 있었지만 그 힘은 아리엘에 못미치는 것같았다. 그녀의 공격을 너무나도 쉽게 무효화시키는 아리엘의 힘에 에페리아는 짧막한 신음을 흘린다.

“2등급 전투태세. 대인 공격 드론 방출. 표적 검은 마녀. 제거 개시.”

이번엔 아리엘쪽에서 공격을 시도를 하려는지 그녀는 다시금 투명한 창을 두드리며 누구를 향한지 모를 명령을 내린다. 그와 동시에 에페리아를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이 작게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래. 내 마법이 소용없다는 건 잘 알겠어. 하지만 말이야.”

왜곡된 균열로부터 들어난 검은 그림자는 점점 그 형체를 구체화 시켜나간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별 위협이 되지 않는 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올린다.

“너의 과학기술도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슷하지.”

따악!

에페리아가 가볍게 손을 튕긴다. 그러자 그녀의 등뒤로 수십개의 크고 작은 마력 구체들이 떠오른다. 곧이어 에페리아의 손짓에 따라 그런 구체들은 사방으로 산개하며 이제 막 뒤틀린 균열사이로 나타난 쇳덩어리를 향해 쇄도해간다.

콰과광!!

허공에서 요란한 불꽃놀이가 터져나온다. 그녀가 만들어낸 마력의 구체들은 이제 막 모습을 들어낸 쇳덩어리에 부딪혔고 곧이어 작은 폭발과 함께 허공에 작은 불꽃을 흩뿌릴 뿐이었다. 그런 구체로부터 몸을 피한 몇몇 기계들은 에페리아를 향해 공격을 시도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에페리아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마력의 구체에 의해 허무하게 막혀버릴 뿐이었다.

“환상을 꿰둟는 진리. 진리를 뒤덮는 환상. 과학과 마법은 언제나 상극으로 지냈지. 너와 나는 그런 사이야.”

콰과광!!

요란하게 사방으로 움직이는 푸른 구체와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불꽃사이에서 아리엘과 에페리아는 서로를 노려본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아리엘을 바라보며 에페리아는 싱긋이 웃는다.

“하지만 너와 다르게 나는 너보다 한걸음 앞서 걸어간게 있지.”

에페리아는 여유롭게 아리엘을 향해 한팔을 뻗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아리엘은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마법과 과학을 합쳐낸 마도학. 순수한 과학기술만을 가진 너와 달라.”

콰드득!!

에페리아의 손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그러자 그녀의 팔 주변에 나타난 크고작은 쇳덩어리가 그녀의 팔에 달라붙어가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런 현상에 아리엘은 살짝 인상을 찡그린다.

“마법이나 과학을 초월한 또다른 힘이지.”

그것은 푸른빛이 감도는 하나의 커다란 총과 비슷한 무기였다. 푸른 마력이 가득 맺혀진 기곗덩어리는 가볍게 공명하며 아리엘을 겨누고 있었다.

콰앙!!

곧이어 커다란 폭음과 동시에 에페리아가 들고있던 커다란 총이 크게 떨린다. 동시에 푸른 충격파를 남기며 하나의 금속덩어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쏘아진다.

쩌엉!!

“흣?!”

하지만 그녀가 발사한 총탄은 아리엘의 코앞에서 우뚝 멈춰선다. 끝이 날카롭게 벼뤄진 총탄은 아리엘을 꿰뚫을 기세로 허공에서 맹렬히 회전하고 있지만 마치 투명한 벽에 막힌듯 그 자리에서 맴돌 뿐이었다. 자신의 회심의 공격까지 막아낸 아리엘의 능력에 에페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짧은 신음을 뱉어낸다.

“뭐라 떠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잘난 마도학. 단순한 편법을 첨가시킨 저급한 기술일 뿐이야.”

콰드득.

조용히 웅얼거린 아리엘이 이번엔 에페리아를 향해 팔을 들어올린다. 그런 그녀의 팔을 중심으로 에페리아와 비슷하게 쇳덩어리가 조립되어져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에페리아와는 다르게 뭔가 규칙있고 절도있게 조립되는 아리엘의 무기가 더욱 위협적으로 보였다.

“진정한 진리는 모든 것을 꿰뚫어. 마계가 자랑하는 마법도. 너가 자랑하는 마도학이란 저급한 학문의 집합체도.”

에페리아와 다르게 아리엘이 만들어낸 커다란 총기는 붉은 빛을 띄고있었다. 아리엘의 무기는 위협적인 기계음을 내뿜으며 에페리아를 표적으로 작게 진동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그 진동음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파앙!

깔끔하고 가벼운 충격음과 함께 붉은 빛줄기가 에페리아를 향해 쏘아진다. 자신을 위협하는 하나의 빛줄기에 기겁한 에페리아는 황급히 몸을 옆으로 피한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스쳐지나간 붉은 빛줄기가 푸른 창공을 꿰뚫는다.

“흥! 그저 겉모습만 요란할...”

의외로 허무한 아리엘의 공격을 피해낸 에페리아는 그녀를 비웃으려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얼굴이 경직된다.

콰과광!!

붉은 빛을 따라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그녀를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주변의 공간이 뒤틀릴 정도로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충격파에 에페리아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몸을 보호할 장벽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충격파가 장벽에 닿는 순간. 두터운 장벽은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그 자리에서 사그라들어버린다.

콰아앙!!

곧이어 무형의 충격파가 창공을 꿰뚫는다. 하늘을 향해 쐈기에 망정이지 만약 대지를 향해 쐈다면 지도를 크게 바꿀정도로 파괴력을 자랑하는 일격에 나와 리니아는 할말을 잃는다. 이미 눈앞에 서 있는 아리엘은 이세계의 인물이라고 칭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철컹.

모든 임무를 마친듯 아리엘의 손에 부착되어있던 붉은 총기는 허공에서 산산히 분해되며 공간속으로 녹아내려사라진다. 그리고 이젠 구름한점 없이 말끔하게 지워진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헉헉;; 좀 기다려주시와요. 이야기부터 끝냅시당;;

이러저러한폐인 / 타메르가 주인공이 아니죠. 히로인들이 주인공인것 뿐입니다.

유운처럼 / 진짜 주인공은 여자들이라니깐 ;ㅅ;

로나프 / 으흙... 좀더 길게 늘릴걸 그랬나... 하지만 이미 늦었음.

abcbbq / 리니아가 호문클로스를 만들어서 광혈의 저주를 봉인한거죠.

에고... 자동차 연수..

5년동안 차를 안몰아보니까 다시 연수를 받아야하는 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