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81화 (181/298)

18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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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비르와 같이 식당에 도착했을때. 식당은 전에 볼 수 없던 활기로 가득차 있었다. 원래 4인용테이블 하나만 사용했던 우리들이었지만 사람이 많아지자 테이블 하나로는 부족했는제 리엔은 식당 한쪽에 밀어놓은 다른 테이블을 꺼내오려하고 있었다.

“티에르씨! 하나둘셋 하면 같이 당기는 거에요!”

걸리적거리던 다른 테이블들을 한쪽에 거의 쌓아놓다싶이 했던 내 행동 떄문에 리엔은 테이블을 하나 뺴오는데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호명된 티에르는 그녀와 같이 잔뜩 쌓여있는 테이블더미가 무너지지 않게 주의하며 리엔과 같이 테이블을 당긴다.

“하나.. 둘.. 셋!!”

“으야아앗!!”

리엔의 신호와 함께 둘은 힘껏 테이블 더미에 파묻힌 테이블중 꺼내기 쉬워보이는 테이블을 잡아당긴다.

“넘어간다...”

그런 광경을 뒤에서 보고 있던 이리엘은 테이브를 빼내는 충격으로 크게 기울어져가는 테이블 더미를 바라보며 작게 웅얼거린다. 곧이어 그녀의 말대로 기울어진 테이블 더미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쿠웅!

하지만 리엔과 티에르를 덮치려던 테이블 더미가 멈춘다.

“넘어지니까 하지말라고 했잖아.”

리엔을 향해 쓰러져내리는 테이블 더미를 막아준 것은 다름아닌 시란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이 테이블이 무너지는 순간 리엔의 곁에 나타나며 자신의 검과 검집을 교차시켜 무너지는 테이블을 막아준 것이었다.

“우와아아... 시란.. 나는?”

자신이 아닌 리엔을 보호해준 시란의 행동이 서운한 듯 티에르는 씁쓸한 목소리로 웅얼걸니다. 그런 티에르를 돌아본 시란은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콧방귀를 뀐다.

“너는 혈이가 있잖아.”

그녀의 말대로 티에르를 향해 무너져내리던 테이블 더미를 막아준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머리카락이었다. 중력의 영향을 거스르고 몸을 일으켜세운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떨어져내리는 테이블을 휘감아 허공에서 붙잡아 버린것이다.

“하여튼... 천천히 뒤로 움직여 테이블을 빼내죠.”

리엔의 지시에 따라서 티에르는 리엔과 같이 테이블을 붙잡은채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테이블 더미가 무너지는 범위에서 벗어나려한다.

“하아...”

그 때 내 곁에 붙어있던 키르비르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선다.

“도데체 이게 무슨 소란이야?”

약간의 신경질이 담긴 한마디를 내뱉은 키르비르는 무너지려는 테이블 더미를 향해 손을 내뻗는다. 그러자 테이블더미들은 푸른 빛에 휘감기며 허공으로 떠오른다.

“아! 키르비르님!!”

그런 키르비르를 발견한 리엔은 반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부른다. 시란이나 티에르도 자신을 짓누르던 테이블더미의 무게감이 사라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런 번거로운 일은 힘 잘쓰는 하인놈이 있는데 왜 너희들이 하는거야?”

키르비르는 자신의 뒤에 서있는 나를 지목하며 말한다. 그런 키르비르의 말에 리엔은 살며시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타메르씨는 키르비르님을 간호하느라 바빴거든요.”

“....칫.”

키르비르의 날카로운 외침은 리엔의 부드러운 한마디에 딱 막혀버린다. 짧게 혀를 내친 키르비르는 나를 흘끗 돌아본 뒤 별 관심없다는 듯이 성큼성큼 테이블을 향해 걸어간다.

“이 옆에 놓으면 되는거지?”

“왓!”

곧이어 그녀는 다시한번 팔을 휘두른다. 그러자 리엔과 티에르가 들고있던 테이블이 허공으로 치솟아오르며 키르비르의 의지에 따라 지금 식당에 놓여진 테이블 옆에 알맞게 맞춰진다.

“얼마나 잔지는 모르겠지만... 나 엄청 출출해.”

“그러실줄 알고 오늘 아침은 좀 신경써봤어요!”

키르비르의 말에 리엔은 환히 웃으며 재빨리 주방으로 들어간다. 곧이어 일행들은 조금은 커진 테이블 주변에 걸터앉기 시작한다. 나를 의식해서인지 키르비르는 내 맞은편에 걸터앉았고 이리엘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자신이 편한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잠시 나와 키르비르의 눈치를 살피던 티에르는 아직은 어색한 키르비르보다 나를 선택했는지 조심스럽게 내 옆자리에 걸터앉아버린다.

“꽤나 많은 일이 있었나봐?”

이제 곧 나올 리엔의 식사를 기대하며 키르비르는 상당히 의외라는 눈으로 티에르를 바라본다. 그녀의 신분은 침입자. 거기다 한쪽팔에 부상까지 당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는 아주 좋은 로터스의 씨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티에르... 습격이 있을때 우리를 도와줬어.”

“나도 기억나. 탑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기 전... 만났었거든.”

자신에게 쏘아지는 키르비르의 시선을 느꼈는지 티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그녀 특유의 천연덕스러움으로 넘겨보려는 듯 어떻게든 웃음지어보려하지만 그런 그녀의 행동에 키르비르의 눈꼬리만 더 날카롭게 치켜세워질 뿐이었다.

“자자~ 오늘의 요리는 키르비르님이 좋아하시는 허니 드레싱을 뿌린 담백한 치킨 셀러드입니다!”

그런 티에르를 구해준 것은 다름아닌 리엔이었다. 그녀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밝은 목소리로 떠들며 주방에서 요리가 담긴 접시들이 얹어진 커다란 쟁반을 들고나온다.

“아침이라 요란한 요리는 부담스러울테니 간단한 과일와 토스트, 그리고 다진 고기볶음과 야채볶음이 메뉴에요!”

“와...”

두 개가 합쳐진 커다란 테이블을 빠르게 채워가는 다양한 음식들의 향연에 티에르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키르비르또한 리엔이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치킨 셀러드 접시를 양손에 받아들고 넋이 나가있었다. 아삭한 야채들 위에 가볍게 튀겨 고소한 순살치킨. 그리고 키르비르가 환장하는 황금빛 허니 드레싱이 가득 뿌려져있었다.

“역시... 리엔이네...”

날이 가면 갈수록 리엔의 요리솜씨는 점점 대범해지고 화려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평소에 요리에 대한 책만 읽었던 걸까... 옛날 같았으면 단순한 야채 셀러드나 커다란 고기를 통쨰로 구운 스테이크로만 끝났을텐데... 지금은 그런 틀에서 벗어나 온갖 요리가 등장하고 있었다. 거기다 눈에 띈것은 바로 토스트.

“이거 어디서 났어?”

리엔이 구워온 토스트를 조심스럽게 찢어본다. 부드럽게 찢겨지며 새하얀 속살을 들어내는 토스트의 모습에 나는 할말을 잃어버린다. 베히모스에 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있어도 장기보관용으로 만들어진 딱딱하고 맛없는 빵들 뿐이었다.

“제가 직접 만들었죠! 창고에 남아도는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화덕에 구워서요!”

내 질문에 리엔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윙크를 하며 대답한다. 완전 요리사가 따로없었다. 그런 그녀의 실력에 감탄하며 잘 구워진 토스트를 입에 넣고 씹어본다. 그러자 따듯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에 은은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와...”

그런 토스트의 맛에 내 입에서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와버린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리엔의 요리에 감탄하고 있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인 베히모스안에서 이런 식사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티에르는 연신 감탄을 터트리며 이것저것 집어먹고 있었다. 이리엘또한 요란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적은 양만 꺠작깨작 먹던 그녀가 열성적으로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와~ 이게 무슨 맛좋은 냄새야?”

그때 뒤늦게 등장한 리니아가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향긋한 요리의 향에 탄성을 지르며 등장한다. 그녀는 뒤늦게 씻었는지 아직 물기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탈탈 털며 우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식탁을 향해 다가온다.

“나도나도!”

“리니아씨. 늦었네요.. 자리는..”

“내 자리는 요기!”

리엔은 뒤늦게 도착한 리니아를 반기며 한쪽에 남은 자리에 그녀를 이끄려하지만 리니아는 잽싸게 나에게 다가와 내 무릎위에 당당히 걸터앉는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또한 깜짝 놀라지만 리니아는 별 사심이 없다는 듯 환히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괜찮지? 오라방?”

“아.. 뭐... 불편할 것은 없으니까...”

이제 막 씻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허브향이 흘러나온다. 그다지 싫지않고 오히려 정겹기도 한 그런 향에 나는 나도모르게 무끄럼히 내 무릎위에 앉은 리니아를 내려다본다.

“누구?”

그때 들려오는 차가운 키르비르의 목소리. 그녀는 입에 포크를 문채 날카롭게 세워진 눈으로 나를 지긋이 노려본다. 그런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나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이유모를 섬뜩함을 느낀다.

“아... 그냥.. 옛날에 친했던 동생이야.”

“친했던 동생...?”

내 대답을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키르비르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되묻는다. 그러자 내 무릎위에 앉은 리니아는 방긋방긋 웃으며 태연스럽게 키르비르에게 묻는다.

“왜요? 부러우세요?”

“.....”

그런 도발적인 리니아의 한마디에 키르비르의 매서운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 리니아의 눈에 고정된다. 하지만 그런 키르비르의 눈빛을 마주하고도 리니아는 여전히 방긋방긋 웃고있을 뿐이었다.

“아~ 편하다!”

리니아는 마치 키르비르가 보라는 듯이 과장되게 허리를 좌우로 흔들어 더욱 깊숙이 내 품안에 파고든다.

“야.. 야 리니아..”

그런 그녀의 행동에 나는 몸을 움찔 떤다. 리니아가 엉덩이를 비비며 내 품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오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의 감촉이 내 민감한 성기에 닿아버린다. 갑작스럽게 끓어오르는 열기를 애써 억누르며 나는 리니아를 제지한다.

“응? 왜 오라방?”

하지만 리니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아.. 아냐. 아무것도...”

하긴... 어린 리니아가 뭘알까. 키르비르야 속으로 알차게 늙어버린 녀석이라 그렇다고 치지만 리니아는 평범한 아이일뿐이다. 그녀가 멋모르고 한 행동에 뭐라 할 마음은 없었다.

“오라방! 나.. 저 토스트 먹고싶어!”

내 허벅지 위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리니아는 식탁까지 손이 닿지않자 식탁 한가운데에 있는 토스트를 가리키며 나에게 부탁한다. 식탁위에 남은 토스트는 하나. 나는 그 토스트를 리니아에게 가져다주기 위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아작..

“야!!!”

키르비르가 한수 더 빨랐다. 그녀는 리니아의 말이 안들린다는 듯이 뻔뻔하게 하나남은 토스트를 팩하고 집어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버린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리니아는 바락 소리를 질러버린다.

“뭐?”

그런 리니아의 외침에 키르비르는 콧방귀를 뀌며 왜그러냐는 듯이 퉁명스레 그녀에게 되묻는다. 그리고 리니아에게 보란듯이 잘구워진 토스트를 조금씩 여유롭게 뜯어먹어나간다.

“으... 으으으...”

분한듯이 신음을 흘리는 리니아. 그런 리니아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타메르. 거기 과일 좀하나 던져줄래?”

“아... 과일?”

그녀의 부탁에 나는 바로 코앞에 있는 과일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키르비르의 요청대로 과일을 하나 건내주기 위해 손을 뻗으려하지만..

“이히히힛!!”

마치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리니아는 날렵하게 양손을 뻗어 과일접시를 집으려한다.

콰앙!!!

하지만 리니아의 손이 과일접시에 닿으려는 순간. 과일접시는 갑작스럽게 허공으로 떠오르며 리니아의 손을 피해버린다. 덕분에 목표를 잃은 리니아는 자신의 몸을 주체못하고 그대로 식탁에 머리를 처박아버린다.

“오... 아프겠네.”

단순한 손짓 하나로 과일접시를 떠올려버린 키르비르는 식탁에 머리를 처박은 리니아를 바라보며 국어책을 읽는 듯이 한마디를 남기고 여유롭게 과일을 한입 베어문다.

“키... 키르비르님...”

“와...”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있던 티에르는 작은 탄성을 지른다. 누가봐도 어마어마한 신경전이었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리니아가 당하고 있기는 했지만 리니아만큼 열성적으로 키르비르에게 달려드는 존재는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리엔또한 걱정스러운 눈으로 리니아를 바라본다.

“이 비겁한 마녀!!”

곧이어 이마에 작은 혹을 단채 고개를 벌떡 들어올린 리니아는 키르비르를 향해 삿대질까지 하며 목청을 높힌다. 그런 리니아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키르비르는 여유롭게 과일을 우물거릴 뿐이었다.

“마녀는 너지. 난 마법사야.”

키르비르는 리니아가 쓰고있는 커다란 마녀모자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런 한마디에 부정을 표하지 못한 리니아는 이를 갈며 키르비르를 노려본다. 하지만 지금 리니아가 키르비르에게 뭘 어떻게 할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자자.. 리니아. 진정해...”

결국 한숨을 내쉰 내가 리니아를 제지하고 나선다.

“리엔. 토스트 남은 것 좀 있어?”

“아... 네. 금방 구워드릴께요.”

“부탁할게.”

내 말에 리엔은 빠르게 부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아직도 씩씩 거리는 리니아를 끌어당겨 다시 내 허벅지위에 앉힌 나는 그녀를 부드럽게 토닥거려준다.

“오라방! 저 여자 혼내줘!”

“....”

그러자 리니아는 다시금 키르비르를 가리키며 나에게 부탁한다. 그런 리니아의 부탁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리니아를 바라보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해보려구?”

“아... 아냐..”

그녀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나는 꼬리를 내려버린다. 5년간 쌓여온 주종관계 덕분일까. 지금와서도 저렇게 키르비르가 매섭게 눈꼬리를 세우면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우으으으...”

리니아는 분하다는 듯이 키르비르를 노려볼뿐이었다. 그런 리니아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이내 그녀로부터 관심을 끊고 자신의 식사에 집중해 나갈 뿐이었다. 나 또한 아직도 화가 단단히 나있는 리니아를 조심스럽게 달래며 식사를 끝마쳐나간다.

========== 작품 후기 ==========

abcbbq / 으허허헉;; 가..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곘습니다 ;ㅅ;

Ernia / 아이고... 저도 오늘 알아차렸네요... 그 대신... 씐이 더 추가될것입니다!

하아...

이제 옛날에 썼던 로하의 미련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넵... 과거에 잔재에 계속 얽매이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더라구요.

일단 지금 최우선 목표는..

공기화된 리엔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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