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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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아...”
리니아를 위해 마련한 그녀의 방안에서 침대에 누운 리니아가 힘없는 신음을 흘린다. 그런 그녀의 머리맡에서는 리엔이 신성력을 끌어올려 그녀의 이마에 생긴 커다란 혹을 치료하고 있었다.
“요... 욕심을 부리니까... 그런거야...”
그런 리니아의 곁에서는 내 손에 잡혀 억지로 자리에 앉아있는 키르비르가 입을 삐쭉내밀며 어색한 변명을 흘린다.
“그래도 어린아이를 상대로 너무했어.”
“...칫..”
내 말에 키르비르는 부정하지않았다. 그녀또한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간신히 의식을 차린 리니아는 눈물이 잔뜩 머금어진 눈으로 키르비르를 노려본다.
“키르비르. 사과해.”
“하.. 할 참이었어!! 재촉하지마!”
내 말에 키르비르는 얼굴을 붉히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사과를 하는게 어색한듯 두어벗 헛기침을 한뒤 쥐구멍에 들어가는 듯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
“흥!!”
하지만 리니아는 고개를 팩 돌리며 콧방귀를 뀐다. 그런 리니아의 행동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한다.
“자. 리니아도 사과해야지. 허락없이 파이를 먹은것.”
“난... 오래되서 맛이 없어질까봐 먼저 먹은거다 뭐...”
리니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린다.
“리니아씨... 그래도 잘못한거에요. 키르비르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잖아요? 그럼 리니아씨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죠.”
그런 리니아를 달래주는 것은 다름아닌 리엔이었다. 그녀는 따스한 신성력이 가득 담겨진 손으로 부드럽게 리니아의 상처를 달래주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한다. 그러자 삐쭉 튀어나온 리니아의 입술이 천천히 들어가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아... 알았어.”
결국 리엔의 회유를 이기지 못한 리니아는 벌떡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키르비르를 노려본다. 그런 매서운 리니아의 시선에 키르비르또한 피하지 않고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미안해요.”
전혀 미안하다는 감정이 담겨있지않은 매마른 사과. 하지만 키르비르는 그런 그녀의 사과에 가벼운 조소를 머금으며 응답한다.
“그래그래. 앞으로는 허락받고 먹어야 돼. 알겠지?”
“.....”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한 키르비르의 말투에 리니아의 얼굴이 똥 씹은 듯 일그러진다. 서로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이 둘이 친해지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리엔... 리니아를 좀 돌봐줘.”
“알겠어요.”
리엔에게 리니아를 맡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나를 쫓아서 키르비르또한 몸을 일으켜세운다.
“오라방! 어디가는거야?”
“뭐... 개인적인 일이야.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잖아?”
“우으...”
내가 떠난다는 사실이 불만인듯 리니아는 작게 볼을 부풀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작게 쓴웃음을 지어준 나는 그녀와 더 큰 소란을 일으키려는 키르비르를 데리고 방에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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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메르와 키르비르가 떠나자 방안에는 리엔과 리니아 단 둘만남는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처를 달래주는 리엔을 바라보며 리니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리엔 언니.”
“네? 왜그러세요 리니아씨?”
리니아의 부름에 리엔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며 응답한다. 그런 리엔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리니아는 그녀에게 묻는다.
“오라방이랑 키르비르랑 무슨 사이야?”
“아... 타메르씨와 키르비르님이요?”
리니아의 물음에 리엔은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큰 일이 아니라는 듯이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하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다.
“오랜세월을 같이해온 동료죠.”
상대의 기억이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리엔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타메르가 키르비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키르비르가 타메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도. 하지만 리엔은 그 사실을 리니아에게 밝히지 않는다.
“우으음... 그냥... 동료일 뿐이야?”
“뭐... 그렇죠.”
“그럼 동료들끼리 몸을 섞는 일도 하는거야?”
“에... 넷?! 그.. 무... 무슨 소리에요?!”
갑작스레 리니아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민감한 질문에 리엔은 사례가 걸린듯 콜록거리며 말을 더듬는다. 하지만 리니아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둘이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봤거든.”
“아... 그... 그러셨군요.”
리엔은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타메르랑 키르비르를 원망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의 속감정을 숨긴 리엔은 자연스럽게 리니아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냥... 욕구 불만이었을 꺼에요. 여기는 폐쇄된 공간이라... 조금 답답하거든요.”
언제적인가... 타메르가 자신에게 해준 말이 여기서 쓰일 줄은 몰랐던 리엔이었다. 타메르에게 들었던 말을 리니아에게 해주며 타메르와 키르비르에게 한번 주의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엔이었다.
“그럼... 리엔 언니는 괜찮은거야?”
“예? 제가... 무슨 문제가 될거라도?”
리니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곧이어 그녀는 애써 딴청을 피우며 관심없다는 듯이 조용히 입을 열어간다.
“솔직히... 리엔 언니가 제일 이쁜데... 몸매도 가장 좋구... 오라방이 납작하고 어린 키르비르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아하하핫... 사.. 사람마다 취향이 있으니까요...”
리니아의 말에 리엔은 슬쩍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누가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그녀의 몸이었다. 누가 뭐래도 분명한 것은 키르비르보다 확실히 성적인 의미로 어필이 충분히 가능한 그녀의 몸이었다.
“만약 오라방이 욕구불만이었으면... 키르비르같은 발육부진 꼬맹이보다 리엔 언니쪽이 더 좋지 않을까나?”
“취...향일꺼에요 아마... ”
이미 리엔의 목소리엔 확신이 없었다. 리니아의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몸매나 매력으로 자신이 키르비르보다 꿀릴 것은 없었다. 키르비르에게 타메르를 뻇긴다는 질투심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단지 키르비르에게 여성적인 매력이 밀린다는 사실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들이기 충분했다.
“언니! 만약에 말이야... 타메르가 욕구불만이면 언니가 풀어줄 의향은 있어?”
“무... 무 무슨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리니아씨!!”
리니아의 얄궂은 질문에 화들짝 놀란 리엔은 황급히 손을 가로젓는다. 하지만 리니아는 물러서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리엔을 바라본다.
“오랜 동료끼리 욕구불만을 푸는 것은 당연한거라고 했잖아. 리엔언니도 남자가 그리운거 아냐?”
“읏...”
리니아의 직설적인 말에 리엔은 작게 신음을 흘린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억지로 억눌려진 욕망이 눈을 떠버린다. 사타구니사이가 간질간질 해지는 것을 느끼며 리엔은 애써 군침을 삼켜 그런 감각을 억누른다.
“그... 그런 것 없어요.”
리엔은 애써 리니아의 말에 부정한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타메르와 나눴던 뜨거웠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번은 최음제에 중독된 상태에서... 다른 한번은 그녀의 의지로.
“으음...”
그런 리엔을 무끄럼히 바라보던 리니아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빠져나온 리니아의 손에는 작은 반지가 하나 쥐어져있었다.
“이건... 뭐에요?”
리엔은 황급히 주제를 돌리기 위해 리니아가 꺼내든 반지에 큰 관심을 보이는 척을 한다. 그러자 리니아는 씨익 웃으며 그런 반지를 리엔에게 내민다.
“소원을 이뤄주는 반지야.”
“소원을... 이뤄주다니요?”
“치료해준 답례라고 할까나? 받아줘!”
리엔은 조심스럽게 리니아가 건내준 작은 반지를 바라본다. 리엔의 새끼손가락에 간신히 들어갈만큼 작은 반지는 은은한 황금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런 반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리엔은 기대감이 잔뜩 서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니아의 존재를 깨닫는다.
“아.. 고.. 고마워요.”
그런 시선을 외면하지 못한 리엔은 리니아에게 감사를 표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어본다. 그러자 마치 그녀를 위해 만든듯 작은 반지는 리엔의 새끼손가락에 알맞게 들어간다.
“와~ 반지가 주인을 만났네. 기품있어보이는게 정말 딱인데?”
“그런가요? 아하하핫... 고마워요.”
리니아의 칭찬에 리엔은 자신의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황금빛 반지를 바라본다. 그리 야하지 않고 수수한 빛을 은은히 흩뿌리는 작은 반지. 리니아의 칭찬을 들으니 진짜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런 귀한 것을... 저에게 줘도 괜찮은 건가요?”
“어자피 난 쓸 일도 없으니까... 차라리 어울리는 언니가 쓰는게 더 좋은일 같은데... 안그래?”
리니아의 말에 리엔은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진다. 평소에 타인에게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받아본적 없었던 리엔이었기에 리니아가 준 반지의 의미는 특별했다. 아무리 성자라고 해도 리엔은 천성 여자였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꾸미는 장신구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마음에 쏙 들정도로 수수한 무늬의 작은 반지를 바라보던 리엔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져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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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나온 나는 키르비르와 같이 복도를 걸었다. 내 곁에서 팔짱을 단단히 낀채 걸음을 옮기는 키르비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리니아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너무 심한거 알지?”
“살짝 흥분했었어...”
내 질문에 키르비르는 뾰로뚱한 목소리로 응답한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 그녀의 대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짓는다.
“고작 파이 하나떄문에 그렇게 흥분한거야?”
“고작 파이 하나라니... 그건 사과파이였다고...”
솔직히 리엔이 만들어준 사과파이의 맛은 나쁘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달콤하고 촉촉한 사과잼과 그런 사과잼을 부드럽게 감싸는 파이의 식감까지. 외부세계와 단절된 유적지에서 맛보기 힘든 진미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할껀데?”
나는 흘긋 키르비르를 돌아본다. 그런 그녀의 손안에는 푸른빛의 크리스탈같은 것으로 감싸진 파이가 쥐어져있었다. 방금전 리니아를 날려버린 소란속에서 태연스럽게 사과파이를 먹을 수 없었는지 그녀는 리엔이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파이를 마법으로 봉인시킨 것이다.
“......”
푸른 크리스탈 속에서도 자신의 달콤함을 과시하는 듯 먹음직스러운 빛을 흘리는 파이를 바라보며 키르비르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살짝 삼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르비르는 애써 고개를 가로로 휘휘저은후 봉인된 파이를 자신의 품안에 갈무리해 넣는다.
“리니아에게 줄꺼야. 사과의... 의미로.”
키르비르의 기특한 결정에 나는 싱긋이 미소짓는다.
“고작 디저트야... 빵조각 하나로 싸우는 것보다 대인배처럼 양보해줘야지. 내가 어른인데...”
말과는 다르게 키르비르의 입은 불만이 가득 한듯 삐쭉 튀어나와있었다. 잠시 투덜거리던 키르비르는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나저나 이제 뭐할꺼야?”
“티에르에게나 가보려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용건은 티에르가 가지고 다니는 요도인 시란에게 있었다.
“뭐 때문에?”
티에르에게 간다는 내 말에 키르비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그녀의 질문에 나는 내 등에 짊어지어져있는 대검을 흘끗 돌아보며 말한다.
“나도 이제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어.”
이때까지 나는 정말 안일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에페리아의 공격을 받고나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나였다. 단순히 근력이나 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보다 심도깊은 것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검술같은 것. 키르비르는 내 말을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의아해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나를 쫓아온다.
========== 작품 후기 ==========
BrightBiz / 엉엉엉... 이 부족한 소설을 정주행해주시다니... 그저 감사할뿐입니다 ;ㅅ;
abcbbq / 잘 받았습니다! 더욱 열심히 분발하도록 하곘습니다~!
유운처럼 / 시험은... 원래 벼락치기 아닌가요 =ㅂ=;;
흐미... 담주 화요일이면 모든 시험이 다 끝나네요. 으어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