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184화 (184/298)

18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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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르는 숙소앞에 마련된 공터에 있었다. 한쪽팔을 부상당한 그녀는 재활운동을 병행하며 숙소에 묶고있었다. 그런 티에르를 어렵지 않게 찾은 나는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도해주는 시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와아! 타메르씨!!!”

티에르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들고있던 운동기구를 내팽겨치고 나에게 달려온다.

“티에르!!!”

그런 티에르의 행동에 그녀를 지도하던 시란은 바락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쫓아오지만 티에르는 얄밉게 내 등뒤에 숨어버린다. 하지만 시란은 그런 티에르의 행동에 아랑곳하지않고 나를 향해 정면으로 달려온다.

“야... 야!!”

그녀와 부딪히기 일보직전. 나는 질끈 눈을 감지만 뭔가 충돌한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등골이 섬뜩해질정도로 차가운 한기만 느껴질 뿐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본다.

“숨는다고 다 될줄알아?”

이미 시란은 내 등뒤에 숨은 티에르를 붙잡은 후였다. 그녀는 질질 끌다싶이 바동거리는 티에르를 이끌며 유적 파편과 나뭇가지등으로 급조한듯한 운동기구를 티에르에게 건낸다.

“지루하단 말이야...”

티에르는 작게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부상당한 팔로 시란이 건내준 운동기구를 받아든다. 그리고 마치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팔을 움직여나간다.

“유령이란거... 참 편하네.”

내 곁에서 중얼거리는 키르비르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등뒤에 숨은 티에르를 붙잡기 위해 시란이 영체로 변해 내 몸을 통과했던 것이다. 섬뜩했던 한기또한 그 순간 느껴졌던 것이겠지.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티에르에게 재활운동을 시키며 시란은 퉁명스럽게 내 방문에 대해 묻는다. 여전히 그녀는 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지 눈꼬리를 세워 나를 향한 경계심을 표현한다.

“나에게 검술을 알려줘.”

시란을 마주한 나는 주저없이 내가 그녀들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한다. 그런 내 한마디에 시란은 물론이고 티에르조차도 눈을 휘둥그레뜬채로 나를 바라본다.

“어째서?”

검술을 알려달라는 내 요청에 시란은 나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그 이유에 대해 묻는다. 부러진 대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나는 이미 시란이 알고있을 그 이유에 대해 말한다.

“내 힘이 부족해서 네이를 지키지 못했어. 나는 힘이 필요해. 지금처럼 단순히 힘과 체력으로만 밀어붙이는 무식한 힘이 아닌 또다른 힘이.”

내 무력함을 인정하고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는 내 말에 시란은 더 이상 나를 비꼬지 못한다. 의외라는 듯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시란은 마치 나의 요청을 거부하듯이 단단히 팔짱을 끼어간다.

“미안하지만 내 검술은 힘보다 속도와 민첩성을 중시해. 너와는 전혀맞지 않는 스타일일텐데?”

“그딴걸 하나하나 따질 생각은 없어. 대검이 무거워서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내 힘으로 버티면 돼.”

“흐음...”

내 고집에 작게 콧소리를 흘린 시란은 작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너도 어지간히 절박한가 보구나?”

“뭐?”

“생각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아무 지푸라기나 잡아보는 것을 보니까... 나쁘진 않아. 알려줄게.”

시란은 의외로 시원스레 내 부탁을 수락해준다. 그런 그녀의 수락에 놀란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안알려준 검술이잖아 시란!!!”

그녀의 결정은 오히려 티에르의 반발을 거세게 사버린다. 그녀와 같이하는 티에르였지만 시란은 그녀에게 자신의 검술을 알려주지 않았던것같았다. 티에르의 외침에 시란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어자피 너는 나와 같이다니니까 애써 시간버려가며 내 검술을 배울 필요는 없잖아? 거기다 너의 검인 혈이는 알아서 잘 움직여주는 오토메틱 검술인데 무슨 걱정이야?”

“하... 하지만... 나도 멋들어지게 검을 휘두르며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아보고 싶다고!!”

말도안되는 티에르의 고집에 어께를 으쓱거린 시란은 재활 훈련이나 제대로 하라는 눈치를 주며 나에게 다가온다.

“내 검은 빠르고 날렵해. 너같이 커다랗고 근육투성이의 몸에 맞는지 안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지않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내 앞에 선 시란은 나보고 준비하라는 듯이 자신의 검을 크게 휘둘러 허공을 베어낸다.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경험해보는게 최고지. 긴장하고 최선을 다해 내 공격을 막아봐.”

“알았어.”

시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등에 짊어지고 있던 부러진 대검을 꺼내들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녀의 검은 빠르고 날렵하다. 하지만 강력한 일격필살의 힘을 실을 수는 없었다. 눈을 어지럽히며 사방에서 쏘아지는 그녀의 공격을 반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단순히 방어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 간다!”

몸을 숙여 무게중심을 낮춘 시란은 자신의 푸른 요도의 검등을 허리춤에 가져다덴다. 그리고 나를 향한 신호와 동시에 그녀는 폭발적으로 나와의 거리를 좁히며 마치 뱀이 기어나오는 것과 같이 검을 발도한다.

“헛?!”

충분히 긴장을 했지만 나는 놀람의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검에서 한시도 눈을떼지 않았다. 하지만 허리춤에 갔다데어져있던 검이 발도되는 순간. 일직선으로 그려져야할 검광이 어지럽게 휘어지며 세 방향에서 나를 향해 쏘아져왔다.

“큿!!”

카앙!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그녀의 첫 공격을 피하려했지만 그런 생각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황급히 대검을 들어올려 커다란 대검의 검면으로 전방을 차단한다. 그러자 그녀의 검을 막아낸 대검에서 총 세 번의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발목 조심해.”

곧이어 들려오는 싸늘한 시란의 한마디. 동시에 발목이 시리는 섬뜩한 감각을 느낀 나는 황급히 뒤로 짧게 도약한다.

촤악!

그러자 내 발이 있었던 공간을 시란의 검이 날카롭게 베어낸다. 대검으로 정멱을 막아선 덕분에 생긴 사각을 노린 일격. 그녀의 경고가 없었으면 그대로 발목이 베여버릴 날카로운 일격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란을 돌아봤을때 아직 그녀의 공격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뭐해?”

놀란 얼굴의 나를 비웃듯 가볍게 조소를 머금은 시란은 뒤로 물러선 나를 쫓아 한걸음을 크게 내딛으며 어느센가 발도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자세에 기겁한 나는 다시금 대검을 들어올려 방어를 다진다. 동시에 그녀의 검이 번뜩인다.

카가각!!

하지만 기세에 비해 큰 충격은 없었다. 마치 내 대검을 긁고 지나가는 듯한 가벼운 소음만이 일어날 뿐이었다.

“어...?”

큰 충격이 없자 천천히 대검을 내린 나는 눈앞에 있어야할 시란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멍청한 탄성을 지른다.

툭..

동시에 내 등뒤에서 뭔가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린다. 그런 충격에 놀란 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본다.

“이런 검술이야.”

내 등뒤로 이동한 시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검의 검등으로 내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귀신같이 빠르고 날카로운게 내 검술의 특징이야. 너같이 무거운 몸을 가진 녀석이 이런 검술을 배운다고?”

“못배울것도 없지.”

시란의 말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으며 답한다. 이런 것이 내가 원하던 능력이고 기술이었다. 이떄까지 나는 단순히 힘과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무식한 싸움개같은 싸움을 해왔다. 내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취하는... 상처뿐인 승리만 있는 싸움만을. 그런 나에게 시란의 검술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탐나기도 했다.

“.....”

내가 예상외의 의욕을 보이자 시란은 심드렁한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하던 시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저 게으른 티에르만 교육시키기 지루했으니까. 겸사겸사 해주는것도 나쁘지 않지 뭐...”

“와아... 나 게으른거 아니거든요?! 그냥 이 의미없는 단순 반복행위에 대한 필요성이 의심된거뿐이거든요?!”

뒤에서 묵묵히 재활운동을 하던 티에르가 시란의 말에 울컥한듯 그녀에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런 티에르의 외침을 단순히 어께를 으쓱거리며 들을 가치도 없다는 뜻을 표한 시란은 나를 돌아본다.

“이렇게 된것... 오늘 당장 훈련을 시작해도 이의 없지?”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좋아좋아. 배울 자세가 되어있네. 안그래도 해보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거든.”

시란은 빙그레 웃으며 마치 실험용 생쥐를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나를 훈련시켜주겠다는 그녀의 의도에 의문이 생겼지만 그런 의문은 애써 접어둔 나는 시란의 지시에 따라 그녀가 말하는 소위 훈련이라는 행동을 하나하나 수행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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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이 요구한 훈련은 대부분 민첩성과 순발력을 요하는 일들이었다. 이를테면 티에르가 집어던지는 벽돌 잡기. 허공에 던져진 동전중 붉은 색이 칠해진 동전만 붙잡기. 어떻게 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헛짓같았지만 나는 묵묵히 시란이 요구하는 훈련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수행해 나갔다.

크게 힘들다고 느껴지는 훈련은 없었다. 몇몇은 꽤나 짜증나고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특징은 있었지만 그럭저럭 모든 훈련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흐음...”

저녁이 되어서 내 훈련결과를 내려보던 시란은 낮은 콧소리를 흘린다.

“나쁘지 않네... 솔직히 예상외로 민첩한걸?”

그녀의 짧막한 칭찬에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녀가 요구한 대부분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몇 번 실수하여 다시한 훈련도 있었지만 대부분 세 번이나 네 번 이내에 모든 훈련을 성공시켰다.

“좀더 어려운 훈련을 구상해내야겠네... 오늘은 수고했어. 들어가 쉬어.”

그말을 끝으로 시란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동안 옆에서 웅크려앉아있던 티에르와 같이 천천히 숙소로 돌아간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공터 한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키르비르.”

“우... 아?! 아.. 으응..”

고개를 처박고 졸고있던 키르비르는 내가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입가에 묻은 침을 쓱 닦아낸다. 그리고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부름에 응답한다.

“기다리고 있던거야?”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있었다. 키르비르는 내가 시란에게 훈련을 요청했던 순간부터 끝까지 그저 묵묵히 나를 바라만보며 한쪽에 자리잡고 나를 참을성있게 기다리고 있던것이었다.

“아.. 뭐...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너가 개고생하는 것을 구경이나 한거지 뭐...”

입가를 다시한번 쓱 닦은 키르비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침이 묻어있는지를 확인한다. 퉁명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피식 웃은 나는 주저앉아있는 키르비르를 향해 손을 내민다.

“뭐야? 니 도움은 필요 없거든?”

하지만 당연히 키르비르는 내가 내민 손을 옆으로 툭치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곧이어 키르비르는 다리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지만...

“어.. 얼래?”

그런 그녀의 몸이 비틀거린다. 몇시간 동안 자리에 주저앉아있던 후유증이다. 그런 후유증을 예상했던 나는 어렵지않게 비틀거리는 키르비르의 몸을 붙잡아준다. 내 도움을 받고서야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키르비르는 짤막하게 한숨을 내쉰다.

“그나저나... 왜 시란에게 검을 배우는거야?”

내 몸을 가볍게 밀쳐 내 부축을 떼어낸 키르비르는 자신의 몸을 툭툭 털며나에게 묻는다.

“지금 이 유적지에서 검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시란밖에 없잖아? 선택지가 없는거야.”

“검이라...”

내 대답에 키르비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의문이 생긴 듯이 키르비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시란은 쾌검류이잖아. 그에비해 타메르는 힘과 체력을 쓰는데... 타메르에게 맞지않은것 아니야?”

역시나 키르비르는 중요한 맥락을 지적해서 나에게 묻는다. 솔직히 내가 시란의 검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시란처럼 빠른 검술에 대처하기 힘들었다. 지금 목적은 그녀의 검술을 배우는 것이아니라 빠르고 날카로운 검술에 대항하는 법을 찾는 방법중 하나였다.

“검술을 제대로 배우진 못해도... 최소한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겠지.”

나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키르비르에게 말한다. 이 베히모스에서 유일하게 내 진심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키르비르 하나뿐이었다. 어자피 그녀또한 나를 의지하는 존재. 자신이 의지하는 존재에 해가될만한 이야기를 여기저기 퍼뜨리고다닐 녀석은 아니었다.

“흐음... 난 아니라고 생각해.”

잠시 고민하던 키르비르는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타메르는 광혈의 저주가지고 있잖아? 광혈의 저주가 단순히 파괴적인 힘을 뜻하는건 아니야.”

“그게... 무슨뜻이냐?”

“광혈의 저주를 마계에서는 혼돈의 힘이라 불러. 혼돈의 힘은 정해져있지 않은 자유분방한 힘이야. 악이 될수도있고 선이 될수도있는 불확실함속에 있는 힘이지. 그만큼 태산도 들어올릴 만큼 힘이 될수도... 빛처럼 빠른 힘이 될 수도 있어.”

“....”

나는 키르비르의 설명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금의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기억의 광혈의 저주란 갈라진 신체까지 회복가능한 강대한 회복력. 그리고 어마어마한 무게의 대검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었다.

“고정관념에 박혀있지마. 훈련하는 모습을 언뜻언뜻 봤는데... 잘 기억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꺼야.”

키르비르의 말에 나느 시란의 훈련을 떠올린다. 중간중간 상당히 까다롭고 힘든 훈련들. 하지만 그런 훈련을 많아봤자 4회 이내로 완벽하게 수행한 나였다.

“....”

그 기억을 떠올린 나는 인상을 가볍게 찡그린다. 지금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훈련은 다름아닌 허공에 던져진 수많은 동전속에서 붉게 칠해진 동전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생각했다. 40개의 동전중에 하나는 붉은색. 10개는 푸른색이 칠해져 내 시선을 분산시켰다. 거기다 단숨에 허공에 던진 40개의 동전들이 바닥에 떨어지기전. 붉은 색동전을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운에 맡겨야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실패. 손도 뻗어보지 못하고 허공에 던져진 동전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

어지는 꼴을 지켜만봐야했다.

두 번째 시도때는 수많은 동전들중 색이 칠해진 동전을 분간할 수 있게되었다. 하지만 냅다 손을 뻗어봤지만 내가 붙잡은 것은 푸른 색동전뿐이었다.

세 번째 시도때는 푸른색 동전들 사이에서 빛나는 붉은 색동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동전을 붙잡기에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었다.

네 번째 시도떄는 완벽히 붉은 동전을 잡았다. 시란은 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의 계속되는 훈련속에서 나는 한치의 실수 없이 붉은 동전을 찾아냈었다.

“발전이... 너무 빨라...”

단순히 3번의 연습으로 4번째부터 모든 것을 완벽히 이행한다. 이는 말이 되지않았다.

“광혈의 저주는 너가 원하는 대로 너에게 힘을 줘. 너의 또다른 내면의 힘이라고 할까? 너가 더 빠른 다리나 날카로운 눈, 더욱 강한 완력을 원하면 혼돈의 힘은 너의 몸을 천천히 변화시켜. 너가 원하는 용도에 걸맞게.”

“그렇다면...”

“너가 계속 시란의 검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언젠가는 시란의 검을 완벽히 배울 수 있을꺼야. 너의 몸은 그녀의 검술에 걸맞게 변화되어 있을테니까.”

“....”

키르비르의 설명에 나는 할말을 잃고 내 몸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로터스뿐만아니라 나라는 존재자체도 괴물이라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런 나를 무끄럼히 바라보던 키르비르는 싱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아이끈다.

“너무 많은 고민은 하지마. 너의 그 둔한 머리가 피로해지잖아?”

“무슨 그런...”

“생각은 내가 해줄게. 너는 결론을 듣고 그 결론을 기억만해주면 돼. 알겠지?”

“.....”

나는 생각을 대신해주겠다는 키르비르의 어이없는 말을 듣고 가볍게 미소지으며 그녀가 이끄는 손에 이끌려 숙소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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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키르비르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침대에 누웠을때 왠지모르게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은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었지만 졸음이 오지 않는다.

“후우...”

침상에 누워있던 나는 몸을 일으키며 답답함이 섞인 한숨을 뱉어낸다. 기분나쁜 묘한 흥분감.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잠시 바람이라도 쐴 생각으로 나는 발소리를 죽인채 복도로 걸어나온다.

벌레소리조차도 들리지 않는 유적지의 깊은 밤. 어두운 복도를 이유없이 터벅터벅 걷던 내 눈에 밝은 빛이 새어나오는 문틈을 발견한다. 그곳은 다름아닌 요리를 위해 마련된 주방. 그런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빛의 존재에 의아해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본다.

“리엔...?”

“아... 타메르씨? 주무시지 않으신거에요?”

주방안에는 리엔 혼자서 뭐가 그리 바쁜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밀가루 반죽으로 추정되는 새하얀 덩어리가 들려져있었다.

“그건 뭐야?”

“아... 토스트가 너무 반응이 좋아서요. 내일아침에 할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걸 꼭 이 밤에 해야해?”

늦은 밤까지 고생한 그녀를 걱정한 나는 가볍게 리엔을 나무란다. 그러자 리엔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환히 웃으며 답한다.

“발효시간을 지켜야하거든요. 그리고 재미있기도 하구요.”

활기차게 대답한 그녀는 피곤하지 않다는 듯이 반죽을 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창고한쪽에 가져다둔다. 그리고 밀가루가 살짝 묻은 손을 탈탈 털면서 창고에서 걸어나온다.

“타메르씨는요?”

“아 뭐... 잠이 오지 않아서...”

리엔의 물음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그러자 리엔은 가볍게 웃으며 한쪽에 마련된 싱크대로 가 물을 틀고 밀가루가 묻은 손을 씻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어색한 상황에 처한다.

키익.

그녀가 수도꼭지를 잠그는 소리가 너무나도 요란하게 들린다. 곧이어 잔잔한 침묵속에 방울진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같은 의무감속에서 나는 물기가 잔뜩 묻은 손을 허공에 터는 리엔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저... 타메르씨.”

하지만 먼저 입을 연것은 리엔이었다. 살짝 물기가 남아있는 자신의 손을 옷에 쓱 문질러 닦아낸 리엔은 나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간다.

“그.. 조심해주세요.”

“조심?”

이해못할 그녀의 경고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리엔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잔뜩 붉히며 애꿋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려간다. 잠시 크게 심호흡을 한 리엔은 말을 이어나간다.

“키.. 키르비르님이랑 그... 하신거 말이에요... 리니아씨가 봤데요.”

“아... 그... 그거...”

그녀의 말에 나또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방문이 박살난 상황에서 키르비르랑 몸을 섞다니... 아주 대대적으로 쇼가한 꼴이 되버린다. 불행중 다행히도 그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본것은 리니아밖에 없는 것같았다.

“미안... 주의 할게.”

나는 무안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리엔에게 솔직히 사과를 한다. 그러고보니 이제 숙소에서 혼자사는 곳이 아니었다. 키르비르는 물론이고 이리엘이나 티에르... 리엔과 리니아까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숙소에 지내고 있었다. 주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내 무책임한 행동에 스스로를 질책한다.

“그럼... 전 먼저 들어갈게요. 안녕히주무세요.”

내 사과를 들은 리엔은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환히 웃으며 내곁을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그녀가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찰랑이며 묘하게 달콤한 향을 흩뿌린다.

“아... 타메르씨?”

“응?”

갑작스레 나를 부르는 리엔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나는 리엔을 돌아본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얼마가지않아 내 손이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무...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남들이 보면 오해할정도로 잔뜩 얼굴을 붉힌 리엔은 말까지 더듬는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묘하게 흘러나오는 그녀의 체취에 넋이 나간듯 그녀를 바라본다.

“그.. 타메르씨...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저.. 저는 이만...”

리엔은 조심스럽게 내 손에 잡힌 자신의 팔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내 손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나에게 벗어날 수 없자 그녀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흘끗 바라본다.

“리엔...”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는 리엔의 허리를 감싸안아 끌어당긴다.

“꺄핫...!!”

리엔은 짧막한 비명을 지르지만 자기 스스로 손을 들어올려 요란한 비명이 터져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막아버린다. 그리고 토끼처럼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왜 이러세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 행동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내 스스로도 대답할 수 없었다. 마치 유령에 홀린듯이 그녀에게 이끌린다. 나는 아무말없이 부드러운 물기를 품은 그녀의 입술에 천천히 입을 가져간다.

“가... 갑자기 이러시면...”

리엔은 크게 당황하시지만 내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자 수줍게 눈을 감아버린다. 순종적인 그녀의 태도에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작은 입술을 벌려 조심스럽게 내 혀를 밀어넣는다.

“으읍... 흡..”

그녀의 따듯한 혀와 내 혀가 얽히며 말로 표현 못할 달콤한 향이 입안에 가득맴돈다. 짧은 키스를 나눈 후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로부터 입을 뗴어내며 리엔의 안색을 살펴본다.

“....”

그녀는 부끄러운듯 귀까지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었다. 하지만 내 팔에서 벗어나거나 나를 밀치려는 저항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인채 마른침을 꼴딱 삼킬뿐이었다.

“리엔...”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며 허리를 감싸안은 팔을 조금은 대답하게 움직여나간다. 부드러운 그녀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도톰한 엉덩이를 매만진다.

“살이... 좀 찐 것... 욱!!”

잔뜩 긴장하고 있는 그녀를 위해 가볍게 농담을 던져보지만 그 대답은 꽤나 폭력적이었다. 복부를 두드리는 가벼운 충격에 피식 웃은 나는 리엔을 부드럽게 밀어 아무것도 없는 식탁위에 앉힌다. 그리고는 살며시 그녀의 옷자락 사이로 손을 기어들어가게 만든다. 그러자 손안에 가득 잡히는 부드럽고 따듯한 그녀의 가슴이 느껴졌다. 키르비르나 네이에게서 느껴볼 수 없는 풍만한 감촉을 즐기며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른다.

“타메르씨.. 자.. 장난은 이제 그만해주세요...”

리엔은 자신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어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벌어지는 틈새사이로 보이려는 자신의 새하얀 살결을 숨긴다. 그런 리엔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식탁위에 앉은 리엔을 눕힌다. 그리고 엉덩이를 매만지던 손을 치맛자락 사이로 기어들어가게 만든다.

“장난같아?”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나는 살며시 그녀의 민감한 균열을 매만진다.

“아웃...!”

그러자 리엔은 반사적으로 아기처럼 몸을 움츠리며 짧막한 신음을 흘린다. 그런 솔직한 리엔의 반응을 바라보며 그녀를 애태우듯 천천히 원을 그리듯이 손가락끝을 움직여나간다.

“리엔... 하기 싫은거야?”

“아... 그.. 그게.. 너무 당혹스러워서...”

리엔은 내 손길을 솔직하게 느끼는지 입술을 꺠물은채로 떠듬떠듬 불안한 목소리로 내 질문에 대답한다. 그녀가 싫어하는 기색이 없자 속옷 넘어로 균열을 매만지던 촉감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는 그녀의 속옷을 아래로 잡아당긴다.

“으... 으앗..!”

그러자 리엔은 눈을 휘둥그레뜨며 허겁지겁 한팔로 자신의 치맛자락을 꽉 눌러 내 손을 거부한다.

“아... 지..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리엔은 어떻게든 나를 막기위해 허둥지둥거리며 머릿속에 생각나는 변명을 이것저것 뱉어낸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변명을 반박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다시금 그녀의 입을 맞추려했다.

“아으우... 으읍..”

그러자 잠시 주저하던 리엔은 키스만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받아드린다. 처음과 달리 조금은 끈덕지게 길게 그녀와 입술을 나눈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다.

“타... 타메르씨는... 키르비르님이... 있잖아요...”

입술이 뗴어지자 리엔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를 걱정해준다. 그런 그녀의 걱정에 나는 잠시 주춤한다.

“키르비르...”

하지만 그녀에 대한 미안함도 잠시였다. 마치 자욱한 안개가끼는 듯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키르비르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이 순식간에 흐려져버린다.

“리엔은.... 키르비르가 가지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있잖아...”

“네... 네? 그... 그게 무슨..”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내 뜻을 표현한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주무르며 그 끝에 살짝 달궈진 유두를 손끝으로 가볍게 문지른다.

“아읏...!!”

“이렇게 좋은 가슴과 몸매를 가졌잖아?”

솔직한 내 칭찬에 리엔은 얼굴을 붉힌채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런 리엔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나는 다시금 그녀의 은밀한 화원을 향해 접근을 시도해본다. 그러자 리엔은 화들짝놀라며 자신의 치맛자락을 누르는 손을 긴장시키지만 내가 집요하게 그 손가락 사이를 파고려고 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소심하게 손을 비켜준다.

그제서야 나는 간신히 그녀의 비밀의 화원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부드럽게 문지른다. 그러자 꽉 꺠문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미세하게 세어나오기 시작한다.

“걱정마... 다 자고있을 시간이니까...”

나는 아직도 미묘하게 불안감 떨고있는 리엔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을 천천히 벗겨나가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실버링나이트 / 으... 어... 고.. 고자가 아니죠. 한여자만 보는 순정파 인겁니다! 근데 바라보던 한 여자가 죽었으니 이제 자유남. 거칠것이 읍죠.

마스터칼솔럼 / 응앜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다음편으로 로리콘을 벗어나곘습니돠 ;ㅅ;/

BrightBiz / 가.. 감사합니다. 제 소설이 부족한 것같아서 언제나 걱정하는데...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Ernia / 아니죠. 타메르짱짱맨이죠. 로터스는 이미 관심밖...

....

아...

큰일났습니다. 소설을 쓰게해주는 제 넷북이 고인이 되버렸습니다. 오늘 수리를 맡길건데..

오늘 중으로 수리가 끝나면 연재에 지장없지만...

사람일이라는게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요.

담화는 간만에 리엔 H가 나오겠네요.

에고 좋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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