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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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를 이끌고 나온 곳은 다름아닌 숙소 앞의 공터였다. 여전히 그 공터에서 재활훈련을 하고있는 티에르와 시란은 낯선 여성과 걸어나오는 나를 발견하고 관심을 보인다.
“안녕하세요!!”
지겨운 재활훈련에서 벗어날 빌미를 찾아서 그런걸까. 티에르는 가장 활기차게 인사를 건내며 타이에게 다가온다.
“아.. 안녕하세요.”
그런 티에르의 박력에 움찔놀란 타이는 자신도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들인다. 그러자 티에르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타이의 코앞까지다가와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연다.
“와아!! 머리색이 빨개요! 저처럼! 이야아아... 염색하신거에요?”
“아니... 이건 제가 태어날때무터 그런건데요...”
“우와우와!”
자신과 비슷한 붉은 머리카락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동질감을 느꼈는지 티에르는 타이에게 무한한 호감을 표한다. 그런 티에르의 호감을 부담스러워하는 타이는 살짝 뒷걸음질 치지만 티에르는 눈치없이 그런 그녀를 쫓아오며 계속 의미불명의 탄성을 지를 뿐이었다.
“하아... 헛짓하지말고 이리와.”
결국 그런 광경을 보다못한 시란은 잔뜩 훙분한 티에르의 뒷덜미를 잡고 재활 훈련도구가 있는 쪽으로 질질 끌고간다. 그러면서도 타이를 향해 손을 허우적거리는 티에르를 바라보며 타이는 안도한듯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나저나...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가 뭐야?”
“그냥... 간단하게 대련을 한번 해주셨으면 합니다.”
“대련?”
타이는 나와 다섯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로 물러서서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허리춤에 매고있는 자신의 검을 검집쨰로 떼어내버린다. 그리고 검은 빛이감도는 검집에 쌓여있는 자신의 검을 나에게 겨누며 작게 심호흡을 해나가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지.”
나는 그런 타이의 태도에 내가 짊어지고 다니는 대검을 꺼내 그녀를 겨눈다. 반즘 부러진 대검이 초라해보이기는 했지만 지금 나에게 이것밖에 쓸 무기가 없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은 타메르.”
“알겠습니다. 타메르씨. 그러면 가겠습니다!”
내 이름을 들은 타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곧이어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장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나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투박한 검집이 쌓여진 그대로 나를 향해 휘둘러온다.
카앙!!
“음?”
시란보다는 느렸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것은 호리호리해 보이는 몸에 비해 검에 실리는 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압!!”
첫 일격이 막혔다는 사실에 타이는 실망하지 않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나간다. 허공에 그어지는 두 개의 검광. 꽤나 신속한 공격이었지만 나는 침착하게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나에게 그어지는 검광을 차분히 검면으로 막아낸다.
“이 정도면...”
그다지 위협적인 속도는 아니었다. 상대할만하다는 생각에 나는 살짝 미소를 머금어나간다. 아마도 시란과의 훈련이 효과를 보는 것같았다. 눈앞을 어지럽히려는 검광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않고 차분하게 검을 막아내갈 수 있었다.
“흐읍...!”
막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나를 향해 휘두르는 타이의 검을 향해 있는 힘껏 대검을 맞부딛혀간다.
콰앙!!!
그러자 막고 있을떄와는 다르게 요란한 굉음이 울려퍼진다.
“흡...!”
“으읏..”
나의 커다란 대검과 얇은 타이의 검이 허공에 맞물린다. 보통 육중한 대검이 얇은 검을 부러뜨리거나 휘게 만들어 전투불능으로 만드는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이의 검은 내 대검의 충격을 견뎌냈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얇은 검신으로 내 육중한 대검과 힘겨루기 상태로 들어가버린다.
“흐읍!!!”
나는 대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온 힘을 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얇은 타이의 검이 힘에 못이겨 천천히 뒤로 밀려난다.
“크읏...!!”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타이는 힘껏 내 대검을 밀치며 그 반동으로 뒤로 두어걸음 물러선다. 그리고 팔을 풀으려는 듯이 자신의 검을 허공에 크게 휘두른다.
“워밍업은 이정도면 된것같네요. 그러면 제대로 가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검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검집인 줄 알았던 뭉툭하고 새깜했던 검신이 마치 새로운 생명을 얻어가는 듯 손잡이로부터 붉은 빛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뭐야 그건...”
붉은 빛이 가득 차오른 검신은 전에없던 날카로운 예기를 품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붉은 검을 휘둘러본 타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작게 미소지으며 나에게 그 검끝을 겨눈다.
“이젠 타메르씨도 제대로 해주세요.”
“....”
그녀의 말에 나는 부러진 내 대검을 바라본다. 아마도 그녀는 부러진 검을 자신을 상대한다는 사실이 단순한 워밍업이라고만 생각하고있는 것 같았다. 사실 내 진짜 무기가 이 부러진 대검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껄끄러웠던 나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그녀를 바라볼뿐이었다.
“뭐하세요? 제대로...”
“타메르씨! 늦었어요!”
그때 재활훈련이나 하고 있어야할 티에르가 갑작스럽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쭈뼛쭈뼛 나에게 검 하나를 건낸다.
“대련을 하실거라면 미리 말을 했어야죠. 무기를 가져오는 걸 깜박했었잖아요?”
“....”
나는 티에르가 건낸 검을 바라본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란. 푸른 요기가 검신에 흐르는 바로 시란의 검이었다. 흘끗 타이를 바라본 나는 티에르가 건내준 제대로된 무기의 모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있었다. 뭔가 찝찝하기는 했지만 나는 내 대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티에르가 건내준 시란을 움켜쥔다. 그러자 서늘한 한기가 내 손에 파고들어 뼛속가지 스미는 기이한 느낌이 느껴져온다.
-실전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야. 이런 기회를 나에게 말하지 왜 가만히 있었어?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시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순한 대련까지 훈련으로 몰고가려는 그녀의 열정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시란의 검을 허공에 두어번 휘둘러본다.
“너무... 가벼운데?”
내가 들고다니던 대검에 비하면 거의 무게가 안느껴질 정도의 가벼움에 나는 짧게 탄식을 흘린다. 왠지 이런 가벼운 무기는 믿음이가지 않았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해. 고대부터 증명되온 사실이야.
시란의 말에 가볍게 콧웃음치며 나는 시란의 검을 양손으로 감싸쥔다. 대검을 움켜쥐고 있을때는 뭔가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지만 시란의 검을 들고있자니 뭔가 몸과 무기의 비율이 맞지않는 어색함이 느껴져왔다.
“갑니다!”
가벼운 타이의 신호와 함께 그녀는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나에게 달려들어온다. 뭔가 변할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처음의 모습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접근해오는 타이의 모습에 나는 헛바람을 삼킨다.
-침착해! 녀석의 검 끝에 집중해!
하지만 곧이어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시란의 외침. 그와동시에 나는 숨을 멈추며 최대한 침착하게 나에게 달려오는 타이의 검을 노려본다.
“온다...!”
그 순간 그녀의 검의 궤도가 보였다. 육중한 대검과 다르게 얇은 시란의 검은 정확한 순간을 방어해야만했다. 나는 두세번은 베일 각오로 검을 들어 타이의 검의 궤도를 막아선다.
카앙!!
“흐엇!!”
그녀의 검과 부딪히는 순간 내 팔이 하늘 높게 떠오른다. 속도도 속도였지만 그 검에 담긴 힘또한 강력했다. 어설픈 자세로 방어하려다가 오히려 내 손이 튕겨나갈 정도의 힘에 기겁한 나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건 대검이 아니야! 정면으로 막으면 불리해! 충격을 분산시켜!
“젠장...”
시란의 조언은 선명히 머릿속에 각인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상당회 괴리감이 있는 일이었다. 그녀의 조언대로 타이의 검을 정면으로 막지않고 비스듬이 흘려야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너무나도 얇고 가벼운 시란의 검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는 우왕좌왕하며 힘겹게 타이의 일격들을 막아낸다.
-으아아아!! 검날이 나갈것같잖아?! 너가 갈아줄꺼냐? 갈아 줄꺼냐고!!
“시... 시끄러!!”
타이에게 밀린다는 사실에 나는 이를 악문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나는 힘껏 시란의 검을 움켜쥔다. 그리고 타이가 휘두르는 검의 궤도가 보이는 순간. 마치 그녀의 검을 베어낼 기세로 있는 힘껏 시란의 검을 내려찍는다.
-야이 미친놈아아아아!!
동시에 시란의 애처로운 비명이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힘을 통한 정면대결은 지지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휘두른 타이의 검은 내 힘에 밀려 튕겨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카가각!!
“어?”
하지만 시란의 검과 타이의 검이 격돌하는 순간. 타이의 손목이 부드럽게 꺽이며 그녀의 검이 기울어진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시란의 검은 타이의 검신에 부딪히지 않고 옆으로 부드럽게 미끌어져버린다.
-위험해!!
시란의 비명과 함께 나는 내 몸의 균형이 크게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른 만큼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던게 실수였다. 그런 내 눈앞에 옆구리로 파고들어오는 타이의 붉은 검신이 포착된다.
“윽...”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내 몸은 타이의 검에 베어지지 않았다. 타이는 검신이 아닌 검등으로 몸의 균형을 잃고 쓰러지려는 내 몸을 받혀주고 있었다.
“주의하셔야죠.”
타이는 손목의 반동으로 내 몸을 받혀주는 검을 튕겨 흩으러진 내 자세를 바로잡아준다. 그런 타이의 배려에 나는 이를 악문다. 상당히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여 조금은 침착해진 눈으로 타이를 노려본다.
-좀 하는 녀석인데?
시란또한 타이의 손놀림에 짧게 감탄하며 재미있다는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곧이어 시란을 움켜쥔 손에서부터 시린 한기가 점점 내 손안에 파고들어와 팔을 감싸가기 시작한다.
-이제부턴 내가 싸울게.
“그... 그게 무슨소리야?!”
시란의 말과 함께 푸른 기운에 감싸진 내 팔이 내 의지에서 벗어나버린다. 시란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양팔에 당황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좋은 훈련기회야. 내가 싸우는 것을 느끼면서 내 검술에 대해 직접 느낄 수 있고... 상대도 상당한 쾌검술을 쓰니까 상대하는 법까지 배울 수 있을거야. 이걸 일석이조라고 하지.
그녀의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도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양팔이 푸른 기운에 물들자 타이는 그런 변화가 신기하다는 듯이 무끄럼히 내 팔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검을 고쳐쥐고 나를 노려본다.
“다시 가겠습니다!”
타이의 신호와 함께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는 빠르고 날카로운 찌르기가 쇄도해온다. 하지만 시란은 침착하게 타이의 검끝을 옆으로 쳐내며 그녀의 찌르기를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애시당초 찌르기에 큰힘이 담겨있지 않았는지 타이는 자신의 검은 신속히 뒤로 회수하며 자세를 바로잡아 검을 휘둘러나간다.
카앙!!
붉은 타이의 검과 푸른 시란의 검이 허공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일으킨다.
-이런... 왜이리 몸이 무거워!!
하지만 불리한것은 시란쪽이었다. 실제로 허공에 그려지는 붉은 검광이 시란의 푸른 검광을 압도하고 있었다. 시란은 거의 수비적인 태도로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타이의 검을 막아내간다. 간헐적으로 시란이 공격을 시도해보지만 그때마다 타이는 능수능란하게 그녀의 공격을 흘려내며 역공을 감행한다.
“우웃... 버틸 수는 있는거야?”
-시답지않은 걱정은 그만두고 타이의 검에 집중해! 최소한 검의 궤적은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시란은 불안하긴 했지만 용케도 모든 타이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런 시란을 믿으며 크게 심호흡을 한 나는 타이의 검을 읽어본다. 상당히 현란한 검술. 검술에 무지한 나였지만 공격 하나하나가 부드럽게 이어져나가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젠장 흐름만 이쪽으로 끌면 되는데...
“흐름...?”
시란의 투덜거림을 들은 나는 눈을 휘둥그레뜬다. 그러고보니 흐름이 달랐다. 지금 타이의 공격은 하나하나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며 시란을 느긋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시란의 공격은 마치 커다란 벽에 튕겨나가듯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듬성듬성 끊겨나가고 있었다. 점점 시란의 검이 구석으로 몰리는 것같은 느낌이 선명히 느껴져왔다.
-쾌검술의 강점은 흐름이야. 흐름이 봉인되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막힌다고!!
카앙!!
억지로 자신의 흐름을 만들려던 시란의 검이 타이의 검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크게 튕겨나간다. 그러자 뒤로 크게 뒷걸음질 친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불리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해본다.
-젠장... 내 몸이었다면 가볍게 짓누를텐데...
“역전할 방법은 없는거야?”
-녀석의 흐름을 끊으면 돼. 하지만 저 놈... 예상외로 검술이 범상치 않아.
타이는 심호흡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나를 도발하듯이 허공에 검을 부드럽게 휘둘러보인다. 그런 타이의 모습에 발끈한 시란은 검을 단단히 움켜쥔채 그녀에게 달려든다.
카앙!
다시한번 시란의 검과 타이의 검이 허공에 격돌한다. 곧이어 그들의 검은 서로만의 흐름어 나가기 위해 격하게 부딛혀나가기 시작한다.
-크으.. 몸이 너무 무거워...
하지만 밀려나는 것은 시란쪽이었다. 처음엔 격하게 부딛혀가던 서로의 흐름이 어느 순간 타이쪽이 시란을 압도해나가기 시작한다. 검술의 기교는 거의 비등했지만 속도의 차이였다. 타인의 몸을 빌리는 시란보다 타이쪽이 검술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결국 비교적 느린 시란의 검이 타이의 검에 의해 튕겨져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젠장...! 타메르! 너가 도와줘야겠어!!
“뭐..?! 내..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마지막에 했던 훈련 기억하지? 그대로 몸을 움직여! 내가 보조해줄테니까!
마지막에 했던 훈련은 단순히 종이막대를 대검으로 베는 훈련이었다. 하지만 그 훈련을 한번도 성공시켜본적 없었던 나는 불안한 눈으로 시란을 바라본다.
-이렇게 된이상 큰 기술 한방으로 압도하는 수밖에 없어!
“크으 젠장...!”
그녀의 말대로 이대로 계속 싸워나가봤자 시란이 필패라는 것은 기정사항이었다. 결국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꺠달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내가 자세를 잡을테니 신호하면 팔을 휘둘러.
카앙!!
동시에 시란은 자신의 검을 휘둘러지는 타이의 검에 정면으로 부딪혀나간다. 그러자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퍼지며 순간적으로 타이의 검이 멈춘다.
-준비!!
카가각!
동시에 손목을 비틀어 옆으로 타이의 검을 살짝 밀쳐낸 시란은 신속하게 검을 옆으로 회수한다. 그리고 평소에 봐왔던 그녀만의 발도자세를 잡으며 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쥔다.
-지금이야!!
시란의 신호와 함께 뼛속에 스며있던 한기가 빠르게 빠져나가며 내 팔의 제어가 돌아온다. 동시에 나는 그녀에게 배운대로 손목에 힘을 빼고 허리와 어께의 힘으로만 검을 날카롭게 발도한다.
쉬익!!
동시에 팔을 감싼 시란의 기운이 내 자세를 빠르게 보정해준다.
“어...?”
그러자 전에 느껴본적없는 감각이 느껴진다. 땅을 단단히 딛이고있는 발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무게감. 그런 무게감이 비틀린 허리를 지나 증폭된다. 곧이어 어께를 타고 올라오는 그 힘에 내 완력이 더해져 더욱 강해진 힘으로 팔을 휘두른다. 그리고 검 끝에 서리는 어마어마한 힘.
-뭐... 뭐야?
하지만 그 순간. 시란은 당황한다. 우리들의 회심의 일격에 당혹해야할 타이의 모습을 예상했던 시란이었다. 하지만 타이또한 시란과 비슷한 발도자세를 잡는다. 양 다리로 땅을 단단히 딛이고 검을 허리춤에 가져간 자세. 그 자세로 허리를 비튼 타이는 섬광같이 팔을 휘두른다. 곧이어 선명한 두 줄기의 날카로운 섬광이 우리 둘 사이에 격돌해버린다.
콰앙!!
“.....”
나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못하고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본다. 내 손에 쥐어져있던 시란의 검은 사라져버려있었다.
푸욱.
멍하니 서있는 내 등뒤로 내가 놓쳐버린 시란의 검이 땅속에 깊게 파고들어버린다.
“수고하셨습니다.”
동시에 넋이 나간 내 정신을 일깨우듯 타이는 자신의 검을 회수하며 몸을 숙여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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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안돼.. 말도안돼...”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구석에 숨은채 시란은 멀리서 타이를 바라보며 같은 말만 반복해서 중얼거리고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짧게 한숨을 내쉰 나는 타이를 돌아본다. 타이의 붉은 검은 어느새 다시 뭉툭한 검은 빛의 검으로 돌아와 그녀의 허리에 걸쳐져 있었다.
“대단한데?”
나는 솔직한 감탄을 그녀에게 보인다. 솔직히 진다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 그런 내 칭찬에 타이는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타메르씨도 대단하셨습니다. 특히 마지막 일격은... 위험했었습니다.”
타이는 손목이 욱씬거리는 듯 손목을 주무르며 말한다. 그녀의 말에 나는 마지막 일격을 떠올린다. 내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날카롭고 강력한 발도였다. 만약 타이가 검을 맞부딛히게 하지 않았다면 나나 그녀나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한 일격이었다.
“근데... 왜 부러진 검같은 것을 가지고다니시는 겁니까?”
내가 바닥에 떨어뜨려놓은 대검을 주워들자 타이는 의아한듯이 대검의 정체에 대해 묻는다. 그러자 나는 씁쓸히 웃으며 대검을 바라본다.
“원래 이게 내 검이었어. 근데... 안 좋은 일이 좀 있었지.”
내 말에 타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안색이 안좋은 것을 간파한 그녀는 더 이상 물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입은 꾹 다물고 나에게 다가온다.
“어?”
“전 제 동생을 찾으로 가보겠습니다.”
타이가 나를 스쳐지나가는 순간. 타이는 남몰래 내 손을 가볍게 움켜쥔다. 그런 그녀의 손길에 움찔 놀란 내가 내 손을 내려봤을때. 손안에는 작게 접힌 쪽지가 하나 담겨져있었다. 그런 쪽지의 존재에 살짝 놀란 나는 황급히 타이를 돌아본다. 하지만 타이는 마우것도 모른다는 듯 네이르를 찾으러 숙소로 걸어갈뿐이었다.
“뭐지?”
그런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가 건내준 쪽지를 천천히 펴본다.
-오늘 저녁. 꽃밭으로. 혼자
“....”
쪽지에는 이어지지 않은 단어가 몇 개 적혀져있었다. 하지만 모든 단어를 읽어본 나는 그 쪽지의 내용을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저녁 꽃밭으로 나 혼자나오라는 소리.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일단 타이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보고 이곳에 혼자나오라고 했던걸까.
“나와보면 알겠지.”
타이가 준 쪽지를 주머니에 찔러넣은 나는 큰 고민없이 생각을 간단히 접어버린다. 어자피 장소도 바로 숙소앞 공터. 크게 걱정하거나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신주쿠 / 어느순간... 팍진행해야죠. 으허허헝..
abcbbq / 알레르기... 오리지날엔 없던 설정이었죠.
Solar Eclipse / 네코미미자매는... 달릴... 계획이... 에헤헤헤헷..
godrmf / 넵! 계속연재!
요번 주말은 그동안 소홀히 연재했다는 점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추가 연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