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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09화 (209/298)

20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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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우우... 파도파도 끝이 없네...”

유적지 중앙에 있는 거대한 도서관. 천장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책장들 사이에서 수많은 책에 파묻힌 리니아가 피곤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런 그녀 주변에는 온갖 마법서적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래도... 역시 고대문명이 잠든 유적지라그런지...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있네...”

피곤한 눈을 비비지만 리니아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옆에 펼쳐진 책을 들어 자신이 표시해둔 페이지를 열어 그안에 깨알같이 적힌 글자들을 읽어나간다. 피곤에 절어있던 리니아의 눈동자가 책속의 글자들에 집중할수록 더욱 깊어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고생하시네요.”

그때 그런 리니아의 어꼐넘어로 따듯한 홍차가 담긴 머그컵이 내밀어진다. 갑자기 볼을 따듯하게 데우는 온기에 화들짝놀란 리니아는 곁을 돌아본다. 거기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있는 리엔이 서있었다.

“아~ 리엔 언니! 왠일이에요?”

그러자 리니아또한 반가운 미소를 가득 지으며 리엔이 건내주는 머그컵을 양손으로 받아든다. 리니아와 비슷하게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을 가져온 리엔은 리니아의 맞은편에 마련된 낡은 의자에 걸터앉는다.

리엔이 가져와준 따듯한 홍차가 가득 담겨진 머그컵을 호호 풀며 한모금 마신 리니아는 무끄럼히 리엔이 읽는 책을 바라본다. 그 동안 리엔이 읽은 책들을 관찰해왔던 리니아는 그녀가 읽은 책이 운명이나 예언에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운명에 집착하세요?”

“아... 응? 우... 운명?”

리니아의 예리한 질문에 리엔은 화들짝 놀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리니아를 바라본다. 그러자 리니아는 자신이 읽던 책을 접고 리엔에게 다가가 그녀의 책을 빼앗아든다.

“으음... 운명과 예언이라... 전 이런거 믿지않는데...”

“하지만 리니아씨도 알고싶이 저는 운명을 읽어요. 저에겐 운명이나 예언이 환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에요.”

“그래도... 언니의 그 능력이 100% 확실히 예측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짧게 한숨을 내쉰 리엔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한다.

“이떄까지 틀린적은 없네요.”

“그래요? 비교적 확률은 높나보네요.”

쓴웃음을 지은 리니아는 리엔에게 다시 책을 넘겨준다. 리니아에게 책을 돌려받은 리엔은 무끄럼히 책표지를 바라보다 그 책을 자신의 무릎위에 내려두며 리니아를 바라본다.

“리니아씨는 제 예언을 믿나요?”

“아... 내가 처형된다는거요? 솔직히 믿지는 않아요.”

리엔의 질문에 리니아는 너무나도 시원스럽게 대답해버린다. 그런 리니아의 시원스런 대답에 리엔은 할말조차 잊어버리고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언니도 알겠지만... 저는 검은 마녀에요. 사람들이 왜 검은 마녀를 두려워하는지 알아요?”

“아...응.. 저도 교육은 받았어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변질자로... 타락과 절망으로 세상을 오염시킨다는거요?”

“뭐.. 공식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타락과 절망으로 세상을 물들이진 않아요. 단지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변질자일 뿐이죠.”

“이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구요?”

리엔의 의문섞인 물음에 리니아는 별것아니라는 듯 웃으면서 답한다.

“언니의 신성력이 저에게 통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독이 되지... 저는 원래 그래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으니 이 세계 사람들이 믿음으로 만들어낸 신성력에 효과가 없고... 만들어낸 환상이나 이변을 꿰뚫어보죠. 제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자연 형태의 힘인 마나밖에 없어요.”

“어떻게 그런...”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그래요. 그리고 언니가 관심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리니아는 리엔을 눈을 마주바라본다. 그리고 마치 소악마같이 매혹적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저를 이용한다면... 언니가본 운명같은 것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외부의 존재니까요.”

“리니아씨가... 운명을 바꾼다구요?”

“에이... 경험해보셨으면서... 언니의 오라버니되는 사람과 싸울때. 언니의 운명은 뭐였죠?”

리니아의 말에 무슨 최면을 걸리듯이 리엔은 눈을 휘둥그레뜬채로 천천히 입을 연다.

“나는... 죽었어요. 그래서.. 타메르의 운명에서 나는 사라져야했죠.”

“하지만 지금은 살아있잖아요. 왜 그럴까요?”

리니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혼란에 의해 커다랗게 변했던 리엔의 동공이 천천히 진정되기 시작한다.

“리니아씨가... 있어서죠.”

“그런거에요. 저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니까요. 리엔씨의 운명뿐만아니라 그 누구의 운명까지도요.”

모든 말을 마친 리니아는 즐거움이 가득한 발랄한 발걸음으로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로 되돌아와 털썩 걸터앉는다. 그리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리엔을 마주바라보며 리니아는 입을 열어간다.

“언니의 도움이 필요해요.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려면... 원래 그 사람의 운명을 알아야겠죠? 언니가 알아와주시면 돼요. 그러면...”

리니아는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말에 정신이 팔린 리엔은 그런 리니아의 미소를 알아챌 수 없었다.

“제가 운명을 바꿔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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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니까 너무 빠르기에 집착하지말고 자세에 집중.”

“아... 알았다니까...”

본격적인 시란의 검술훈련이 시작되자 그녀는 한순간의 농담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매서운 목소리로 나를 질타한다. 조금이라도 딴생각을 하려하면 귀신같이... 아니 실제로 귀신이지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를 지적해온다.

“꼭 이런 불편한 자세로 해야만하는거야?”

나는 한번도 취해보지 않은 틀에 박힌 어색한 자세를 불편해하며 시란에게 투덜거린다. 하지만 단단히 팔짱을 낀채 조금이라도 편한 것은 안된다는 심보로 시란은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그 자세를 취해왔고 사용해왔다면 무시못할 이유가 있는거야. 잔말말고 자세에 집중하면서 검을 휘둘러.”

“알았습니다.”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따끔따끔한 시란의 충고와 전혀 강해질것 같지 않은 무의미한 행동의 반복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 무끄럼히 나와 시란을 바라보는 키르비르의 시선떄문에 내 성질대로 모두 뒤엎어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자세 그대로 검휘두르기 1500회. 어자피 광혈의 저주니까 지치지도 않잖아? 시간도 널널하고... 느긋하게 계속 검을 휘둘러.”

얄미운 시란은 마치 방금전 자신이 당한 모욕과 분노를 지금 이 순간에 푸려는 듯이 너무할 정도로 지독한 훈련과제를 줘버린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지막지한 과제에 긴 한숨을 내쉬며 나는 시란이 지시한 자세를 유지하고 무의미한 검 휘두르기를 하나둘씩 차근차근해나간다.

“티에르. 너도.”

“왜에에에!! 난 또 왜!!”

내 곁에서 똑같은 훈련을 받고있던 티에르또한 나와 똑같은 훈련을 지시당한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모든 훈련을 끝내고 방에 돌아가 느긋한 티타임 혹은 간식타임을 가지고 쉬고있어야 할 그녀였지만... 내 훈련이 길어지며 얼떨결에 티에르의 훈련도 같이 병행되어버린 것이었다.

티에르는 지금이라도 당장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울상으로 시란을 바라보지만 시란은 단호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젖는다.

“훈련은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함이 없어. 너도 겸사겸사 같이해. 딱 절반인 800회만하자.”

“딱 절반도 아니잖아!!”

“내가 100단위 숫자를 좋아해서.”

“아우우으으으으!!”

열받은 티에르는 콧김을 훅훅 뿜어내며 나와 비슷한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휘두르는 나와다르게 800회따위는 순식간에 해버리겠다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빠르게 검을 휘둘러나간다. 자세를 신경쓰지않고 어떻게든 빨리 끝내버리겠다는 티에르의 의지는 그녀의 자세를 엉망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다리. 다리. 팔. 팔접혔다. 허리더 굽혀. 엉덩이 뒤로빼고. 머리 숙여!”

딱딱딱딱!!

하지만 그런 티에르를 무끄럼히바라보던 시란은 티에르가 검을 한번 휘두를때마다 망가지는 자세를 검집으로 딱딱 때리며 지적해버린다. 시란에게 얻어맞아가면서도 티에르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이 입술을 앙문채로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데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팔.. 백!!”

내가 200회도 채 다하기전 티에르는 800회를 끝내고 호쾌하게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시란을 바라보지만... 이미 티에르의 몸은 시란의 검집에 얻어맞은 덕분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었다.

“흐음... 빨리끝냈네. 예상외인데?”

“그럼 나 들어가 쉬어도 되는거지?”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이제 들어가 쉴수있다는 생각에 눈을 반짝이며 티에르는 시란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직 타메르의 훈련이 안끝났으니까.. 페이스를 맞추려면 3000회만 더하면 되겠다.”

“뭐?!”

청천병력같은 시란의 말을 들은 티에르는 눈을 휘둥그레뜨며 시란의 말을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그런 티에르의 외침에 피식 웃은 시란은 눈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해못해? 타메르가 끝날때까지 너도 안끝나. 그러니까 조급해하지말고 느긋하게 휘둘러.”

“우우우...”

시란의 말 한마디에 원망의 시선이 나에게로 돌려진다. 잔뜩 볼을 부풀린채 나를 노려보는 티에르는 원한이 잔뜩 서려 무거워진 검을 천천히 허공에 휘둘러나간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은 나는 조급함 없이 천천히 시란이 알려준 자세를 신중히 반복해나간다.

처음에는 단지 불편하고 어색한 자세였지만 검을 휘두르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왜 이런 자세를 취했는지 하나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비록 무릎을 살짝 굽히고 자세를 낮춘 어정쩡한 자세였지만 어께나 허리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딱 좋은 자세였다. 약간 왼쪽으로 비튼 상체는 오른팔을 이용해 큰 범위를 베기에 적합했다. 자세를 유지하는데 약간 힘이 들기는했지만 대신 팔을 휘두르는 부담은 줄여주고 있었다.

“좋아 빨리 배우네.”

뒤에서 나를 지켜보단 시란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한 500회가 넘겼을무렵. 시란의 입에서 더 이상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똑똑해서 배움이 빠르다기보다 몸이 빨리 적응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 더 걸맞은 표현일 것이다.

흠칫...!!

약 1000회에 가까워질 무렵.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것같은 감각에 크게 휘두른 팔을 우뚝 멈춘다.

“뭐.. 뭐야?”

나 혼자만 느낀 감각이 아닌 듯 볼을 부풀리고 검을 휘두르던 티에르나 뒤에서 팔짱끼고 우리를 바라보고있던 시란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방금전의 그건 뭐지?”

굉음도 충격도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강한 충격이 몸을 훑고 지나간 느낌이 선명히 느껴졌다. 나 혼자만 느꼈다면 단순히 착각이었겠지만... 지금 내 주변에 있던 티에르나 시란또한 비슷한 느낌을 느꼈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이건... 커다란 마력의 파동이야. 너무 커서 약하지만 물리력까지 담겨있어.”

그때 공터 한쪽에서 크로와상을 우물거리던 키르비르가 심각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력의 파동?”

“이 정도면 차원의 벽이 무너질 정도인데? 거기다 파동의 속도와 강도의 변화율을 계산해 볼때 이 충격이 멀리서 일어난 것이 아니야.”

잠시 눈을 감고 주변의 기운을 흐름을 느끼던 키르비르는 천천히 눈을 뜬다. 그리고 그녀는 유적지 한쪽을 바라본다.

“저기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키르비르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듯이 눈짓을 보낸다. 그런 키르비르의 눈신호에 나는 내 훈련을 책임지는 시란을 돌아본다. 그녀도 처음 경험해보는 낯선 경험에 의아해하면서도 호기심이 도는 눈으로 키르비르가 바라보는 곳을 같이 바라본다.

“같이 가자.”

나의 훈련과 신기한 경험을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 둘중에서 고민하던 시란은 뒷끝없이 깔끔하게 신기한 경험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선택한다.

“나... 난 들어가도 돼?”

하지만 티에르는 약간 강도 높은 시란의 훈련에 지쳤는지 어께를 축 늘어뜨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시란에게 허락을 요구한다.

“따라와.”

“흐이우으으으...”

그러나 불행히도 시란은 울음섞인 티에르의 애원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시란의 단호한 한마디에 티에르는 울상을 지으며 뒷걸음질치지만 시란은 그런 티에르의 손목을 낚아채고 걸음을 옮겨가는 키르비르의 뒤를 쫓는다. 나또한 멍청한 탄성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시란에게 끌려가는 티에르의 뒤를 쫓아간다.

========== 작품 후기 ==========

토스토스토 /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힘이됩니다!

abcbbq / 진짜 그런것같네요. 활력이 쪼옥 빠진듯.

실버링나이트 / 하지만 부러우니까 판타지 소설인거죠 ;ㅅ;

유운처럼 / 어... 어쩔 수 없는 할렘이니까요. 엉엉엉..

Ernia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요즘 그렌라간을 다시보는데 재미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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