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편
<-- 클론 -->
키르비르의 설명에 따르면 전이의 탑이란 마계에서 대륙으로 안정적인 대규모 차원이동을 하기 위해 마련된 구조물이라고 한다. 이런 전이의 탑을 기동시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전이의 탑이 기동하기 위해서는 마계원로회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그럴 일은 거의 없기떄문에 전이의 탑이 기동되는 일을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마계의 전이의 탑이 기동하며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이쪽으로 대량으로 차원이동을 개시하고 있었다.
“도데체... 뭘이동시키려는거지?”
나는 큰 구멍이 뚫린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에페리아가 저렇게 요란을 떨어가며 이 대륙으로 이동시킬것. 이 대륙을 황폐화 시킬 무기? 아니면 거대한 병기?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만의 군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작지 않은 이변은 그들의 눈에 띄일게 분명하다.
“아리엘...”
신음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차원간의 조율자라는 아리엘. 그녀는 이 상황을 눈뜨고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번처럼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컸다.
“젠장...”
작게 욕을 내뱉은 나는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거대한 구멍을 멍하니 주시하기보다 황급히 숙소 한 귀퉁에 마련한 독방을 찾아간다.
“아리엘!!”
그녀 홀로 감금된 방문을 열어젖힌다. 그 안에는 아리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의 곁에는 이리엘이 서 있었다. 일단 지금 그녀에게 신경쓸 겨를 이 없었던 나는 아리엘에게 묻는다.
“아리엘. 만약 너라면 지금 이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겠어.”
“나였으면... 이 이상변화로 일어날 모든 불순 인자를 제거를 개시할꺼야.”
“불순 인자 제거? 그럼...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인가?”
내 물음에 아리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뜻을 밝힌다. 이로써 뭐가 이 세계로 떨어져내리든 아리엘과 대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같았다.
“타메르. 아리엘 언니를 풀어줘.”
그때 곁에있던 이리엘은 조심스럽게 나에게 자신의 뜻을 밝힌다. 아리엘을 풀어달라는 그녀의 부탁. 나는 그런 그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리엘이 우리편이 될 가능성은 낮았다. 최악의 경우. 우리를 적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이제 타메르도 아리엘 언니가 필요없잖아. 중요한 이야기는 다 얻었고...”
“하지만 녀석은...”
“너의 편이 되어줄게.”
그 때 꾹 다물어져있떤 아리엘이 입이 벌어진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믿을 수 없는 그녀의 뜻이 담겨있었다.
“우리... 편이 되준다고?”
“정확히 이리엘편. 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지켜줄뿐이야.”
아리엘의 말에 나는 조용히 이리엘을 바라본다. 나 없는 사이에 그녀가 어떻게 아리엘을 구워삶았던 것일까? 이유야 어찌됬든 상관없었다. 아리엘이 우리편으로 된다는 것. 그것은 적지않은 전력이 합류했다는 뜻이다.
돌변한 그녀의 태도에 묘한 의심이 남겨져있긴 하지만... 곁에있는 이리엘은 커다란 보험이 되었다. 이리엘은 자각하지 못하고있지만 아리엘과 이리엘은 모녀사이. 그녀가 가진 최소한의 모성애가 자신의 딸앞에서 험한 짓은 하지 않을 꺼라는 보험이 되었다.
철컥.
나는 어렵지않게 그녀의 손발을 옥죄이고 있는 수갑을 푼다. 그러자 오랜시간동안 매달려있었던 아리엘은 자신의 몸을 세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힘없이 무너져내린다.
“그 몸으로... 우리를 도울 수나 있겠어?”
“충분해.”
내 걱정은 단순한 기우였다. 쓰러져서 몇분은 못일어날 것 같았던 아리엘은 어렵지않게 몸의 균형을 맞추며 손쉽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우...”
그리고 가벼운 심호흡. 동시에 죽어간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특별한 과학기술이야?”
광혈의 저주없이 저렇게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 존재는 처음봤던 나는 아리엘의 상태에 큰 관심을 가진다. 저런 회복력이 과학의 힘으로 가능했다면... 그런 힘과 내 몸의 저주와 합해져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마인드 컨트롤.”
그러나 아리엘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퉁명스럽게 대답해버린다. 마인드 컨트롤이라... 사람의 의지나 근성으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언니는 내가 도와줄테니까... 타메르는 어서.”
“준비가 끝나면 중앙도서관으로 와.”
이리엘은 그런 아리엘을 걱정하며 그녀를 무장시키기 위해 잡아 이끈다. 그런 이리엘과 아리엘을 보내주며 나는 다시금 복도로 나와 하늘을 가득채우는 균열을 올려다본다.
“아직까지는 변화가 없어... 하지만 이제 곧...”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며 나또한 모두가 모여있을 중앙도서관을 향해 걸음을 옮겨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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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엘이 모두에게 빠르게 말을 전해준 덕분에 도서관엔 이리엘과 아리엘을 제외한 모두가 모여있었다.
“세계 종말이려나...”
티에르는 초조한 눈으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낯선현상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녀의 곁에 있는 시란또한 이런 경우는 처음보는지 경직된 얼굴로 걱정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볼뿐이었다.
“차원... 이동인가요? 또 에페리아?”
그녀들과 다르게 에페리아를 상대해봤던 리엔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대답해 줄 뿐이었다.
“리니아?”
조용히 도서관에 한 쪽에서 웅크려앉아있는 리니아를 발견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른다. 그런 내 부름에 화들짝 놀란 리니아는 나를 바라본다.
“오라방...”
그녀도 나름대로 뭔가 준비하는 듯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여러가지로 준비하려했는데... 시간이 부족했어.”
“여러가지 준비? 이 일을 벌어질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응.. 키르비르가 미리 귓뜸해줬거든.”
철컥
리니아가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자 소매아래 숨겨져있던 소형 석궁이 모습을 들어낸다. 좌우로 벌어진 활을 눌러 다시 소매속으로 집어넣는다.
“위험하겠죠? 오라방...”
불안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오는 리니아의 질문에 나는 입을 꾹 다문다. 도데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 있으면 괜찮을꺼야.”
그들을 이 중앙도서관에서 벗어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특히 키르비르. 한쪽에서 도서관을 감쌀 마법진을 만드는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내 부탁에 도서관을 보호할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자피 이 유적지를 지키는 것은 내 일이니까... 모두 필요이상으로 관여할 필요는 없어.”
“모두가 관여되지 않은건 아니잖아?”
키르비르는 자신의 마법진을 유지할 마법석을 도서관 한 가운데에 고정하며 말한다.
“그래서 너에게 도서관을 보호해달라는 거잖아.”
“아니 나 말고... 타이.”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타이를 돌아본다. 그녀는 다부진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매만지고 있었다.
“타이가 왜...?”
“에페리아가 이정도로 대규모 차원이동을 한 이유는... 뭔가 거대하거나 다량의 물건을 이동시키기 위해서야. 지금 에페리아가 가진 거대하거나 다량의 물건... 그것은 복제된 타이들.”
키르비르의 말에 나는 짧은 탄성을 흘린다. 그녀의 말대로 수천명으로 복제된 타이. 저정도의 대규모 차원이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존재는 복제된 클론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리엘에게 걸릴 위험을 무릎 쓸 필요가 있나?”
“저를... 처리하기 위해서 일꺼에요. 그리고 아직 클론들이 불완전하니까 완벽하게 만들어야겠죠.”
타이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하늘에 나있는 거대한 균열을 올려다본다. 그런 균열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온다...”
균열을 통해 커다란 쇠기둥들이 천천히 모습을 들어낸다. 성인 남성의 3배는 될법한 길이와 두께를 가진 기둥들이 균열에서 빠져나와 유적을 향해 낙하해오기 시작한다.
“뭐... 저렇게 많아..”
하나둘씩 모습을 들어내던 기둥의 수는 어느세 수십개, 수백개로 불어나기 시작한다.
쿠웅... 쿵..
쇠기둥이 지상에 추락할때마다 고요한 진동이 유적을 뒤흔든다. 작게 마른침을 삼킨 나는 도서관에 모여있는 모두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서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말한다.
“여기에서 모두를 지켜줘. 곧 돌아올테니까.”
“걱정마. 무리해서 심하게 다치지나 마.”
“저도 가겠습니다.”
키르비르의 배웅을 받은 나는 도서관에서 나오려는 순간. 결의를 다지던 타이는 나를 쫓아온다.
“이건 제가 정리해야할 문제에요. 거절하진 말아주세요.”
“마음대로...”
마지막 도서관에서 떠나기전. 나는 도서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돌아본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여유롭게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일뿐이었다.
도서관에 남아있는 것은 이 세계 최고의 마법사인 키르비르, 믿음직한 검사인 티에르와 시란, 치료에 능한 리엔, 그리고 여러 가지로 손재주가 좋은 리니아까지. 쉽사리 당할 맴버들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떻게든 침입자를 격퇴하는데 전력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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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도서관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나와 타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대한 기둥 두 개가 땅에 처박힌다.
철컥.
땅에 반쯤 박힌 기둥에서 뭔가 작동되는 기계음이 들린다. 곧이어 기둥을 감싸고있던 철판이 벌어지며 그안에 내용물이 들어난다.
“키르비르의 예상이 맞았군.”
철판 사이로 보이는 것은 타이. 그녀와 비슷한 클론들이다. 하지만 텅빈 눈동자와 기계처럼 굳어있는 얼굴이 그들이 타인의 명령을 듣고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직 미완성품들이에요!! 전투에 적응하기전에 죽이면돼요!”
타이는 시범을 보이듯 천천히 문이 열리는 강철 기둥사이로 재빠르게 혈검을 찔러넣는다. 그녀가 찔러넣은 혈검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은 클론의 미간을 그대로 관통한다. 그리고 크게 옆으로 검을 그어버리자 옆에 같이 서있던 다른 클론의 머리가 그대로 두동강이 나버린다.
“젠장할... 기분 더럽군.”
나또한 그녀와 비슷하게 가장 가까이 떨어진 기둥으로 달려든다. 천천히 열리는 기둥의 문틈 사이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타이들이 보인다. 그녀들이 클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머릿속에 되새기며 나는 문틈을 통해 그들의 미간에 혈검을 찔러넣었다.
“아...”
내 검에 미간이 관통당한 클론은 작은 탄성을 흘린다. 그리고 몸을 두어번 부들부들 떨다 이내 축 늘어진다.
“젠장...”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거부감에 나는 짧게 욕을 내뱉는다. 그런 거부감을 털어버리듯 단숨에 혈검을 빼낸 나는 또다른 타이를 향해 검을 휘두를 뿐이다.
========== 작품 후기 ==========
빨간달팽이 / 에... 러브지수는 뭐죠? 새로생긴 시스템인가..?
dgfdgzvc / 엇... 그렇습니까? 빨리 찾아서 수정하겠습니다.
갑작스런 제주도 삼림조사라니..
예고없이 제주도 삼림조사라니...
뜸금없이 제주도를 갔다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