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33화 (233/298)

233편

<-- 클론 -->

도서관 내부에서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타메르와 타이가 외부의 적을 막기위해 밖으로 나간지 얼마되지않아 한 존재가 도서관 내부로 직접적인 차원이동해왔기 떄문이다. 그 사람의 정체는 다름아닌 에페리아.

“뭐야... 나 여기있소 하면서 펼쳐진 이 광범위 실드는... 뭐 덕분에 찾아내기 어렵지는 않았어.”

에페리아의 악랄함을 알고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경계하듯 둘러싼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않는 다는 듯이 가벼운 조소를 머금은채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반가운 얼굴들 많이보이네.”

그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 중 몇몇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운명을 읽는 성자와... 오우. 또다른 세계의 나 자신, 그리고... 너희들은 날 도와줬던 검사아냐? 여기에 완전 눌러살게 됬나보네? 그리고 넌...”

에페리아의 시선이 마지막에 가서 키르비르에게 멈춘다. 그러자 에페리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서린다.

“키르비르~!”

“언니. 잠시 만나보고 싶었어.”

키르비르는 마법진을 유지하는 마법석을 떼어낸다. 이런 광범위한 실드. 이것은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에페리아를 이곳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신호.

“뭐야? 우리 사랑스럽고 뛰어난 제자께서... 스승에게 뭔가 상담할 거라도?”

키르비르를 반기듯 양팔을 활짝 벌린 에페리아가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정같은 것은 없었다. 마치 그녀를 조롱하는 듯한 어투에도 불구하고 키르비르는 무덤덤한 얼굴로 에페리아를 바라보며 묻는다.

“타이의 클론... 만든 이유가 뭐야?”

“헤에... 우리 똑똑한 키르비르씨께서... 거기까지 추리할 수는 없었던것 같네?”

에페리아는 노골적으로 키르비르에게 비아냥거린다. 프라이드가 높은 키르비르라면 그런 그녀의 어투에 발끈할만 했지만 에페리아 앞에서의 키르비르는 마치 순한 양처럼 고개를 숙일뿐이었다.

“아직... 모르겠어.”

“....”

그런 키르비르의 태도에 주변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숨을 삼킨다. 이때까지 타인에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키르비르였다.

“크크큭... 그래? 뭐... 제자님께서 그런식으로 나오니까... 설명은 해줄게.”

에페리아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키르비르가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고있다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흔치않은 우월감을 주기 충분했다. 에페리아는 그런 우월감을 만끽하며 여유롭게 자신의 의도를 순순히 키르비르에게 말해주기 시작한다.

“뭐... 별건아니야. 단순한 보험이지. 이때까지의 기록이나 역사를 바탕으로 연구 조사를 한결과야. 새로운 그릇은 그 힘을 채워 마계를 침공해. 지금까지의 경황상... 타메르가 그럴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

“타메르가... 마계를 침공한다고? 어째서?”

“그 사실을 찾아내는 즐거움은 너에게 넘겨주지.”

키득키득 웃던 에페리아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있는 키르비르를 감상하듯 조용히 바라본다. 여전히 해답이 내려지지 않는지 키르비르의 얼굴은 조금씩 찡그려져나갈뿐이었다. 그런 키르비르를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슬쩍 자신을 포위한 사람들을 돌아본다.

“뭐야... 왜이렇게 살기등등해? 오늘은 싸우러온게아니야.”

“그러면... 지금 이 유적지에 떨어지는 기둥들은 뭐죠?”

다른 사람들을 대표해서 리엔이 용기를 내어 에페리아에게 묻는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대답한다.

“아 그거? 너희들과는 상관없으니까 여기에 조용히 있으면 피해볼것 없어.”

리엔의 말에 에페리아는 간결하게 대답을 해버린다. 그런 그녀의 대답이 맘에 들지않는듯 리엔은 인상을 찡그려버린다.

“그만... 해주면안될까?”

“....뭐?”

가만히 고민하던 키르비르는 에페리아를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요청한다. 그런 키르비르의 요청에 에페리아는 그녀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내가 막을테니까... 타메르가 마계로 가지 않게...”

“푸하하하하핫!! 내가 널 믿으라고? 오라방도 안 믿는 내가?”

키르비르의 요청에 크게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몇 초동안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린 에페리아는 흩으러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한다.

“난 아무도 안믿어. 세상 모든사람들이 망하는 이유가 뭔지알아?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기 떄문이야. 난 그래서 아무도 안믿어.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내가 스스로 행해.”

“그럼 타이를 죽이는것은...”

“응. 죽일꺼야. 그리고 녀석의 경험, 피, 살점하나까지 클론들에게 흡수시킬꺼야. 그래야지 클론들이 완벽해지거든.”

일말의 주저없이 튀어나온 에페리아의 대답에 키르비르는 입을 꾹 다문다. 아무리 그녀가 말을 해도 에페리아는 자신의 뜻을 바꿀 기미조차보이지 않았다.

“알았어...”

결국 키르비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에페리아의 뜻에 굴복해버린다. 그런 키르비르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럼 난이만. 망할 아리엘이 또 쫓아올거같거든.”

이곳으로 차원이동한 이상 아리엘또한 에페리아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괜히 피곤한 싸움을 피하려면 아리엘이 그녀를 쫓아오기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에페리아는 또다시 차원이동을 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카앙..

“응?”

그런 그녀의 발밑에 처음본 낯선 원통형 쇳덩어리가 굴러온다. 자신의 발목을 가볍게 부딛힌 쇳덩이의 존재에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에페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파앙!!

동시에 자그마한 쇳덩어리는 껍질이 벌어지며 푸른빛이 가득한 자신의 코어를 개방한다. 그러자 코어에 가득한 푸른빛이 강한 스파크와 함꼐 사라지며 도서관은 지독할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감돈다.

“이... 이건...”

에페리아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 당황하는 것은 에페리아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포위하던 리엔도 자신의 손을 감싸고있던 건틀렛이 사라져있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었다.

“인공아공간 구축장치.”

고요한 도서관에서 낮은 목소리고 천천히 울려퍼진다. 이 공간속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전부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 목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본다. 그곳에서는 도서관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아리엘이 있었다.

“이질적인 힘은 모두 사용불가. 마법, 신성력, 요력 모두 사용할 수 없어. 쓸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과 오직 기계적인 장치로 작동되는 무기들.”

그녀는 보란듯이 자신의 권총을 꺼내 에페리아를 겨눈다.

“너... 너가 어떻게 이렇게 일찍... 아무런 기척없이 올 수 있는거야...”

에페리아의 물음에 아리엘의 대답은 간결했다.

타앙!!

“아악!!”

아리엘이 방아쇠를 당기자 기겁한 에페리아는 몸을 비튼다. 그러자 그녀의 심장을 관통해야할 총탄이 그녀의 어께를 헤집는다.

“난 적과 대화를 나누는 취미는 없어.”

“뭐... 뭐야 이거... 뭐냐고...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는데...”

타앙!!

“히익!!”

다시한번 총성이 울려퍼진다. 하지만 이번 총탄은 에페리아를 맞추지 못한다. 아리엘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에페리아가 꼴사납게 옆으로 온몸을 던졌기 떄문이다. 하지만 아리엘은 무덤덤한 얼굴로 총구를 바닥에 쓰러져있는 에페리아를 향해 옮긴다.

“야.. 야야.. 자.. 잠깐만... 네 인생의 최고의 라이벌을 이대로 보내버릴 생각...”

“신경안써.”

타앙!!

또다시 총격. 동시에 에페리아의 복부에 작은 피보라가 튀어오른다.

“아... 으아.. 아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신음을 흘리는 에페리아는 피가 울컥울컥 베어나오는 자신의 배를 감싼다.

“.....”

모두들 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에페리아의 추한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키르비르를 뛰어넘는 최강의 존재라고 각인되었던 에페리아가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모두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드려야할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죽어.”

마지막 에페리아의 미간을 향해 총구를 겨눈 아리엘은 그녀의 죽음을 선고하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그때 멀뚱멀뚱 서있는 사람들중 움직이는 한명이 있었다.

“언니!!”

바로 키르비르. 갑작스럽게 아리엘에게 달려든 키르비르는 그녀에게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아리엘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키르비르의 주먹을 막아낸다. 하지만 그 순간 키르비르는 품에 숨겨둔 물건을 꺼낸다.

“그건...?!”

아리엘이 아공간 구축장치가 작동하기 전. 키르비르또한 하나의 작은 아공간을 만들

어 하나의 물건을 봉인했다. 그것은 바로 마법진을 유지하던 마법석. 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봉인을 단순한 힘으로 부수기는 불가능했다.

파캉!

그 순간 키르비르의 손이 붉은 문양이 떠오른다. 광혈의 저주. 키르비르는 자신의 몸에 숨겨진 광혈의 저주를 끌어올려버린다. 폭발적으로 강해진 악력으로 마법석을 보호하고 있는 봉인을 힘으로 깨버린다.

“버스트!!”

봉인을 깨고 마법석을 손으로 움켜쥔 키르비르는 마법석에 남아있는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발현한다. 마법석에 담겨진 마력이 키르비르의 의지에 반응하여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콰아앙!!

곧이어 마법석은 내부에서 차오르는 열기를 못이기고 크게 폭팔을 일으킨다. 그런 충격에 아리엘의 몸이 뒤로 튕겨져나간다.

“키... 키르비르...”

“키르비르님!!”

배를 감싸쥔 에페리아는 자신을 구해준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동시에 에페리아를 포위하듯 서있던 동료들또한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어떻게 하실건가요,,,”

콰지직..

하지만 키르비르는 아무런 대답없이 아리엘의 인공아공간 구축장치를 짓밟아 부숴버린다. 인공적으로 구축된 아공간이 사라지자 공허했던 공간에 빠르게 마력이 차오른다.

“리엔. 언니를 치료해줘.”

“하... 하지만 에페리아는...”

“치료해!!”

“읏...”

키르비르의 외침에 주눅들은 리엔은 못마땅한 얼굴로 에페리아에게 다가선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리며 소리를 지른다.

“나에게 다가오지마!!”

“하지만 언니... 지금 치료하지않으면...”

“괜... 찮아!!”

에페리아는 이를 악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시에 복부에서 터져나온 출혈이 더 심해진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자신의 상처를 움켜쥐며 튕겨진 아리엘은 노려본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다시 에페리아를 권총으로 겨눈다.

타앙!!

정확히 에페리아를 겨눈 아리엘은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모든 힘이 돌아온 에페리아는 허공에 팔을 휘두르는 것 하나만으로 비스듬한 실드를 만들어 자신에게 쏘아진 총탄을 옆으로 튕겨낸다.

“빌어먹을... 이 치욕.. 잊지않을꺼야...”

곧이어 에페리아는 품안에 숨겨둔 작은 기기를 꺼낸다. 그 기기에 마력을 흘려넣자 작은 기기에서 뿜어지는 푸른 빛이 자신의 몸을 감싸간다. 그 빛이 환해지며 에페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지자 마치 안개처럼 허공에서 산산히 흩어져버린다.

“......”

키르비르는 그런 에페리아를 그냥 보고만 있을뿐이었다. 주변에 있던 리니아, 리엔등 에페리아에게 당한 경험이있는 사람들은 아무말없이 키르비르를 바라본다.

“됐어. 이걸로 된거야.”

“어째서... 백색마녀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 아리엘은 에페리아를 구해준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묻는다. 하지만 키르비르는 아무런 대답없는 침묵을 지킨채 조용히 방 한가운데에 마련된 마법진 한가운데로 걸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진을 다시 재가동시키려는 순간..

파츠즉..

또다시 공간이동 반응이 일어난다. 일그러지는 공간넘어에서 걸어오는 여성. 그것은 다름아닌 또다른 아리엘이었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이리엘은 매서운 눈으로 도서관을 둘러본다.

“에페리아는 어디에...”

에페리아를 찾으려는 듯 도서관을 둘러보던 검은 망토의 아리엘의 시선이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 아리엘에게 고정된다.

“에페리아는 도망갔어.”

상처입은 아리엘이 대답한다. 그러자 검은 망토를 두른 아리엘은 아무말없이 그런 아리엘을 바라보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낸다.

“부탁할게. 아리엘.”

검은 망토의 아리엘은 상처입은 아리엘을 권총으로 겨누지만 상처입은 아리엘은 그 권총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부탁한다.

“약 하나만 줘. 여기서 끝낼일이 있어. 그거 끝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테니까.”

“......”

조용히 상처입은 아리엘을 바라보던 검은 망토의 아리엘은 허리춤에 둘러맨 벨트를 더듬어 자그마한 약을 하나 꺼내 그녀에게 던진다. 그런 알약을 어렵지 않게 받아낸 아리엘은 씁쓸한 눈으로 그 약을 바라본다.

“나는 나를 믿어.”

“알아... 허튼짓은 안해. 그냥...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지키고 싶은...? 나는 그런 사람 없어.”

망토의 아리엘은 상처입은 아리엘의 말을 이해못한다. 상처입은 아리엘은 망토의 아리엘이 건내준 알약을 입안에 넣어두며 대답한다.

“있어. 하지만 자각하지 못할뿐.”

“...엘. 1등급 명령. 부분적 무기고 이용 허가. 오픈 코드는 A-001.”

망토의 아리엘은 자신의 손목의 단말기를 통해 전투순향함 제어 컴퓨터인 엘에게 지시를 내린다. 아리엘의 지시가 끝나자 상처입은 아리엘의 손목에 채워진 단말기에서 다시 푸른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뭔가 있겠지. 나는 틀리지 않으니까. 믿을게.”

망토의 아리엘은 상처입은 아리엘로부터 등을 돌린다. 그런 그녀의 눈에 마법진 한가운데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키르비르가 고정된다.

“백색마녀... 이 녀석도 여기에...”

“그 녀석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에페리아 추적을 부탁할게.”

아리엘의 입장에서는 키르비르또한 차원의 균형을 흩으러뜨리는 불순분자같은 존재였다. 그런 키르비르를 향해 적의를 품으려하지만 상처입은 아리엘이 그녀를 만류한다. 에페리아를 추적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망토의 아리엘은 손목을 매만져 차원이동장치를 다시 작동시킨다.

파치지직..

그녀 중심으로부터 스파크가 퍼져나간다. 자신의 몸을 휘감아가는 스파크를 느끼며 아리엘은 상처입은 아리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다.

“두번다시 보지 않기를 바랄게.”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리엘의 모습이 일그러진 공간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후우...”

작게 한숨을 내쉰 상처입은 아리엘또한 마법진 한가운데에서 마력을 끌어올리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다 이내 출구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나간다.

========== 작품 후기 ==========

못올린 것에 대한 사죄는 2연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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