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편
<-- 변이 -->
우드득
“키르비르!!”
하지만 그 순간. 무력하게 키르비르의 마력에 옭아매어져있던 괴물의 몸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단순히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을 거라는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아리엘의 가슴 한가운데가 갈라지며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난다.
푸슉!!
가슴의 근육을 잔뜩 수축시킨 괴물은 가슴 한가운데에 돋아난 뼈가시를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키르비르를 향해 쏘아낸다.
정확히 키르비르의 미간을 노리고 있는 뼈가시. 괴물은 단 일격에 키르비르를 제거할 요량이었다. 신체의 회복을 포기하면서까지 키르비르를 제거해야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는 아리엘의 계산이 분명했다.
“칫...!!”
마력을 모으고 있는 키르비르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이는 순간 애써 모은 마력이 흩으러질 것이 분명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것이 분명한 상황 속에서 키르비르는 멍청하게 마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빌어먹을!!”
키르비르를 지키기 위해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치명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저 괴물을 없에겠다는 키르비르의 의지였지만... 나는 몸을 던져 그런 그녀의 몸을 힘껏 끌어안아버린다.
“뭐... 뭐하는거야!!”
그러자 집중이 흩으러진 키르비르의 마력이 흩으러진다. 동시에 이능력 제어장에 의해 흩으러진 마력은 순식간에 허공에서 분해되어버린다.
푸욱!
“크윽!! 젠장!!”
날카로운 뼈가시가 내 옆구리에 깊숙이 박힌다. 키르비르가 다치지 않게 품안에 깊숙이 끌어안은채 바닥을 구른 나는 작게 신음을 흘린다.
“왜 방해한거야!!”
그런 내 품안에서 잔뜩 화가난 키르비르의 외침이 들려온다.
“그렇게 위험한 방법 없이도... 저 녀석을 제거할 수 있어.”
“확신은 있는거야?! 이리엘이 또다시 제어장을 풀어줄리는 없다고!!”
“젠장!! 어떻게든 되겠지!! 저 놈도 광혈의 저주고 나도 광혈의 저주야. 최소한 밀리지는 않는다고!!”
키르비르와 짧은 말다툼을 소리를 버럭지르는 것으로 끝낸 나는 옆구리에 박힌 뼈가시를 움켜쥐며 괴물을 노려본다.
“키키키...”
간신히 키르비르의 속박에서 벗어난 괴물은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있는 이리엘을 향해 다가온다. 다리에 큰 상처를 입은 이리엘은 괴물이 된 아리엘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언니... 정신차려 언니. 제발...!”
그녀는 끝까지 덧없는 희망을 가진채 아리엘이 재정신을 차리기를 애원한다. 하지만 그런 이리엘을 내려보며 괴물로 변한 아리엘은 날카로운 손톱을 꺼낸다.
“젠장... 쉴 틈이 없어. 이리엘... 크윽!!”
어떻게든 괴물을 막아내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혈검을 뽑아내며 괴물을 향해 달려들려한다. 하지만 그 순간 옆구리에 깊게 박힌 뼈가시가 내 행동을 방해한다.
“키이이!!”
그 순간. 괴물은 자신에게 다가온 이리엘을 향해 손톱을 휘두른다.
“흐.. 앗!!”
아무리 아리엘이라고 해도 이리엘은 본능적인 방어행동인지 자신의 손에 움켜쥐고 있던 리볼버를 들어올려 괴물의 손톱을 막아낸다.
카앙!!
괴물의 손톱과 리볼버가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음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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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방패로 쓰다니... 위험하다고해도 너무한데?”
어두운 공간 내에 켈레브라. 그는 씁쓸한 목소리로 투덜거린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널 사랑하는 나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구~”
그런 켈레브라의 목에 매달려있는 이리엘. 정확히 과거의 이리엘은 가볍게 켈레브라의 귀를 오물오물 씹으며 조용히 속삭인다.
“아... 기다려. 지금은 애무해줄 시간은 아니잖아.”
“에이... 장소와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 이건 좀 위험한 상황같은데?”
그런 이리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켈레브라는 자신의 목에 매달려있는 이리엘을 내려둔다.
“으응... 그러고보니 그렇네. 조금 낯선 이질감이 들어.”
하지만 이리엘은 교묘하게 몸을 비틀어 켈레브라의 양팔에 안긴채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다.
“아 쫌... 자신의 발로 설 수는 없는거야?”
“이렇게 멋진 남자를 곁에 두고 걸어다닌다는 건 쓸모없는 에너지 소비잖아?”
“하아... 진짜. 그래도 진짜 위험한 상황이 되면 반응할 수가 없...”
타앙!!
그 순간. 어둠속에서 붉은 촉수가 조용히 기어나온다. 그러자 켈레브라의 품안에 안겨있던 이리엘은 능숙하게 켈레브라의 허리춤에 있는 리볼버를 뽑아들어 그런 촉수를 정확히 명중시켜 짓뭉개버려버린다.
“내가 반응해주면 되지!”
그녀는 총구에서 피어나오는 연기를 입으로 후하고 불어내며 미소짓는다.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며 켈레브라는 못말린다는 듯이 쓴웃음을 짓는다.
“여튼. 목마로 만족해줘.”
“알았어 알았어. 그럼 그걸로 타협할게.”
“그나저나... 여기는대체 어디냐...”
대충 이리엘과 타협한 켈레브라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 그러니까 리볼버인 켈레브라와 괴물로 변한 아리엘의 손톱이 충돌했을때 마치 무언가에 휘말리듯 낯선 공간으로 내동댕이쳐진 켈레브라와 이리엘이었다.
“으음... 뭔가 낯익은 느낌이 나는데... 동시에 이질적인 느낌도 들어.”
“그게 무슨 모호한 대답이야.”
이리엘은 자신이 심심하다는 것을 대변하듯 켈레브라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매만지고 꼬으며 대답한다.
“하여튼 방금전 그 괴상한 생물조직도 그렇고... 긴장을 풀지마.”
켈레브라는 이리엘에게 경고를 해주지만 이리엘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하트모양으로 묶어버린 켈레브라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톡톡 건들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스륵...
그때 어두운 공간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철컥!
동시에 켈레브라는 허벅지에 매어진 홀스터에서 한자루의 리볼버를 꺼내들어 소음이 들린곳을 겨눈다. 장난치고 있던 이리엘또한 진지한 얼굴로 소음이 난 곳을 노려보며 방금전 켈레브라의 홀스터에서 빼낸 또다른 리볼버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어두운 공간 너머를 정조준한다.
“뭔가 있어.”
“응. 그리고 한두마리가 아니야.”
스륵..
정면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마치 켈레브라와 이리엘을 농락하듯 사방에서 조금씩 울려퍼져온다.
“도데체 뭐지?”
“몰라. 하지만 의식의 공간속에 나온 이생물은...”
“바이러스 비슷한건가?”
이리엘과 켈레브라는 인상을 찡그린채 지금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 추리한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봐도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서있기만 할꺼야?”
켈레브라 목위에 목마를 타고있는 이리엘은 어둠속에서 나오지 않는 적을 경계하며 불평을 한다.
“하지만 적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할지 아무것도 몰라. 모든게 불확실하다고.”
“그렇다고 이대로 있어봤자 우리에게 득될 것은 하나도 없잖아?”
이리엘의 말에 켈레브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는 그저 영혼덩어리야. 가슴이나 머리가 뚫려도 의지와 자아만 있으면 사라지지 않는다고.”
“그렇긴 하지만... 가슴이나 머리가 뚫리는 경험은 그다지 하고싶지는 않는데...”
“하여튼 전진!!”
팡!
보다못한 이리엘이 켈레브라의 등짝을 시원하게 후려친다. 그러자 찌릿한 통증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던 켈레브라는 이리엘의 요구대로 조심스럽게 어두운 공간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다.
“조심해... 당황하지말고.. 차분히... 적이 나오면 가까이있는 것부터 노려...”
“시끄러!! 조잘댈 시간에 집중이나 해!”
낯선 적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때문인지 켈레브라는 쉬지않고 중얼거린다. 그런 그의 중얼거림에 짜증이 팍 치민 이리엘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한마디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버린다. 그러자 켈레브라는 입을 꾹 다문채로 이리엘의 말대로 어둠속에서 뛰처나올 적을 경계한다.
“자... 들어선다...”
켈레브라는 조심스럽게 어두운 공간으로 한걸음을 내딛는다.
화악!!
그러자 마치 커다란 조명을 키는 것처럼 어두운 공간이 붉은 빛으로 가득채워진다.
“뭐야 이건...”
눈앞을 가득채우는 붉은 빛에 켈레브라는 당혹스러운 신음을 흘린다.
“여긴 다른 사람의 의식속?”
갑작스런 상황변화 속에서도 이리엘은 당황하지않고 차분하게 주변을 살피며 최대한 빠르게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그녀가 낸 결론은 단 하나.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그녀와 켈레브라는 타인의 의식속으로 빨려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여긴...”
하지만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마치 피웅덩이에 빠진 것처럼 진득한 붉은 빛이 가득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뭔가 불안정하게 뒤틀린 곳. 보기만해도 왠지모를 불안감과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언니!!”
그런 공간 한 가운데에서 이리엘의 눈에 익은 한 존재가 보였다. 검은 망토를 두른 한 여성. 한손에는 기다란 검은 장검을, 다른 한손에는 그녀가 애용하는 검은 리볼버를 움켜쥔채. 아리엘은 뒤틀린 붉은 공간 한 가운데에 서있었다.
“저 녀석이 네 언니야?! 그럼 이 공간은...”
켈레브라는 낮은 신음을 흘린다. 지금 아리엘은 괴물로 변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아리엘의 의식 속이라는 것은 바로 지금 이리엘이 상대하고 있는 괴물의 의식속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언니를 구해야해!!”
이리엘의 심연속에 갇힌 또다른 의식을 가진 이리엘이라고 해도 아리엘을 향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현실에서 아리엘을 구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의식속에서라도 아리엘을 구해야한다는 다급함에 이리엘은 켈레브라의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알았어 알았어!! 하지만 여긴 괴물의 의식속이야!! 자칫 잘못했다가 우리 둘도...”
“시끄러!! 구해야해!!”
“멍청아!! 이미 늦었어!! 이 의식속의 공간을 봐!! 영혼 끝자락까지 전부 오염됬다고!!”
이번에는 켈레브라또한 쉽사리 물러나지 않는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아무리 영혼체라고 한다해도 이 기이한 공간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왠지 자신이 아닌 또다른 무언가로 변할 것같은 두려움. 가장 순수한 해야할 영혼까지 변이를 일으키는 혼돈의 힘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저기... 언니가 있잖아!! 괴물이 아닌 언니라고!! 구해내 달라고 저기 있잖아...”
“그건... 함정일 수도 있어.”
“언니는 강해... 이런걸로 타락할 언니가 아니라고!! 저게 그 증거야!!”
눈앞에 아리엘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리엘은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린다. 어떻게든 그런 이리엘을 회유하려는 켈레브라였지만 이미 아리엘에게 눈이 먼이리엘을 어떤 말로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나라도 갈꺼야... 이렇게 두고보지만은 않을꺼야!!”
결국 참다못한 이리엘은 켈레브라 위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그 순간. 켈레브라는 자신의 목 위에서 뛰어내린 이리엘의 허리를 낚아채 자신의 등뒤로 던진다.
“뭐... 뭐하는거야!!”
“너도 이리엘의 한 부분이야. 너가 잘못되면 진짜 이리엘에게 면목없지.”
“그럼...”
“내가 갔다올게.”
켈레브라는 짐짓 비장한 얼굴로 붉은 공간 한가운데에 서있는 아리엘을 노려본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느껴지는 공간. 분명 자신에게 해가 올 괴물의 의식속의 공간을 앞에둔 켈레브라는 자신의 리볼버를 매만지며 말을 이어나간다.
“최소한 내가 잘못되도 해를 입을 놈은 없으니까...”
“같이가!!”
그런 켈레브라를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듯이 이리엘은 그에게 다가서려한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손을 내뻗어 다가오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가끔 멋진 남자인 척좀 하게 놔두면 안되냐?”
“지금 장난칠때야?!”
괜한 켈레브라의 허세에 이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런 이리엘의 외침에 피식 웃은 켈레브라는 가볍게 몸을 풀며 거리낌없이 괴물의 심연속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걱정마. 아무일 없을꺼야. 모든게 네 예상대로 될꺼야...”
우지직..
붉은 공간에 한걸음을 내딛자 켈레브라의 이맛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표정변화를 이리엘에게 들키지 않도록 아리엘만을 바라보며 켈레브라는 또다시 한걸음을 옮긴다.
“저기있는 아리엘을 구해내면.. 모든게 정상으로 되겠지. 괴물이 된 아리엘도 돌아올 수 있잖아?”
우득... 우드득...
자신의 영혼이 침식되는 것을 켈레브라는 느낀다. 붉은 공간내로 발을 내딛자마자 가장먼저 붉은 공간과 접촉한 발바닥에서 감각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켈레브라는 괜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눈으로 확인은 안하고 있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붉은 공간을 지배하는 이형의 힘이 자신의 몸안을 잠식해나가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대충 어께에 들쳐매고 이쪽으로 달려오면 되는건가? 뭐... 이런 상황까지 와서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열쇠려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열쇠.”
자신의 불안감을 숨기기 위해 켈레브라는 필요 이상으로 입을 놀리며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아리엘을 바라본다. 그녀와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팔을 내밀면 간신히 닿을 거리까지 도달한 켈레브라는 어떻게든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있는 힘껏 팔을 내민다.
“아... 씨발!!!”
그런 켈레브라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나온다. 아리엘의 몸에 손이 닿는 순간. 손끝에서 느껴지는 기분나쁜 찌릿함. 동시에 그의 손끝을 통해 붉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그의 몸을 잠식해나간다.
“함정!! 이런 젠장!!”
황급히 뒤로 물러서려고 하지만 마치 강력한 접착제라도 바른듯 아리엘의 몸에 닿은 손이 뗴어지지 않았다.
우득... 우드드득..
동시에 가만히 서있던 아리엘의 머리가 움직인다. 뼈가 으깨지는 섬뜩한 소음과 함께 고개를 돌려 등을 보인채 켈레브라를 바라보는 아리엘. 그런 그녀의 두 동공에는 눈동자 대신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만 가득할 뿐이었다.
“키... 키키키키킷!!”
입술이 좌우로 찢어지며 그녀는 괴물같은 광소를 터트린다. 고막을 터트려버릴 것같은 날카로운 웃음소리에 켈레브라는 인상을 찡그린다. 귀가 찢어질듯한 소음에 켈레브라는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 작품 후기 ==========
판타지니아2 / 그동안 아무말 없이 잠적해서 죄송할뿐입니다...
0세계0 / 요즘 소설들의 분량이 적은것 같더라구요. 제 분량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유운처럼 / 낯익은 아이디가 많이 보이네요. 절 다시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크체리 /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아야죠.
Solar Eclipse / 네. 감사합니다.
dgfdgzvc / 다시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임대가르시아 / 오랫동안 글을 안써서 필력이 떨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재미있으시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