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64화 (264/298)

264편

<-- 변이 -->

“저리 물러서!!”

뻐억!!

옆구리에 박힌 뼈가시를 뽑아내며 이리엘을 죽이려는 괴물에게 달려든다. 녀석이 내 몸에 박은 뼈가시를 되로 괴물의 가슴에 박아넣으며 이리엘을 구해내기 위해 괴물을 옆으로 걷어차버린다.

“간발의 차이였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괴물의 손톱이 이리엘을 두동강을 낼 뻔했다. 내가 필사의 각오로 달려든 것도 있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괴물의 몸이 갑작스럽게 멈췄던 것의 영향이 더 컸었다.

“끄륵... 끄.. 끄이이...”

처음과 달리 괴물의 상태가 이상해진다. 마치 나를 비웃는 듯한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며 녀석의 몸 곳곳이 비이상적으로 부풀어오른다.

“균형이 무너졌어?!”

그런 괴물의 이상의 원인을 가장 먼저 알아낸 것은 다름아닌 키르비르였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

“급격한 변이를 버티지 못한 몸이 붕괴될꺼야.”

그녀의 말대로 괴물의 형태는 점점 불안정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오히려 녀석에게 느껴지는 위험한 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더 지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붕괴가 시작되기전까지는... 가장 위험한 상태가 될꺼야...”

콰아앙!!

키르비르에게 구체적인 상태를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말대신 스스로 자신의 위험함을 증명해보려는 듯이 꿈틀거리는 괴물. 아니. 이제는 그저 붉은 살덩어리는 팔인지 다리인지 구분되지 않는 근육덩이를 내뻗어 함선의 내벽을 휴지처럼 찢어버린다.

-함내 심각한 손상 확인.

“언니...”

이리엘은 애처로운 목소리로 형체가 무너진 살점덩어리를 부른다. 그런 그녀를 보다못한 나는 다짜고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아 그녀를 들어올린다.

“일단 시간만 끌면 된다는 거지?!”

“어자피 저 상태로 변하면 제거조차 못해!!”

콰앙!!

나와 키르비르 사이로 뻗어나온 칼날과도 같은 거대한 손톱이 이 방의 유일한 출구를 막아버린다.

“이런 젠장할... 엘!!”

저 괴물과 상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조금이라도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이 함선 전체를 컨트롤 하는 엘을 호출한다.

“저 괴물을 제압할 만한 기능 없어?!”

-함내 최고 지휘권자인 이리엘님의 지시로 함내 방어시스템은 전부 동결되어있습니다.

“그럼 해제해!!”

-요청 거부. 동결 해제는 최고 지휘권자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지휘권을 가진 사람만이 해제가 가능합니다.

“빌어먹을...”

나지막하게 욕을 내뱉으며 나는 내가 끌어안은 이리엘을 바라본다. 그녀는 아직도 희망이 있을거라는 눈으로 괴생물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콰득 콰드득...

아직까지도 끊임없이 변이를 계속하며 뼈를 다듬어 만든 것처럼 날카로운 가시와 칼날을 몸밖으로 빼내는 괴물. 저런 놈을 앞에두고 이리엘을 회유할 시간은 없었다.

“최악의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네.”

최소한 붕괴가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만했다. 거기다 이리엘이 설치한 이능력 억제장 때문에 키르비르또한 힘을 못쓰는 상황. 무력화된 키르비르와 무능력한 이리엘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가 저 괴물의 이목을 집중시킨채로 시간을 끌어야만한다.

“좀만 버텨 이리엘.”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있는 이리엘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둔채 나는 광혈의 힘에 괴물이 되어버린 살덩어리를 노려본다. 녀석도 내 살기를 느꼈는지 날카로운 뼈조각과 칼날을 나를 향해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급소나 약점같은 건 없겠지?”

단순히 둥글고 커다란 살덩어리였다. 이미 생물의 기준에서 벗어난 형태. 사각이 없는 덩어리 자체가 가장 강력한 무기이었다. 한손에 혈검을 움켜쥔 나는 조심스럽게 덩어리를 향해 한걸음씩 다가선다.

촤악!!

어느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내가 치명적인 사정거리내에 접근했다는 듯이 덩어리에서 솟아나온 뼛조각과 칼날들이 나를 향해 쇄도해온다.

캉! 카앙!

“큭!!”

두어개는 어렵지 않게 튕겨냈다. 하지만 나를 향해 쏟아지는 뼛조각과 칼날은 한두개가 아니었다. 전부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급소인 얼굴과 가슴을 가린다.

푸욱!!

여러개의 뼛조각들이 내 몸에 박혀들어온다. 살갗이 찢어지고 근육이 억지로 헤집어지는 고통을 이를 악물고 그런 참아낸 나는 기괴한 살덩어리를 노려본다.

우득.. 우드득..

“이 놈이...”

단순히 뼛조각과 칼날을 쏘아낸 것이 아니었다. 살덩이와 뼛조각들 사이에 연결된 근육조직으로 내 몸에 박힌 뼛조각을 힘껏 밀어넣어거나 휘저어 내 몸을 꿰뚫어버리려고 한다.

촤악!

하지만 녀석의 뜻대로 되기를 놔두지만은 않는다. 한차례의 공격이 끝나자 나는 혈검을 휘둘러 내 몸에 박힌 뼛조각들과 이어진 근육조직을 전부 베어낸다. 그러자 살덩어리는 베어진 근육조직를 황급히 끌어당겨 자신의 몸안으로 숨긴다.

우득.. 우드득...

그리고 자기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이 새로운 뼛조각과 칼날을 만들어 위협하듯 나를 향해 내보인다.

“젠장... 끝이없다 이거지? 역시 광혈의 저주라는건가... 응?”

몸에 박힌 뼛조각들을 빼내던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작은 탄성을 흘린다.

“광혈의 저주?”

아리엘을 저렇게 괴물로 만들어버린 광혈의 저주. 아리엘은 광혈의 저주를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은 즉 녀석의 몸에 담긴 광혈의 저주가 담긴 피는 제한적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

그것은 아리엘의 몸에 주입된 독이었다.

절대로 해독되지 않고 신체 조직을 빠른속도로 괴사시킨다는 독. 광혈의 저주의 재생력으로 죽은 세포를 되살리고 있지만 그것은 광혈의 저주가 담긴 피가 일정량 이상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저 괴물의 몸에 담긴 광혈의 저주를 빼낼 수 만 있다면... 녀석 스스로의 붕괴를 기다릴 필요없이 녀석의 몸에 스며든 독에 의해 자멸하게 될것이다.

“해답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네.”

녀석을 처리할 방법을 깨달은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다. 그런 내 태도가 맘에 들지않는듯 붉은 살덩어리는 전보다 더 많은 뼈가시들을 만들어내 나를 위협한다. 하지만 급소에 직격되지 않는 이상 저런 가시들은 나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푸슛!

“읏?!”

하지만 살점덩어리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뼈가시들이 나에게 치명적인 타격을줄 수 없다는 것을 단 한번의 공격으로 알아차렸는지 녀석은 마치 총탄처럼 뼈가시를 나에게 쏘아낸다.

카앙!!

내 미간을 향해 직선으로 쏘아지는 하나의 굵은 뼈가시. 나는 그런 가시를 어렵지 않게 혈검으로 쳐낸다.

“다가와 달라는거지?”

아무리 광혈의 저주라고해도 쏘아낸 뼈가시를 재생성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녀석은 발사하는 뼈가시를 시험해보려는 듯이 주의깊게 나에게 한발만 쏘아낼뿐 다른 수십개의 뼈가시는 여전히 나를 위협하듯 날카로운 가시촉을 나에게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원한다면!!”

이대로 가만히 시간만 끌어도 유리해지는 것은 내쪽이었다. 하지만 이리엘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나는 녀석을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무모하게 녀석을 향해 달려든다.

푸슛!

그러자 또다시 굵은 뼈가시를 쏘아내는 살점덩어리. 단순한 견제의 공격을 비웃으며 나는 뼈가시를 옆으로 쳐낸다.

카앙!!

“우왁!!”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쏘아진 굵은 뼈가시에는 강한 힘이 서려있었다. 나를 향해 쏘아진 궤도를 살짝 옆으로 틀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팔을 통해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나는 달려들던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내 검에 튕겨진채 함선 벽면에 깊숙이 박힌 뼈가시. 그런 뼈가시는 꿰뚫어진 강철판을 속에서 천천히 회전을 멈추고 있었다.

“뼈가시를 회전시켰어?”

투사체에 회전력을 더하면 관통력과 힘이 강해진다는 글귀를 어디선가 본것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쏘아진 첫 번째 뼈가시와 다르게 회전력이 더해진 두 번째 뼈가시. 녀석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 사이에 세 번째 뼈가시가 장전된다. 공기의 저항을 줄이려는지 뼈가시는 많이 얇아져있었고 공기저항을 통한 자연스런 회전을 위해 표면에 나선모양의 홈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차르륵...

그리고 나를 위협하던 수십개의 뼈가시들또한 나를 향해 가지런히 정렬된다. 단 하나의 뼈가시도 쳐내기 버거운 상황. 저런 수십개의 뼈가시가 동시에 발사되면 피하거나 막아낼 방도가 없었다.

“젠장...”

나를 향해 겨눠지는 수십개의 뼈가시의 위용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친다. 그런 나를 농락하듯 살점덩어리는 뼈가시를 움켜쥔 근육 조직을 천천히 수축시켜 뼈가시를 발사할 준비를 해나간다.

“타메르!!”

내 위기를 알아차렸는지 뒤에서 키르비르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린다.

“광혈의 힘을 오른쪽 눈에 집중시켜!!”

“뭐?!”

갑작스럽고 이상한 키르비르의 지시에 당황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묻는다.

“닥치고 하라는 대로 해!!”

약간의 욕설이 섞인 그녀의 거친 외침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지시대로 광혈의 저주가 담긴 피를 오른쪽 눈에 집중시킨다. 언제나 검을 변형시키기 위해 광혈의 저주를 다루는 연습을 해와서 키르비르의 지시를 이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내 의도대로 광혈의 저주가 담긴 피고 움직이자 오른쪽 눈에 과도한 피가 모이며 통해 보이는 시야가 붉게 변색된다.

푸슉!!

그와 동시에 살점덩어리의 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며 수십개의 뼈가시가 나를 향해 쏘아진다.

“뭐.. 뭐야...”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내 몸을 꿰뚫을 기세로 쏘아지던 뼈가시가 천천히 느려진다. 마치 온 세상이 슬로우모션이 된것처럼 뼈가시는 허공에서 느긋하게 회전을 하며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크으...”

동시에 오른쪽 눈에서 느껴지는 격통. 마치 뜨거운 인두로 눈을 지지는 듯한 고통에 나는 신음을 삼킨다.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키르비르가 조언해준 행위가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준것 같았다. 이렇게 기회가 온 이상 놓칠 수는 없었다.

카가각!!

느리게 움직이는 뼈가시 사이를 향해 달려든다. 다행히도 세계가 느려졌지만 내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뼈가시가 담고있는 힘은 그대로였다. 뼈가시 회전하는 방향으로 검면으로 부드럽게 밀어내여 살점덩어리를 향한 경로상에 있는 뼈가시들을 조금씩 밀어낸다.

“이걸로...”

내 앞길을 막고 있는 마지막 뼈가시를 옆으로 밀어내며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격해지는 안구의 통증을 참지 못하고 오른쪽 눈에 뭉쳐있는 광혈의 힘을 풀어낸다.

콰드드득!!

그러자 느려졌던 세상이 원래 속도로 되돌아간다. 내가 살짝 살짝 밀어내거나 피해냈던 뼈가시들은 그대로 직선으로 쏘아져 등 뒤의 강철벽을 꿰뚫어버린다.

“잡았다!!”

회심의 공격을 전부 피해내자 살점덩어리는 황급히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한다. 녀석은 나를 밀어내기 위해 몸안에서 날카로운 뼈가시들을 황급히 사출한다. 하지만 황급히 만든만큼 처음의 뼈가시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다.

콰드득!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뼈가시를 무시한채 팔을 뻗어 살점덩어리를 움켜쥔다. 날카로운 뼈가시가 내 얼굴과 온몸에 상처를 내지만 그런 상처따위는 무시한채 나는 내 힘을 끌어올린다.

슈욱!!

살점덩어리를 움켜쥔 내 팔에 붉은 문양이 떠오르며 녀석의 몸에 가득 차 있는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살점덩어리의 몸을 채우고 있는 광혈의 저주가 사라져가자 녀석이 만들던 뼈가시들이 완성되지 못하고 그대로 부숴져내렸다.

“통한다!!”

이어서 시커멓게 썩어가기 시작하는 살점덩어리. 녀석의 몸을 무한히 재생시키고 있던 광혈의 저주의 힘이 약해지자 몸안에 있던 독소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

살점덩어리가 독소의 영향으로 점점 거무튀튀하게 썩어들어가자 등뒤에서 이리엘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이리엘의 비명소리를 외면하며 나는 점점 썩어가는 살점덩어리를 씁쓸한 눈으로 바라본다.

“이걸로....”

스스로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광혈의 저주를 다시 흡수해낸 나는 살점 덩어리를 움켜쥐고 있던 팔을 떼어낸다. 살점덩어리는 마지막 발악인듯 부숴져 내리는 뼈가시를 나를 향해 쏘아보지만 이미 괴사되어가는 조직으로 처음처럼 위협적인 공격을 가할 수는 없었다. 살짝 몸에 박힌 가시들을 털어내며 붕괴되어가는 살점 덩어리를 내려본다.

“아... 아아아..”

동시에 이리엘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린다. 부상으로 인한 통증과 출혈, 그리고 소중한 자신의 혈육이었던 아리엘의 끔찍한 최후에 정신적으로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완전히 분해되어 이제 그냥 검은 가루가 되어버린 아리엘이었던 살점덩어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쓰러진 이리엘에게 다가간다.

“다 끝난거야?”

내 곁으로 걸어온 키르비르는 재가 되어버린 살점덩어리를 흘끗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 키르비르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인다.

========== 작품 후기 ==========

팬T로지 / 엌ㅋㅋ 오늘의 명대사라뇨... 상상도 못했네.

0세계0 / 쓰리섬은 아직 상상도 못했는데...

Solar Eclipse / 쓰리섬이라니...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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