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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69화 (269/298)

26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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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에 영혼을 담은지 이틀째. 시간관념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라고 느낄 수 있는 리니아였다. 켈레브라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 곁에서 나체의 리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도데체... 연결점을 찾을 수가 없어. 분명 어딘가 연결점이 있을텐데...”

아직도 리볼버와 켈레브라 사이의 연결점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그녀였다. 나름 확신과 자신을 가지고 시작한 그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없자 그 자신감은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으으으...”

침대 맡에서 머리를 감싸쥔 리니아는 괴로운 신음을 흘린다. 아리엘은 팔짱을 낀채 멀리서 조용히 그 둘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켈레브라. 당신은 어째서 여기에 영혼이 담기게 된거야? 그 계기가 뭔야?”

조용히 고민하던 리니아는 켈레브라에게 말을 건다. 그러자 침상에 누워있던 켈레브라가 눈을 뜨며 리니아의 질문에 답한다.

“내 사랑하는 녀석들을 구하려고 했지.”

“맞아. 그 대답만 수십번은 들었어. 사랑하는 자를 구하려고 했다면... 감성 쪽에 연결점이 있다는건데... 거긴 흔적도 없단 말이야!! 아무런 실마리도 없어...”

리니아는 침상에 얼굴을 처박는다. 그런 그녀를 무끄럼히 내려보던 켈레브라는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켜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얼마나 이렇게 있어야하는거야?”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때까지...”

켈레브라의 질문에 리니아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런 무기력한 리니아를 바라보던 켈레브라는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은근 슬쩍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뭐야?”

그러자 침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리니아는 고개를 들어 매서운 눈으로 켈레브라를 노려본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뻔뻔하게 싱글 싱글 웃는 얼굴로 그녀의 매서운 눈을 마주보며 그녀의 엉덩이를 매만진다.

“긴장 풀라고. 어거지로 애써봤자 풀리는 일은 없으니까.”

“그거와 내 엉덩이랑 무슨 관계인데?”

“음... 내가 읽은 책은 여성은 엉덩이를 매만져주면 긴장이 풀어진다는데?”

“그건 네 섹스파트너겠지. 난 아니야.”

탁.

리니아는 매정하게 자신의 엉덩이를 매만지는 켈레브라의 손을 쳐낸다. 그런 매서운 손에 켈레브라는 얻어맞은 자신의 손목을 탈탈 털며 쓴웃음을 짓는다.

“난 너에게 나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줬어. 그렇지?”

“뭐... 네 문란한 성생활이나 성적 취향같은 것은 많이 알았지. 전부 관심없고 쓸모없는 것들 뿐이야.”

차가운 리니아의 말에 싱글 싱글 웃던 켈레브라는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두드린다. 그런 켈레브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리니아를 마주 바라보며 켈레브라는 말한다.

“조금 기분좀 환기시킬겸. 너에 대해 알고싶은데?”

“에휴...”

능글맞은 켈레브라의 태도에 한심하다는 듯이 리니아는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스스럼 없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어이어이. 다보인다고~ 안가려?”

바닥에 주저앉은 리니아를 내려보며 켈레브라는 발끝으로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며 그녀를 놀린다. 그런 켈레브라의 발목을 신경질적으로 쳐낸 리니아는 매섭게 눈썹을 세우며 답한다.

“어자피 다 보인거 가릴 필요도 없어. 귀찮기만 하고.”

“오... 의외로 쿨한 녀석일세.”

키득거린 켈레브라는 침상에서 내려와 그녀의 맞은편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리니아의 눈을 마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묻는다.

“너에 대해 이야기해줘.”

“거참. 호기심은 더럽게 많네.”

집요한 켈레브라의 말에 리니아는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찬다. 하지만 켈레브라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리니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난 검은 마녀야.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렸지.”

“아... 검은 마녀. 나도 소문으로 들었지. 꽤나 으스스한 여자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자신이 검은 마녀라고 소개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끝마치려했던 리니아는 무끄럼히 켈레브라를 바라본다.

“그렇게 으스스하진 않았어. 그냥 실험만 하고 연구만 한건데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라.”

“요즘 사람들은 좀 특이한 물건을 보면 호기심보다 두려움을 가지지.”

켈레브라의 맞장구에 리니아는 짧게 손뼉을 치며 답한다. 그의 적당한 화술에 리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와버린다.

“맞아. 그게 문제란 거야. 왜 두려워하는거야? 조금은 궁금해 해봐도 되잖아. 그래서 나와 엄마는 여러 군데를 다녀가본거야.”

“죽음의 동굴이나... 사신의 늪지 같은거?”

“너가 그런걸 어떻게 알아?”

리니아의 질문에 켈레브라는 어께를 으쓱거리며 답한다.

“내 정보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생전엔 꽤 대단한 사람이었어.”

“정말?”

리니아는 상당한 흥미가 생긴듯 켈레브라를 위아래로 살펴본다.

“자. 이야기 계속해봐. 여러군데 다녀가봤는데?”

“아. 글쎄 그 끔찍한 곳에서 살아왔다고 나와 엄마를 매도하는거야. 악마와 계약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마녀라고 불렸지.”

“흐음... 아직 검은은 안붙었네?”

“아. 그거? 사람 눈 피해다니기 위해서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다보니 그렇게 된거야. 하여튼... 정말 단순한 놈들이라니까.”

켈레브라의 적절한 맞장구에 리니아는 자신도 모르게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간다. 안그래도 일이 안풀린 답답함과 짜증을 풀 곳이 없었던 리니아였다. 그런데 자신이 살아온 과거에 공감해주는 켈레브라가 있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거침이 없었다.

“타메르라면... 그 붉은 머리의 근육남?”

그런 리니아의 이야기는 타메르에 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게 되어버렸다.

“응. 하지만 지금의 타메르는 아니야. 과거의 타메르는 좀 더 멋졌는데...”

리니아는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런 리니아를 조용히 내려보던 켈레브라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타메르와 과거의 타메르와 무슨 차이인데?”

“지금의 타메르는 단순히 껍질이야. 과거의 기억을 바탕을 토대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지.”

“껍질이라...”

“응. 껍질. 오라방은 광혈의 저주가 폭주해서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어. 오라방이 괴물이 되기전 광혈의 저주를 대신 감당해 내야할 껍질. 그게 지금의 오라방이야.”

“그런 괴물을 좋아하나봐?”

방금전 타메르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던 리니아를 모습을 발견한 켈레브라는 리니아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리니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볼을 긁적이며 답한다.

“응... 다른 사람은 괴물이라 부르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따듯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어째서?”

“그건 나도 잘 몰라. 아마도... 같이 도망다니는 신세라서 그런거지 않았을까? 광기에 미치기 직전에 엄마가 오라방을 한번 치료해준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친거겠지.”

평소에 쌀쌀맞은 태도와 다르게 타메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사랑을 꿈꾸는 소녀와도 같은 모습의 리니아의 행동에 켈레브라는 작게 미소짓는다.

“참 대단하네. 그런 남자를 쫓아서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해.”

진심어린 켈레브라의 칭찬에 리니아는 머리카락을 베베꼬며 쑥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만약 과거의 타메르를 되찾으면 어떻게 할꺼야?”

“음... 거기까진 아직 계획이 없지만... 어떻게든 같이 다닐꺼야!”

“그 말은... 결혼?”

결혼이라는 말에 리니아의 얼굴이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진다.

“아... 그... 그것도 좋겠지? 오라방이 좋다고 한다면...”

부끄러워하는 리니아의 모습이 귀여운지 환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켈레브라의 웃음소리에 리니아는 더더욱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자. 그럼 지금 내가 널 도와줄 방법은 하나뿐이군.”

멋들어지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켈레브라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리니아에게 자신의 손을 내민다.

“너가 날 도와줘?”

리니아는 의아해 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켈레브라가 내민 손을 붙잡는다. 그러자 가뿐하게 리니아를 자리에서 일으켜세운 켈레브라는 한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뭐... 뭐하는거야!!”

뜬금없이 켈레브라에게 안긴 리니아는 기겁하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켈레브라를 바라본다. 하지만 켈레브라는 허리를 감싼 팔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 그녀의 허벅지안쪽으로 손을 기어들어가게 만든다.

“남자는 말이야. 의외로 능숙한 여자를 좋아하거든? 내가 여러 가지 테크닉을 알려줄 수 있...”

뻐억!!

리니아의 대답은 간결했다. 켈레브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 그녀는 무릎을 들어 그대로 켈레브라의 사타구니를 강타한다.

“지랄하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짧은 한마디를 남기며 무너져 내리는 켈레브라를 뒤로하고 기분나쁘다는 듯 몸을 차갑게 돌릴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임대가르시아 / 매일밤 자기전에 잡는 모기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니 이제 조금만 버티면 되겠네요.

어제는 조아라가 점검중이라서 연재하지 못했습니다. 토요일날 추가 연재를 해야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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