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75화 (275/298)

275편

<-- 반항 -->

“아아... 진짜 짜증나!! 키르비르 녀석은!!”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아?”

리니아는 자신의 키만한 커다란 쇳덩이 앞에서 큼지막한 볼트를 힘껏 조이면서 이리엘에게 불평을 터트린다. 감정적인 리니아와 다르게 이리엘은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맞아! 솔직히 도움은 돼! 기존에 상상도 못했던 이론이나 규칙은 충분히 흥미로워! 하지만 너무 강압적이야... 단순 무식하게 지식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것 같단 말이야.”

“그만큼 효과적이잖아?”

이리엘은 고개를 들어 리니아의 머리위에 떠있는 작은 물컵을 바라보며 말한다. 물컵은 단순히 마력으로 떠있게 만든 게 아니었다. 키르비르에게 배운 요령대로 인위적으로 공간을 왜곡해 물리력이 생기게 만든 판위에 올려진 컵이었다.

짧은 시간내에 공간까지 왜곡할 수 있었던 것은 키르비르의 집요한 교육덕분이었다. 그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었던 리니아는 입을 삐쭉 내민다.

키르비르는 말 그대로 단순 무식하지만 효과적으로 리니아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적은 마력을 가진 리니아를 배려해서 고효율의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 노하우와 함께 에페리아처럼 공간을 제어하는 기술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기분나쁘단 말이야. 마치 나에 대해 엄청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그것들 중에서 리니아가 제일 마음에 안드는 것은 키르비르의 괴물같은 통찰력이었다. 한 두 번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리니아의 성격을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교육수단을 찾아낸다. 내심 키르비르를 적대하는 리니아에게는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가는 키르비르를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혹시 말이야... 키르비르의 약점같은 것 좀 없어?”

볼트가 제대로 조여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어번 탕탕 두드려본 리니아는 이리엘을 돌아보며 묻는다.

“......”

농담 섞인 리니아의 질문에 이리엘은 살짝 눈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런 이리엘의 모습에 리니아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어.”

“에휴...”

하지만 기대이하의 이리엘의 대답에 리니아는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 나름대로 고민하던 이리엘은 반짝이는 눈으로 함선을 한바퀴 돌아본 후 이리엘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혹시말이야... 이 함선에 적용되는 이능력 제어장... 휴대용으로 만들 수 있지? 아리엘이 썼었잖아!”

“개인화기은 대부분 전함 디에스 이레에서 제작 돼. 주요 부품은 만들 수 있지만 가장 섬세한 동력원은 디에그 데그에서 제작할 수가 없어.”

“동력원이라...”

이리엘의 기술력은 아직도 리니아가 전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되어있었다. 하지만 아직 동력부분에서는 무형의 힘을 사용하는 마법의 효율을 따라올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한 리니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마법석을 꺼내보인다.

“이거면 되지 않아?”

순수한 마나를 마법석 안에 담아두고 특정 수식을 새겨넣으면 원하는 전력이나 화력, 증기같은 동력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이리엘의 기술력으로 극복이 힘든 동력문제를 손쉽게 극복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능력 억제장으로 키르비르를 무력화시키기는 힘들어. 실제로 그녀는 아리엘의 이능력 제어장에 저항하고 오히려 이능력 제어장을 파괴했어.”

“물론 정면에서는 힘들겠지. 빈틈은 만들면 그만이야. 엘! 이능력 제어장치의 설계도 좀 구현해줄래?”

품안에서 꺼낸 마법석을 한쪽 탁자위에 올려둔 리니아는 친숙하게 엘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미 이리엘의 허가가 떨어졌는지 엘은 리니아의 지시에 따라 리니아와 이리엘의 눈앞에 입체적으로 분해되어 세세한 부품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이능력 제어장치의 도면이 떠오른다.

“마법석을 넣기 위해서는...”

이미 많은 것을 리니아에게 가르쳤는지 리니아는 혼자서 허공에 떠오른 도면 속의 부속품들을 이리저리 손끝으로 이동시킨다. 이리엘은 아무런 간섭없이 그런 그녀의 행동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복잡하게 여러 부품을 떼어내고 엘에게 요청하여 새로운 부품들을 화면위에 만들어낸 뒤 여러 가지고 조합을 고민해본다. 그렇게 몇 십분 후. 아리엘이 썼던 이능력 제어장치보다는 두 배정도는 크지만 어떻게든 마법석으로 작동이 가능한 이능력 제어장치가 만들어진다.

“어때?”

짧은 시간이었지만 복잡한 계산을 끝낸 리니아는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친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설계를 이리엘에게 보여준다. 이리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리니아가 만들어낸 설계도에 다가가 약간의 수정을 가한다.

“이렇게하면 오발률과 안전성이 조금 좋아질 거야.”

“칫...”

이리엘의 수정이 마음에 안든 듯 리니아는 가볍게 볼을 부풀린다. 그러면서도 이리엘이 수정한 부분을 유심하게 바라보며 그녀의 수정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흐아... 지쳤어. 나 좀 쉬어도 될까?”

“응.”

힘들었다는 것을 과시하듯 몸을 굽히며 크게 한숨을 내쉰 리니아는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이리엘에게 휴식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리엘 본인은 쉴 생각이 없는 듯 리니아의 설계도를 세심하게 살펴보며 허리춤에 차고있던 켈레브라의 리볼버를 그녀에게 건낸다.

“헤헷... 땡큐!”

그러자 리니아는 기대감이 넘치는 듯 살짝 붉어진 얼굴로 이리엘이 건낸 리볼버를 받는다.

“그 녀석과 가까워져봤자 좋을 것 없을 거야.”

“무... 물론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의외로 배울점이 많다고.”

“배울점?”

예상치 못한 이리엘의 경고에 리니아는 자기도 모르게 반박해버린다. 하지만 그런 리니아의 반박을 이해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던져진 이리엘의 질문에 리니아의 말문이 순간 막힌다.

“아... 그 뭐... 사격술이나... 전술?”

리니아는 평소에 그녀 답지 않게 말까지 떠듬거리며 어떻게든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변명이 이리엘의 질문에 확실한 답변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 하여튼! 난 잠깐 쉬었다가 올께!”

결국 리니아는 황급히 대화를 마치고 켈레브라의 리볼버를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은 뒤 후다닥 이리엘의 개인실로 달려가 문을 닫는다.

“......”

그런 리니아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이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직도 허공에 떠있는 물컵을 바라본다. 복잡한 설계 계산을 하면서도 유지된 리니아의 집중력은 아직도 허공에 물컵을 띄워두고 있었다.

툭.

하지만 리니아가 이리엘의 개인실로 들어가고 몇 초 후. 이때까지 허공에 떠있던 물컵을 지지하고 있던 힘이 사라진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물컵을 어렵지 않게 낚아챈 이리엘은 탁자위에 물컵을 올려두며 리니아가 들어간 자신의 방을 조용히 응시할 뿐이었다.

“......”

조용히 감각을 집중하니 함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요한 기계소리 사이로 작은 리니아의 신음소리가 섞여들려온다. 하지만 이리엘은 이 사실을 모르는 척 리니아가 재설계한 이능력 제어장치의 도면을 살펴본다.

========== 작품 후기 ==========

IceOfSone / 다시 한번 본다해도 그때의 기억이나 아이디어를 전부 떠올릴 수가 없어서..

임대가르시아 / 언제나 감사합니다.

0세계0 / 통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쿼드썸은... 윽... 상상이 되지 않는걸요?

어제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새벽에 출근해버렸습니다. 그 덕에 연재할 시간이... 언제나처럼 또 토요일날 추가 연재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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