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편
<-- 반항 -->
“자. 내가 조금 도와줄게. 마력고갈이 뭔지 알면 됐지 계속 고통받을 필요는 없어.”
키르비르가 리니아를 도와주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선다. 그런 키르비르의 움직임에 공기중에 스며든 약가루가 흩어지며 공기가 조금씩 달콤해지기 시작한다. 약가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키르비르는 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코 끝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달달함에 리니아는 마른침을 삼킨다.
“젠장...”
코끝에서만 느껴지던 달달함은 어느새 목안에서 끈적하게 엉겨붙어가기 시작한다. 이미 도망치기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직감한 리니아는 입술을 꽉 깨문다. 그리고는 로브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이능력 억제장치를 꼭 움켜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리니아는 계획을 수정한다. 이미 키르비르와 리니아 둘 다 중독은 피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약의 효과를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키르비르를 제압한다. 키르비르보다 자신이 더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이며 이때까지 자신을 우습게 본 키르비르에게 멋지게 복수할 기회였다. 키르비르의 손이 자신에게 닿아 마력 고갈에서 벗어나는 순간. 리니아는 이능력 억제장치를 작동시킬 준비를 했다.
“히끅!!”
키르비르의 손이 자신의 어께에 닿는 순간. 가벼운 전류가 흐르는 듯한 자극에 리니아는 짧게 몸을 떤다. 다행히 이를 꽉 깨물고 있었던 덕분에 바보같은 비명은 터트리지 않았다.
“뭐... 뭐야?”
단순히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아니었다. 어께로부터 스며들어오는 키르비르의 마력에서 묘한 달콤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마...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똑똑한 리니아는 얼마가지 않아 이 감각에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이 방안에 흩뿌린 약 가루. 아주 소량만 흡입했을 뿐인데 온몸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었다. 몸안에 흘러 들어오는 마력의 움직임에서까지 성적인 자극을 느끼고 있었다.
“흐끄으읏!!”
마력이 고갈된 리니아의 몸 안에 스며들어온 키르비르의 마력은 빠른 속도로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평소에는 몸 안에 충만해지는 마나의 힘에 활력과 상쾌함을 느끼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능숙하고 섬세한 손이 그녀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그녀가 원하는 부위를 완벽하게 자극해주는 쾌감이 그녀의 몸을 꼼꼼이 헤집어버린다.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 가득 고인 군침을 삼킨 리니아는 황급히 허벅지를 힘껏 오무린다.
“위... 위험했어...”
힘껏 오므린 허벅지 사이에서 끈적한 습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마력주입으로 가볍게 가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마력을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던 키르비르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그러나 키르비르는 가볍게 이맛살을 찡그리며 리니아의 어께에 올려둔 손을 떼어낸다. 뭔가 불편해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한 리니아는 긴장된 얼굴로 자신의 로브자락을 움켜쥔다.
“왜 마력이...”
카앙.
의아함이 가득한 키르비르의 중얼거림과 함께 리니아의 로브안에서 쇳덩어리가 하나 떨어진다. 환한 빛을 발하며 작동되고 있는 기계. 그것은 바로 이능력 억제장치였다.
“으앗! 이... 이건!”
방금전 가볍게 가버렸을 때 리니아 본인도 모르게 작동시켜버린 이능력 억제장치였다. 그 장치가 로브안에서 굴러떨어지자 리니아는 당황하며 그 장치를 다시 숨기려한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고 자세를 낮추는 순간.
“흣...!!”
가볍게 자세를 바꿨을 뿐인데 옷감에 스친 허벅지 안쪽에서 찌릿한 감각이 느껴져왔다. 마치 온몸이 성감대가 된 것처럼 그녀의 몸이 받아들이는 감각이 전부다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게 뭔데?”
리니아는 몸을 숙여 장치를 한손에 움켜쥔채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리니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키르비르는 아무런 문제없이 몸을 숙여 리니아가 움켜쥐고 있는 장치를 집어드려한다.
“끄으으으읏!!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리니아는 핏물이 베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감각을 억누른 뒤 장치를 등뒤로 숨기며 몸을 일으킨다.
“이능력 억제장치 같은데... 왜 작동 시킨거야?”
이미 그 장치에 당해본 키르비르는 한눈에 장치의 정체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리니아는 장치를 뒤에 숨긴채 우물쭈물 거리며 키르비르의 눈치를 살폈다. 키르비르는 장치에 대한 호기심만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프로토 타입으로 마... 만든건데... 내가 실수로... 아하하핫...”
어색한 미소를 흘리면서 리니아는 초조하게 허벅지를 비벼나간다. 그녀의 속옷 속에는 막을 수 없는 음란함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었다. 이토록 약의 힘이 강할지는 상상도 못했던 리니아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키르비르의 태도.
“그래? 생각보다 잘 작동하네.”
리니아와 똑같이 약에 노출된 키르비르는 아무런 변화없이 평소와 똑같은 얼굴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자극에 참으려는 모습은커녕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않은 모습이었다.
“으으읏...”
인정하기 싫지만 리니아는 자기의 이성에 한계가 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조금이라도 약이 더 퍼지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욕망의 노예가 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키르비르 앞에서 그런 꼴이 될 수 없었다.
파측...
마지막 남은 이성이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녀는 키르비르도 자신과 다르지 않을거라고 굳게 믿으며 전기충격기와 수갑을 움켜쥐고 그녀를 노려본다.
“이제 충분하잖아. 그거 꺼.”
마력을 운용하지 못하자 불편함을 느낀 키르비르가 다가오는 순간. 리니아는 이능력 억제장치를 한쪽에 던지며 전기충격기를 꺼내들고 키르비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 뭐야?!”
다짜고짜 키르비르의 팔을 낚아챈 리니아는 마력을 운용할 수 없는 평범한 소녀인 키르비르에게 전기충격기를 보여주며 말한다.
“너... 너도 나와 다르지 않을꺼야!!”
“그게 무슨 소리야?!”
리니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키르비르의 외침에 리니아는 전기충격기로 그녀의 치부를 꾹 눌러버린다.
“끄... 흐아아아앗!!”
전기충격기가 닿는 순간. 키르비르는 고통과 희열이 뒤섞인 이상한 비명을 내지른다. 그녀의 비명에 리니아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확신에 가득찬다.
“여... 역시 너도 나와 다르지않아!”
뒤늦게 키르비르가 양팔로 저항하려고 하자 리니아는 전기 충격으로 둔해진 키르비르의 손목을 비틀어 그녀의 나약한 저항을 간단히 제압한다. 그리고 허리춤에 미리 준비한 수갑으로 그녀의 양팔을 등 뒤로 구속시켜버린다.
“이... 이거 풀어!!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긴!! 복수지!”
리니아는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반쯤 맛이 간 눈으로 잠시 전원을 내린 전기충격기를 천천히 키르비르의 음부에 문지른다. 가장 민감한 곳에서 느껴지는 위협적인 감각에 키르비르는 긴장된 얼굴로 리니아를 노려본다.
“그만둬. 후회하기 전에...”
키르비르는 진심이 담긴 엄포를 내린다. 하지만 이미 맛이 간 리니아에게 그런 그녀의 엄포는 단순히 도발로 들릴 뿐이었다.
“후회?”
키르비르의 엄포에 오히려 비웃음을 터트린 리니아는 키르비르의 치부를 위아래로 천천히 문지르던 전기충격기를 꺼내보인다. 희미하긴 하지만 전기 충격기의 첨단 부분에는 약간의 물기가 묻어있었다.
“뭐... 뭐야...”
상황은 리니아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나간다. 그녀또한 자신처럼 약에 발정나서 약간의 자극만 준다면 곧바로 추하게 헐떡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키르비르의 모습은 갑작스런 전기 충격으로 약간 당황한 것 뿐. 아무런 문제도 없어보였다.
“흥!”
리니아가 잠깐 주저하는 사이. 전기 충격에서 벗어난 키르비르는 날렵하게 몸을 뒤집은 뒤 양다리로 멍하니 넋을 잃고 있는 리니아의 목을 감싼다. 그리고 다리의 발목과 무릎관절을 이용해 리니아의 목을 감싼 다리가 손쉽게 풀려지지 않도록 고정시킨다.
“으큭!!”
잠깐 넋을 잃은 순간 순식간에 다리로 자신의 목을 감싸 숨통을 조여오자 당황한 리니아는 전기충격기를 놓쳐버린다. 천천히 숨이 막혀가는 상황 속에서 힘껏 손을 뻗어 전기 충격기를 잡아보려하지만 손끝만 아슬아슬하게 닿을 뿐이었다.
“타메르의 약이야? 유감이네.”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 못하고 괴로워하는 리니아를 바라보며 키르비르는 친절하게 설명을 더해준다.
“바보같이 한번 당한 약에 또 당하지는 않아. 약간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아직 못 참을 정도는 아니거든.”
“제...젠장...”
“포기해. 나와 다르게 넌 정상이 아닐텐데... 지금이라면 내가 도와줄테니까.”
키르비르의 말에 리니아는 숨이 막힌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고개를 작게 끄덕여 자신의 뜻을 밝힌다. 그녀의 대답에 키르비르는 만족했다는 듯이 천천히 그녀의 목을 휘감은 다리를 풀어낸다.
“콜록 콜록!!”
리니아는 키르비르로부터 뒤로 물러서며 그녀에게 졸렸던 목덜미를 매만지며 격하게 기침을 한다. 그 사이 몸을 일으킨 키르비르는 불편하게 자신의 양손을 옭아매고 있는 수갑을 리니아에게 보여주며 풀어달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내가 이 기회를 놓칠 줄 알아?!”
하지만 리니아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소녀가 아니었다. 온몸에 끓어오르는 성욕을 키르비르를 향한 복수심으로 단숨에 억눌러 버린 리니아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전기충격기를 집어든다.
약의 효과로 몸의 감각이 몽롱하기는 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에 비해 키르비르는 양팔이 단단히 구속된 상황. 방금 전처럼 방심만 하지않는다면 마력이 없는 상황에서 무기가 있는 자신이 키르비르에게 질 가능성은 낮았다.
“으아아아!!”
리니아는 기합을 내지르며 키르비르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리니아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평소였으면 금방 눈치챘겠지만 이미 이성이 반쯤 날라간 리니아는 하나의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제압된 상황에서 날렵하게 몸을 뒤집어 오히려 자신을 제압한 키르비르. 그녀는 단순히 마법 뿐만 아니라 체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키르비르는 무모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리니아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고 유일하게 자유로운 자신의 다리를 움직인다.
“미안.”
빠악!
짧게 사과한 키르비르는 다리를 힘껏 차올린다. 그런 그녀의 종아리가 리니아의 사타구니 사이에 정확힌 강타한다.
“흐꺄악!!”
급소를 가격당한 리니아는 기묘한 비명과 함께 허리를 힘껏 튕긴다. 강렬한 충격에 발꿈치까지 바짝 들어올린채 온몸을 경직시키고 있던 리니아는 키르비르가 다리를 회수하자 자신의 사타구니를 감싸쥔채 힘없이 무너진다.
“으... 흐아... 아아...”
그녀의 얼굴이 기묘하게 뒤틀린다. 고통과 쾌락이 뒤섞인 안쓰러운 표정으로 무너져내린 리니아를 내려보던 키르비르는 혀를 쯧쯧 찬다.
“바보같은 녀석.”
========== 작품 후기 ==========
임대가르시아 /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gfdgzvc / 난장판은 언제나 즐겁죠.
abcbbq / 수라장은 언제나 옳죠.
추석동안 지방에 내려갔습니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서 글을 업로드 할 수 없더군요. 길고 즐거운 추석도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다들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