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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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핫?!”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고 있었던 리니아는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킨다. 휘둥그래진 눈으로 자신이 깨어난 방을 둘러보던 리니아는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찝찝한 감각에 인상을 찡그린다.
“뭐야 이 느낌은...”
방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리니아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불속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바지를 벗어본다. 얼마나 의식을 잃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축축한 습기와 얼룩이 베어있는 자신의 속옷이 보였다.
“......”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황급히 이불을 덮은 리니아의 얼굴이 천천히 창백해진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분명 약을 뿌렸었고... 그 다음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키르비르보다 정신력이 강하다고 자부했지만 그런 그녀의 자부심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무너져 내린 순간. 똑같이 약에 중독되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키르비르와 다르게 리니아는 순식간에 성욕에 지배당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더 불안한 것은 성욕에 이성이 지배당한 순간 끊겨버린 의식. 그것도 하필이면 키르비르 앞에서 이성을 잃은 자신의 몸이 어떤 짓을 했을지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으아아아...”
리니아는 견딜 수 없는 자책감과 부끄러움에 이불자락을 움켜쥐고 거기에 얼굴을 파묻는다.
툭.
그 때 이불 위에 올려둔 것 같았던 쪽지가 바닥에 떨어지며 자신의 존재를 들어낸다. 그런 쪽지의 존재에 리니아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채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쪽지를 집어든다.
“이건 설마...”
가슴 속을 천천히 채워져가는 불안감. 지금 그녀에게 쪽지를 남길만한 사람은 다른 누구가 아닌 키르비르였다. 쪽지에 무슨 말이 써있을까? 자신의 추태에 대한 조롱? 아니면 협박. 뭐든 리니아의 신상에 불리하게 적용될 말이 적혀있을 것이 뻔했다.
“......”
리니아는 불안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쳐본다. 하지만 쪽지의 내용을 읽은 리니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진다.
‘오늘 저녁. 식당으로 와.’
“뭐야...”
왜 자신에게 오라고 한 걸까? 온갖 불안한 상상이 리니아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키르비르의 쪽지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지금 리니아에게는 큰 약점이 잡힌 상태. 키르비르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
잠시 쪽지를 바라보며 고민하던 리니아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자신을 불러 무슨 짓을 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대항할 준비를 하는 것이 리니아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키르비르와의 전면전까지 불사할 각오로 리니아는 황급히 이리엘의 함선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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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준비는 전부 완벽해.”
리엔이 만들어줄 저녁을 거절한 리니아는 함선에서 이리엘이 챙겨준 맛없는 휴대 식량으로 허기를 처리하면서까지 다급히 키르비르에게 대항할 물건을 만들고 준비했다. 예상보다 너무 급하게 만든 덕에 그녀가 원하는 만큼 충분한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키르비르가 무슨 공격을 해온다해도 최소한의 대응은 가능했다.
“후우...”
키르비르가 한 약속대로 식당 문앞에 선 리니아는 긴장감이 섞인 심호흡을 한다. 키르비르가 어떻게 나올까. 그녀의 머릿속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가 계산되기 시작한다.
자신이 벌인 추태로 협박을 하여 앞으로 자신의 말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리니아가 그런 키르비르의 명령에 따라줄 마음은 없었지만 나중을 위해 일단 그녀의 협박에 순응하는 척을 할 것이다.
이에 반해 최악의 경우는 자신에게 헛수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키르비르가 다른 사람들 몰래 식당에서 그녀를 처리하려는 일이었다. 그때에 대비해 이리엘에게 도움을 청할 신호기와 시간을 벌어줄 이능력 억제장치까지. 키르비르가 강력하긴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리니아를 죽이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가자.”
마음의 준비를 마친 리니아는 식당의 문을 연다. 천천히 열리는 돌문. 하지만 무언가에 걸린 듯 식당문은 손가락만 간신히 끼워넣을 정도로 작은 틈만큼만 열리고 우뚝 멈춰서버린다.
“뭐야?”
문이 열리다 말자 리니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틈에 손을 넣고 힘껏 옆으로 당겨본다. 하지만 묵직한 돌문이 리니아의 힘으로 열릴 리가 없었다. 한동안 끙끙거리던 리니아는 문이 열리다 멈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틈새사이로 안을 살펴본다.
“어...?”
리니아는 문틈 사이로 보이는 식당의 풍경에 작은 탄성과 함께 몸을 딱딱히 굳힌다. 창문을 통해서 부드러운 노을이 비춰들어오는 식당 안에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왜 하필이면 식당이야?”
“가끔씩은 장소를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남자는 당연히 타메르. 그는 언제나 다 같이 식사를 하는 커다란 식탁위에 태연히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런 타메르의 하복부 위에는 키르비르가 걸터앉아있었다.
“뭐... 뭐하는 거야 저 둘은...”
남들에게 들켰을 때를 걱정하는 걸까. 타메르와 키르비르는 옷을 벗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타메르의 위에 올라탄 키르비르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흔들리는 치맛자락 사이로 붉게 발기된 타메르의 성기가 키르비르와 이어져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응?”
느긋하게 타메르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키르비르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정확하게 살짝 열린 문틈사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리니아를 돌아본다.
“히익?!”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리니아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려한다. 하지만 그녀보다 키르비르의 행동이 더 빨랐다. 타메르가 보지 못하도록 등 뒤로 숨긴 손으로 가볍게 손을 튕기는 키르비르. 그러자 미리 준비해놨다는 듯이 주변의 마력이 리니아의 몸에 휘감기며 그녀의 몸을 단단히 구속한다.
“우으으읏...!!”
당황한 리니아는 자신의 마력을 짜내 키르비르의 마력에 저항해본다. 하지만 그녀와 키르비르의 마력은 천지 차이. 리니아가 전력을 다해도 키르비르의 마력에 저항할 수 없었다.
“흥.”
그런 리니아의 저항을 느낀 키르비르는 가볍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살짝 웃어준다. 그리고 리니아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허리를 움직여나간다.
“흐음... 난 손이 조금 심심한데...”
아무것도 모르는 타메르는 갈 곳없는 자신의 양 손을 키르비르의 눈앞에 흔들어보인다.
“시끄러. 벌이니까 넌 그냥 가만히 있어. 오늘은 내가 원하는대로 즐길 거야.”
“쳇...”
키르비르의 말에 타메르는 가볍게 혀를 찬다. 하지만 키르비르의 말대로 순순히 갈 곳 잃은 자신의 팔을 축 늘어뜨린다. 그러자 키르비르는 지금의 감각을 음미하듯 살며시 눈을 감으며 가볍고 빠른 박자로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움직여나간다.
“오... 오라방...”
키르비르와 타메르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던 리니아였다. 지금 이 모습이 키르비르의 강요로 타메르가 겁탈 당하고 있다고 현실을 왜곡해보고 싶었지만...
“후으으... 평소보다 박자가 빠른데?”
“시끄러... 약기운이 조금 남아있어서 그래... 웃...”
리니아의 기대에 배반하는 것처럼 타메르는 기분좋은 콧소리를 흘리며 지금 이 상황을 즐길 뿐이었다.
“자... 잠깐 치맛자락 좀 대신 들어줘...”
“왜?”
“얼룩지면 곤란하잖아.”
키르비르의 요구에 타메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유로운 자신의 양손으로 키르비르의 치맛자락을 잡고 살짝 들어준다. 그러자 키르비르의 여린 음순이 단단히 물고 있는 타메르의 성기가 보인다.
“우읏... 으... 아흣...”
타메르가 치맛자락을 잡아주자 키르비르는 타미르의 어께를 양손으로 붙잡고 신체를 지지한다. 그리고 서로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확연히 들릴 정도로 격렬히 자신의 허리를 움직여나갔다.
“뭐야 좀 빠르잖아?”
“아흣... 으.. 으읏... 흐읏!!”
혼자서 스퍼트를 올리는 키르비르의 모습에 타메르는 작게 불평한다. 하지만 그런 그의 불평따위 무시하고 허리를 흔들던 키르비르는 짧은 신음과 함께 허리를 부들부들 떨어간다.
“흐아... 아아아...”
그리고 약간의 해방감이 섞인 한숨과 함께 요염하게 허리를 좌우로 움직여 몽롱한 절정의 여운을 만끽한다. 그녀가 허리를 좌우로 비빌때마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음순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타메르의 성기를 적셔가는 모습이 리니아의 눈에 똑똑히 보인다.
“으아아... 왜... 왜 어째서...”
가슴속에서 타메르를 키르비르에게 뺏긴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분노보다도 묘한 두근거림과 망상이 더 강렬하게 그녀의 머릿속을 휘저어가기 시작한다.
“이제 좀 괜찮은거야?”
절정의 여운에 가볍게 숨을 몰아쉬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며 타메르가 묻는다. 하지만 그런 그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뀐 키르비르는 다시 허리를 움직여나가며 말한다.
“안 괜찮은건 너가 더 잘알잖아.”
타메르가 만든 약은 단순한 자위로 해독되는 최음제가 아니었다. 남성과 성교를 맺고 정액이 질내에 스며들어야 간신히 해독되는 최음제. 타메르의 사정없이 키르비르 혼자만의 절정은 오히려 성욕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위험한 행위였다.
실제로 키르비르는 이제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얼굴 전체가 붉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가볍게 떨리는 허리를 더욱 격하게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다르게 타메르는 살짝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입맛을 다신다.
“뭔가 부족한데...”
타메르는 키르비르의 명령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식탁에 누워만 있었다. 비록 키르비르가 스스로 허리를 기분좋게 움직여준다고는 하지만 타메르가 사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을 얻기에 미묘하게 부족한 느낌이었다.
“흐아.. 흐... 흐아아.. 으느으읍!!!”
절정을 겪은지 몇 분밖에 안됬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던 키르비르는 교성이 흘러나오지 않게 입을 꾹 다물고 타메르의 어께를 찢어버릴 기세로 꽉 움켜쥔다. 전신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격한 절정을 느끼는 키르비르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던 리니아는 군침을 삼킨다.
“흐아아...”
간지러워지기 시작하는 사타구니와 심장의 박동이 선명하게 들리는 가슴. 타메르와 뜨거운 정사를 벌이고 있는 키르비르가 부러웠다. 그녀를 향한 증오는 성욕에 파묻혀 흐려진지 오래였다.
“어이... 키르비르?”
감전된 듯 부들부들 몸을 떨던 키르비르는 몽롱한 얼굴로 타메르의 가슴 위로 무너져내린다. 잠시동안 타메르의 가슴에 기대 헐떡대던 키르비르는 아무말없이 타메르의 목덜미를 양팔로 휘감은채 또다시 허리를 움직여나간다.
“키르비르?”
대답없는 그녀의 모습에 뭔가 의아함을 느낀 타메르는 키르비르의 얼굴을 확인해본다. 이미 반쯤 황홀경에 잠긴 키르비르는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측...
“어?”
그 순간. 리니아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키르비르의 마력이 흩어진다. 정사가 끝날 때까지 구속될 줄 알았던 리니아는 너무 일찍 구속이 풀리자 살짝 당황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숨거나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문틈에 매달려 더욱 자세히 타메르와 키르비르의 정사를 주시한다.
“꿀꺽...”
그녀는 난입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문틈을 통해 그들의 정사를 지켜보며 허겁지겁 바지자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안타깝게 간지러웠던 자신의 음순을 격렬히 위아래로 문질러나갔다.
“흐아... 으아아...”
자기 스스로도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듯 당혹감이 가득한 탄성이 리니아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곧이어 문질러지는 음순에서 느껴지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감각에 그녀는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몸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맡겨버린다.
========== 작품 후기 ==========
루블리츠 / 엉엉엉?
개천절은 휴일이지만 우리회사는 쉬지않았습니다. 비참하네요. 학생때는 꾸준히 쉬어줬던 휴일에 출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