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83화 (283/298)

283편

<-- 전면전 -->

“클론의 상태는 어때?”

대륙에 대한 보고서와 관측 결과가 가득 적힌 서류를 읽으며 에페리아는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레오에게 묻는다. 그런 그녀의 질문에 레오는 창문 넘어로 보이는 풍경을 조용히 응시하다 대답한다.

“끝났습니다.”

“흐응?”

레오의 대답에 에페리아는 의외라는 듯이 짧게 콧소리를 내며 서류로부터 눈을 떼고 레오가 바라보눈 창문 넘어의 풍경을 바라본다. 에페리아가 지하에 만들어놓은 실험용의 거대한 돔. 발목이 잠길 정도로 핏물이 고여있는 돔 한가운데에는 타이의 클론이 거친 숨을 내쉬며 서 있었다. 그런 클론의 손에는 단순한 악력으로 잡아뜯겨진 또 다른 클론의 머리가 움켜쥐어져 있었다.

“클론 100명. 자기와 같은 클론 99명을 죽이고 살아남은 마지막 클론입니다.”

“저 정도면 충분히 담금질이 된거겠네. 저 눈동자 좀 봐.”

에페리아는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고 싶었는지 자세를 낮춰서 돔 한가운데에 서있는 클론을 바라본다. 에페리아의 말대로 클론의 눈동자는 극도의 흥분 상태로 동공이 확장된 채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이성이 담긴 1호와 달리 본성만 담긴 2호. 1호가 알아낸 실전의 기억을 이식했고 똑같은 자기 자신 99명을 죽인 광기. 피아를 가리지 않는 완벽한 생물병기의 탄생이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냐니?”

레오의 물음에 에페리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가볍게 기지개를 피며 별것아니라는 듯이 그의 질문에 대답해준다.

“마구마구 양산해야지. 녀석을 붙잡아 복제시켜. 지금의 광기와 잔인함까지 전부 다.”

“하지만 제어하기가 힘들것 같습니다만...”

“제어가 가능한 개량형은 나중에 만들어야지. 지금은 저런 미친 생물병기가 필요할 타이밍이야.”

“그게 무슨...”

레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 자신이 다 읽은 대륙의 보고서가 담긴 서류를 탁자에 내려둔 에페리아는 등을 돌려 출구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출구의 문을 여는 스위치를 누르며. 에페리아는 슬쩍 레오를 돌아보며 답한다.

“선전포고의 순간이지.”

“알겠습니다.”

누굴향한 선전포고란 것일까. 레오는 왠지모를 불안감이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페리아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에페리아 님이라면 뭐든지 해내실 분이니까.”

에페리아에 대한 믿음. 스스로의 중얼거림이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레오는 돔 한가운데에 서있는 타이의 클론을 바라본다.

“캬아아아아!!!”

레오의 시선을 느꼈을까. 클론은 레오가 서 있는 창을 향해서 적의와 살의가 가득힌 순수하고 야만적인 비명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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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리니아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보였다. 개인적인 여가시간을 가질 여유도없이 키르비르나 이리엘의 함선을 들락날락하던 리니아. 그런 리니아는 어느 날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달려와 나를 함선에 초대했다.

“짜잔!”

그리고 리니아가 보여준 것은 인간의 형태를 본따 만든 듯한 커다란 검은색 기계덩어리였다. 육중한 양팔은 그 무식한 두께에 어울리는 두꺼운 피스톤을 중심으로 수십개의 크고작은 유압장치가 달려있었다. 거기다 기계의 관절부위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 것을 보니 마법적인 조치도 되어있는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상반신만 간신히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미완성품이 분명했다.

“이게 뭐냐?”

“마녀 사냥용 인간형 전투병기. 위치 헌터 프로토타입 괄호 열고 미완성품 괄호 닫고."

골리앗이라 칭해진 기계골렘 어께 위에서 자그마한 공구로 뭔가를 계속 조이는 이리엘이 대답해줬다.

“둘이서 만든거야?”

“응! 내 평생 이런 커다란 기계를 만들어본 건 처음이야! 엄청난 공부가 되었어!”

리니아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외친다. 그러자 골렘의 어께위에 타고있던 이리엘은 장갑판을 덮고 고정하는 볼트를 조이며 말을 한마디 덧붙였다.

“리니아의 마법이 병기의 효율을 더 높혀줬어. 나쁘지 않아.”

“근데... 이거 어떻게 움직이는건데?”

나는 그녀들이 만든 걸작품을 찬찬히 둘러보며 묻는다. 거대한 기계 골렘 안에는 누군가가 탑승할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원격에서 마력으로 움직인다고해도 이렇게 무겁고 거대한 골렘을 움직이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마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 언니가.”

내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은 이리엘이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은색 리볼버를 꺼낸다. 분명 리니아가 아리엘의 영혼을 구속시켜둔 리볼버였다.

“우리가 상대할 것은 검은 마녀 에페리아란 말이야. 단순한 마법으로 병기를 조종한다면 마력이 강한 에페리아에게 제어를 뺏길 확률이 높아. 하지만 정신력이 강한 아리엘이라면 에페리아의 수작에도 문제 없을껄?”

리니아는 설명과 함께 자랑스레 골렘의 목 뒤에는 리볼버를 수납할 작은 공간을 보여준다. 이리엘이 그 공간안에 검은 리볼버를 집어넣고 스위치를 누르자 검은 리볼버가 고정된다.

기이잉...

동시에 묘한 울림과 함께 골렘의 눈에 붉은 빛이 들어온다. 증기가 배출되는 가벼운 소음과 함께 골렘의 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유압장치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그그극...

골렘은 붉은 외눈동자를 빛내며 무겁게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몸을 움직여나갔다.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이 스스로도 신기한지 골렘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찬찬히 살펴봤다.

“언니. 어때?”

여전히 골렘의 어께에 타고있는 이리엘은 검은 골렘에게 기분을 묻는다. 그러자 검은 골렘은 고개를 돌려 붉게 빛나는 하나의 눈동자로 이리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다행이야.”

괜찮다는 아리엘의 대답에 이리엘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런 이리엘을 바라보던 나는 슬쩍 내 곁에 있는 리니아를 돌아봤다.

“우아아아...”

그녀는 검은 골렘이 움직이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골렘을 바라본다. 곧이어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외친다.

“지... 진짜 움직여!! 내 설계가 맞았구나! 영혼이 물질에 직접 영향을 주도록 하는 설계는 처음이라서 걱정했는데!!”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같이 검은 골렘에게 다가가 폴짝폴짝 뛰는 리니아. 그런 리니아를 골렘은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그녀의 몸을 들어올려준다. 그러자 리니아의 기쁨에 겨운 비명소리가 더욱 커졌다. 골렘의 팔에 올라탄 리니아는 나를 내려보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친다.

“봐봐! 어때! 역시 내가 최고지 오라방?! 이것만 완성되면 아무런 걱정없어! 에페리아도 별거 아니라고!”

“그래. 대단하다.”

신나하는 리니아를 보며 피식 웃은 나는 순수하게 그녀의 작품을 칭찬한다. 그런 내 칭찬에 리니아는 기쁜마음을 숨길 수 없다는 듯이 즐겁게 웃음을 터트린다.

위이잉!!

그때 리니아의 웃음소리보다 더욱 요란하고 날카로운 경보가 방안을 뒤흔들었다. 골렘과 리니아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던 이리엘도 당황한 얼굴로 요란한 경보가 울리는 곳을 바라본다.

“이게 무슨 소리야?!”

“차원이동이 포착되었어.”

경보가 울리는 화면을 신속하게 훑어본 이리엘이 대답한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그녀는 아직도 상황을 이해못하고 있는 나와 리니아를 돌아본다.

“에페리아야?”

내 질문에 이리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긍정을 표하는 순간 에페리아를 향한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잠시 말꼬리를 흐린 이리엘은 다시한번 화면을 돌아본다. 그리고 미심쩍다는 목소리로 답한다.

“대륙 전체에 펼쳐진 대규모 차원이동이야.”

“대륙... 전체?”

에페리아가 나나 키르비르를 노리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목적과 상반된 대륙 전체로 펼쳐진 대규모 차원이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쿠웅.

그때 움직이는 것은 다름 아닌 검은 골렘. 말을 할 수 없는 골렘안에 있는 아리엘은 다급한 움직임으로 자신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뜻을 보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이리엘은 황급히 골렘의 어께위에 올라타 골렘작동을 위해 삽입한 검은 리볼버를 빼냈다.

위이잉...

그러자 검은 골렘의 눈에서 반짝이던 붉은 빛이 사라지며 검은 골렘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사이 이리엘은 눈을 감고 검은 리볼버에 있는 아리엘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몇 초 후. 눈을 뜬 이리엘은 아리엘이 한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휘둥그레진 얼굴로 말한다.

“차원을 초토화...?”

“그게 무슨 소리야?”

“일반적으로 다른 차원의 개입이 확인되면 개입된 존재를 제거하여 질서를 바로잡는게 원칙. 하지만 이 정도로 과도한 개입이 행해져 차원이 자체적으로 질서와 균형 회복이 불가능해지면...”

“아예 모든 것을 없에버린다는거야?”

“응. 오염된 차원이 또다시 다른 차원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맙소사...”

그것이 진정 에페리아가 의도한 뜻일까? 그녀가 아리엘의 손을 빌어 이 세계를 초토화시킨다해도 얻을 것은 없었다. 어째서 그녀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 먼저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붉은 점을 처리할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 먼저였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다행히도 아직 리니아의 얀데레화는 계획되어있지 않아요. 아마도 후속작에서는...

IceOfSonic / 얀데레가 의외로 호응이 좋네요?!

0세계0 / 지금 타메르는 호문쿨로스이고 진짜 타메르는 키르비르에 의해 봉인되어있지요.

드디어 마지막 소제목이네요. 길고긴 소설이 마무리되어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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