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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하인-286화 (286/298)

286편

<-- 전면전 -->

부숴진 마법사의 탑에 박혀있는 디에그 데그 바로 위에 등장한 차원이동 경보에 나와 이리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함선을 뛰쳐나왔다.

“뭐야 저건...”

그리고 하늘위를 바라보자 하늘이 일그러지며 무언가가 천천히 이곳으로 차원이동해온다. 그것은 불길한 보랏빛을 띄고 있는 커다란 수정덩어리. 마도학으로 만들어 진듯한 여러개의 크고 작은 기계가 수정덩어리에 달라붙어 수정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정에 매달려있는 낯익은 인물이 보였다.

“레오...”

수인족 남성 레오. 에페리아를 호위하고 있는 경호원인 남자였다. 보랏빛 수정에 매달린채 나를 내려다보는 레오는 에페리아의 지시를 기다리는 듯 아무런 행동도 하지않고 조용히 나를 응시할 뿐이었다.

-안녕~ 소풍가기 딱 좋은 날씨네.

그때. 유적을 뒤흔드는 에페리아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퍼진다. 나와 이리엘은 황급히 주변을 둘러봐 에페리아의 위치를 확인해보려 한다. 하지만 교묘하게 유적 전체에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그녀의 위치를 추적하기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날씨가 보기 아니꼬아서... 하늘에서 소나기를 내려줬어. 물론 평범한 소나기가 아닌 강철로 만들어진 소나기지만.

장난끼가 가득담긴 에페리아의 웃음소리가 재수없게 유적에 맴돌았다.

“타메르. 저거 움직여.”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보랏빛 수정은 웅웅거리는 소음과 함께 기분나쁜 파장을 주변으로 흩뿌리기 시작한다. 신체에 특별한 이상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불길한 소음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단도진입적으로 오늘 내가 놀러온 이유를 알려줄게. 이번엔 너희들을 해치거나 괴롭힐 마음은 없어. 너희들이 가만히 있는다면 나와 내 부하들도 너희에게 아무 짓도 안할꺼야.

“이리엘. 함선의 함포를 사용할 수 있지 않아?”

“가능해. 위치가 안좋아서 주포는 사용못하지만... 부포의 사정거리 안이야.”

믿을 수 없는 에페리아의 말을 무시하며 나는 이리엘과 함께 저 거대한 수정을 공격할 방법을 찾는다. 다행히도 유적 상공에 떠있어 디에그 데그의 함포 사정거리 안이라는 이리엘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이 수정은 일종의 영혼 수집장치야. 이제 막 죽은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큰 자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런 자의식을 가진 영혼은 에너지로써 큰 가치가 있지. 난 대륙인들을 전부 죽여 그들의 영혼을 여기에 수집할 생각이야.

“준비 됐어.”

“좋아. 아직 눈치챈것같지 않으니까... 저 수정을 향해서 준비된 함포를 전부 일제사격해.”

함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인 엘과 간단하게 대화를 주고받은 이리엘은 얼마가지않아 함포가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린다. 곧이어 내가 그녀에게 함포사격을 지시하자 이리엘은 발사명령을 엘에게 내린다.

쿠구궁!!

아무리 부포라고 하지만 함선에 설치된 무기는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강력했다. 탑이 크게 뒤흔들릴 정도로 충격과 함께 함포는 상공에 떠있는 수정을 향해 형형색색의 탄환을 쏘아올린다.

콰드득!!

커다란 포탄이 그대로 수정을 꿰뚫으려는 순간. 뭔가 으깨지는 소리와 함께 수정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져 버린다. 일그러진 공간에 진입한 포탄들은 원래의 궤도와는 전혀다른 궤도로 휘어진채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날아갈 뿐이었다.

“빌어먹을 공간왜곡...”

에페리아를 상대하며 수없이 봐왔던 기술이었다. 일그러진 공간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자 수정은 흠집하나 없는 처음 모습 그대로 상공에 고요히 떠있을 뿐이었다.

-반칙은 쓰지 말자구. 난 내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대륙인들의 영혼이 잔뜩 필요하단 말이야. 너희들은 이런 나를 막으려 하겠지. 도전은 환영이야. 반칙을 쓰지 않는 이상 나도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테니까 말이지. 하핫!

명백한 조롱이었다. 나는 이를 바득바득갈며 수정에 매달린 레오를 바라본다. 순수한 우리의 힘으로 수정을 파괴하라는 뜻이었다.

“부숴진 탑 끝까지 올라가면 수정에 닿을 수 있어.”

수정의 높이와 부서진 탑의 위치를 가늠하던 이리엘은 확신이 담긴 말로 말한다. 그런 그녀의 정보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대검을 움켜쥔채 마법사의 탑을 오르려고 한다.

-아 그리고 너희를 응원하겠다는 내 친구가 한명있는데...

또다시 울려퍼지는 에페리아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춘다. 예리한 내 본능이 왠지 모를 불길함이 등골을 섬뜩하게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무리하지마. 에페리아 언니도 이번만큼은 누구도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해.

“키르비르?!”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른 누구가 아닌 키르비르였다.

-들었지? 키르비르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나도 내 부하들에게도 지시할게. 반격은 하되. 절대 죽이지마. 알았지?

“키르비르에게 이 사실을 알리라고 리니아를 보냈는데?!”

“아마도 에페리아가 좀 더 빨랐던 것 같아.”

리니아가 좀더 빨리 도착하여 키르비르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였다면 일이 더 수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실패한 사실에 안타까워할 시간은 없었다.

“로터스!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키르비르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바로 이 유적지에 봉인된 로터스.

-물론이지.

로터스또한 에페리아에게 좋은 감정은 없었는지 내 부탁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해준다.

콰드드득!!

순식간에 유적의 땅이 뒤집히며 굵직한 촉수들이 치솟아오른다. 허공에 떠있는 수정을 그대로 휘감아 으깨버리려는 듯 사방에서 촉수들이 수정을 휘감아 온다.

콰앙!!

하지만 그것을 그냥 보고 있을 에페리아가 아니었다.

-젠장.

허공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들이 정확히 로터스의 촉수를 끊어버린다.

-반칙은 안된다고 했잖아. 너희들의 힘으로 막아봐~

이미 그녀는 유적의 모든 상황을 제어하고 있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는 그녀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나는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저 정체불명의 수정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젠장. 이리엘!”

“응.”

에페리아가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리엘을 이끌고 부숴진 마탑을 향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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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페리아... 대체 무슨 짓을!!”

유적의 상공에서 일어난 비 이상적인 차원이동을 제일 먼저 포착한 것은 다른 누구가 아닌 타이였다. 그녀는 부서진 마법사의 탑 위에 소환된 불길한 수정덩어리를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린다.

“마계에서도 영혼을 제어하는 마법은 금기시 되어있는데... 빌어먹을...”

그녀의 욕설과 함께 보랏빛 수정이 낮은 공명음을 내뿜으며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수정주변으로 새하얀 영체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영체들은 수정에 빨려들어가지 않으려고 괴로운 얼굴로 바둥거린다. 하지만 그런 저항도 잠시뿐. 그 어떤 영체도 수정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나씩 무력하게 수정안으로 빨려들어갈 뿐이었다.

“젠장!!”

괴로워하는 인간의 영혼이 수정안으로 억지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짧게 욕성을 내뱉은 타이는 에페리아의 악행을 막기 위해 마탑을 오르기 위해 중앙탑에 들어설려고 했다.

콰앙!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커다란 강철관이 떨어져내린다.

-아. 그건 선물. 걸작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와 원료를 제공해준 사람에겐 만들어진 작품으로 보답하는게 도리인 것 같아서.

이어진 에페리아의 말에 타이의 얼굴이 구겨진다.

쿠웅!

곧이어 강철의 관의 두껑이 열리며 그안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온다. 타이를 꼭 빼닮은 여성. 타이의 모습과 능력을 본따만든 클론이었다. 천천히 관에서 걸어나온 클론은 고개를 들어 타이를 바라본다.

“......”

붉게 충혈된 클론의 눈동자는 한없이 잔잔했다. 그러나 그녀의 붉은 눈동자 속에는 폭풍전야처럼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광기와 살의가 가득했다. 그런 클론과 눈을 마주친 타이는 한순간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압박감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친다.

“뭐... 뭐야... 대체 뭘 만든거야?!”

그녀를 복제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광기와 살의.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 클론의 모습에 타이는 온몸을 긴장시킨다.

-뭐랄까... 만약에 타이가 가장 궁극적인 모습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이랄까?

“나의... 궁극적인 모습?!”

-싸움에 불필요한 모든 것을 버린 형태지. 양심, 죄책감, 인간성등 필요없는 이성은 깔끔하게 걸러냈어. 그리고 남아있는 난폭한 본성들을 극도로 예리하게 단련시킨 형태지.

“그게...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클론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직감한 타이는 자신의 피를 이용해 손에서 혈검을 만들어낸다. 그러자 클론또한 늘어뜨린 양팔에서 검 끝이 두터운 기형적인 두 자루의 혈검을 만들어냈다.

-생물이 아니야. 병기지. 생물병기같은 어정쩡한건 질색이더라. 그냥 말잘 듣는 병기가 최고지. 안그래?

“빌어먹을.”

타이는 더 이상 에페리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없었다. 에페리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던 클론이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클론은 살짝 자세를 낮추고 폭발적인 가속으로 순식간에 타이와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양손에 하나씩 쥐고있는 혈검으로 타이의 급소를 노려 정확히 베어들어온다.

카앙!

한걸음 뒤로 물러서 약간의 시간을 벌어낸 타이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클론의 검을 신속히 걷어낸다.

“큿?!”

클론의 검을 튕겨낸 타이는 예상보다 묵직한 검격에 짧은 신음을 흘린다. 클론의 검은 검 끝을 마치 추처럼 비 이상적으로 두껍게 만들어져 검의 무게를 배가 시켰다. 덕분에 클론의 혈검은 짧은 검신에 비해 육중한 힘을 실을 수 있었다.

카앙! 캉!

짧은 단검에 힘을 실어 매섭게 휘몰아쳐오는 클론의 공격에 타이는 이런 초근접전에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녀는 있는 힘껏 클론의 검을 크게 튕겨낸 뒤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살짝 도약했다.

쉬익!

하지만 그걸 노렸는지 클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의 검을 그녀를 향해 매섭게 집어던진다.

“웃?!”

어정쩡한 자세로 클론이 던진 검을 막아낼 여유가 없었던 타이는 황급히 몸을 비틀어 클론이 던진 검을 피해냈다.

콰앙!

클론의 검은 그대로 타이의 뒤에 있는 유적의 벽면에 깊게 처박히며 검에 담겨있는 어

마어마한 힘을 보란듯이 증명해준다.

“이건?!”

단순히 집어던진 단검의 파괴력보다 타이의 눈을 잡아 이끄는 것은 벽면에 박힌 단검과 이어진 붉은 끈이었다. 그런 붉은 끈은 단검과 클론을 이어주고 있었다.

“젠장!!”

클론이 단순무식하게 단검을 던진 것이 아니었다. 벽면에 단단히 처박힌 단검과 이어진 끈을 힘껏 잡아당긴 클론은 자신의 도약력과 붉은 끈의 탄성을 이용해 섬광같이 타이와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체중과 완력을 실은 단검으로 정확히 타이의 목을 노린다. 타이는 황급히 검을 들어올려 클론의 검날을 막아서려한다.

콰아앙!!

하지만 클론의 전력을 막아낼 수 없었던 타이는 클론과 같이 한몸이 되어 그대로 유적의 벽에 처박혀버린다.

“크... 아극!!”

벽에 처박힌 타이의 목에 클론의 단검이 반쯤 박혀있었다. 만약 그녀가 검을 들어 클론의 검을 중간에 막지 않았다면 저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목이 베어졌을 것이다.

“.....”

하지만 클론의 검을 막아냈다고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클론은 여전히 고요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타이의 눈을 직시하며 그녀의 목에 박힌 검을 쥐고 있는 팔에 힘을 더한다.

“끄륵... 컥...”

클론의 검이 점점 더 깊숙이 타이의 목에 파고들어온다. 타이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가래가 끓는 듯한 신음을 뱉어내며 클론을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의 의식은 혼미해지기 시작하고 클론의 검을 막고있는 팔에도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타이씨!!”

그런 타이를 구해주는 존재는 다름아닌 티에르. 요란한 굉음에 달려온 티에르는 타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클론을 발견하자마자 요도 시란을 꺼내들고 클론을 공격해왔다.

“...!!”

갑작스런 티에르의 난입에 클론은 황급히 검을 회수하며 티에르의 공격을 피해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후우... 고마워.”

간신히 클론의 손에서 벗어난 타이는 피가 흘러넘치는 자신의 목덜미를 매만진다. 같은 광혈의 저주가 담긴 무기에 의한 상처는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빠르게 회복 할 수 없었다. 일단 타이는 티에르의 보호를 받으며 목에 생긴 깊은 상처를 치료하는 데 자신의 힘을 집중시켜나간다.

“저거 뭐에요?! 클론? 하지만 분위기가 무시무시한데요?”

타이의 곁에 선 티에르는 전에 봤던 클론과 전혀다른 분위기의 클론의 모습에 빠짝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

“살인 병기야. 조심해.”

티에르에게 경고를 하며 타이는 다시한번 클론을 향해 검끝을 겨눈다. 자신을 향해 적의를 내보이는 타이와 티에르를 바라보던 클론의 입꼬리가 가볍게 씰룩거린다. 그리고 클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티에르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너가 마음에 들었나봐.”

“와아... 섬뜩한데요?”

티에르는 식은땀이 가득 흐르는 자신의 손을 바지에 두어번 문지른 뒤 다시금 시란을 양손으로 움켜쥔다.

“하지만 저에게도 나름 비장의 한수가 있다구요.”

티에르는 기대된다는 듯이 입술을 혀로 훑으며 억지로 미소짓는다. 그런 티에르의 미소가 클론을 도발한 듯 클론또한 뒤틀린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Solar Eclipse / 네이의 죽음의 충격으로 성격이 살짝 변한거죠. 그리고 우연이지만... 로터스가 짧게 출현해줬습니다.

예비군이 끝났네요. 내일부터는 다시 이른 아침에 연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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