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편
<-- 전면전 -->
“뒤로 물러서!”
“꺄앗!!”
혼돈종으로 변한 클론이 달려들자 타이는 주저없이 어정쩡하게 서있는 티에르를 뒤로 밀어내며 클론의 앞을 가로막는다. 클론은 아무런 무기도 없이 날카롭게 손톱을 세워 무모하게 공격해오지만 그런 단순한 공격조차도 우습게 볼 수 없었다.
콰직!
“우읏?!”
타이는 클론의 손톱을 가로막기 위해 혈검을 들어올린다. 하지만 그녀가 자랑하던 혈검은 클론의 손에 의해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조각조각 깨져버린다. 황급히 뒤로 물러서 핏물로 다시 변하는 혈검을 팔로 빨아드린 타이는 짧게 신음을 내뱉는다.
“이건...”
단순한 완력이 아니었다. 클론이 내뿜는 지독하게 순수한 혼돈의 힘. 혈검은 혼돈의 힘을 바탕으로 피를 제어해 만든 하나의 기교일 뿐이었다. 아무리 화려하고 섬세한 기교라고 해도 그 근원인 순수함 앞에 힘없이 무너져내린다.
“그렇다면...”
입술을 꽉 깨문 타이는 살짝 자세를 낮추고 클론과 같이 맨손으로 싸우려는 듯이 가볍게 손을 풀어나간다.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콰드드득!!
그녀또한 자신이 가진 혼돈의 힘을 개방한다. 어머니에게 받은 네베르족의 혈통. 아버지에게 받은 혼돈의 힘이 담긴 광혈. 두 가지의 힘이 조화롭게 맞물려 그녀가 가진 혼돈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손톱이 날카롭고 예리하게 세워지고 흘러나오는 기운해 의해 머리카락이 고양이 귀처럼 쫑긋 세워진다. 골격과 근육은 날렵하고 기민한 움직임에 적합하게 그 형태와 위치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타... 타이씨?!”
순수한 회색빛 기운을 내뿜는 클론과 다르게 붉은 빛이 섞인 혼돈의 힘을 내뿜는 타이. 그녀는 어느새 날카롭게 튀어나온 송곳니를 혀로 훑으며 클론을 노려본다.
“내 몸을 복제한 가짜주제에... 이 몸의 전력을 다하면 너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네베르족과 같이 수인족으로 변한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타이는 짜증섞인 외침과 함께 클론을 향해 달려든다. 클론은 신체를 변화시킨 타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여전히 기분나쁜 미소를 지은채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타이를 양 팔을 벌려 맞이해준다.
콰득!!
타이와 클론은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자신의 힘에 대한 믿음 덕분일까. 타이는 클론이 노골적으로 권해오는 힘겨루기를 피하지 않았다.
“으아아아!!!”
팽팽할 것 같았던 힘겨루기는 타이의 짧은 기합과 함께 클론의 팔이 뒤틀리는 것으로 간단하게 끝이난다.
콰직... 뿌드득!!
혼돈의 힘과 공생하는 성격을 가진 네베르족의 힘을 이용해 아버지에게 광혈의 저주로 물려받은 혼돈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타이의 힘을 그녀를 복제한 클론이 이겨낼 수 있으리가 없었다.
타이는 단순한 완력으로 클론의 팔을 비틀어 잡아뜯어내가기 시작한다. 조금씩 찢겨나가는 클론의 팔을 바라보는 타이의 눈에는 자신의 힘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에 묘한 우월감이 떠오른다.
“타이씨! 위험해요!!!”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티에르의 비명소리. 그와 동시에 여전히 비릿한 미소를 짓고있는 클론의 찢겨져 나가고 있는 어께가 꿈틀거린다.
콰직!!
“크앗?!”
꿈틀거린 클론의 어께에서는 기습적으로 날카로운 촉수가 튀어나와 타이의 가슴을 찔러온다. 타이는 믿을 수 없는 반사 신경으로 뒤로 몸을 날리며 자신의 가슴을 노린 클론의 촉수를 피해낸다.
“키히힛!!”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클론은 반쯤 잡아뜯겨져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팔을 마치 채찍처럼 타이를 향해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흥!”
채찍처럼 휘둘러진 클론의 팔이 자신의 몸에 닿기전. 타이는 자신의 발끝이 땅에 닿자 유령처럼 민첩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클론의 등 뒤를 점한다.
“너 같이 복제된 괴물이 따라올 수준이 아니라고!”
단 일격으로 클론의 목을 따내려는 듯이 타이는 손톱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다. 타이가 자신의 수도를 휘두르려는 순간.
우드득!!
클론의 목이 180도로 기형적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등뒤에 있는 타이를 향해 입을 벌린다.
“캬아아앗!!”
끝을 바늘처럼 날카롭게 세운 클론의 혀가 타이의 미간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진다. 혼자서 죽지 않는다는 듯이 무모한 클론의 공격에 타이는 짧게 혀를 차며 클론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목을 베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젠장... 성가시잖아!”
클론에 비해 자신이 가진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이미 생물의 범주에서 벗어난 클론의 움직임 덕분에 치명타를 가할 수가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른 타이는 신중하게 클론을 살펴본다.
“급소를 노리는 공격으로는 무리야. 화력... 한번에 녀석을 날려버릴 화력이 필요해.”
더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클론의 기괴한 움직임이 소용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타이는 좀 더 깊게 심호흡을 하여 자신의 심장 속에 꿈틀거리는 힘을 자극하려한다.
“키힛!”
하지만 그 순간. 시선을 떼지않고 응시하고 있던 클론이 발끝으로 지면을 가볍게 문지르는 순간. 녀석의 모습이 타이의 시선에서 사라져버린다.
“타이씨! 뒤!”
멀리서 타이와 클론을 지켜보고 있던 티에르가 클론의 위치를 제일 먼저 찾아낸다. 방금 전 클론의 공격을 피했던 타이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한 클론은 놀라운 속도로 움직여 타이의 등 뒤를 점한 것이다.
“칫!!”
뒤를 돌아볼 여유따위는 없었다. 등 뒤에서 기분 나쁜 찜찜함이 느껴지자마자 발끝이 지면을 스치는 듯한 경쾌한 움직임으로 앞으로 나서 자신의 뒤를 노리는 클론과 거리를 벌린다.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타이가 뒤로 돌아 클론의 모습을 확인하려했다.
“....어?”
하지만 어떤 곳을 살펴봐도 클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목덜미를 간질이는 기분 나쁜 찜찜함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키히힛!!”
타이의 등 뒤에 있던 클론은 자신의 입을 쩍 벌려 타이를 물어뜯으려한다. 하지만 타이는 황급히 팔을 올려 그런 클론의 이빨을 막는다.
콰직!!
“아으윽!!”
날카로운 타이의 비명소리와 함께 허공에 핏물이 비산한다. 바닥에 진득한 핏물이 흩뿌려지는 것과 동시에 고깃덩어리를 크게 씹어 우적거리는 소리가 유적에 고요히 맴돈다.
“후으... 으읏...”
타이는 고통이 가득한 얼굴로 물어뜯긴 팔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살점이 뜯겨져 나간 그녀의 팔에서는 손으로 감싸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핏물이 가득 새어나오고 있었다.
“젠장...”
광혈의 저주 덕분에 치명상이라고 할지라도 순식간에 재생되는 몸을 가진 타이였다. 하지만 똑같은 광혈의 저주를 가진 클론에게 당한 상처는 신속히 재생이 되지 않고 있었다. 클론또한 타이에게 잡아뜯겨진 자신의 팔을 회복시켜내지 못하고 있었다.
둘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똑같았지만 인간의 범주에 속해있는 타이와 달리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클론이 더욱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클론의 어께는 뼈와 근육이 훤히 보일정도로 잡아 뜯겨져있었지만 한방울의 핏물도 새어나오고 있지 않았다.
“캬하아앗!!”
입안에 타이의 살점을 가득 넣고 우적거리던 클론은 입안에 있는 것들을 삼킨 뒤 만족스러운 듯한 괴성소리를 내뱉는다. 자신을 단순히 맛좋은 먹잇감으로 바라보는 클론을 노려보며 타이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린다.
========== 작품 후기 ==========
Hydroxy / 영혼수집이죠. 자신의 계획에 쓸 힘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이세계의 인간들을 죽여 영혼을 긁어모으는 겁니다.
월요일은 유난히 몸이 무겁네요. 월요병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