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터스의 하인-293화 (293/298)

293편

<-- 전면전 -->

“끄아아아... 끄으으...”

내 의식이 심연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것을 의식한다. 하지만 내 몸을 터트릴 것 같았던 고통은 더욱 선명하게 나를 괴롭혀온다. 양팔에 떠오른 붉은 문양은 그 어느때보다도 섬뜩한 붉은 빛을 내뿜으며 내 몸을 빠르게 침식해온다.

“크하아.. 으... 우욱...”

나는 광혈의 저주가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단순한 껍질이었던 것 뿐이었다. 불안정한 광혈의 저주도 간신히 막아왔던 내가 타메르의 영혼을 완전히 잠식해 완전해진 광혈의 저주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

“으... 으아아..”

붉은 기운에 휩싸인 내 몸이 천천히 사라진다. 타메르의 영혼을 완벽히 삼켜버린 광혈의 저주는 이때까지 자신을 방해해온 나까지 침식을 해오는 것이었다. 마치 재가 바람에 흩날리는 것처럼... 내 손과 다리. 몸의 가장자리에서부터 내 몸은 빠르게 붉은 기운에 잡아먹혀간다.

“이대로 끝인가...”

온통 시뻘건 붉은 세상. 벗어날 곳은 없었고 도망칠 방법도 없었다. 아무런 가망도 없는 현실 속에 나는 너무나도 손쉽게 삶의 희망을 포기해버린다.

딸랑...

그 순간. 붉은 세상 속에서 선명히 울려퍼지는 방울 소리. 그런 방울소리에 퍼뜩 정신차린 나는 소리가 울려퍼진 곳을 바라본다. 붉은 빛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단 한곳. 은색 방울이 선명한 빛을 흩뿌리며 고요히 흔들리고 있었다.

“저건...”

파앙!

방울을 기억하고 있던 내가 방울을 의식하는 순간. 방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방울을 감싸고 있던 은빛기운이 사방으로 터져나가며 방울의 본모습이 들어난다. 그것은 주변의 빛조차 빨아드리는 듯이 광택조차 나지 않은 불길한 검은 방울이었다.

“이건...”

하지만 검게 변한 방울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방울 주변에 휘감고 있는 밝은 빛이 검은 방울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빛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네이?!”

내가 빛의 정체를 말하는 순간.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던 빛의 무리가 한곳에 뭉치며 밝은 빛의 인영을 만들어낸다.

“너가 어떻게...”

눈부시던 빛이 천천히 사그라들며 그리워했던 그녀의 모습이 들어난다. 에페리아가 만든 언데드가 아닌 진짜 네이. 빛으로 자신의 몸을 구현한 네이는 천천히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네이...!!”

꿈에서처럼 나를 떠나려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반쯤 사라진 내 팔을 그녀를 향해 내뻗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께를 으쓱거린 네이는 나를 향해 한발을 크게 성큼 내딛는다.

-타메르...

그리고는 부숴져가는 내 몸을 부드럽게 끌어안아준다.

“네이...”

오랜 만에 느껴보는 그녀의 온기에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행여나 그녀의 몸이 흩어질 것을 걱정하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는다. 하지만 내 걱정과 다르게 그녀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네 곁에 있어...

파앗!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짧은 한마디. 그와 동시에 네이는 예고없이 내 가슴을 힘껏 밀어 나를 밀쳐낸다. 어느샌가 팔이 전부 사라진 나는 멀어지는 그녀를 붙잡지 못한다.

“네이!!”

내 외침에 네이는 걱정말라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미소지어보인다. 나는 그런 그녀의 미소가 뭘 의미하는 지 알 수 없었다.

콰드드득!!

그 순간. 붉은 세상에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검은 방울을 중심으로 붉은 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설마...!!”

빠른 속도로 붉은 세상을 빨아드리기 시작하는 검은 방울. 동시에 사라졌던 내 팔과 다리가 천천히 재생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새하얀 빛을 내뿜던 네이의 몸이 천천히 붉게 변색되기 시작한다.

“그만둬!!!”

순결한 그녀의 영혼이 광혈의 저주에 오염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나는 나에게 멀어지려는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날 믿어줘.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내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 끝으로 아련하게 느껴질 정도로 희미한 온기가 잠시 맴돌았다. 그녀의 예고없는 입맞춤에 나는 붉은 빛으로 변한 그녀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걱정마.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네이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작게 미소를 지은 네이의 몸이 산산히 부숴지며 다시 붉은 빛무리로 바뀐다. 그런 빛무리는 검은 방울을 휘감아 다시 검은 방울을 봉인해나간다.

딸랑...

그리고 과거와 같은 은방울이 아닌 핏물을 머금은 것 같은 붉은 방울이 고요히 방울 소리를 울려퍼뜨린다.

-너에게 듣지못한 그 말을 듣기전까지. 난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그런 방울소리와 함께 네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살며시 내 귓가로 스며들어온다. 아련히 귓가에 맴도는 네이의 목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고 흐려져가는 의식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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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으...”

단순한 꿈이나 환각이 아니었다. 몸 속 장기가 마구잡이로 꼬여있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간신히 의식을 차린 내 손안에는 붉은 방울이 움켜쥐어져 있었다.

“네이...”

방울 속에 갇혀있는 네이의 영혼. 키르비르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걸까?

“오오오... 뭐야 이건...”

그때 가증스러운 에페리아의 목소리가 내 귓속으로 따갑게 흘러들어왔다. 아직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 나는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본다.

“어떻게 광혈의 저주를 진정시킨거지?!”

내가 의식을 잃었던 것은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인 것 같았다. 이제 막 에페리아가 만든 차원의 균열 속으로 걸어들어가려는 키르비르. 그녀는 에페리아의 외침에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타메르...?!”

그녀또한 내가 재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는지 놀람과 기쁨이 섞인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에 살짝 이맛살을 찡그린 에페리아는 그런 키르비르를 밀쳐 억지로 차원의 균열 속으로 넣어버린다.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어.”

에페리아는 보란 듯이 손가락을 튕겨 허공에 거대한 차원 균열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서 에페리아가 원하는 대로 이 세계의 영혼들을 잔뜩 머금은 거대한 수정을 자신의 세계인 마계로 이동시켜나갔다.

“크으으으.. 에페리아!!”

나는 뒤늦게 그녀를 막으려하지만 광혈의 저주가 마구잡이로 날뛰었던 후유증은 손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무릎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은채로 저주스러운 그녀의 이름을 외친다.

“에페리아아아아아!!!”

그때 에페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리니아.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그녀는 증오와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에페리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그녀에게 무모하게 달려든다.

“뭐야. 오줌싸개잖아? 시간이 약간 남았으니까. 좀 놀아줄까?”

레오는 반사적으로 리니아의 앞을 막아서려 하지만 에페리아의 손짓을 보고 자기 자리를 고수한다. 누구의 방해없이 에페리아에게 접근을 성공한 리니아는 품안에서 은색 폭탄을 꺼내든다.

“뭐하는거야 리니아!!!”

평소의 그녀와 달랐다. 에페리아를 상대로 무모할 정도로 달려드는 그녀의 모습이 위험해보였다. 그런 리니아를 바라보며 여전히 재수없는 미소를 짓고있는 에페리아는 천천히 입을 연다.

“안 그래도 널 만날 용무가 새로 생겼거든.”

에페리아또한 무모하게 아무런 방비없이 팔을 들어 리니아의 손에 움켜쥔 폭탄을 마주 잡는다.

키이이잉!!

하지만 리니아의 손에 쥐어진 폭탄은 아무런 폭발없이 푸른 빛을 내뿜을 뿐이었다.

“내가 당황해서 마법을 쓸 줄 알았어? 유감이네.”

“그 정도는 염두해 뒀다고!!”

자신만만한 외침과 함께 리니아가 마력을 끌어올린다. 푸른 빛을 내뿜는 폭탄에 리니아의 마력이 주입되자 폭탄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어쭈?”

그런 리니아의 행동이 의외라는 듯한 에페리아의 짧은 탄성과 함께...

콰아아아앙!!

리니아의 마력이 주입된 폭탄은 리니아의 마나에 반응하여 그 자리에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켜 두 여성의 인영을 그대로 삼켜버린다.

콰과과광!!

하지만 폭발은 한번이 아니었다. 폭탄이 터지는 그 짧은 순간. 리니아는 또다시 몇 개의 폭탄을 던졌는지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난다.

“아크읏...”

곧이어 폭발로 일어난 검은 연기를 뚫고 옷이 군데군데 검게 그슬린 리니아의 몸이 튕겨져나온다. 특히 처음 폭탄을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오른팔은 붉은 살점이 보일정도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헤...헤헷... 어때?”

살짝 불이 붙은 자신의 마녀모자의 챙을 두어번 털어 불꽃을 꺼트린 리니아는 상처입은 자신의 팔을 움켜쥔채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다. 그녀는 에페리아의 치명상을 예상했는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검은 연기가 휘날리는 곳을 바라본다.

“뭐... 꽤나 기특하긴 하네.”

하지만 검은 연기속에서 들려오는 에페리아의 목소리는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 에페리아의 목소리에 리니아의 얼굴빛이 어두워진다.

“휘유...”

곧이어 휘파람을 불며 검은 연기를 헤치고 에페리아가 여유롭게 걸어나온다. 하지만 에페리아 또한 리니아와 같이 폭탄을 움켜쥐었던 왼팔이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리니아에 비하면 그렇게 큰 상처로 보이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폭발의 충격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리니아에 비해 에페리아는 팔을 제외하고 큰 상처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지근거리에서 폭탄을 터트렸는데...”

“이 옷은 기본적으로 방염이나 방한이 잘되어 있거든. 기본 기술력의 차이지.”

에페리아는 보란 듯이 얄밉게 자신의 로브 자락을 살랑 살랑 흔들어보인다. 그녀의 말대로 여기저기 그을린 리니아와 다르게 에페리아의 옷은 약간의 먼지만 묻은 것을 제외하고 화염에 의한 손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내 팔을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서 벌을 주고 싶은데...”

“누구 마음대로...!”

리니아는 아직지지 않았다는 듯이 품안에 손을 넣는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잔잔한 미소를 지은채 손을 튕긴다.

쿠웅!!

“우앗?!”

그러자 가만히 서있던 네이가 그녀의 신호에 반응해 순식간에 리니아에게 접근해 그녀의 팔을 꺽은 뒤 바닥에 머리를 처박아 제압해버린다.

“너... 넌 그때 죽은 고양이 녀석이잖아!! 어떻게... 아윽!!”

네이는 리니아에게 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위협적으로 그녀의 팔을 비튼다.

“지겨워진 네 재롱을 보고있기엔 시간이 많지 않지.”

“리니아!!”

에페리아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리니아에게 다가선다. 위험에 빠진 리니아 만큼은 구해내기 위해 타이와 티에르가 황급히 에페리아를 막아서려했다. 하지만 레오가 그녀들 앞을 가로막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에페리아님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마세요. 지금도 충분히 화가 나셨습니다.”

“우리도 충분히 화가 났다고!!”

내 뜻을 알고 있는지 타이는 티에르와 신호를 주고 받으며 레오를 향해 달려든다.

“비켜요!!”

“웃...!”

티에르는 레오를 향해 과격할 정도로 크게 검을 휘두른다. 그녀의 검은 레오의 몸을 스치지도 못했지만 과격한 기세만큼은 그가 황급히 몸을 뒤로 빼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틈을 노린 타이는 날렵하게 에페리아를 향해 달려든다.

“방해하지마.”

그러자 에페리아 자신을 방해하려는 타이를 귀찮다는 눈으로 노려보며 자신의 팔을 들어올린다.

키이이잉..

“걸렸어!!”

그녀가 타이를 막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그녀의 주변에서 천천히 흩어져가던 검은 연기가 에페리아의 마력에 반응하듯 푸른 빛을 내뿜으며 그녀의 몸에 휘감겨온다.

콰과과광!!!

곧이어 처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에페리아님?!”

레오도 그 폭발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화들짝 놀란 얼굴로 폭발을 바라본다.

“헤헤헷... 이리엘과 같이 개발한 마나 반응형 폭약이라고!! 마나를 중화시켜 마법적인 방어도 못하지!”

한 사람을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한 폭발이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에페리아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리니아의 말대로라면 에페리아를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씨발...”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헛된 기대일 뿐이었다. 폭발의 화염에서 자신의 발로 걸어나온 에페리아는 로브 자락에 묻은 화염을 가볍게 털어낸다.

“빌어먹게 아프네.”

에페리아가 입고 있는 로브는 그 화염폭발 속에서도 그을림 하나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로브에 보호받고 있지 않은 그녀의 팔과 얼굴에는 크고 작은 상처와 화상자국이 새겨져있었다.

폭약으로 인해 불에 탄 상처들은 그녀를 고통스럽게 할 수 있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상처들은 아니었다. 실제로 에페리아는 가볍게 손으로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화상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해버린다.

“그걸로 부족했단 말이야?!”

“유감이네. 그딴 구식 무기로는 조금 힘들 거야.”

“구식?! 나와 이리엘이 개발한 이게 구식이라고?”

“그래. 내 수준에서 보면 한참 구식이지. 단순한 폭발과 열기로 상대를 위협하는거잖아?”

에페리아는 보란 듯이 자신의 로브자락을 흔들어보인다. 저 로브만 아니었다면 방금 전의 폭약으로도 에페리아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브의 놀라운 방염효과와 내구성이 폭약의 위력을 크게 반감시켰던 것이다.

“너와 나의 수준차이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지.”

리니아의 코앞까지 다가온 에페리아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뻗는다.

“젠장. 리니아!! 크읏!!”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에페리아를 막으려고했다. 하지만 마치 녹이 잔뜩 슬어있는 기계처럼 내 몸은 내 의지와 다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나에게 뭘 하려는거야!”

자신의 앞에 서서 손끝으로 리니아의 이마를 짚은 에페리아는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리니아는 에페리아와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돌아보며 눈동자의 떨림을 숨기지 못한다.

“별 것 아니야. 아주 재미있는 걸 하나 찾았거든.”

“헷... 뭘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테면 해봐!”

어자피 에페리아가 키르비르와의 약속 때문에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리니아는 에페리아의 위협에 마지막 자존심과 고집을 짜내는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에페리아는 잔잔한 미소를 지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그게 아마 네가 보여줄 마지막 자존심일 거야.”

리니아의 이마를 짚은 에페리아의 손끝이 푸르게 빛난다. 그런 변화에 리니아는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변화에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참아낼 준비를 한다.

“너의 기억 속에 아주 재미있는 것을 찾아냈거든. 모두에게 숨기고 싶은 네 비밀스러운 기억.”

“뭐.... 뭐?! 어떻게 내 기억을!!”

“너가 오줌 쌀 때.”

에페리아는 자신의 입으로 말한 말이 웃긴지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녀가 실금했었다는 사실을 에페리아가 모두에게 알리자 리니아의 얼굴이 수치심에 붉게 달아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 기억을 모두에게 공개해줄게.”

“아... 안돼!!!”

악마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뱉은 에페리아의 말에 리니아는 비명을 지른다. 그녀는 온몸을 비틀며 거칠게 저항하지만 그녀의 몸을 억누른 네이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 비참함을 마음껏 즐겨.”

그 말을 끝으로 에페리아는 가볍게 손을 튕긴다. 그러자 허공에 순수한 마나로 이뤄진 푸르스름한 창이 만들어진다. 곧이어 그 창에서 흐릿한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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