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편
<-- 에필로그(에페리아) -->
마계로 돌아온 에페리아는 자신의 앞에 고정되어 있는 거대한 수정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대륙에서 죽은 영혼들을 가뜩 머금은 수정. 그런 수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수정 속에 갇혀 고통받는 영혼들의 울부짖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에페리아님 안 좋은 소식입니다.”
수정안에서 울려퍼지는 울부짖음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는 에페리아에게 절뚝거리며 다가온 레오가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하지만 그런 소식을 예상했다는 듯이 에페리아는 가볍게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뭔데?”
“마계인들이 격하게 반기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원로회조차도 전부 그들의 편이구요.”
“흐음... 이 기회를 삼아서 날 몰아내겠다는 심보잖아?”
에페리아는 마치 어린아이가 귀여운 재롱을 부리는 것을 보듯이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런 에페리아와 다르게 레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얼굴로 에페리아를 걱정한다.
“모두가 다 적입니다. 모든 마계인들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합니다.”
“흐음... 모두가 다 적이야? 그럼 너도?”
싱글싱글 웃으며 가시가 박힌 농담을 던지는 에페리아의 말에 레오는 꿈쩍도 하지않고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는 에페리아님의 편입니다. 그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에페리아님의 편일 것입니다.”
“헤에... 간만에 듣기 좋은 소리하네. 그래. 그렇게 날 믿어. 내가 일을 실패하거나 실수하는 걸 본 적있어?”
자신만만하게 한마디를 남긴 에페리아는 옷장을 향해 다가선다. 그리고 그 옷장 안에서 평소에 입던 검은 로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품이 있고 정교한 수실이 새겨진 화려한 로브를 꺼내 걸친다.
“자... 청문회를 시작해보자고.”
에페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오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선다. 레오가 곁에 다가오자 에페리아는 간단하게 공간이동마법을 발현해 레오와 자신의 몸을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켰다.
“에페리아는 모두를 죽일 것이다!!”
“마왕을 무시한 에페리아의 독자적인 행동을 이제 더 이상 봐줄 수 없습니다!”
“마왕님! 에페리아의 죽음으로 마계의 질서를!!”
에페리아가 다시 모습을 들어낸 곳은 마계의 수도 메트로폴리스 중심부에 위치한 오직 마왕만을 위해 준비된 커다랗고 화려한 왕성의 옥상이었다. 레오의 말대로 모든 마계인이 적이 된 듯 왕성을 호위하는 호위대조차도 성난 군중에 섞여 마왕에게 에페리아의 죽음을 요구하고 있었다.
“와아... 마계의 꼴이 말이 아니네...”
자신을 증오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들어낸 에페리아는 여유롭게 옥상 가장자리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수 십만명이 모인 마계인들을 돌아보고는 벌레 떼를 발견한 사람처럼 인상을 찡그린다.
“언제 마계가 다수의 의견대로 일을 행하는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을 가지게 된거야? 마계의 룰은 단순했잖아. 힘이 곧 권력.”
에페리아는 모두가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그러자 에페리아의 몸을 중심으로 그녀의 나이와 맞지 않는 어마어마한 마력이 회오리친다.
“힘이 없으면 찌그러져서 내 지시나 따르라고.”
순식간에 허공에 거대한 화염구를 수십개나 만들어낸 에페리아는 순수한 무력으로 모두를 압박한다. 마치 작은 태양을 만들어낸 듯이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열기속에서 마계인들은 한순간 주춤거린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마계인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네 미친 행동으로 차원관리자... 엘이 우리를 찾아 죽이러 올꺼야!! 이번만큼은 절대로 물러날 수 없다!”
“와아아아!!”
마계인들도 에페리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자신들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비록 그 양은 미미했지만 수 십만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이니 그 기세만큼은 에페리아를 능가했다.
“이번 만큼은 원로회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례적인 일이지만 마계전체를 파멸로 몰아가는 에페리아를 행동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우리도 무력개입을 하도록 하겠다.”
“우와아아!!”
그들 뿐만 아니었다. 유일하게 에페리아를 견제할 수 있었던 마계원로회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에페리아가 앉아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그녀를 포위하듯 네 방위에서 등장한 원로회는 가뿐하게 자신의 힘을 끌어올린다. 비록 네 명이라는 소수의 인원이었지만 마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들이 모인 원로회의 등장에 마계인들의 사기가 치솟아오른다.
“흐음... 흥미로운데? 원로회까지 움직이다니.”
하지만 에페리아는 전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오히려 성가시다는 듯이 마계인들과 원로회 인원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마력을 회수해 모두를 위협하던 마법들을 순식간에 소멸시켜버린다.
“하하핫! 이제 순순히 항복하는거냐?”
그런 에페리아의 태도에 마계인들은 더욱 의기양양해진다. 하지만 그들을 무시하듯 작게 하품을 한 에페리아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며 그들에게 묻는다.
“그래. 너희가 원하는대로 내가 항복해서 죽어주면. 그 다음은 어쩔건데?”
“......”
그녀의 한마디에 요란하게 떠들던 마계인들이 찬물을 끼얹으듯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대륙 전체를 초토화를 시켜 엘의 관심을 끌게만든 에페리아의 미친 행동에 분노해서 들고 일어났지만... 이미 그 행동은 행해져버렸다.
“너희가 그렇게 무서워하는 엘이 지금 다가오고 있어. 이대로 다 개죽음을 당할 거야?”
“이... 이게 전부 다 멍청하고 다혈질적인 네 년이...”
콰드득!
그녀의 질문에 그녀를 모욕하며 감정적으로 대답하려던 마계인의 머리가 에페리아의 손짓 하나로 그대로 으깨져 터져버린다. 사람의 생명을 벌레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그녀의 포악한 행동보다 외면하고 있던 진실을 직면한 마계인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다... 다 죽을 거야...”
“엘이 오고있어... 마계를 박살내려는 그녀가 온다고!!”
“크흠...”
이번만큼은 원로회조차도 무슨 말을 할 수 없는지 작게 신음만을 삼키며 조용히 침묵을 지킨다. 조금씩 혼란에 빠져가는 마계인들을 돌아보며 에페리아는 즐겁게 웃음을 터트린다.
“자자... 여러분. 내가 누구죠?”
혼란을 지켜보던 에페리아는 충분히 뜸을 들였다는 듯이 옥상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말한다. 그렇게 크게 낸 목소리가 아닌 평소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 한마디였지만 그런 그녀의 한마디는 아비규환이 된 상황 속에서도 모든 마계인들 귀에 정확히 울려퍼진다.
“너희들이 말하는 사상 최악이자 최강의 검은 마녀. 에페리아지.”
그녀의 정체를 다 알고있는 마계인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에페리아의 말에 마계인들은 멍하니 넋을 잃고 그녀를 올려다본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무한한 자신감이 마계인들을 홀리고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준비안하고 그런 짓을 했겠어?”
따악!
그 말과 함께 에페리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녀의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영혼을 머금은 거대한 수정이 마왕성 위에 웅장하게 그 모습을 들어낸다.
“마... 맙소사!!”
한눈에 수정의 정체를 파악한 원로회는 비명을 내지른다. 수정에 갇혀있는 수 억명의 영혼의 울부짖음이 두 눈으로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금기로 취급되는 영혼을 다루는 마법을 행한 에페리아. 하지만 마계가 멸망할 수 있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어긴 금기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희망으로 보였다.
“너희들이 두려워하는 엘을 내가 처리해줄게. 나도 너희들이 두려워하는 최악의 검은 마녀잖아? 독은 독으로 제압하는거야. 너희들이 두려워할 존재는 하나면 충분해.”
에페리아는 한 팔을 하늘로 들어올린다. 그러자 수정안에 갇혀있던 영혼중의 하나가 억지로 그녀의 손안에 끌려온다. 작게 미소지은 에페리아는 그 모습이 모든 마계인들이 똑똑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끈 뒤. 도망치기 위해 발버둥치는 영혼을 자신의 손을 힘껏 움켜쥔다.
파앙!
그녀의 손에서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이 파괴되며 그 안에 담겨있던 힘이 사방으로 퍼뜨려진다. 한순간에 주변의 마력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낀 마계인들은 더 이상 공포나 두려움이 아닌 경외와 존경이 담긴 눈으로 에페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날 따르라고. 너희들이 두려워하는 내가 바로 너희들의 마지막 희망이 될테니까.”
“에... 에페리아님!!”
“에페리아님!!”
그녀의 말과 함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증오하고 저주하던 마계인들이 하나둘씩 그녀를 찬양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원로회의 인원중 몇 명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칠 정도였다.
“안돼... 그녀의 힘으로 이 위기를 해결한다면 마계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어.”
하지만 모두가 그녀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로회 인원들 중 몇몇은 아무런 반응없이 에페리아의 행동을 조용히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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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연설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성난 마계인들을 처리하고 연구실로 돌아오자 레오는 그녀를 향한 존경심을 보이며 조심스럽게 평소 그녀가 애용하는 검은 로브를 꺼내어 온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단순할까... 어떻게 내가 계산하는대로 딱딱 움직여주지?”
너무나도 손쉽게 동요하고 휘둘린 마계인들을 다시 떠올리며 에페리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자신이 두르고 있는 고급스러운 로브가 불편하다는 듯이 벗고 레오가 가져온 아무런 무늬도 새겨지지 않은 투박한 검은 로브를 몸에 두른다.
“하지만 모두가 동조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에페리아 뒤에서 침착하게 모든 사람들을 돌아보던 레오는 원로회 인원중 몇몇은 여전히 에페리아를 향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린다. 하지만 에페리아또한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고있어. 하지만 내 계획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지.”
“그것조차 예상한 것입니까?”
“물론.”
싱긋 웃은 에페리아는 연구실 한쪽에 마계 전역을 감시하는 탐지기를 다가간다. 이리엘이나 아리엘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차원이동이나 차원균열을 전문적으로 탐지하는 에페리아제 탐지기였다.
“그들이 올거야.”
“그들이라면...?”
“그 대륙의 떨거지들.”
타메르와 그 일행들을 지칭하는 말에 레오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 차원은 아리엘의 차원포격으로 초토화되었고... 키르비르님까지 에페리아님이 데려온 이상. 그들이 차원의 벽을 넘을 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리엘이 있잖아. 그녀의 함선도 있고.”
“아...”
에페리아의 말에 레오는 뒤늦게 깨달은 듯 가벼운 탄성을 지른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들은 이곳으로 올 거야. 애써 마계까지 찾아와주는데. 녀석들을 이용해줘야지.”
에페리아는 마치 즐거운 상상을 하듯 소리를 죽여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레오를 돌아보며 묻는다.
“그러고보니 키르비르는 어때?”
“키르비르님은...”
에페리아의 질문에 레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영상을 투영해주는 수정구를 그녀에게 가져온다. 에페리아가 가볍게 마력을 주입하자 키르비르가 갇혀있는 방을 감시하는 듯한 영상이 허공에 떠오른다.
-키르비르님은 에페리아님의 명령에 복종하시면 됩니다.
-응... 응! 그럴게 네이. 그러니까 이제 날 떠나면 안돼?
-키르비르님은 에페리아님의 명령에 복종하시면 됩니다.
영상속의 키르비르는 언데드가 된 네이와 같이 있었다. 에페리아의 명령대로 그 자리에 꼿꼿히 서있는 네이는 한 마디의 말만 반복하고 있었고 키르비르는 그런 네이의 허리를 끌어안은채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아이고 꼴 사나워라... 가서 키르비르좀 불러와봐.”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을 비웃으며 에페리아는 레오에게 명령한다. 레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뒤 신속하게 키르비르가 갇혀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레오가 키르비르를 불러오는 사이 에페리아는 다시금 마계 전역을 감시하는 화면을 한번 돌아보며 이쪽 세계로 넘어올 타메르의 일행을 기다린다.
“에페리아님. 키르비르님을 데려왔습니다.”
에페리아가 마계 전역을 한바퀴 돌아보는 동안 레오는 키르비르를 데려온다. 그러자 에페리아는 키르비르를 향해 돌아앉으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연다.
“자... 키르비르. 한번 너의 충성심을 테스트 해보겠어.”
“응. 에페리아 언니.”
평소와 달리 키르비르는 순종적인 얼굴로 에페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대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에페리아는 앞으로의 일이 기대된다는 듯이 혀로 입술을 훑으며 명령을 내린다.
“옷 벗어. 속옷까지 전부다.”
“......!”
에페리아의 지시에 놀란 것은 키르비르가 아닌 레오였다. 예상치 못한 에페리아의 지시에 레오는 이 자리에 자기가 있어야하는지 큰 혼란을 겪는다.
“레오. 이쪽으로 와. 너도 같이 구경하자. 마왕의 딸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나체를 말이지.”
하지만 에페리아의 지시에 그는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쭈뼛거리며 조심스럽게 에페리아의 곁으로 다가온다. 키르비르가 에페리아의 눈앞에서 나체가 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녀의 눈앞에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인 레오가 있다는 것.
스륵...
하지만 키르비르가 주저하는 것은 한 순간뿐이었다. 에페리아에게 충성하고 그녀의 말에 복종해야한다는 네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던 키르비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의를 벗어나갔다.
“읏...”
그녀가 입고 있던 겉옷이 흘러내려 키르비르의 속살이 들어나버린다. 키르비르의 발밑에 그녀가 입고있던 블라우스와 치마가 쌓일 때마다 레오는 짧은 신음을 흘린다.
“야야. 시선 돌리지마. 이런 좋은 구경을 언제해본다고...”
에페리아는 고개를 돌리려는 레오에게 명령을 내려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키르비르를 응시하게 만든다. 자신을 뚫어지듯 바라보는 두 쌍의 시선 앞에서 키르비르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팬티자락을 끌어내린다. 태연한척을 하고 있지만 수치심을 느끼는지 팬티자락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휘유... 엄마를 닮아서인지 피부하나는 깨끗하네.”
어느새 실오라기 하나조차도 걸치지 않은 나체가 되어버린 키르비르. 그녀는 본능적인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었지만 에페리아의 명령없이는 그녀의 손으로 치부를 가린다는 행위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자. 벌려봐.”
“......”
이어지는 에페리아의 명령에 키르비르는 몸을 움찔 떤다. 에페리아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한 키르비르는 주춤주춤 다리를 벌린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음순을 조심스럽게 좌우로 벌렸다.
“크크큿...”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에 에페리아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에 비해 레오는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여성기의 모습에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른채 군침을 꿀꺽 삼킨다.
“그러고보니 레오는 숫총각이었지? 어때? 거기가 불끈불끈해?”
“그... 그저 좀 당황스러운 것 뿐입니다.”
“흐음...”
에페리아는 곁눈짓으로 레오의 고간을 살펴본다. 그의 말대로 그의 성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레오는 키르비르의 나체에 발정하기보다 이런 낯부끄러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뿐이었다.
그런 재미없는 레오의 모습으로부터 관심을 끊은 에페리아는 다시 키르비르를 돌아본다. 여전히 질구가 보일 정도로 자신의 음순을 벌린채 서있는 키르비르를 바라보던 에페리아는 그녀에게 묻는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대륙에서 신나게 즐기고 왔구만... 그 남자랑 몇 번이나 했어?”
“자... 잘 모르겠어요.”
“셀 수 없이도 많이 떡을 쳤다 이거네?”
“읏...”
에페리아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던 키르비르는 짧은 신음을 흘린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짧게 한숨을 내쉰 에페리아는 가볍게 푸념을 한다.
“뭐... 그래도 좋게 생각해. 네 엄마는 대륙에서 얼마나 음란하게 지냈는지 널 가진채로 돌아왔으니까. 너도 피는 못 속여서 음란하다고는 하지만 오라방의 피가 섞어서 좀 덜한 것 같네.”
자신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에페리아의 말에 키르비르는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죄인 듯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저항이나 반항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키르비르를 응시하던 에페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좋아. 이제 다시 옷을 입어.”
“응...”
의기소침한 대답과 함께 키르비르는 주섬주섬 옷을 입어나간다. 그런 키르비르의 모습을 바라보며 에페리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지금까지의 모욕과 수치 앞에서 키르비르는 저항의 눈빛조차 가지지 못했다. 에페리아는 이걸로 이제 키르비르는 자신의 명령만을 따를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
“자아... 그럼 이제부터 키르비르는 날 보좌해. 여러 가지 연구나 기록작성, 조사 등을 돕는거야. 알겠지?”
“알겠어요.”
순종적으로 대답하는 키르비르를 믿음직한 눈으로 바라본 에페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가볍게 자신의 마녀모자의 챙을 매만지며 앞으로 마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