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건물은 순식간에 낡는다.
나의 옛집이었던 경기장이 도시의 골칫거리가 되기까지는 일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경기장을 쳐다봐도 옛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나는 시선을 거두고 경기장 출입구를 향해 걸었다.
출입 금지라고 적힌 팻말을 대충 치우고 지키는 사람 하나 없는 철문을 억지로 열었다.
‘도운! 놀러 온 거야?’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이 철문은 경기 날만 되면 활짝 열려있었다.
여기에는 여러 직원이 서서 입장하는 관중들을 맞이했는데, 특히 내 친구이자 직원인 조이는 날 발견하면 목소리를 높이며 환하게 웃곤 했었다.
조리도구가 거미줄과 뒤엉켜 제멋대로 어질러진 낡은 가판대, 깨진 채로 먼지가 쌓여있는 바닥, 유니폼 할인행사를 알리는 반쯤 찢어진 포스터를 지났다.
나는 한숨을 몇 번 내뱉고는 통로에서 빠져 나와 관중석으로 나왔다.
선수들이 뛰던 필드는 그나마 괜찮지 않을까, 내심 그런 기대를 했던 모양이었다.
잡초에 뒤덮여 마치 작은 숲 같이 되어버린 필드를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으니까.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돌렸다. 텅 빈 관중석이 날 내려다보고 있다.
관중석 사이에 난 계단을 걸어, 가장 꼭대기 좌석까지 올라왔다. 계단에서 세 번째 자리, 바로 여기다.
‘우리 좀 도와주라.’
팀이 그나마 멀쩡했던 시절, 이 구단의 운영을 맡아달라 부탁받았던 장소였다.
부담스럽다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피하지 않았더라면 이곳이 이렇게 처참해지는 일은 없었을까.
지금의 자신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 텐데.
“왜 죽었냐 빌어먹을 놈아.”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를 잃는 일은 없었겠지.
이 팀의 구단주이자 나와 유소년 팀에서 8년 동안 뛰었던 친구, 제임스 휘팅엄을.
“조금만 더 버텨보지.”
가져온 맥주캔을 따고 단숨에 들이켰다.
다음 주부터 프리미어리그 팀의 CEO가 되는데 그걸 자랑할 친구가 없었다.
맥주캔을 대충 집어 던졌다. 몸이 흔들리자 의자도 삐걱삐걱 따라 흔들렸다. 텅 빈 경기장을 기분 나쁜 소리가 채운다.
“이거 고치라니까···.”
돈도 여유도 없었겠지. 찾는 팬도 줄어서 이 높은 곳까지 고칠 필요도 없었을 테고. 아주 잘 알고 있다.
빌어먹을.
한숨을 삼킨 나는 두 번째 맥주캔을 쭉 들이키고, 앞의 좌석을 깔창으로 퍽 걷어찼다.
그 순간 삐걱대던 의자가 빠직 소리를 냈다.
“어, 어, 어!?”
필드, 반대쪽 관중석,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내가 앉은 곳의 지붕이 보였다.
의자가 부서지며 내 몸이 뒤로 넘어가고 있다.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뒤통수가 뭔가에 부딪힌 것 같다.
보통이라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야 할 텐데, 얼마나 세게 부딪힌 건지 힘이 쭉 빠질뿐더러 통증조차 없다.
눈이 감긴다.
999를 눌러야 하는데. 여기 나 혼자밖에 없는데. 이대로 기절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몸에 힘이 없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졸려···.”
힘없는 중얼거림에 남은 힘을 다 쓴 건지 간신히 버티던 눈꺼풀마저 무너졌다.
그래, 괜찮겠지. 설마 여기서 기절한다고 죽기라도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