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팅엄의 첫 걸음 (2)
45라운드, 우리 팀은 또 1-0으로 지고 있었고, 관중 수는 지난 라운드보다 200명이나 줄었다.
전반전 35분. 나와 제임스는 관중석을 빠져 나와 관계자용 계단을 내려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잘 될까?”
제임스의 걱정에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잘 된다니까?”
“일이라는 게 꼭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긴장 안 되냐?”
당연히 긴장된다. 하지만 설렘이 더 컸다.
두 번째 기회를 얻어 친구와 고향 팀을 구할 기회를 얻었고, 오늘 그 첫발을 내디딜 테니까.
사실 돈만 있었더라면 이런 행사 꼭 진행해 보고 싶었다. 회귀 전 벨기에에서는 돈이 없어서 한번 실패하면 큰일 난다는 생각해 뭐든 소심하고 현실적으로만 처리했었으니까.
“너나 긴장하지 마.”
“어떻게 긴장을 안 해. 다음 주에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떡해?”
나는 제임스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걱정하지 마. 내 계획은 아직 한참 남았거든. 이 중에 하나만 터져도 구단은 좋아질 거야.”
“계속 실패하면 내가 자를 수도 있는데?”
제임스가 긴장한 입꼬리를 올리며 억지 농담을 했다. 나 또한 일부러 크게 웃어주며 받아쳤다.
“나도 지분 있거든? 함부로 못 자른다.”
“아차.”
우리는 낄낄대며 웃었다.
나는 제임스가 웃음을 멈춘 후에도 계속 웃었다.
“볼수록 좀 이상해진 것 같다니까. 도니는 도닌데 다른 도니 같은?”
“뭐라는 거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노력하며 말을 받았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 이번 행사는 무조건 성공해. 걱정하는 게 이상하다니까?”
계속 자신만만한 내가 어색한지 제임스는 내 얼굴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너 도니 맞냐?”
“100%”
“다른 사람 아니야? 탈 뒤집어쓴 거 같은데. 내 친구는 며칠 전에 술 먹고 ‘제임스··· 보고 싶었어··· 흐어어엉··· 왜 그랬어··· 왜 그랬어··· 구웨에엑’ 하는 주정뱅이 토사물 제조기···.”
“이 자식이.”
제임스의 입을 막기 위해 손을 뻗어 봤지만, 제임스는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다행히 계단에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제임스가 실실거리며 웃었다.
“당황하는 거 보니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죽는다.”
내 진심 어린 분노를 느꼈는지 제임스가 큼큼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이렇게 듬직해 보일 리가 없는데.”
“난 원래 많이 잘났어.”
“어이구.”
제임스와 눈이 마주치고, 몇 초 후 피식 웃었다.
대화를 막 끝냈을 때,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임스? 도니? 시간 다 됐어요.”
“미안해요. 마리아. 금방 내려갈게요.”
나와 제임스는 뛰듯이 내려갔다.
“여기요.”
마리아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마리아는 마이크를 네 개나 들고 서 있었다.
“혹시 고장 날까 봐요. 터치 라인에 서 있을 테니까, 마이크가 이상하면 자리에서 기다리세요. 바로 뛰어나갈게요. 저 달리기 빨라요.”
“고마워요.”
삑, 삑, 삐익!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수고했어요. 수고했어. 수고했다. 수고.”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이 터널로 들어왔고 제임스는 그들을 열심히 격려했다. 나 또한 눈 여겨둔 선수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그들과 교체되듯 터널 밖으로 나갔다.
잔디를 밟는 느낌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여기에 마지막으로 올라와 본 게 스무 살 때였다. 주전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역할이었지만, 내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내 나이 서른둘.
그때부터 12년, 회귀 전 7년을 합치면 자그마치 19년 만에 돌아온 필드였다.
노팅엄의 팬들 앞에 처음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기분 좋은 고양감이 들었다.
필드 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다음 주에 있을 행사 안내가 있습니다. 구장 전체에 방송될 예정이니 화장실이나 매점에 편하게 다녀오셔도 됩니다.]
구단 아나운서의 방송이 있었음에도, 경기장에 남은 사람들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필드에서 올려다보는 관중석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저 비어 있는 관중석이 가득 차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남아 있는 관중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나 몸 삐뚤게 앉아서 보는 사람들,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옆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스마트폰 하는 사람들.
화장실에 가거나 음식 사러 나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예견했던 모습이었다.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검지를 폈다.
마리아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스마트폰을 들어 뭐라고 중얼거렸다.
또 한 번, 마리아의 오케이 사인이 돌아왔고, 나는 실수인 척 마이크를 떨어트렸다.
[쿵, 쿠쿵, 치지지직.]
내 지시에 따라 증폭된 스피커 음량 덕에 시끄럽고 듣기 싫은 소리가 구장 전체에 울렸다. 관중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게 보였다. 짜증 섞인 얼굴들이었지만 어쩌나, 내 말을 듣게 하는 게 먼저인 것을.
[아, 죄송합니다.]
나는 마이크를 떨어뜨린 사과를 먼저 하고, 관심이 떠나기 전에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저는 저번 주부터 이 팀의 단장 겸 사장을 맡게 된 김도운이라고 합니다. 다음 라운드에 한 시즌 동안 고생하신 팬들을 위해 구단이 보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하나둘 이쪽으로 시선이 모이기 시작한다.
무슨 보답? 이런 얼굴들을 하고 있다.
[행사의 이름은 <노팅엄 푸드 페스티벌>]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 다음 라운드에서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구장 안에 입장만 한다면, 구단과 계약한 가게의 음식들을 가게당 1인 1회, 무료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회귀 전, 이론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하면서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았다. 지금 개최하려는 행사처럼.
우리 구단은 2부에서 5부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고, 이번 시즌 강등권을 헤매며 앞으로 2부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팬들은 서류상의 숫자가 아니다. 하나하나가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불과 몇 년 동안 벌어진 거센 폭풍에 팬들의 마음은 침몰하기 직전의 배처럼 너덜너덜해졌을 거다.
그렇기에 이번 행사가 필요했다.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다음 시즌부터는 구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줄 이상을 전달할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회귀 없이 취임했다면 이런 자리는 만들 수 없었을 거다. 보이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려면 큰 용기와··· 돈이 있어야 하니까. 복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무튼, 호기심이 남아 있을 때 다 말해야 했다. 다들 무료라는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맥주는 돈 내고 드셔야 해요. 만취하실 수도 있으니까.]
관중 일부가 웃는다. 나 또한 한번 웃고, 진지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구단 주변에 있는 수십 개의 식당과 협조해 최대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겁니다. 어떤 음식을 제공할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안내는 이번 주 내로 포스터, 신문, SNS를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시즌권을 가진 서포터는 총 5,050명입니다. 이분들은 최우선 순위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오오, 하고 꽤 큰 환호가 들렸다.
[시즌권이 없는 서포터는 티켓을 사야 합니다. 티켓 입장은 14,950명까지. 총 이만 명의 입장 인원에게만 혜택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예 무료로 풀어버리면 그날 찾아온 관중에게 그저 한 번의 유희 거리로 남게 될 뿐이었다. 스스로 어느 정도 대가를 지급해야 그에 따른 관심과 감정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음 주에는 편하게 음식 먹으면서 즐기다 가세요. 축구장은 스트레스받는 곳이 아닌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관중의 반응은 다양했다.
손뼉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 내가 방금 말한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사람도 많았다.
터널로 나오자 제임스가 날 맞이했다. 제임스에게 물었다.
“어땠어?”
“팬들이 저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게··· 정말 오랜만이야. 골 넣었을 때 빼고.”
제임스는 흐뭇하다는 얼굴로 반대편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너 오기 전에는 구단이 엄청 침울했었거든. 직원들도 기운이 없었고.”
“근데?”
“요즘에는 다들 뭔가 하고 바쁘게 움직이잖아. 구단이 살아난 것 같아. 사막에 비가 내려서 꽃이 막 피는 거 있잖아? 그거 같다고.”
“그게 뭔데···.”
“그거는 아무튼 그거야.”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제임스 옆에 나란히 섰다.
“최종 목표는 경기장의 테마파크화라고 했지?”
“응.”
과거부터 지금까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팬들은 더 큰 자극을 원했고, 더 다양한 경험을 원했다.
그렇기에 우리 스포츠 경영자들은 경기 이전, 경기 이후 즐길 거리까지 제공해야 했다.
물론 선수와 감독이 최우선인 건 변함없고, 소홀히 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다른 문제였다. 그들의 그림자 속에서 구단의 성장을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았다.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고, 2030년까지 별의별 게 다 나왔었다. 반응이 좋았던 것도 있었고, 나빴던 것도 있었다.
나는 팬들이 우리 구단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미래의 정보를 참고해 다양한 시설들과 즐길 거리를 만들 계획이었다.
처음은 먹거리부터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사용할 설비는 다음 시즌에도 쭉 활용할 수 있을 거야. 일회성이 아니라고.”
“···.”
“제임스?”
제임스는 다시 시작된 경기를 보고 있었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제임스는 경기장 전체를 보고 있었다. 특히 빈 좌석들을.
“다음 주에 많이 오면 좋겠다. 얼마나 올까?”
“만 명 정도 왔으면 좋겠어. 시즌권 가진 사람들은 공짜지만, 나머지는 축구경기 표도 사야 하니까.”
시즌권 가진 사람들 전원과 관중 5,000여 명에게 이야기할 자리를 만드는 것, 그게 내 목표였다.
제임스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됐으면 좋겠다.”
*
노팅엄의 보안요원 펠릭스는 키가 190cm에 달하는 거한이었다. 인상도 험악해서 그가 검사를 맡은 출입구는 다른 출입구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현저히 적었다.
경기 중에는 관중의 행패나 난입을 막기 위해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그의 얼굴만 보면 눈을 팍 내리깔곤 했다.
그는 타고난 보안요원이었다.
“그건 여기다 옮겨주세요.”
그런 그가 지금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펠릭스는 시키는 대로 설비를 옮기며 중얼거렸다.
“대체 뭘 하는 건지···.”
“그러게 말이에요. 구단을 위한 일이라고는 했지만··· 글쎄요.”
펠릭스의 혼잣말을 받은 건 표를 확인하고 검사하는 일을 맡은 메리라는 아주머니였다.
그녀 또한 펠릭스와 마찬가지로 경기장 복도에 음식판매용 가판대를 설치하는 걸 돕고 있었다.
펠릭스와 메리뿐만이 아니었다.
관중이 줄어 쓸모가 없어진 동쪽, 서쪽 출입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김도운이 시킨 일을 하고 있었다.
경기장에 남아서 가판대 설치를 하거나 이번 행사를 알리기 위한 포스터를 붙이러 돌아다니거나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들을 돕거나.
“경기 전까지 다 할 수 있으려나.”
“걱정할 거 없습니다. 내일이면 끝날 거예요. 모레부터는 가게 사장님들이 와서 행사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아··· 네.”
메리의 혼잣말을 마침 지나가던 김도운이 받았다. 메리는 머쓱한 표정으로 김도운에게 인사했고, 김도운도 가볍게 웃었다.
김도운은 곧장 업자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메리와 펠릭스는 그의 눈치를 보며 속닥거렸다.
“정말 열심히 돌아다니네.”
“그러게요. 한 시간 전에도 왔었는데.”
김도운은 업자가 질색할 정도로 공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돌아다녔다.
마리아의 말로는 사무실에 일주일 치 옷을 가져다 놓고 퇴근도 안 한단다.
“잘 될까요?”
주어가 없는 질문이었지만, 펠릭스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고 떠올려봤다.
직원들을 모아놓은 그 날, 김도운이 얘기했던 이상을.
‘이 행사를 시작으로 우리 구단은 변하기 시작할 겁니다.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다음 시즌에는 두 배의 관중을, 그다음 시즌에는 승격과 함께 경기 당 만 명의 관중을 모으는 게 제 목표입니다. 자세한 계획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오 년 안에 우리는 예전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갈 겁니다.’
노팅엄 FC는 명문 팀까지는 아니었지만, 2부리그의 터줏대감 팀이었다.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는 3만 석의 좌석이 꽉 찼고, 평범한 경기에 2만 석이 차는,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였다.
김도운은 노팅엄을 그때로 돌려놓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행사 한 번 한다고 그게 될까요?”
메리의 물음에 펠릭스는 답했다.
“시작이라니까, 지켜봐야지.”
“솔직히 강등당한 팀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건··· 신이 도와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번 행사도 그래요. 만 명이나 올지···.”
이들은 노팅엄에서 십 년 넘게 일한 직원들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용무가 끝났는지 김도운이 자신들에게 인사하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고 있었다.
“그래도···.”
펠릭스가 김도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
*
노팅엄시를 가로지르는 트렌트 강의 이름을 딴 ‘트렌트 대학교(University)’의 한 강의실, 이곳에서는 마치 축제가 벌어진 것처럼 학생들이 볼펜을 던지며 소리치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끝났어! 끝났다고!”
“으아아아아아아!”
시험지를 다 걷은 조교는 피식 웃고는 9월에 보자, 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학생들은 평소 놀던 그룹별로 모이며 방학 동안 뭘 할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중 한 그룹은 아직도 의자에 앉은 채로 좌절한 학생 옆에 모여있었다.
“뭐해?”
“F야··· F가 틀림없어··· 어떡하지.”
“너도?”
“정말?”
좌절한 동양인 남학생이 반색하며 고개를 들자, 주근깨 많은 여학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뻥인데.”
“야이씨···!”
남학생은 실실거리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펜을 공중으로 집어 던지며 외쳤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끝났다!”
“좋아! 그거야!”
“오늘은 놀자!”
남학생과 주근깨 여학생이 포함된 그룹은 시험장에서 나오며 계속 떠들었다.
“언제 돌아갈 거야?”
“모르겠어. 학기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라서 비행기 표도 없거든.”
이들이 다니는 트렌트 대학교는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가는 명문. 그렇기에 이들 그룹 중 셋은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이었다.
“그래도 일주일은 놀다 갈 수 있지? 우리 너무 고통스러웠잖아.”
주근깨 여학생은 영국 출신이었다. 그녀의 말에 시험 기간을 떠올렸는지 세 학생이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F를 받을 거라고 중얼거리던 남학생이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멈췄다.
“이거 뭐야?”
축구경기장이 중앙 상단에 있고 각종 음식이 경기장을 뱅 둘러 그려진 포스터였다.
아래에는 <단 하루, 일상에서 벗어나 보자! - 노팅엄 푸드 페스티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포스터를 홀린 듯 보던 여학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푯값만 내면 이게 다 공짜라고?”
“미쳤는데?”
한참 동안 음식들의 목록을 바라보던 학생들은 맥주도 판다는 문구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가자!”
“좋아!”
“축구의 나라에 와서 축구는 보고 가야지.”
“맞아. 우리는 너무 공부만 했어.”
이 무렵, 각종 기술자를 양성하는 노팅엄 대학(college)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실습을 마친 학생들이 옹기종기 포스터 앞에 모여 외쳤다.
“재밌겠다. 우리 놀러 갈래?”
SNS의 곳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터 사진]
주말에 가실 분!
-나!
-오 마이 갓, 이거 뭐야?
노팅엄시의 인구 분포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트렌트 대학교와 노팅엄 대학이라는 큰 학교들의 학생이 인구의 무려 20%가량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대학생들 사이에서 기이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