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44화 (44/245)

14. 포레스트 (5)

“오늘 또 공연한다고? 리그 개막 경기인데?”

“응! 단장님이 부탁했어.”

히메나가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마야가 히메나의 팔뚝을 콕콕 찌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오늘 서포터즈가 너희 노래도 불러준다고 했고··· 앞으로 엄청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오늘 이만 명은 온 것 같던데. 이제 같이 경기 못 보면 어떡해?”

“설마. 농담하지 마.”

히메나가 손사래를 쳤다.

“너랑 코피는 늘 음악 하고 싶어 했잖아. 이 기회에 유명해지면 뮤튜브라도 해 봐.”

“자꾸 들뜨게 하지 말라니까아··· 나 귀 얇아서 진짜 기대한단 말이야.”

히메나의 투정에 마야와 친구들이 웃었다. 이어서 며칠 전, 한국에서 돌아온 손민국이 말했다.

“부모님만 아니었으면 여기 일찍 오는 건데··· 너희들 공연하는 거 봤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었던 거잖아. 대신 오늘 멋진 공연을 보여줄게.”

손민국이 몹시 아쉬워하고 있으니 코피가 어깨동무를 걸며 위로해줬다. 둘의 대화를 보며 갸웃거리던 마야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응. 얘 부모님이 병원을 운영하시잖아. 면허 따면 바로 그 병원으로 들어오라고 했대.”

코피가 손민국 대신 답했다. 마야가 손민국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전문의 따서 국경 없는 의사회에 들어갈 거라고 하지 않았어?”

“당연히 그렇게 얘기했지. 그래서 미쳤냐는 소리만 계속 듣다 왔어···.”

손민국은 생각하기도 싫은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말했다.

“지원 끊어질지도 모르니까 이번 학기에는 무조건 장학금 받을 거야. 마야, 나 이번 학기에는 공부 좀 도와주라··· 응?”

“걱정하지 마. 내가 확실하게 도와줄게.”

손민국은 몹시 기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코피가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손민국의 귀에 무어라 속삭였다. 손민국은 마야를 흘긋 보고, 얼굴을 붉히며 팔꿈치로 코피의 배를 퍽 쳤다.

“으윽···.”

“무슨 말 했어?”

“축하한다고 했··· 으억. 그만 쳐. 말 안 할게.”

“뭘 축하해?”

마야가 물었지만, 코피와 손민국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마야는 대답을 듣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마야는 히메나, 코피, 손민국을 차례로 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부러워. 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그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방송을 했고 마야의 말은 묻혀버렸다.

<서포터즈에서 선수들이 입장할 때 부를 응원가를 준비했습니다. 심심하신 분들은 같이 연습해 주세요! 가사는 전광판에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광판에 무언가 떠올랐다. 코피와 히메나가 전광판을 보더니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어? 어?”

“어어어?”

“왜 그래··· 어? 저거 너희 노래 아니야?”

마야의 말대로 전광판에는 코피와 히메나 밴드의 노래인 이 떠올라 있었다.

이어서 음악이 시작되었다. 몽환적인 느낌의 전주였지만, 골대 뒷좌석에 앉은 서포터즈들이 우렁차게 합창하자 훌륭한 응원가가 되었다.

주변의 팬들도 이따 부를 응원가라고 하니 하나둘 따라 불러보기 시작했다.

히메나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고, 코피 또한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민국과 마야는 몹시 기뻐하며 새 응원가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리아가 카메라로 담고 있었다.

*

“돈, 정말 기특하고 귀여운 애들이지 않아요? 저는 대학교 때 노래 같은 걸 만들어볼 생각은 못 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리아의 말에 동의해줬다.

노래를 만든 학생들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라던가, 선수들이 입장할 때 팬들이 어색하게나마 떼창하는 모습이라던가. 전반전 내내 계속된 응원전을 마리아는 즐거워하며 찍었다.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건 전반전이 시작하기 직전 불린 응원가를 만든 주인공들, 대학생 밴드 Small room의 공연이었다.

[은 저희 노래에요. 노팅엄 FC를 응원하게 되면서 영감을 얻은 노래에요. 키보드를 잡은 히메나가 만든 곡이죠.]

<오오오!>

밴드의 보컬이 잠깐 훌쩍거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밴드는 무사히 을 부르기 시작할 수 있었다.

팬들은 어린 노팅엄 팬들의 노래를 따라 불러주었다.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를 작게 따라부르며 이 분위기에 함께했다.

“You're worth it to me.

넌 내게 그만한 가치가 있어.

You shine right through and make life feel like a dream.

넌 올곧게 빛나고, 내 삶을 꿈처럼 만들어주거든.”

여기서 너는 노팅엄을 말하는 거라고 했다. 이 노래를 만들었다는 히메나와 통화를 한 덕에 알 수 있었다.

마야의 말대로 꼭 유명 음악가가 오지 않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곡을 더 발굴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냥 보기 좋았으니까.

노래를 끝마친 밴드의 멤버들이 관중에게 인사했다. 나는 분위기에 취해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열띤 환호를 받으며 떠나는 그들을 보며 마리아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뮤튜브에 올릴 게 늘어났네요.”

**

런던의 이름 모를 카페에 앉은 한 남자의 눈썹이 점점 찌푸려지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빈스 마크.

여행, 음악을 전문으로 SNS와 뮤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그는 지금 믿기 힘든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가볍게 브런치를 먹으며 뮤튜브의 ‘화제의 영상’을 본 게 시작이었다.

몇 주 전, 대학생 아마추어 밴드가 만든 곡을 한 구단의 서포터즈가 불러주고, 모든 팬이 따라불러 주는 영상이었다. 감동한 아마추어 밴드를 보며 빈스도 찡해졌었다. 빈스는 음악을 사랑하니까.

그래서 빈스는 이 구단에 관해 더 알아봤다.

노팅엄 FC라는 이번 시즌에 승격한 3부 리그의 팀이었다.

축구에만 집중하기도 모자랄 판에 이런 마케팅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던 빈스는 노팅엄과 관련된 여러 매체를 찾아보았다.

노팅엄 TV라는 구단에서 운영하는 채널은 아주 잘 구성돼 있었다. 영상의 질도 좋았다. 너무 괜찮기만 해서 왠지 모를 수상함을 느낄 정도로.

그래서 빈스는 노팅엄 FC의 팬들이 애용한다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의 인기 글을 몇 달 치나 훑은 빈스가 떨떠름함을 담아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돼?”

영상과 사이트의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노팅엄 FC는 축구 팬들과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낙원이 되어가는 곳인 것 같았다.

노팅엄 FC에서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공연할 수 있게 무대까지 만들어서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하프타임에 공연 기회까지 준다고 했다.

빈스가 처음 본 뮤튜브 영상이 업로드된 날 이후로 그 사실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갔고, 유럽의 길거리 음악가들이 노팅엄 FC에 공연하기 위해 찾아오며 노팅엄의 경기장과 그 주변이 경기 날만 되면 음악의 성지처럼 되어간다고 했다.

그렇게 경기 외적인 요소에 힘을 쏟는 구단인 노팅엄 FC는 현재 3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단다. 이번 시즌에 꼴찌로 승격했으면서.

이런 이상적인 공간이 어떻게 존재한다는 건지 빈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마감 시간인데요.”

그때, 가게 점원이 미안한 얼굴로 다가왔다.

시계를 살피니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네요.”

빈스는 지갑에서 팁을 꺼내 테이블에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과정에서 선글라스가 콧등을 타고 살짝 내려갔다.

점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 미스터 빈 아니에요?”

“아··· 예. 목소리 좀 작게···.”

빈스는 사람 좋아 보일 미소를 지으며 부탁했다.

점원은 입을 잠깐 가렸다가, 빈스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오, 믿을 수가 없네요. 미스터 빈도 이런 허름한 가게에서 식사하는군요.”

“허름하다니요.”

“허름하죠. 사장이 저번 달에도 적자라면서 주급을 깎았다고요.”

점원의 말에 빈스는 소리 없이 웃었다.

“길거리 음악이랑 여행 영상 잘 보고 있어요. 힘들 때 보면 정말 힘이 돼요. 그래서 그런데··· 같이 사진 한 장···.”

“네, 대신 사람들 안 보이게.”

빈스는 익숙하게 점원과 함께 사진을 찍어 줬다.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팬서비스도 했다.

점원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빈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있었다.

빈스는 수많은 구독자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이렇게 팬을 만날 정도로 큰 규모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빈스를 메가 인플루언서(Mega-Influencer)라고 불러주었다.

“저번에 사기꾼들 혼내주는 영상 재밌게 봤어요. 원래 거기로 여행 가려고 했었는데, 덕분에 취소했다니까요.”

“감사합니다.”

빈스는 허위광고나 여행지의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는 영상도 자주 올렸다. 자신이 메가 인플루언서라고 불리고,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만드는 영상이었다.

“다음에 올릴 영상은 뭐예요? 저한테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게요.”

“아직 안 정했어요. 그럼, 기차 시간이 다 돼서 가보겠습니다. 즐거웠어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일단 노팅엄시로 가보려고요.”

그래서 빈스는 노팅엄 FC를 직접 방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노팅엄의 녹색 머플러나 유니폼, 모자를 걸친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은 응원가를 부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반기기도 하며 걷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분장한 빈스는 녹색 물결에 휩쓸리듯 경기장 쪽으로 향해야 했다.

골목을 만날 때마다 무리는 커졌고, 경기장 근처에 와서는 길을 꽉 채웠다.

그리고 빈스는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본 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공연자였다.

곡이 마음에 든 팬들은 자리에 멈춰 노래를 듣고, 아닌 팬들은 손뼉을 치며 공연자를 지나갔다.

이어서 별의별 악기 소리가 다 들렸다.

트럼펫 소리, 피아노 소리, 그냥 스피커 음악 소리 등 축구 경기장이 아닌 길거리 음악 명소에 온 기분이었다.

심지어는 인형극이나 팬터마임을 하는 공연자들까지 있었다.

빈스는 팬터마임을 1분간 구경하며 영상에 담았다.

빈스는 어렵사리 예매했던 표를 제시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기장 복도에는 음식 냄새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빈스는 자신을 가장 유혹한 양념치킨 가게에서 음료수와 치킨을 샀다. 음료수와 치킨을 담는 포장이 일체형으로 되어있어 한 손으로 들고 경기장 복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혼잣말했다.

“진짜였네···.”

복도 사이사이에는 소규모 공연을 위한 스테이지와 주변에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마련돼있었다. 그리고 스크린도 군데군데 배치돼 있어 경기장 안 상황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빈스는 홀린 듯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망할 파인스 녀석들! 이번에는 안 진다! 자, 목소리를 높이자! 노팅엄! 노팅엄! 노팅엄!”

<노팅엄! 노팅엄! 노팅엄!>

수십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경기도 시작 안 했는데,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그들에게 호응해 구호를 외쳤다.

멀리 있는 다른 관중석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의 네 방향에서 응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몹시 혼란스러워진 빈스는 딱 봐도 팬 경력이 오래돼 보이는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손주로 보이는 어린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죄송한데 질문 좀 해도 되겠습니까.”

“응? 아, 얼마든지.”

할아버지는 옆에 앉은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빈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오늘 노팅엄 경기장에 처음 오는 건데··· 저분들은 누군가요?”

“소규모 서포터즈 중 하나인 ‘젤코바스’라고 하네. <노팅엄 치어 배틀>에서 승리하기 위해 응원전을 펼치고 있지.”

<노팅엄 치어 배틀>이 뭔지는 미리 조사하고 와서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이렇게 열정적인 분위기일 줄은 몰랐을 뿐.

영상은 과장된 게 아니라 오히려 축소된 거였다.

“<노팅엄 치어 배틀>이 뭐냐면···.”

빈스는 알고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할아버지 팬의 설명을 계속 들었다.

“···오늘은 더 특별할 거야. 단장이 악기 사용 허가를 내려줬거든. 대신 심사항목에서 데시벨을 뺐지. 부부젤라같이 지나치게 시끄러운 건 금지라지만, 더 재미있을 거야.”

“그렇군요. 그러면, 저 사람들도 <젤코바스>의 사람들인가요?”

젤코바스의 앞 공간에는 여러 악기를 앞에 둔 밴드로 보이는 무리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젤코바스의 리더와 함께 응원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 팬은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야. 그냥 아마추어 밴드야. 지난 경연의 승리자인 <파인스>가 한 밴드의 도움을 받았다는 걸 듣고 다른 서포터즈도 부랴부랴 밴드들과 힘을 합친 거지.”

“오···.”

빈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음악의 선순환이 된다니.

“자네도 열심히 따라 해야 할 걸? 지금 부르고 있는 응원가를 경기 중에 부를 거니까 말이야.”

“아. 예.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팬은 잘 놀다 가라는 말을 하고는 다시 손자로 보이는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휴고, 네 밑에 있는 맥주 좀 건네주겠니.”

“네! 할아버지!”

빈스는 친근해 보이는 가족에게서 시선을 뗀 후, 경기를 즐기는 데 집중하기로 마음먹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도니! 이거 봐!”

제임스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제임스가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는 건 익숙한 일이었기에 나는 보던 서류로 다시 시선을 옮기며 태연하게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인플루언서가 공짜로 우리 구단 마케팅을 해 줬어!”

“응?”

세계는 SNS와 동영상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 시대에서 아주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마케팅은 전 세계의 기업이나 국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홍보방법 중 하나였다.

기업은 그들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고 자신의 상품을 홍보한다. 국가들 또한 그들에게 거액의 보수를 제안해 유명 관광지를 홍보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의 몸값은 어마어마하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그래.”

“봐봐. 음악, 여행 관련 인플루언서 중에는 다섯 손가락에 뽑히는 사람이라고. 그냥 인플루언서가 아니야. 메가 인플루언서라고.”

“정말?”

제임스의 말에 깜짝 놀라 제임스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

“···팔로워 단위가 천만인 거야?”

“응! 미스터 빈 몰라?”

모른다. 하지만,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게 뭔지는 알 수 있었다.

미스터 빈이라는 사람은 지난주에 우리 팀 경기를 보러 온 건지, 그날의 스코어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동영상들.

나는 동영상을 하나하나 다 봤다.

우리 경기장 주변, 경기장 안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의 짤막한 영상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의 팬들이 경쟁하듯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 또한 담겨있었다.

미스터 빈은 영상 안에서 팬 중 하나가 돼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동영상 밑에는 짤막한 소감이 적혀 있었다.

-

노팅엄 FC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아무 고민 없이 축구경기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올 수 있었다. 사람들도 몹시 친절했다.

음악이나 축구를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번 들러보는 걸 추천한다. 런던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다.

내 생각으로 노팅엄의 경기장은 몇 년 안에 음악의 성지가 될 것이다. 어쩌면 유명 밴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런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갖춰지고 있다.

이런 기반을 만들어낸 노팅엄 FC의 사장과 운영진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노팅엄 FC의 운영진에게 사과하고 싶다. 노팅엄의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사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1부 리그의 팀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게 가능할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다시 한 번 미안하다.

그리고, 나는 이번 경기를 보고 노팅엄의 팬이 됐다. 골을 넣은 바비라는 선수의 유니폼도 샀다.

앞으로도 노팅엄을 응원하겠다.

구단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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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올라온 후 한 달 동안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떠돌이 공연자들이 노팅엄에 모여들기 시작해 준비한 무대의 개수가 부족해졌다. 공연자들은 바닥에 앉거나 간이 의자를 꺼내 공연하기 시작했다.

공연자의 숫자가 늘어나니 자연스레 다양성과 음악성까지 확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마저 노팅엄의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행자들마저 런던 여행을 오면 근교 도시인 노팅엄에 들르곤 했다.

그렇게, 시즌 시작 후 한 달 반의 평균관중은 23,232명이 되었다.

총 관중석의 개수가 2만 5천 석이니··· 만석이나 다름없는 수치였다.

나와 제임스는 그달에 노팅엄시에서 명예 시민 표창까지 받았다. 관광 수입에 막대한 기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불어난 눈덩이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나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돌리며 상황을 즐겼다.

***

작중 언급된 You're Worth It 이라는 곡은 저작권이 없는 곡입니다.

곡의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Artist : Nameless Warning

Title : You're Worth It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namelesswarnin...

Music provided & Video production by [June AB] Free BGM

Watch : https://youtu.be/gheuP9trO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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