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60화 (60/245)

< 19. 기념품 (2) >

"설마 했는데 진짜 너였냐."

나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SNS를 가끔 봤고, 덕분에 FreemanH가 할리의 아이디라는 건 알고있었다. 하지만, 확신하지 못했다.

구단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선수가 참가해서 1등을 한다니. 황당 그 자체인 상황이었으니까.

늘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하며 촐싹거리는 할리조차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할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게요?"

"진짜 네가 그린 거 맞아?"

"네, 마스코트라고 올라온 것들 보니까 답답해서···."

선수가 이런 특기를 갖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마케팅에 활용하기 좋았기에 좋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축하해. 정말 축하하는데··· 이거 조작 소리 듣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노팅엄의 시즌권을 가진 팬들이 투표한 공모전이었지만, 이슈를 만들기 위해 구단에서 조작한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염려가 먼저 들었다.

그때, 할리와 나를 열심히 찍고 있던 노팅엄 TV 담당자 마리아가 의견을 냈다.

"직접 그리는 걸 짧게 찍어서 올리면 되잖아요?"

마리아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 할리에게 물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네, 취미인데요. 뭐."

나는 빈 A4용지를 찾고, 검은 볼펜을 넘겨줬다.

"지금 하면 돼요?"

"응응."

마리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할리는 펜을 잡고 시원시원하게 자기가 그렸던 로빈 새를 그리고, 머리에 로빈후드 모자를 씌웠다.

불과 1분도 안 걸렸다.

할리는 그림 바로 옆에 할리 콕스라고 적고,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했다.

그리고 몇 초 후, 자세를 풀고 말했다.

"됐죠?"

"응, 다 됐어."

마리아는 카메라를 내려놓더니 할리가 그린 마스코트를 보며 꺄아 소리를 냈다.

"너무 귀엽고 예쁘다. 할리, 이런 일러스트 그리는 거 어디서 배웠어?"

"안 배웠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따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끄적이다 보니까···."

"다른 그림은 없어?"

"SNS에 가끔 올려요."

머릿속의 할리의 SNS에서 봤던 볼펜으로 그린 깔끔해 보이던 그림들이 떠올랐다.

그 그림들이 할리가 그린 거였구나.

나는 당연히 어디서 퍼온 줄 알았다. 글이나 사진에 딱히 문제가 없으면 댓글은 잘 안 보니까.

딱히 귀엽다는 생각이 안 드니 마리아와 할리의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웠다.

귀엽다, 귀엽다를 연발하던 마리아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 털난 아저씨 마스코트 안 봐도 되네. 너무 좋다. 뮤튜브에서도 쓸 수가 없었거든."

"와우, 그럼 제가 그린 이 '사냥꾼 새'가 뮤튜브에 나오는 거예요?"

"응, 오프닝 영상에 추가하고, 썸네일에도 넣어야지. 근데 이름이 사냥꾼 새야? 이렇게 귀여운데?"

새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아무리 봐도 뚱땡이 새였다.

할리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뚱땡이 새가 깃털 안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시위를 매기는 그림을 순서대로 보여줬다.

"꺄아, 너무 귀엽잖아!"

"이런 설정이에요. 몸에 활이랑 화살을 숨기고 다니는 거죠. 그리고, 모자에 달린 깃털도 직접 뽑아서 다는 거예요."

마리아가 계속 꺄아 거리는 데 대체 저런 설정이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나였다.

마리아가 물었다.

"근데 왜 새야? 다른 사람들은 다 나무 캐릭터를 만들던데."

경쟁자들은 대부분 노팅엄의 상징인 셔우드 숲의 나무들을 캐릭터화했다. 그것도 상징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무는 안 귀엽잖아요. 마스코트는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고요."

신나서 떠드는 할리와 마리아를 보다 보니 할리가 디자이너를 했어도 잘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어떤 이유로든 그림 같은 게 필요하면 할리에게 이야기해야지.

아무튼, 내가 귀여운 거나 예쁜 걸 구분하는 감각이 없긴 하지만, 할리가 그린 마스코트는 따라 그리기도 쉽고, 깔끔했다.

또한, 영국에서 우리나라의 참새 취급을 받는 로빈 새(통통한 하얀 배를 가진 가슴이 붉은 깃털로 덮여 있는 새)에 로빈후드 모자(긴 깃털이 달린 녹색의 삼각형 모자)를 씌워서 우리 도시의 특징까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리아와 할리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드디어 입을 열었다.

"좋아. 로컬보이 선수가 그린 마스코트라니. 팬들 반응도 좋겠다. 근데 상금 수여식은 어떻게 할까?"

"상금 수여식이요?"

"응, 원래는 직원들이나 선수들에게 부탁해서 직접 갖다 주면서 영상 하나 찍으려고 했는데··· 당첨자가 선수일 줄은 상상도 못 해서···."

나와 할리, 마리아는 허허거리면서 웃었다.

할리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상금이 얼마였죠? 솔직히 될 줄은 몰라서··· 자세히 안 봤거든요."

"1000파운드(약 150만 원)에 관련 상품 판매될 때마다 로열티 지급이야."

"와우. 좋네요. 선수들한테 크게 한턱내야겠다."

할리가 싱글거렸다. 나는 공모전 우승자의 또 하나의 혜택을 이어 말했다.

"그리고, 대학생이나 직업이 없는 디자이너 지망생이라면, 우리 구단에 고용하겠다고 적어놨는데··· 음."

"어? 그럼 제가 팬샵 기념품 같은 걸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거예요?"

"응, 원래는 그랬지. 너 설마··· 하고 싶어? 안 돼."

할리의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일단 안 된다는 말부터 내뱉었다.

할리가 다시 묻는다.

"정말 안 돼요?"

"그래, 네 나이에는 훈련하고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디자인 계통의 일은 절대 쉽지 않다. 하다 보면 늦게 퇴근하고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었다.

"딱 하나만, 하나만 만들면 안 돼요? 안 그래도 원래 단장님한테 얘기하려고 했던 게 있었거든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디어 정도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해 봐."

"유소년 때는 같은 팀에 있던 애들이 축구를 그만둬도 괜찮았거든요? 어차피 학교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근데, 프로가 되니까 같은 팀 선수들이 매 시즌 떠나는 게··· 너무 싫고 아쉬운 거예요."

마리아가 어느새 찡하다는 얼굴로 할리를 보고 있었다.

늘 촐싹대는 할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나도 조금 찡해졌다.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래. 근데 그게 무슨 상품이랑 관련이 있는데?"

"상품은 아니고요··· 어차피 프로면 떠날 수밖에 없잖아요? 저나 로드나 라이언도 그렇고···."

"너희 셋은 못 떠나. 내가 안 보낼 거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할리와 마리아가 웃었다. 나는 이어서 물었다.

"아무튼, 그리고?"

"그래서, 매년 떠나는 선수들을 위해, 남아있는 우리를 위해, 그리고 그 시즌을 기억해줄 팬들을 위해 홈경기 티켓 디자인을 바꾸면 어떨까요?"

"어떻게?"

할리는 열심히 홈경기 티켓을 어떻게 만들었으면 하는지 설명했다. 진짜 내게 말하려고 했던 건지, 할리의 스마트폰에 구상한 게 들어있었다.

나와 마리아는 할리의 설명이 계속될 수록 감탄했다.

그리고, 할리의 말이 끝났을 때 내가 말했다.

"진짜 놀랍네."

"뭐가요?"

"너 이렇게 기특하고 아이디어가 좋은 애였냐. 너무 어색한데."

"뭐요?"

할리가 눈썹을 찡그렸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의 할리가 그런 얼굴을 하니 살짝 무서웠다.

나는 그런 할리의 표정을 밝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할리의 멋진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진행할게."

**

나는 할리에게서 받은 아이디어 스케치를 제임스와 제임스의 직원에게 보여줬다.

제임스와 제임스의 직원은 그림을 뚫어져라 봤고, 서로 작게 얘기를 나누더니 내게 말했다.

"이거 되겠다. 추가 비용도 얼마 안 것 같고."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임스의 회사는 실제 인물이나 게임, 영화, 만화의 캐릭터를 피규화 하는 게 전문이었지만, 그 외의 장난감이나 기념품도 잘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노팅엄의 기념품들도 제임스의 회사에서 만들고 있었다.

제임스의 직원이 내게 궁금한 걸 하나씩 물었다.

"홈경기 티켓 개수가 23장이었죠? 티켓 크기 조절이 가능한가요?"

"가능해요."

"스케치대로 사진이 티켓 전체를 덮어버리면··· 경기 내용이랑 시간, 좌석번호가 잘 안 보이지 않을까요?"

"사진에 따라 하얀색이나 노란색 같은 눈에 잘 띄는 색으로 조정해보고, 어렵다면 경기에 관한 정보는 티켓에 따라 위치를 옮기는 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과 경기 정보가 꼭 같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티켓 맨 밑 바코드 부분도 덮습니까? 그래도 작동하나요?"

"음··· 그 부분은 스캔을 해야 하니까··· 하얀 배경에 검정 바코드 그대로 가고, 잘라내라는 표시를 넣죠."

"재질은···."

할리가 티켓의 기능에 관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만든 게 아니었기에,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나와 직원, 제임스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직원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좋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원에게 물었다.

"이번 시즌 티켓들과 사진을 하나 가져왔는데, 이걸로 견본을 좀 만들어 주실 수 있을까요?"

*

"할리, 이거 봐. 구단 SNS에 마스코트 관련 물품이 거의 다 매진됐대."

"엥? 또?"

"언제 물건이 들어오냐고 물어보는 댓글만 수천 개야."

할리는 로드가 내민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이걸 진짜 할리가 그린 거라고? 말도 안 돼.

-(사람들이 돈을 쥔 채로 뛰어오는 동영상) 일해라 노팅엄! 빨리 사냥꾼 새를 내놔!

-(만화 캐릭터가 돈을 들고 있는 움짤) 내 돈을 다 가져가도 돼. 사냥꾼 새만 줘.

-피규어는 안 만드나요? 화살을 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냥꾼 새 피규어를 만들어 주세요.

'좋아요' 숫자가 많은 댓글을 전부 살펴본 할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이번 시즌 끝나면 더 좋은 데로 놀러 가야지."

"로열티 받는다고 했나?"

"응!"

바비의 물음에 할리가 힘차게 대답했다. 마스코트 공모전이 끝나고 삼 주가 흘렀고, 구단에서는 만들기 쉬운 것부터 차례차례 팬샵에 들여놓았다.

관광객들은 귀엽다고, 또는 노팅엄에 관광 왔다는 증거로 기념품을 샀고, 팬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마스코트가 생겼다며 한두 개 챙겼다.

뮤튜브 영상에도 활용되고 있고, 구단 공식 홈페이지도 바뀌었다.

"별 이상한 재주가 다 있다니까."

"부럽지? 부럽지?"

바비의 놀리는 듯한 말에 아무렇지도 대꾸하던 할리는 문득 자신이 부탁한 일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훈련 시작한다. 모여!"

일단 팀 훈련을 하고 단장 김도운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할리였다.

그런데 팀 훈련이 끝나기 직전, 김도운이 품에 안기도 버거워보이는 큼지막한 종이상자를 들고 훈련장에 나타났다.

코치들이 가서 김도운을 도왔다.

김도운이 상자를 내려놓은 채 땀을 닦고 있자, 막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김도운에게로 다가갔다.

"킴! 그거 뭐예요?"

"점심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김도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선수들에게 답했다.

"구단에서 선수들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선물?"

알렉산더가 그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내년 홈경기 티켓을 이런 식으로 발급할 건데, 선수들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일단 받고, 여기서 어떤지 말 좀 해 줘요."

"그래? 다들! 잠깐만 여기로 모여봐! 이따 씻어!"

알렉산더의 외침에 샤워장으로 가던 선수들이 살짝 불만 섞인 얼굴을 한 채로 돌아왔다.

할리는 선수들 사이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채, 상자 안을 보려고 했다.

그때, 김도운이 할리를 보며 씩 웃으며 상자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할리는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고,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뭐야? 우리 단체 사진?"

김도운이 꺼낸 건 노팅엄 선수들과 코치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담긴 액자였다.

샤워하러 가다 돌아온 선수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액자를 받아들었고, 이윽고 놀란 얼굴을 했다.

"이거 전부 티켓이야?"

"네, 홈경기 티켓을 간단한 퍼즐처럼 만들어서 23장을 다 모으면 이 시즌에 뛰었던 선수들과 코치진의 단체 사진이 되는 거예요."

자신이 낸 아이디어였기에 할리는 저것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완성만 한다면 멀리서 보면 단체 사진, 가까이서 보면 티켓에 날짜와 이날 무슨 경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걸로 팬들은 한 시즌을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겠죠. 그리고, 매 시즌이 끝나고 떠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념품이 될 거예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시즌이 끝날 때 선수들에게 선물하려고요. 이번은 견본품이라 조금 빨리 가져왔지만요. 자, 와서 하나씩 가져가세요. 선수랑 코치진 숫자에 맞춰 가져왔어요."

이번 시즌이 끝나고 맨시티로 돌아가야 하는 바비와 각자의 목표를 갖고 있기에 아마도 팀을 떠날 감자 머리 선수들은 액자의 사진을 뜯어보며 감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할리는 혹여나 김도운이 자신의 얘기를 꺼낼까 봐 선수 무리에서 벗어나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때, 김도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할리 아이디어예요. 할리가 글쎄 여러분들이랑 헤어지는 게 슬프다고 추억을 남겨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이렇게 기특한 아이디어를···."

김도운은 할리를 놀리려는 건지 장난스럽게 말하기 시작했고, 할리는

"아악! 그만 말해요!"

하고 비명을 지르며 훈련장에서 도망쳤다.

선수들이 그 모습을 보며 와하하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샤워를 못 가서 불만이 잠깐 생겼던 선수들도 전부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서로 내 사진이 잘 나왔다 네 사진은 이상하네 하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라이언이 상자를 정리하고 있는 김도운 옆에 떨어진 종이쪼가리를 주워 김도운에게 건네주며 말을 건넸다.

"할리가 부끄러운가 봐요."

"땡큐. 그렇지? 참 놀려먹기 좋다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너한테 물어볼 게 있었는데."

"물어볼 거요?"

"응, 노아 주소 좀 알려줘. 지난 시즌 것도 만들었는데 기념품으로 보내주게. 칼한테는 도르트문트 구단으로 보내서 다른 선수들이 부러워하게 해야지."

김도운은 약간 신이 나 보였다. 그런 김도운을 보며 라이언은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네, 알려드릴게요."

"할리가 이런 재능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니까. 아이디어도 좋고 그림도 잘 그리고··· 다음에도 종종 써먹어야겠어. 혹시 너나 로드도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어?"

라이언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없어요···."

"에이, 농담이었어. 아무튼, 나 가본다."

김도운은 쓰레기를 상자에 다 넣고, 선수들에게 인사하며 멀어져갔다.

그리고 라이언 옆에는 로드가 다가왔다.

"야, 할리 그 자식 샤워도 안 하고 도망간 것 같은데. 혹시 할리한테 미리 플스 씨디 받아 놨어?"

오늘 로드와 라이언, 그리고 바비는 할리에게 씨디를 빌려 게임을 할 계획이었다.

로드의 말에 뒤늦게 할리가 갔다는 걸 깨달은 라이언이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다.

"안 받긴 했는데··· 이따 집에 가서 받으면 되지 않아? 옆집이잖아."

"아씨, 걔 오늘 런던에 있는 클럽 간다고 했단 말이야. 오늘 게임 하기는 글렀네. 라이언, 근데 이 티켓퍼즐 진짜 괜찮지 않아? 할리도 가끔 쓸 데가 있네."

로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라이언은 액자를 받고 즐거워하는 선수들과 코치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입밖으로 내뱉었다.

"로드, 우리 정말 좋은 구단에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술 먹었어?"

로드의 반응에 라이언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 19. 기념품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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