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메이크 축구 명가-66화 (66/245)

< 21. 마녀와 헌터 형제 (2) >

감자 머리들 때문에 뉴캐슬 이적이 파투났다고?

로빈의 말을 듣자마자 헌터 형제가 왜 1월에 이적을 안 한 건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면 내가 얼마 전에 감자 머리 선수 둘을 뉴캐슬로 보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한 명은 공격수, 한 명은 오른쪽 윙어이니 뉴캐슬은 전술을 살짝 수정해 어린 두 선수 대신 훨씬 값싸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후보 선수를 선택한 것 같았다.

그래서 원래 1월에 뉴캐슬로 이적해 후보 선수로 본격적인 선수 경력을 시작할 헌터 형제가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고.

상황을 이해하니 미안함이 먼저 들었다. 괜히 나 때문에 앞으로 잘 될 애들이 꼬인 것 같아서.

이미 회귀해서 이 선수, 저 직원 데려오면서 나도 모를 많은 나비효과를 일으켰을 것이기에 땅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죄책감은 들지 않았지만.

나는 깨끗하고 올곧은 사람이 아니기에 회귀 전의 정보를 이용할 때, 이미 감수하기로 한 죄책감이었다.

물론, 내 눈이나 손에 닿는 거라면 위선일지라도 도와주는 편이었다. 이런 걸 완전 외면할 정도는 아니거든.

아무튼, 헌터 형제를 더 영입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안타깝게 됐네요."

"그렇죠. 원망이 들긴 하는데··· 당신이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니까요. 뉴캐슬이 감자 머리들을 택한 것뿐이지."

"조건이 아주 좋았나 봐요."

"네. 후보 선수로서는 아주 괜찮은 제안이었죠."

나는 이 말을 기다린 것처럼 틈도 없이 말했다.

"그럼, 2부 리그의 주전급 제안은 어떤가요?"

"흐음?"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는지 로빈이 말없이 팔짱을 끼며 날 쳐다보았다.

나는 잭슨 감독과 했던 얘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우리 잭슨 감독은 헌터 형제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 줘야겠죠."

"노팅엄은 아직 3부 리그 아니에요?"

"곧 2부 리그에 갈 겁니다."

"그래도 지금은 3부 리그잖아요."

로빈의 반복되는 냉정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숙이고 들어간다면 거래할 때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니까.

"분명히 갑니다."

"과연. 어떨지···."

로빈은 내게서 시선을 떼고, 경기장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드레싱룸으로 돌아가는 헌터형제를 슬쩍 봤다.

그리고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내게 말했다.

"저녁 먹었어요?"

*

"안녕하세요. 노팅엄의 사장 겸 단장 김도운입니다."

"테디 헌터요."

"테오 헌터입니다···."

"오늘 경기력 정말 좋았어요. 테디는 전반전에 적극적으로 태클을 시도해서 역습에 선봉장이 되었던 게 가장 인상 깊었고, 테오는 후반전에 상대의 역습을 두 번이나 끊어 냈던 게 특히 좋았죠. 둘의 성격이 잘 녹아있는 플레이였어요."

만나자마자 이어지는 내 칭찬에 헌터 형제는 나이답게 잠시 헤벌쭉 하려 하다가 테디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내게 말했다.

"우리한테 관심이 있는 거면 로빈한테 말하세요. 효과 없으니까."

조금 까칠한 느낌이 나긴 했지만, 헌터 형제의 사연을 알았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답할 수 있었다.

"네. 당연하죠. 저는 그냥 플레이가 좋았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었거든요. 그럼, 오늘 고생 많았으니까 쉬세요. 저희는 로빈의 방에서 얘기하고 조용히 떠날 테니까요."

내 부드러운 태도를 예상 못 한 건지 테디는 눈썹을 찡그린 채로 알았다고 말했다. 테오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자신의 방들로 돌아갔다.

"테디 말대로 날 꼬셔야 할 거예요. 그거 알아요? 이 주일 전에는 리버풀도 다녀갔다는 거."

로빈의 입에서 나온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우승을 다투는 팀의 이름에 날 따라온 신입 스카우트 마이클이 날 어떡하냐는 눈으로 봤다.

계약 협상하러 와서 이렇게 표정을 막 드러내다니. 협상 끝나고 잔소리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이클에게 한 번 인상을 찌푸려주고, 로빈에게 답했다.

"그런데도 우릴 여기 들인 거 보면 리버풀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잖아요?"

회귀 전,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우승을 다투는 뉴캐슬에 헌터 형제가 이적할 수 있었던 건 뉴캐슬의 명감독 리찌가 스쿼드를 정말 타이트하게 운영하기 때문이었다.

리찌는 딱 23명 그 이상으로는 스쿼드를 늘리지 않고, 부상 선수가 많이 나오면 에이전트에게 요청해 임대 선수로 스쿼드를 메꾸며 시즌을 보낸다.

그래서 후보 선수로 들어가도 어느 정도 출전 기회가 보장됐다.

얼마 전 리버풀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은 건 아마 출전 기회 때문일 것이다.

리버풀의 스쿼드는 정말 탄탄했으니까.

"그쪽에서 제안한 돈이 턱도 없었거든."

로빈은 그렇게 말하며 우리에게 차를 내왔다.

로빈이 마녀라고 불리는 이유에는 돈, 돈, 돈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었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진짜 협상을 할 때도 그렇고 자꾸 돈 소리를 내니 구단 관계자들이나 언론, 팬들이 좋지 않게 보는 것이다.

또, 가끔은 충분한 돈을 낸다고 했는데도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늘 돈을 말하고 다니고 변덕까지 부리니 다들 로빈을 마녀 에이전트라고 부르며 싫어하게 된 거다.

하지만, 그녀를 에이전트로 삼은 선수들은 절대로 그녀를 떠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좋은 계약을 물어와 주는 에이전트가 최고이기도 하고, 그녀가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지독한 스크루지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 얘기할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부동산 업자에게 1층짜리 집을 구해 달라고 부탁해놨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로빈이 허를 찔린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헌터 형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2층 집을 쓰지 못한다는 걸 내가 알고, 그것까지 배려한다는 걸 보여주는 말이었다.

나는 계속 말했다.

"우리 팀에 오면 헌터 형제의 응원가는 한 경기 만에 생길 겁니다. 헌터 형제의 잠재력은 팬들이 원하는 수준을 충족하다 못해 뛰어넘으니까요. 헌터 형제는 노팅엄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회귀 전대로 흘러간다면 아직 중년 여성인 로빈은 몇 년 후에 과로로 죽는다.

그리고, 헌터 형제가 '우리의 진짜 어머니나 다름없는 사람이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는 건 싫다.'며 인터뷰를 한다.

그동안 그녀가 나쁜 이미지를 가져간 건, 그녀가 관리하는 선수들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으며 선수들이 좋은 대접을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리고 그녀가 번 돈은 전부 영국 내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을 돕는 재단의 지원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돈을 늘 밝히던 그녀의 유일한 집이 슬럼가의 허름한 집이었다는 사진까지 나와서 사람들이 경악했었다.

심지어 그녀는 가족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까지 밝혀졌다.

내가 헌터 형제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바로 이 인터뷰를 봤기 때문이었다. 헌터 형제는 이 일 이후 잠시 슬럼프를 겪다가 뉴캐슬의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었다.

아무튼, 로빈은 선수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빅클럽에서 충분한 제안을 했어도 거절하는 건, 그녀가 구단 규모보다 얼마만큼 돈을 지급하는지를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구단 규모보다 큰돈을 지급한다는 건 선수에게 잘 해주겠다는 확실한 보증수표였으니까.

"우리 팀의 로컬 보이 셋과 캡틴 알렉산더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아시면 정말 놀랄 겁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요. 우리 팀은 정말 특별해요. 그리고, 따뜻하죠."

"내가 노팅엄에 관해 안 알아봤을 것 같아요?"

로빈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서 내가 왜 협상은 안 하고 구단 자랑을 하고 있는지 갸웃하고 있는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말이 쉬워지겠네요. 저는 헌터 형제를 할리, 라이언, 로드와 마찬가지로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계획입니다. 그만큼,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거나 언론의 포화에서 꾸준한 지원을 해 줄 생각이고요."

형제의 나이는 열여덟과 열일곱. 유럽클럽대항전 홈그로운 조건도 충족시킬 수 있는 나이였다. 시간은 충분했다.

로빈이 내 희망찬 의견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서인지 단호하게 말했다.

"노팅엄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4부, 3부에서 승승장구하니까 2부 리그가 쉬워 보여요? 절반 이상의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있던 팀들인데?"

"쉽다고는 안 했습니다."

"아무튼, 노팅엄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될 거예요."

늘 생각하던 문제였다. 하락세를 한번 타기 시작한다면 지금처럼 이상적인 구단의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늘 내게 다짐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안 둘 겁니다. 전심전력을 다 해서 노팅엄을 1부 리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을 겁니다."

"···참나."

방금까지 로빈의 눈에서 혼란스러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진지함을 읽을 수 있었다.

로빈이 쏘듯이 물었다.

"사설탐정이라도 고용한 건가요? 킴 단장은 지나칠 정도로 제가 원하는 말만 해 주네요."

"보통 사람보다는 많이 안다고 해 두죠."

"헌터 형제의 사연도 알고 있는 거죠?"

"둘의 어머니는 어릴 때 도망쳤고, 아버지한테는 학대받았다죠. 그래서 당신이 법적 보호자고요. 근데 그게 중요한가요? 당신에게 지금 중요한 건 돈과 계약서잖아요?"

그녀가 듣고 싶어 할 말을 마지막에 덧붙였다.

그녀는 고집 세 보이는 인상만큼이나 동정을 싫어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돌려 말하는 게 필요했다.

구단이 선수에게 얼마를 줄지 어떻게 줄지 정해지는 계약서에는 이 선수들을 어떻게 대우해 줄 것인지가 들어있으니까.

로빈이 피식 웃고 내게 말했다.

"재밌네요."

나와 로빈의 대화를 듣고 있는 마이클은 무척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입을 열었다.

"이제 계약에 관해 얘기 좀 해 볼까요?"

*

"헌터 형제의 몸값은 알죠?"

로빈이 먼저 궁금해한 건 우리가 헌터 형제의 이적료를 감당할수 있을지였다.

형인 테디 헌터의 몸값은 1200만 파운드(약 176억 원), 동생인 테오 헌터의 몸값은 800만 파운드(약 117억 원)로 프리미어리그 팀끼리 경쟁하다가 이런 가격대가 만들어졌다.

2부 리그로 승격하면 첫 시즌은 잔류에 힘쓰며 팀을 정비하겠다고 잭슨과 얘기해뒀기에 어리면서 비싼 두 선수를 사는 건 괜찮았지만··· 너무 비싸긴 했다.

내가 대답이 없자 로빈이 또 물었다.

"노팅엄에 그 정도 돈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메인 스폰서, 서브 스폰서들, 용품 스폰서비, 푯값을 비롯한 각종 수익··· 으론 당연히 부족하지요. 대신, 감자 머리 선수들을 거의 다 팔았거든요. 돈 많은 1부 리그 팀들이라 그런지 많이 주더라고요."

감자 머리 선수들은 스쿼드를 강화하고자 하는 프리미어리그의 최하위권 팀, 그리고 다음 시즌 승격이 유력한 팀들이 사 갔다.

뉴캐슬로 간 두 선수는 완전히 후보 선수로 간 거고, 나머지 팀들로 간 선수들은 로테이션 급으로 평가받았다.

뉴캐슬에 가게 된 알버트는 네 구단이 노리는 걸 이용해서 700만 파운드(약 102억 원)까지 몸값을 끌어올렸고(이번 이적시장에는 정통 공격수 매물이 없었다), 나머지 한 선수는 200만 파운드.

그리고, 사무엘 100만 파운드에 150, 200, 450만 파운드라 총 1800만 파운드의 수익을 올릴 것이다.

시즌 종료까지 일부러 발표를 미루고 있었지만,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추상적인 숫자를 공개했기에 감자 머리 선수들을 다 합쳐서 200만 파운드 정도에 영입한 내게 최근 거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로빈은 찌라시처럼 도는 기사가 사실이냐고 물었고, 나는 얼추 비슷하다고 답해줬다.

"저쪽 구단이랑 얘기해서 좀 더 깎아봐야겠지만요. 제가 존경하는 축구 경영자는 토트넘의 레비 부회장님이시거든요."

"그 양반이 지독하긴 하죠···."

헌터 형제의 계약이 1년밖에 안 남았으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로빈이 물었다.

"그래도 오버페이 아닌가요?"

"2부 리그에 올라가는데 이 정도는 투자해야 살아남죠."

"둘만 영입하고 끝내려고요? 여섯을 보내는데?"

"그건 제가 생각할 문제죠."

"아뇨. 재정이나 선수단이 건실하지 않은 구단은 위험하잖아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와 연계에서 다음 시즌부터 수익을 낼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했고, 다음 시즌 선수단 운영에 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야 했다.

그렇게 비싼 선수를 둘 영입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할지 들은 로빈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는 그런 로빈에게 말했다.

"비밀 지켜주셔야 합니다."

"좋아요. 그럼 주급부터 얘기해 볼까요?"

*

주급이나 득점당 조항, 출전 조항, 미출전 시 조항 같은 건 빠르게 얘기할 수 있었다. 시작 전부터 2부 리그 주전급 계약을 얘기하고 시작했기에 조율할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바이아웃 조항에서 발생했다.

"무조건 1,000만 파운드죠."

스페인 리그처럼 바이아웃 조항이 의무적으로 있지 않은 영국에서는 1000만 파운드 지급 시 계약 해지 같은 방식으로 바이아웃 조항을 체결한다.

구단으로서는 일정 돈만 받으면 협상의 여지 없이 선수를 빼앗기는 것이기에 달갑지 않은 조항이었지만, 에이전트들은 이 조항을 넣고 어떻게든 값을 깎으려 한다.

나는 철저하게 구단 입장에서 말했다.

"에이, 헌터 형제는 잉글랜드 국적이잖아요. 저는 1억 파운드 부르고 싶어요."

"미쳤어요?"

"농담이에요. 5,000만 파운드 어때요?"

심하게 정색해서 협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은 보통 다른 리그에서 같은 퀄리티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보다 1.5배에서 2배는 비싼 몸값을 가진다.

"지금은 3부 리그에 있는 팀이 5000만 파운드짜리 바이아웃을 걸겠다고요?"

"2부 리그에 간다니까요."

"못가면요? 일단 못 갔을 때부터 정하죠. 500만 파운드 어때요?"

"···칼 슈나이더가 4부에 있을 때 500만 파운드였는데요."

십년 전쯤 현재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 선수인 델레 알리가 3부 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할 때 이적료가 500만 파운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아주 달랐다. 네이마르의 2억 2천 2백만 유로 이적 이후, 크리스 앨런이 3억 파운드에 이적했고 그만큼 축구 시장의 전체적인 시세가 올라갔다.

특히 가장 많은 돈이 돌고 있는 잉글랜드 리그는 더.

"승격 실패 시 1000만 파운드로 하죠. 두 형제 똑같이요."

"···600만 파운드."

나는 로빈과 한참 실랑이 끝에 말했다.

"좋아요. 승격 실패 시 테디는 750만. 테오는 700만 파운드요. 대신 승격하면 둘 다 5000만 파운드 어때요."

"아뇨. 승격하면 2000만 파운드죠."

"너무 짜요. 4000만 파운드."

나는 로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다.

로빈이 한참 후에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처음부터 3000만 생각하고 있었죠? 나도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귀찮게 하지 말고 타협하죠. 대신, 테오는 한 살 어리니까 2000만 파운드로."

끝까지 협상을 걸어오는 로빈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로 하되, 둘 다 성인 국가대표팀 합류 시 500만씩 추가요."

잉글랜드는 기존 풀백들의 노쇠화와 세대교체 실패로 여러 풀백을 설 수 있는 선수들을 실험해 본다.

그렇기에 이렇게 말했고, 그걸 알 턱이 없는 로빈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죠. 근데 당신, 대체 뭘 하던 사람이에요?"

로빈의 얼굴에 피곤함이 보였다.

말로만 했지만, 구두계약도 법적인 효력이 있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채로 로빈의 질문에 답했다.

"감독님은 언제 만나실 거죠? 다음 주에 일정 잡죠."

회귀자 같은 말은 해 줄 수 없으니 엉뚱한 말을 했지만.

로빈은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 포기했는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일정 정해지면 연락 줘요. 다음 주는 한가한 편이니까. 이제 돌아가 줄래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벌써 피곤하네요."

그녀의 축객령에 나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마이클의 어깨를 두들겨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먼저 나가라고 했다.

"할 말 있어요? 끝난 거 아니에요?"

"음···."

나는 그녀의 미래에 관해 어느 정도 언질을 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고민은 짧았다. 어차피 감자 머리 선수들이 헌터들의 이적을 꼬아놓은 것처럼 점점 내가 아는 미래와 달라지고 있었으니까.

"선수들을 챙기랴 아이들을 챙기랴 바쁜 건 알겠는데요. 건강검진 한 번 받아보세요."

"네?"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니에요."

"···그런 건 제가 알아서 해요. 어서 나가요. 나 쉴 테니까."

까칠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헌터 선수들을 영입한 후에 선수들에게 그녀의 건강을 신경 쓰라고 얘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냐면, 축구계에는 괜찮은 에이전트가 많았으면 하니까.

< 21. 마녀와 헌터 형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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